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부터 집안사정이 어려웠던터라 홀몸으로 일하시던 아버지께 생일을 챙겨받는다는 것은
큰 사치였습니다. 중학교에 올라가고나서 그런 아버지마저 떠나셨을 때는 더더욱 불가능해졌구요
활달하고 명랑한 성격도 아니고 항상 혼자 조용히 앉아있거나 친구들이 놀러갈 때는 알바를 하거나해서
어울리지 못하고 따돌림 당했던 적이 많았던터라 서로 생일을 축하해줄 수 있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대학교 이후에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래도 엄밀히 말하자면 석사시절 지도교수님과 함께 뷔페에 갔을 때 제 생일인걸 뒤늦게 아신 교수님께서
식사 도중 기다리셔서 받아오신 스테이크를 선물이다라면서 양보해주셨을 때가 처음이려나요
사실 그것도 엄청 감동이였지만요
아무튼 작년 12월에 저희 연구소에 들어온 신입 연구원 분이 계신데
연구소 내 밴드 동호회에 아는 지인분 때문에 방문했다가 서로 알게 되었습니다.
굉장히 활달하셨고 예의도 바르신데다 붙임성이 굉장히 좋은 분이시더라구요
저에게도 항상 밝게 인사주시고 말도 붙여주셨습니다
작고 귀여우신데다 애교도 많으셔서 다른 분들에게도 이쁨을 많이 받는 그 분을
어느새인가 연모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7월 그분이 휴가 때 대만에 다녀오셨는데 안에 파인애플이 들어있는 맛있는 빵같은 과자랑
제 이름이 레이저로 각인된 보조배터리를 주시더라구요.. 물론 동호회 분들께도 다 그렇게 주셨습니다.
그래도 그걸 받은 날 너무 기쁘고 설렜던 것 같아요
8월에는 동호회에 계신 지인 분 생일이시기도 하고 좋아하는 그분을 보고싶은 마음이 더 커서
함께 축하해드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좋아하는 그분께서 제 생일이 언제인지 물으시더라구요
그래서 좀 부끄러워하며 말씀드렸더니 그걸 들으시고 처녀자리시구나! 하며 웃으시길래 저도 따라웃고
그냥 지나가는 대화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어제 제 생일겸 당직이여서 혼자 하라는 일은 안하고 폰만 뒤적거리고 있었는데
그분이 갑작스레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얼떨떨해 있는데 예전부터 이런거 필요하셨을 것 같았다면서
태블릿 피시랑 티라미수 케잌을 같이 전해주시더라구요...
처음으로 받아본 그것도 좋아하는 분께 생일선물로 너무 큰 걸 받아서
여러모로 좋으면서도 떨리고 뭔가 혼란스러우면서 땀이 옷 전체를 적실정도로 났었습니다
저도 잘은 몰랐는데 눈에 눈물까지 많이 고였었는지 그분도 되게 당황해하셨습니다
이런 선물은 너무 과분하다고 받을 수 없다고 하니까 정 그러시면 다음주에 영화 한편 보여주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벙벙한채로 받아버렸습니다...
정말 감히 제 생에 가장 행복한 날이였다고 할 수 있는 날이였네요
아직도 너무 행복합니다 ㅠ
오유분들도 모두 행복한 일이 가득하시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