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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좀비
게시물ID : panic_955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라
추천 : 12
조회수 : 1548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7/09/21 20: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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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있는 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소형 폭탄이 터졌다. 12명의 경상을 입은 피해자들이 나왔지만, 

그외에 별다른 피해가 없는듯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곳에서 벌어졌다.

폭탄이 터진후 6시간이 지나자 몸에 이상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병원에 몰려들기 시작했다. 

의료진은 집단 식중독 증상 이라고 판단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망자가 속출했다.

일의 심각함을 느낀 몇몇의 의료진들이 정부에 인원을 파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어째서인지 정부에서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서야 정부에서 의료진들을 파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결국 1만명에 이르는 인구가 사망했고, 3만명에 이르는 인구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안겨주었다. 

+ + + 



태영은 내리쬐는 태양의 빛을 받으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갔다. 태영은 밖에 떠다니는 흰색구름과 

초목들을 보며 밖에 있었던 소중한 추억들을 기억해 내려 애썼다.

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태영에게 남은 욕구는 오로지 단하나 '식욕'  그것도 인간의 살점을 먹고 싶었다. 태영은 보통 사람처럼

말도 할 수 있었고, 웃을 수 있었지만, 언제나 식욕에 의해 지배 당했다. 

그리고 이곳으로 오게 되었다. 

'좀비 공장' 

이곳에서 일하면 급료대신 인간 고기가 주어진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소문은 사실이었다. 

물론 죽은지 상당히 시간이 지난 고기 였지만, 태영은 그것으로 만족했다. 

몇몇 동료들은 살아있는 인간 고기를 먹어봤다면서 허풍을 쳤지만, 태영은 살아있는 고기를 먹어 본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그의 눈은 붉게 빛났고, 그 어느 생물보다 생기가 넘쳐보였다. 그러나 아무리 좀비라도 살인죄를 적용받는다.

결국 목이 댕강하고 날아가버렸다.

태영은 그런 멍청한 짓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로지.. 부모님과의 약속을 위해 생존을 할 뿐 이었다. 지긋지긋히 솟구치는 식욕과 함께..


태영의 앞으로 일련의 상품들이 지나간다. 태영의 일은 기계가 찾아내지 못한 불량품을 찾아내 수거하는 일이었다. 

왠지 좀비가 되고 나서부터 동체시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래서 이일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아마 몇 몇 좀비들도 같은 능력을 얻었는지, 보통 인간이 일하는 공장보다 속도도 빨랐고, 불량품 수거율도 올라갔다.

일을 마치고 나면 하루에 한 번 100g 정도의 인간 고기를 받을수 있었다. 


태영은 식판에 놓인 붉은 살점을 입에 넣고 꼬박 100번을 씹으며 음미했다. 한 번에 배속으로 집어 넣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살점을 씹을때 마다 속에서 어떤 소리가 들린다.

'더..더..더..'

살점을 다 먹고 나서는 극심한 허기를 느꼈지만, 공장측에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태영은 식판을 기계에 밀어넣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회색 콘크리트벽이 그대로 드러나는

삭막한 방이었다. 


- - -


반복되는 일상 어떻게 보면 하지만 인간으로 지낼때 보다 더 바쁘게 지냈는지 모른다.

인간으로 있을때는 파리만 날리는 부모님가게에서 배달일을 도왔다.

하지만 그것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버렸다. 부모님이 병으로 돌아가시고, 태영은 이곳으로 왔다.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부모님을 얼굴을 떠올리려 애쓸때 방송이 들렸다.

'302번 환자 호출'

오랜만의 호출이다. 가끔 정부에서 파견된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돌아간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는 몰랐지만,

어찌 됐든 호출이 있으면 가야한다. 


길고 긴 복도를 지나 면회실이라고 적힌 방으로 들어갔다.

면회실 밖에는 투명유리가 달려있다. 밖에는 몇몇 의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서있다.

"와와 선배 저게 좀비예요? 처음보는데 인간하고 별다를게 없는데요?"

"풉.. 야 저것들 저래 보여도, 마음만 먹으면 인간 몇몇은 그냥 껌으로 콱"

"꺄악!!"

몇몇 수습의사가 따라왔나 하고 생각했다. 종종 수습의사들이 교육을 목적으로 따라 나온다고 들었다.

"302번 환자 앞으로 돌아봐주세요."

태영은 목소리의 지시를 따랐다. 앞을 돌아보니 예상대로 4명의 여자 와 1명의 남자가 서있다. 모두 호기심 어린눈으로

태영을 쳐다보고 있다.

"요즘은 어떠신가요? 약을 주입받아도 인간에게 식욕을 느낍니까?"

"네.. 별다른 차이를 못느끼겠습니다."

사실 효과는 있었다. 하지만 지속시간이 짧았다.

그렇다고 효과가 있다고 말을 해봤자 귀찮은일에 휘말릴 뿐이었다.

적당히 둘러는게 이럴때는 속편했다.

"흠.. 그렇군요."

"잠은요? 잠은 충분히 자고 있나요?"

"아니요.. 좀비가 되고나서부터 불면증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잠이 필요 없다고 해야할까.."

