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즐기는 백패킹은 그야말로 최적의 시기이다. 한낮의 더위라도 견딜수 있고, 밤에는 차가운 공기마져 상쾌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강원도 어느 산자락 최진성은 홀로 밤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하.. 이거 난감 하구만"
백패킹을 하던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산에 올랐지만 잠시 한눈 파는 바람에 그만 혼자 낙오가 되버리고 말았다. 칠흑같은 어두운 산길 최진성이 의지할것이라곤 헤드렌턴과 지금 매고 있는 배낭이 전부였다. 깊은 산속이라 휴대폰 전파도 잡히질 않았다. 이대로라면 밤을 꼬박 지내야 할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겨울이였으면 진작에 얼어 죽었을 것이고 조선 시대였다면 산짐승의 밥이 되었을것이였지만 지금은 겨울도 아니고 산짐승도 없었다.
"배고프다 지금쯤이면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을텐데"
몇시간동안 산속을 헤메니 허기가 급 밀려왔다.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면 삼겹살을 먹고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난 당한 자신을 찾느라 동호회사람들이 삼겹살 파티도 못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최진성은 그대로 주저 앉았다. 더이상 걸을 힘이 없던 것이였다. 그리고 바위에 등에 기대어 배낭에 있는 물품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침낭을 펼친 다음 그 속에 핫팩을 넣어 두었다. 그런 다음 조그마한 비닐봉지를 펼치자 안에는 에너지바와 건포가 들어있었다. 천만 다행으로 하룻밤동안 굶어 죽진 않을정도로 들어있었다. 건포 하나를 집어들어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뒤이어 에너지바 한개도 헤치웠다. 배가 어느정도 차자 침낭안으로 들어가 몸을 뉘였다. 누어서 밤하늘을 바라보니 별들이 쏫아질정도로 눈이 부셨다.
"적어도 비는 안오겠네"
어두운 산속의 밤은 무척이나 고요했다. 오래 걸어 피곤해 쉽게 잠들 법도 했지만 홀로있다는 공포심에 잠이 쉽게 들수가 없었다. 간간히 들여오는 야행성 새 울음 소리가 으스스하게 느껴져서 휴대폰에 이어폰을 연결해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보았다. 얼마간이 시간이 지나자 베터리 부족하다는 알림이 떳고 이내 휴대폰은 더이상 작동하질 않았다.
"난감하다 음악이라도 있어야 덜 무서운데......"
그때 무언가 생각이 난듯 배낭을 뒤지기 시작했다. 조그만 주머니안에서 라디오 하나를 꺼내들었다. 구식 라디오인데 주파수를 돌려가며 잡아야 하는 시대에 동떨어진 물건이였다. 그러나 디지털 라디오보다는 베터리도 덜먹는다는게 큰장점이였다. 최진성은 차분히 안테나를 올려 주파수를 마추기 시작하였다.
-치지직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주파수를 잡는 것과 달리 구식 라디오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했다. 눈금자 하나하나 거치면서 주파수를 마춰나갔다.
"제발 아무거나..."
처음부터 끝까지 눈금자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마춰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냥 포기하고 책을 읽을러고 할때 아까 울던 새 울음 소리가 다시 들려왔고 그럴일은 없겠지만 늑대 울음소리 비슷한것들도 들려왔다. 최진성은 무섭고 외로움에 미쳐버릴것만 같아 다시금 라디오를 들어 초점을 마추길 시작했다. 주파수를 못 맞추더라도 무언가를 집중 하다보면 이 공포와 외로움을 잊을것만 같았다.
-치지직 여기...치지직
"어?"
미세하게 나마 사람목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주파수가 맞춰가고 있다는 것이였다. 최진성은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려 세세하게 마춰갔다.
-치지직 여..기는 독수리 둥지나와라
"오 됐어!"
라디오를 조심스럽게 머리 침낭 옆에 올려다 두었다. 잘못하다가 안테나를 건들기라도 하면 그간 헸던 수고가 헛수고 되는 샘이였다.
