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중에 잘못 올라가서 다시 올립니다)
...메로나 사왔어요. 얘기 좀 들어 주세요;;;;;
자, 다들 자리 잡고 하나씩 드시면서 들어 주세요.
오늘 3월 15일이잖아요. 그러니까, 어제가 14일이잖아요.
화이트 데이잖아요!!! 그 얘기거든요! 네. 고백썰요!!!
***
얘를 처음 만난 건, 몇년 전. 회사에서였어요.
저와 한달 정도 텀을 두고, 입사한 신입이었는데
저는 경력으로 온 거라, 제가 5살 연상이긴 한데
처음부터 저랑 죽이 잘 맞았죠.
그렇다고 처음부터 썸을 탄 건 아니고요.
그냥 친하게 지내는 여자사람이었어요.
서로 게임 취향이라든가 이런 것도 비슷해서
같이 게임도 하고. 만화가게도 같이 가고.
집도 가까워서 종종 시간 맞으면 데려다 주기도 하고
뭐 그러면서도 몇 년간 '남녀 사이'로는 진척이 없었어요.
그러다 저는 회사를 옮기고
이전 회사는 망해서 얘는 놀고.
그러면서 종종 만나 밥도 먹고
바람도 쐬러 가고
만화가게도 가고 그랬거든요.
...2년간을.
근데 최근 들어서 점점 만나는 횟수가 늘고
(예전엔 한달에 한번 정도에서 일주일에 한두번으로)
같이 공연이나 전시회도 다니고 하다가
...에이.
아니. 그래요. 제가 좋아져서 요새 자주 불러냈어요.
같이 전시회도 다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가고 하는데
얘가 지금 놀고 있으니 수입이 없어서
되게 미안해 하더라구요.
그러다가 저번에는 자기가 어느 나라를 꼭 가 보고 싶다고
자기 취업되면 1년 동안 돈 모을테니
같이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해외여행을!!!!
이거잖아!
...
아니 근데 이노무 새가슴은 그 좋은 기회를 두고
그냥 밍숭맹숭 그러자는 식으로 얘길 했다구요.
...
그, 여하튼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이번 화이트데이에 고백을 하려고 했다구요.
그런데!! 그런데!!!
회사에서 급한 일로 호출이라니!!!!
여하튼 그래서!
어제 못 한 고백을 오늘 하려고!!!
걔가 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진짜 미칠듯이 좋아하는
맛있는 마카롱을 사 들고 걔네 집 앞으로 갔어요.
그것도 셋트로 하나, 단품 하나를 추가해서.
단품은 왜 하날 더 샀냐구요?
후후후후후. 그것이 바로 저의 치밀한 계획이었던 것입니다.
세트를 받으면 기뻐는 하겠지만
당장 집 앞에서 만나는데 그걸 까먹으면서 얘길 들을 수는 없을 거잖아요!
그래서!
세트를 받고 기뻐할 때
하나를 까서 입에 넣어주면, 그대로 마카롱의 단 맛에
헤롱헤롱~ 하고 정신없을 때
그대로 이마에!! 뽀뽀를 땋!!
할 예정이었다구요!
...
그런 치밀한 계략을 세우고
착착 일이 진행되어, 마카롱 세트를 건네주고!
기뻐하고 있을 때, 따로 챙겨 둔
단품 마카롱을 땋! 꺼내려는 순간!!!!!!!!!!!!!!!
웬 인자하신 아주머니가 다가오다가, 이런 표정으로 멈춰섰고...
...
"엄마?"
...
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엄마...
...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돌아오는 길에, 그 하나짜리 단품 마카롱을
꾸역꾸역 먹었어요.
...
마카롱이 원래 짠 맛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