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타임캡슐을 오유에 묻어두려고 합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4873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이널히트
추천 : 0
조회수 : 34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1/22 22:08:48

엄마가 심심하신지 계속 말걸어서, 못쓰고 있다가 엄마가 마트가시자마자 써요. 
흐규. 엄마 미안해. 손발이 오글거려서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ㅠ_ㅠ

며칠전에 타임캡슐을 열었던 어떤 분의 글을 베오베에서 보고 감동받아서 저도 써요.
제가 묻는 이 캡슐이 나중에 어떤 현실이 되어 있을진 모르겠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니 조금 두근거리네요. 

저는 82년생. 올해로 서른이 되는 여자사람입니다.
저는 제가 제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서 모든 선택에 따른 결과를 책임질 줄 알자.
혹여나 우연적 요소에 의해서 발생한 결과조차도 내 선택으로 받아들이자고 늘 생각했었어요.
엄마가 한평생 "아빠같은" 사람을 만나서 힘들었다 라는 이야기가 안쓰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거든요.

그렇지만 저는 지금 자의반 타의반에 의해서 한 남자를 기다리고 있어요.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르고 얼만큼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남자때문에 내 인생이 좌지우지 되는건 아닌가 싶은 걱정도 약간 들지만.
저는 한 남자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 남자를 기다림에 있어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지만, 
내가 그 남자를 이렇게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는 생각이 들때면
제 자신이 가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저보다 한살이 적은 내 남자는 아직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준비한지 몇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조금 더 노력해야하는가봐요.
다가오는 2월말에 시험이 있고, 이번에 되지 않으면 그 다음, 어쩌면 또 그다음이 있을지도 몰라요.
물론 지금도 함께라서 좋지만, 더 마음편하게 더 오랜시간을 함께 보내며 지낼 수 있는 날들을
기다리려면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지나가야 할거 같네요.

시험, 나이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이런저런 고민들이 참 많겠죠.
그렇지만 내가 옆에서 있어주는 것 외에는 정말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네요.

아. 마트간 엄마 언제 오나. 두근거린다. ㅋㅋ

지난해. 고민이 많던 스물아홉살의 저는 그 소중한 사람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났어요. 
엄마가 마트에서 돌아오실때가 된거 같아서 길게 적진 못하겠지만,.
앞으로 그렇게 내가 당신을 떠날 일은 없을꺼란거 말해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내가 너를 오랜시간 기다렸다고, 
당신이 꼭 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부담감같은건 가지지 말길 바래요.
언제든. 내가 아닌 누군가가 당신의 마음 속에 들어간다면, 이해해 줄께. 
내가 착해서가 아니라, 내가 바라는건. 역시나 너의 행복이니까.

기대하거나 부담을 주려는건 아니지만, 
그리고 너에게 기대려는 것도 아니지만.
내 인생을 책임져 달라는 것도 아니지만.
내 미래에 니가 함께 있었으면 참 좋고 고맙겠다.
니가 근사한 직장에 소속된 사람이 되는걸 바라는건 아니지만,
언제나 내 앞에 지금처럼 당당히만 있어준다면 참 좋겠다.
설령 백수라 하더라도, 니가 살림을 하고 내가 돈을 벌어온다 하더라도
내 앞에서는 지금처럼 멋있고 당당하게 있어줬으면 좋겠다.

엄마 오시나봐요.
그만적어야겠어요.

내남자. 케이.
사랑합니다.
화이팅.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