-둥지 나와라 지금 중공군의 포격을 받고 있다.
"중공군? 요즘 라디오에도 콩트찍나?"
매끄럽지 않은 음성이였지만 못듣는 정도는 아니였다. 보통 라디오프로가 하는것은 음악이나 사연소개등이 대부분이지만 콩트나 드라마는 티비가 보편화 되면서 대부분 사라지게 됐다. 지금 듣는 라디오는 흡사 70년대 이전에 했던 라디오 프로 같았다. 잡음과 함께 들려오는 총소리와 폭탄소리가 현실성 있게 들려왔다.
-중공군도 진격해 오고있다. 으아악 치지직
굉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나더니 음성이 끊기고 잡음이 일었다. 잡음이 계속 났지만 최진성은 아랑곳 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책을 읽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방송이 나오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 생각도 잠시 잡음이 계속되자 더이상 못듣겠는지 최진성은 라디오를 손에 가져다 댈러는 때 다시 음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는 독수리 둥지 나와라
아까와는 다르게 사람목소리만 들려왔다. 잡음은 여전했지만 총소리나 폭탄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목소리가 더욱 잘 들렸는데 목소리가 너무 어려보였다.
-분대장님이 전사하셨다. 이제 남은 사람은 넷이다. 퇴각 명령을 내려달라 더 이상 버틸수가 없다.
말 끝에 흐느낌이 들려왔다. 듣고 있던 최진성은 아역배우 연기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연기 잘하네 이것도 타고나야 한다니까"
그리고 또 다시 잡음만 들려왔다. 별다른 해설이 없어 의아했지만 지금 최진성이 의지할 곳은 이 라디오 뿐이였다. 이 라디오 마져 듣지 않는 다면 무섭고 외로워서 미칠 지경이였다. 그래서 차분히 다음 내용이 나올때 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이내 라디오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으흑 둥지나와라 이제 나만 남았다. 형님들이 날 감싸서 나만 살았다. 으흐흑 너무 무섭다...
책을 읽다 말고 라디오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흐느낌이 들려오자 감정이 전달 되는듯 최진성의 눈가의 눈물애 맺혔다. 다시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역의 연기력은 흠잡을 대가 없었다. 이런 능력이 있으면 드라마나 영화에 나올 정도인데 라디오에서 음성만 나오니 살짝 아쉬움 감이 있었다.
"이제 잠이 오는것 같다. 라디오 끄고 잠이나 자자"
긴장이 어느정도 풀리니 잠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최진성은 보고 있던 책을 덮고 헤드렌턴도 껐다. 그리고 라디오도 끌러고 할때 다시한번 음성이 들려왔다.
-중공군이다. 이제 나도 죽을것 같다. 아아 엄니... 엄니... 보고싶구만유 지는 충청도 두북리에서 온 이근식이라 하구만유 아... 중공군이 지를 봤슈 엄니께 죄송하다고 전해 주셔유 탕!
채념한듯 흐느낌이 없이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에 총소리가 들려온것으로 보아 음성의 주인은 죽음을 맞이 한것만 같았다. 최진성은 드라마가 끝인줄 알고 라디오 스위치를 껐다. 알수 없는 드라마덕에 무서움과 외로움을 이길수 있었는지 최진성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잠이 든 최진성은 악몽을 꾸었다. 누군가의 외침과 비명소리들과귓전을 파고드는 굉음소리들이 온 신경을 자극하여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뒤이어 격한 슬픔이 다가왔는데, 저절로 목이 미어질정도로 흐느낄수가 있었다. 얼마후 최진성은 눈을 부룹 떴다. 아침 이슬인지 식은 땀인지 모를정도로 이마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최진성은 주위를 둘려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있었다. 하늘에는 샛별이 미세하게 빛나고 있을 뿐이였다.
"아휴 뭔 그런 꿈을 다꾸지?"
