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마. 이 회색빛 세상 안에서 네가 편히 울 수 있는 공간 하나쯤은 내가 마련해줄게. 내 품이 작아 여의치 않더라도 적어도 세상보단 따뜻하게 해 줄게.
내 비록 아직도 어리고 작아 풍족하게 해 주지 못 해도 네가 좋아하는 고기반찬은 만들어줄게.
너 하나 믿고 올라왔다고 미안해 하지마. 너도 나 하나 믿고 내려갈 수도 있어.
난 오히려 가족들이 많아서 네가 시집살이 안 할까 맘 졸여야 할 걸?
곱디 고운 내 연인아. 그댄 이미 오래전부터 내 가슴에 뿌리 틔운 꽃씨였고 난 그대의 봄이 되어 그댈 꽃 피우려 하고 있어. 내가 서툴고 능력이 부족해 좋은 거름을 주지 못 해서 그대의 세상이 잿빛일까봐 안타까울 뿐이야. 내 온전히 줄 수 있는 게 내 마음 뿐이라, 배꽃마냥 흰 얼굴에 자꾸만 이슬이 맺히나 봐.
천천히, 천천히 우리 준비해나가자. 우리 생은 아직도 60년은 남아있고 조급해하지 않아도 시간은 가고 난 그대라는 꽃이 나무가 될 때까지 보살필 생각이야.
네 세상은 잿빛이 아니야. 새하얗고 차가운 눈이 내려서 한가득 쌓여서 다른 색을 가린 것 뿐이지. 내가 너의 봄이니까, 이제 녹여나갈거야. 네 세상이 온갖 사랑스럽고 달콤한 색들로 가득 찰 때까지 내가 따뜻하게 만들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