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유 유저다. 나름 몇년동안 인생을 함께 해 온 커뮤니티 이기도 하다. 몇년 전 내가 쓴 감성글이나 댓글을 보고 가끔 이불을 차기도 한다.
베댓의 메달 시스템에 반해서, 대학 생활 때 부터 함께 하고, 사회 생활과 퇴사, 새로운 인생을 찾아 나아가는 중임에도
오유는 하루 이틀에 한번씩은 꼭 접속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요즈음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페미니즘, 그리고 그에 따른 이슈인 남녀 평등에 대해서도 많은 글을 보게 된다.
누군가 작성한 글에, 시사게시판 (이하 시게)와 밀리터리 게시판 (이하 밀게 or 군게)가 안보이도록 등록했다는 글을 봤다.
순간 공감이 되면서도, 나도 순간 그 작성자처럼 시게와 군게를 차단해볼까 잠시 고민해보았다.
불구경과 싸움구경은 옛부터 좋은 구경거리이지만, 그것이 나와 관련되면 불편해지기 마련이고, 시게과 군게 또한 나에게 그러했다.
말 그대로 불편했다.
뭐, 그래도 두 게시판을 차단하지 않고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한쪽 말만 듣기에는 살아오면서 봐 온 많은 전례들을 통해 양쪽 말 모두 들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렇다고 둘 다 안듣기엔, 내 문제이기 때문에 그래도 외면할 수 없었고, 외면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도 20대 초반에 군대에서 나름 뺑이 쳤으니까.
(분대 선임에게 찍혀서 매일 갈굼 당했을 때는 자살충동이랑 살인충동도 겪어보고, 안피던 담배도 폈다. 지금도 얼굴 보게 되면 죽빵부터 날리고싶다.)
그리고 나는 문재인 지지자다.
18대 대선, 19대 대선 모두 문재인에게 표를 주었고, 촛불시위도 참석하여 그 당시 백만 촛불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다카키 마사오씨 딸X의 국회 탄핵 가결,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모두 생중계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기도 했다.
얼마나 값지게 얻어낸 민주주의의 승리인지 알기 때문에, 문재인 현 대통령이 그러한 민주주의를 잘 대변할 수 있을 거라 믿고 투표하였다.
나는 시게의 대깨문도 아니고, 군게의 비지지자나 비판적지지자도 아니다. (물론 이 사례는 각 게시판의 극단적인 사례이다)
굳이 말하자면, 가족 구성원의 일원으로써 지지하는 느낌이다. 부모보다는, 형제나 친척에 가까운 느낌이다.
세상이 그에게 등을 돌려도 가족은 그를 믿어주는 것처럼 지지하면서도,
누구도 잘못 된 점에 대해 뭐라 안해도 가족이니까 잘못 된 방향으로 가고 있을 때 바로 잡아주고 싶은 것이다.
나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한 사람이다.
가족 같은 사람.
문재인 대통령이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대통령이 되었는지 알기 때문에, 이번 징병 및 남녀갈등 이슈에서도 바로 반문의 길로 돌아서지 않은 것이고
메갈이나 워마드식 페미니즘이 얼마나 그릇된 인식이고, 남녀평등이나 징병제에 대한 이슈가 얼마나 중요한 지 알기 때문에 해당 이슈는 찬성한다.
(군게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한다)
누군가는 나에게 어중간한 놈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근데 문재인을 지지하면서, 진정한 남녀평등이나 여성 징병에 대해서 찬성의 소리를 낼 수도 있지 않은가?
둘은 양립할 수 없는 정반대가 절대 아니다.
그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물론 이뤄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페미니즘을 빙자한 꿀빠니즘 지지자들은, 유리 천장만 보지 말고 유리 바닥도 함께 보길 바라며
(남자에게 기댐으로써 얻는 이익 못지 않게 손해도 생각해보길 바란다)
시게 대깨문들은, 정말 그것이 문재인 대통령을 위한 것인가 생각해보길 바란다. 비판적 지지를 하라는게 아닌, 함께 나아가자는 것이다.
군게분들의 분노는 십분 이해하지만, 극단적인 분노만큼은 절제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혼자 글 쓰면서 생각을 나름 정리해 본 것이라 혼잣말처럼 써보았는데, 나름 생각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이번 이슈를 포함한 여러 갈등들이,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도리어 이득이 되는 최선책을 찾아서 잘 해결되길 바랄뿐이다.
* 이 글엔 사드가 발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