참으로 오랜만에 꿔보는 악몽이였다. 아마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 꿈을 꿨다고 생각한뒤 침낭에서 몸을 이르키고서는 그대로 기지개를 폈다. 목이 마른지 물병을 입에 가져다 댓다. 일어서서 겉옷을 챙겨 입고 소변을 보기위해 한적한 곳으로 걷고 있었다. 산길이라서 걷기도 매우 힘들었다. 아침 이슬 때문에 물기를 머금은 나무 뿌리들이 미끄러워 더욱이 신경써서 걷고 있었다.
"으아악"
그렇게 신경써서 걷는다 했지만 미끄러운 나무 뿌리를 밟고선 그만 몇바퀴를 굴렀다. 다행이 돌부리같은게 없어 큰 부상은 입질 않았다.
"아 진짜 운 안따라주네"
엎드린채 자책으 하며 일어설때 어떤 물채가 최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돌도 아닌것이 꼭 각이 잡힌 철제판 같았다. 호기심에 철제판을 묻힌곳을 파기 시작했다. 한참 파던 도중 익숙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지 이건?"
옷자락 같은게 나와서 조심스럽게 더 파 내려갔다. 손으로는 안되겠는지 근처에 있던 나무막대기 집어 연신 땅을 팠다. 나뭇가지에 무언가 걸러서 나무막대기는 내려놓고 손으로 살포시 털어냈다. 돌 같아 보이진 않았지만 갈색빛이 도는 물채가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그게 무언지 몰랐지만 최진성은 그것의 정체를 곧 파악할수가 있었다.
"설마? 헉!"
그 정체는 바로 유골이였다. 너무 놀란 나머지 다리에 힘이 풀리는것만 같았다. 놀란 가슴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최진성은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와 침낭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짐을 배낭에 넣고는 산을 내려갔다.
시간이 흘러 몇주 뒤 최진성은 다시 이곳을 찾았다. 산을 내려가면서 곰곰히 생각했던 것이다. 아까 봣던 유골이 혹 한국전쟁때 전사한 유골이 아닌지를 그런 생각 때문에 내려가면서 길을 확실히 익혀두었다. 수소문 끝에 유골발굴 군부대가 있다하여 민원을 넣었고, 간단한 조사 끝에 함께 동행하기로 했던 것이다.
"흠 여기가 하룻밤 보냈던 바위니까 이쪽 같습니다"
최진성 뒤로는 몇명의 군 장병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손에는 수많은 장비들이 들여있었는데 관짝을 맨 군장병도 보였다. 최진성의 안내에 따라 몇걸음 떼자 저번에 굴렀던 그 장소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자신이 팟던 곳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저깁니다"
"아 그렇습니까?"
부대장은 경건한 마음으로 손에 장갑을 끼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대충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어떻습니까?"
최진성이 군장병 곁으로 다가오는 부대장에게 물었다. 그 군인은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일단은 유골이 맞는것 같습니다. 저기 보이는 철제판은 무전기로 보이구요 군복으로 보아 국군인것 같습니다"
"네...."
"자 발굴 시작하자"
부대장 한마디에 군장병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라인부터 설치한후 간단한 천막을 설치했다. 유골이 놓을 땅을 다지고 그위로는 천을 깔아 두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됐다. 모종삽으로 퍼내서 채에 판에 담고 거르는 작업이 진행돼었다. 흙 한톨이라도 꼼꼼하게 검사하는것을 보아 아주 작은 뼛조각이라도 발굴할려는 의지를 엿볼수가 있었다. 그런 노력의 결과인듯 유해가 하나씩 발굴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얀천엔 어느세 유골들이 놓여져 있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종 유류품도 함께 발굴이 되었다. 총과 총알은 기본이고 통조림으로 보이는 깡통과 반합등 생필품도 덩달아 발굴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유류품중 가장 중요시 여기는게 군번줄인데, 다른 곳에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의외로 상태가 좋은 군번줄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골 발굴에 속도가 붙었고 하얀 천 위에 유골들과 유류품들이 놓여지기 시작했다. 최진성이 제일 눈에 간것은 무전기판과 그 옆에 놓여진 유골이였다. 그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던 배우의 연기가 어쩌면 이 분 생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을이 낄때 즈음 발작업도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얀 천위에 유골들이 놓여졌고 그 앞에는 발굴을 담당 했던 군인들이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통솔하고 있던 부대장이 묵념이라고 외치자 군인들은 짤막한 묵념을 하고선 유골들을 수습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배님들께서도 편히 쉬실수 있을것입니다"
"아 네 신원은 확인 할수 있는 것입니까?"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말을 듣자 최진성은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60여년전 이 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신 분들이 죽어서도 집으로 돌아갈수없다는 사실이 먹먹하게만 느껴졌다.