"그것이 생활에 영향을 줍니까?"

"아니요. 괜찮습니다. 체력은 원래부터 좋았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솔직한 답변 고맙습니다. 아 태영군 깜빡했군요 저번에 동생 소식을 부탁했죠?"

그러자 태영의 눈이 번뜩였다.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있었다. 요즘은 부모님 얼굴도 떠올리기 힘들었다.

요즘 들어 인간 고기 생각이 더 많아졌기 떄문이다.

"차..찾았나요?"

"네.. 사실 저희쪽에서 보호하려 애썼지만.. 이미 야생화가 진행되어서.. 적합한 판결을 거쳐 4달 후에 처리될 예정입니다."

"야생화..."

야생화란 살아 있는 인간고기를 먹어본 좀비였다. 살아있는 살점을 먹으면 더이상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럴수가...도..동생은!."

곧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선배.. 좀비도 울 수가 있어요?"

"그럼 저게 웃는거로 보여?"



+ + + +



그들이 가고 나서 태영은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만약 그때 그 폭탄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동생. 아니.. 가족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하고....

폭탄을 터트린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누군가는 정부의 소행이라고 믿었지만, 태영은 믿지 않았다.

"지혜야.."

동생의 이름을 작게 읊조렸다. 동생의 하얀얼굴이 떠올랐다. 그 동생이 얼마 후면 죽는다.. 

그러자 태영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떠올랐다...

'구하고 싶어... 동생을... 지혜를....'



+ + +


태영은 풀숲을 빠르게 달리고 있다. 몇 몇 동료와 거래를 통해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태영아.. 모든일에는 대비를 해야한다."

아버지가 항상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태영은 야금야금 인간 고기를 침대 밑에 숨겨두었다. 비록 작은 양이었지만 

3달 동안 모으자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 쌓였다. 태영은 항상 그 지독한 허기와 싸웠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동료가 준 지도에 의하면 태영에 있는곳으로 부터 앞으로 하루만 꼬박달리면 

동생이 있는 장소가 나온다. 

'기다려.'

태영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달리고 또 달렸다. 

태양이 지고 달이 뜨기를 한번 드디어 동료가 말한 붉은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밖은 경비가 삼엄해 보였다. 만약 그곳을 통과하려면 그들중 몇몇과 싸워야 할것이다. 

태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굳은 결의를 다졌다.

예상대로 몇 몇 경비들이 태영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누..누구냐! 정지! 정지!"

태영은 경비의 경고를 무시한채 달렸다. 태영이 있는 힘껏 뛰어오르자 

경비가 총을 쏘았지만 오른쪽 다리를 스쳐 지나갔다. 


+ + +

태영은 안으로 들어서자 곧장 컨트롤 타워가 있을법한 곳으로 질주했다. 

예상대로 공장과 비슷한 구조였다. 컨트롤 타워는 맨꼭대기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맨꼭대기층 까지는 순조로웠다. 

갑작스러운 침입자의 등장을 대비하지 못했는지 생각보다 경비가 허술했다.

컨트롤 타워에 들어서자 거대한 모니터로 경비 상황을 지켜보던 

몇몇의 경비원들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태영을 쳐다보았다.

그때 한 경비원이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태영을 겨누기 시작했다.

"이 미친새끼 여기가 어디라고!"

"그만두세요. 아저씨! 지금 ..난... 엄청 배고프고 화난 상태니까.."

"새끼가!"

경비원은 아랑 곳 않고 태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사람이라고 생각치 못할 속도로 경비원의 손목을 낚아채 비틀었다. 

그러자 곧 격한 고통에 찬 고함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나왔다.

"흐.... 뭘 원하는거야?"

"내동생.."

"뭐라고?"

"야생화..."

"그..그것들은 전부 갇혀 있어.. "

"그럼 .. 문을 모두 열어둬... 그리고 허튼 짓 하지마.. 

만약 조금 이라도 이상있다고 느끼면 여기있는 모두 내 배속으로 쳐 넣을테니까.."

"하지만 문을 열어버리면... 좀비들이.."

태영이 피식 웃었다.

"고생 좀 하겠는데?"

+ + +

태영은 경비가 모두 나간 컨트롤 타워에 혼자 앉아 동생을 찾기위해 눈을 열심히 굴렸다.

"3층은 아무도 없고... 2층은...."

2층에서는 탈출을 시도하는 좀비와 경비들이 격렬하게 대치중 이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인간 고기를 맛본 좀비들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1층..은 아무도 없고.. 마지막으로 지하인가.."

지하는 무슨 이유가 있었는지 감시카메라가 존재 하지 않았다. 

태영은 하는 수없이 곧장 컨트롤 타워를 빠져나와 지하로 향했다. 

어둠에 잠식당한 지하실은 아무것도 없었다. 넓은 공간만 덩그러니 존재 했다. 

컨트롤 타워에서 가져온 손전등을 비추자 곧 전방으로 시야가 생겼다.

태영은 손전등을 여러갈래로 비춰보았지만 사람 비스무리한 존재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태영의 뒷덜미 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살점이 뜯기는 소리도 들려왔다.

