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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만드는 언총
게시물ID : freeboard_16369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영원한기다림
추천 : 1
조회수 : 17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29 03:37:31
저녁을 배불리 먹고 밤 11시쯤 집에 도착했다.
평소처럽 여자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오랜만에 집에서 운동을 했다. 음악을 틀어놨었는데 씻고 나왔을 때 익숙한 가수의 목소리에서 생소한 노래가 불리고 있었다. 잔나비의 'she' 였는데 밤이 늦어서인지 마음 깊숙히 다가왔다. 옷을 갈아입고 노래를 들으며 덤덤이 학교로 걸어갔다. 거리에는 술을 마시고 헤어지는 학생들이 많았다. 약간의 적적함을 느끼면서 she를 흥얼거렸다. 가사를 잘 몰라 한 곡을 다 들을 시간동안 휴대폰을 쳐다보며 걸었다. 걷다보니 어느새 인적이 드문 도로까지 왔었다. 아까 술을 마신 학생들 중 여학생 한명이 자꾸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속도를 맞춰걷는다. 내가 의식하니 싱긋거리며 나를 쳐다보고 내 주변을 뱅글 걸어간다. 내가 노래를 멈추니 내 앞에 멈춰섰다. 이어폰을 벗으니 휴대폰을 빌려달란다. 옛 대학 동기를 닮은 얼굴에 키는 아담했다. 귀여운 옷차림에 아주 어려보였지만, 겪어본적 없는 일에 불안감이 더 컸다. 우물쭈물 이야기하며 휴대폰을 건냈다. 전화 번호를 찍는다. 술냄새가 나고 손은 갈팡질팡이다. 이리저리 찍은 번호는 주인이 없다. 익숙하게 휴대폰을 조작하며 비슷한 다른 번호를 또 찍는다. 주인 없는 번호를 많이 알고있다. 묘한 흥분감이 있었지만 속내를 알 수 없어 휴대폰을 건내받고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다시 이어폰를 끼고 이번에는 노래없이 학교로 걸었다. 도서관 앞에 올 때까지 그 여학생의 그림자는 내 뒤에 바짝 붙어있었다. 새로움과 처음의 느낌을 잃어버린지 꽤나 년수가 지났어서, 이른 새벽에 느낀 요상한 감정이 나를 너무나 크게 흔들었다. 마음을 식히려 혼자 노래를 불렀다. 다른 날보다 나는 차분하다. 그리고 감정적이다. 그래서 당황을 억누른다. 하루 이야기와 느낌을 글에 담기는 참 오랜만이다. 옛 여자를 잃으며 글들이 같이 사라져버린줄 알았다. 
이제 자야겠다. 오늘의 일은 이 글에 묻혀서 조용히 잠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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