"그럼 이제 내려가시죠"
"네"
발굴작업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4번 바꼈다. 최진성도 그때의 일도 잊혀질때즘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최진성 선생님 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신지?"
"작년 이 맘때 즘 발굴 작업 했던 부대장입니다"
또 다시 6월이 되자 발굴을 했던 부대장이 연락을 해온 것이다. 그 때 수습했던 유골 대부분이 유가족을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들이였다. 총 13점으로 그중 9구가 무사히 가족들 품에 돌아갔다고 했다. 남은 4구는 끝내 가족들을 찾지 못했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찾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였다.
"선생님 덕분에 선배님들도 편히 쉬실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 소정의 감사패를 드리고자 하는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뜻밖의 소식에 최진성은 멋적은 웃음만 지어보였다. 그럴러고 한 일이 아닌데 거젏해도 막무가내로 나와서 어쩔수가 없이 승낙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 주말 최진성은 해당 군부대로 찾아갔다. 일반적인 전투부대가 아닌 발굴담당하는 군부대라 여느 군부대와 다른점이 많았다. 입구에서 신원 조회를 마치고 군부대 안으로 들어섰다.
"선생님 어서오십시오"
"네"
부대장은 최진성을 귀빈으로 대했다. 해당 군부대를 소개시켜주고 유골과 유류품이 있는 곳까지 소개시켜주었다.
"여기는.."
"보기에는 좀 그런 곳이죠?"
온통 해골과 뼈가 가득한 곳 이곳이 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순국선열들이 있는 곳이였다. 각종 수단을 총동원해서 가족들을 찾고는 있지만 그일이 보통 일이 아닌것이였다.
"자 이곳입니다. 작년에 선생님이 발견 하셨던 선배님들의 유골입니다"
그곳엔 4구가 놓여져있었다. 그 옆엔 유류품도 놓여졌는데 최진성이 처음 발견했던 유골도 함께 있었다.
"이 분들은 아직....?"
"그렇습니다 저희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최진성은 자신이 발견한 유골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형체만 남은 무전기와 빛바랜 사진 한장과 함께 놓여져있었다.
"저 사진으로 찾을순 없을까요""
"그게 사진한장 만으로 찾기가 힘듭니다. 뭐 일단 홈체이지에 올려놓긴 했습니다만 유가족들이 안본다면 무리겠지 요"
그때 최진성의 머리에서 무언가 떠올랐다. 말로 표현할수 없는 이질적인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찼다.
"충청도 두북리 이근식..."
"네?"
무언가 생각이 정리된듯 최진성은 부대장을 바라보았다.
"제 말을 믿을지 모르지만 한번 시도는 해보는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무슨?"
"이분 충청도 두북리 이근식으로 한번 찾아봐 주시겠습니까?"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걸 어떻게?"
"그냥 사진이 그곳에서 본것 같아서요"
빛바랜 사진에선 사람 두명이 찍혔지만 누군지 못알아 볼정도로 훼손이 심했다. 하지만 뒷 배경이 흐릿하게 있었다. 하지만 최진성은 그걸보고 확신한건 아니였다. 그날 듣던 라디오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기이한 일이지만 그 무전 했던 인물이 이 분이라면 혹여나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여서였다. 부대장도 어렵지 않는 일이라 승낙했다. 그리고 며칠 뒤 최진성은 반가운 소식을 들을수가 있었다. 그말을 듣고서도 믿을 수가 없었는데, 정말로 이근식이라는 사람이 실존 했었다는 것이였다. 그리고 며칠뒤 부대를 찾은 최진성은 부대원들과 함께 충남 두북리로 출발했다. 가는 도중 내내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때 라디오에 흘려나온것이 대체 무엇인지 어찌하여 라디오에서 나온 내용이 들어 맞았는지등을 되내겨 보았다.