태영은 짧은 숨을 내뱉은 다음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천천히 발을 옮겼다.

'한걸음 .. 두걸음'

속으로 걸음수를 되뇌었다. 손전등은 바닦을 향하고 있었다. 

점차 소리가 크게 들렸다. 오랜만에 고기를 맛보았는지 간혹 기침소리도 들렸다.

태영은 조심스레 손전등을 천천히 올려보았다.

그때 눈에 광채를 띄고 있는 여자가 주인을 잃은 팔한쪽을 입에 물고 

태영을 분노어린 시선을 쳐다보는게 눈에 들어왔다.

"지혜야..."

태영은 공장에서 몰래 챙겨둔 주사기를 동생의 목덜이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효과가 나타났는지 붉은 빛으로 빛나던 동생의 눈빛이 갈색으로 돌아왔다.

"오..오빠?"

"지혜야.."

손전등이 서로를 부둥켜 앉고 울고 있는 남매를 비추었다.



+ + +




"오빠한테 말할게 있어.."

"...."

복도를 달리면서 지혜가 속삭였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모든 일은 정부에서 꾸민일이야.."

"뭐라고?."

"내가 직접봤어... 엄마가 하고 아빠가 입원한 그 날 기억나?"

"당연하지.."

그 날 지혜는 아마 병원에 있었으리라.. 

간호사로 일했으니까 아마 모든 끔찍한 광경을

두눈으로 보고 있었겠지 태영은 그런 생각이 들자 동생이 더 불쌍하게 보였다.

"정부에서 명령이 내려왔어. 모든 환자에게 정부에서 개발한 백신을 투여하라고."

"그게 뭐가 정부에서 꾸민짓이라는거야?"

"오빠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어떻게 병명도 모르는데 백신을 공급할 수 있냐고..

하루도 안지나서 정부측에서 백신을 병원으로 보내왔어... 정말로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주사를 맞고나서.. 사망자가 줄어들었지만..

그 때문에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건지 아니면 부작용으로 좀비로 변한건지 모르겠어."

"그럼 너는 어쩌다 그렇게 된건데.."

"정부에서 사람들이 왔을때 내가 그 점을 캐물었어.. 다른 사람들은 말렸지만.. 

근데 그 이후로 기억이 전혀 없어.. 오빠를 만나기 전까지.."

태영은 지혜의 음모론을 듣자 머리가 복잡해 졌다. 그것은 나중에 생각해야할 일이다. 

우선은 이곳을 빠져나가는것이 급선무 였다.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응....나중에.."


+ + +


기다란 복도를 빠져나오자 앞에 출구가 나타났다. 조금만 더 가면 이곳을 빠져나갈수 있다.

이제 다왔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희망이 부풀어 오르는것을 누군가 바늘로 톡 찌르는것 처럼 뒤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오빠.. 트..틀렸어. 먼저가.."

"왜그래.. 잠깐 기다려봐.. 주사가 더있으니까..."

"아니야.. 어차피 일시적인 효과만 있겠지.. 맞지..?"

"그걸 어떻게.."

"이미 알고 있어.. 야생화가 진행되었으니까.. 어차피 빠져나가봤자.. 오빠한테 짐만 될뿐이야.

꼭 진실을 밝혀줘.. 분명 누군가가 도와줄거야.."

"그런 소리 그만해.. 이곳을 빠져나가는게 급선무야.."

"이제... 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어.. 속에서 ..소리가.. "

지혜는 그말을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내 고개를 몇번 까딱거리더니 

미친듯이 피의 냄새가 나는 방향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

밖은 벌써 경비들에 의해 진압돼 서서히 소강상태에 이르고 있었다.

지혜는 경비들을 발견하자 그들을 향해 질주했다. 마치 그것은 어떤 분노를 표출하는듯 보였다.

"그만! 제발! 그만둬!"

태영이 지혜를 향해 외쳤다. 곧 총소리가 울렸다. 지혜의 몸은 순식간에 걸레처럼 너덜너덜해 졌다.

"왜.... 어째서.."

곧 태영을 발견한 경비들이 외쳤다. 

"이봐! 여기 한 놈 더 있어."

"그만해..그만하라고.."

철컥 '탕...' 

총소리가 사방을 향해 울려퍼졌다. 


+ + +


에필로그 

태영은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있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온지 두 달이 지났다.

태영은 가게 밖에 전시된 티브이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다.

아나운서는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우리 군대에서 파견된 장병들이 큰일을 해냈다고 합니다. 파견된지 3일만에

적국의 수도를 장악했다고 하는데요? 먼저 인터뷰 들어보시죠."

총을 든 사내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모두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런것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듯 보였다.

"안녕하세요. XX대위님 장병들이 어떻게 이렇게 뛰어난 전과를 올릴수 있었습니까?

비결이 뭡니까?"

"아.. 그것은 체계적인 전투훈련과..정부에서 개발한 최신 병기로 인해 가능했습니다."

"아그렇군요...그럼.."

곧 투둑하고 굵은 빛방울이 쏟아져 내렸다. 태영은 티브이에서 시선을 거둔채 다시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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