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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줄 알았는데 성질있다
게시물ID : wedlock_103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욕안함
추천 : 19
조회수 : 2878회
댓글수 : 59개
등록시간 : 2017/09/19 00:50:24
"순한줄 알았는데 성질 있어요."

거실에서 아기가 짜증내는걸 보며 제가 어머님께 말했어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너랑 같다는 이야길 농담처럼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생긴건 남편 닮았는데 성격은 저를 닮았나봐요~ 하고 대답했죠. 그리고 방에 들어와 나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혼전임신으로 시누이가 심하게 반대했어요. 아이를 지워라부터 평생 먹을 욕을 다 먹은 것 같아요. 그래도 그땐 죄지은 느낌과 순간만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상처 꾹꾹 눌러담고 가만히 있었어요. 시부모님과 남편이 시누일 많이 나무랐거든요. 
그런데 아이를 낳고 원룸에서 나와 시댁에 들어가니 순간만 참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렸어요. 시누이의 사소한 시비 (제 생일날 저한테 욕하고 폭언, 고기 한 점 남은거 실수로 버렸다고 잡아먹을듯이, 몇 천원짜리 슬리퍼 벗겨진 것 아기가 그랬다며 시비검 등등...여러 사건들이 있었네요.)로 점점 제 정신이 피폐해지는 걸 느꼈어요. 또 이유모를 시어머님의 기싸움까지...

게다가 남편은 부모님의 그늘 아래서 직장을 구하려하지 않고, 대책없이 차를 사고 철없이 굴어 점점 싸우는 빈도가 많아졌어요. ( 아이를 낳고 제 손목이 나가도록 남편은 게임을 하고...) 

일년 반정도는 남편에게 하소연하며 참았는데 남편도 미안해하면서도 제가 시어머님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왜 자신에게 푸냐고 힘들어해서 그마저도 좀 덜하게 됐어요...
혼자서는 삭혀지지 않아서 근래 들어서는 이제 더이상 참아지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시누이랑도 대판 소리질러가며 싸우고... 어머님이랑도 두번정도 언쟁하고 하니 편해졌어요. 둘다 절 조심하려고 노력하더라구요. 특히 시누이는 무슨 말만 하면 소리를 지르는 스타일인데 가족들이 그걸 다받아주는 것 같았어요. 근데 전 그게 안되겠더라구요 그래서 대판 싸우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평생 입에도 대보지 않던 술을 10분동안 한병 마셨어요. 인사불성이 돼서 울고불고 하니 속이 참 많이 후련했습니다 그뒷날 숙취때문에 죽다살았지만요... 어머님은 모르는 척 해주시더라구요...

어른 앞에서 소리지르고 싸우고 술먹고...정말 상상도 안했던 일이었어요. 늘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거든요. 도서관 다니면서 얌전히 책보고 글쓰고 주로 집에서만 시간 보내고 살면서 친구랑 싸워본적도 없고 착하고 얌전하다는 말만 들었던 제가...이제는 한성질한다는 소릴 듣고있어요.

이렇게 변할 수 밖에 없었던건지...아니면 제 안에 숨어있던 제가 본성을 나타낸건지....
순하다 착하다는 기준은...아무리 기분나쁘고 속상해도 다 참고 넘기는 것이 되어버린건지....

이렇게 내 성격이 변한건 당신 아들딸때문이다 라고 풀어서 얘기하려다가 그냥 흘러넘겨 대답한게 잘한거겠죠?....
그래도 속상하네요... 착하다는 말만 듣고 살다가 시집와서 고집있고 보통아니라는 말을 들으니 착잡해요...가만히 있는 날 왜 자꾸 건드리고 못살게 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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