"선생님 도착했습니다. "
차가 멈추고 차창밖을 보니 부대원들은 일찌감치 차에서 내려 모든 준비를 끝마췄다. 유골이 담긴 상자에는 태극기가 감싸져 있었고 대여섯명이 도열하며 60여년만의 귀한을 알렸다. 마을 주민들도 길거리에 나와 흐릿한 기억속에 있던 옛친구, 옛이웃의 귀한을 환영했다. 그걸 뒤따르는 최진성도 감회가 남달랐다. 그리고 어느 집에 다다르자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마중을 나왔다. 그 옆에는 할머니의 자손으로 보이는 가족들도 함께 서있었다.
"참말로 오라버니가 온게 맞슈?"
"그렇습니다."
부대장은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도열했던 군부대원들도 성심성의것 예를 다한다음 유골함을 할머니 가족들에게 인계를 했다. 울부 짓는 할머니에게 부대원이 조그마한 상자를 건냈다.
"이건..?"
"고인의 유류품입니다. 발굴 당시 지니고 있던 것들입니다"
빛바랜 사진 한장과 철사조각이였다. 할머니는 그걸 보자 또 한번 울부 짓기 시작했다.
"이 사진은 오라버니와 함께 찍은 것이고 이건 아 오라버니..."
한참을 울던 할머니는 가족들이 진정 시키고나서야 그날의 일을 말해주었다. 당시엔 대다수가 그렇듯 전쟁통에 먹고 살기가 엄청 힘이 들었다고 한다. 고인은 16살 어린나이에 집안에 도움이 될까 해서 군입대를 자원하게 되었다고 한다. 나이가 어려 징병대상이 아니지만 전쟁통이라 나이를 속이는것은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쌀밥 한번 먹어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여동생의 말에 쌀도 사고 머리핀도 사오겠다고 했다. 미군부대에 상점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선 물건너온 예쁜 머리핀이 많다고 했었다. 유류품에서 나온 철사 조각이 머리핀인것이다.
"오라버니는 나때메 죽은것이여 오라버니"
할머니는 자신과 함께 찍었던 빛바랜 사진을 보며 오열했다. 할머니의 기억속에서는 할머니의 오라버니의 모습은 흐릿해졌다. 얼굴은 나와 있진 않았지만 그나마 오라버니 모습이라도 담긴 사진을 볼수 있다는것이 할머니가 품은 한이 어느정도 풀리는 듯 했다.
"오라버니를 찾아주었다고? 고맙수 정말로 고마워"
할머니는 최진성을 손을 잡으며 연신 고마움을 표현했다. 최진성은 어쩔줄 몰라 웃음만 지어보였다. 모든 절차를 마친뒤 할머니는 최진성을 포함해 군부대원들에게 밥을 대접 할러고 했지만 규정상 불가하다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굴었다. 하는수 없이 냉커피 한잔으로 합의볼수가 있었다. 고인이 고향에 안장 될지 현충원에 안장될지는 유가족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차를 타고 돌아오는길에 내심 뿌듯한 감정이 밀려왔다.
"대장님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분들을 보면 보람이 있으시겠네요"
"하하 그렇죠 보람이 생기죠"
최진성은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읽은 과학잡지에는 지구에서 보낸 전파가 안드로메다에선 수백년이 지나도 받아볼수 있다고 했다. 그날 자신이 킨 라디오에 송출 된 내용이 어쩌면 60여년전에 그분이 쏘아올린 전파가 일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사정을 들어 주라는 마음에서 수십년동안 전파가 그자리에 머물다가 자신의 켠 라디오에 흘러들어온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말로 설명이 안되는 기이한 현상에 최진성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제라도 가족들의 품에서 편히 쉬시라고 명복을 빌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