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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도 차례도 안지내기로 했어요.
게시물ID : wedlock_106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UDAL
추천 : 12
조회수 : 4349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7/10/05 03: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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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게시판이 없어서 비슷한 결혼게시판에 씁니다. ㅎㅎ

먼저 저희 엄마 소개(?)부터 하자면,
저희 엄마는 결혼 한 이래로 워킹맘임에도 불구하고 독박육아, 독박살림은 물론이요,
장남 며느리로서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가족들과 시댁에 방문하여 장보고 반찬거리 만들어 냉장고에 채워놓고, 농사일, 밭일 일손까지 돕는 성실한 며느리였어요.
시누이와 시동생 (저에게는 고모와 삼촌)은 모든걸 다 저희 부모님한테 떠넘기고 명절때도 차례지낼때 쯤에 슬그머니 나타나 다 준비된 음식 차리고 절만 하고 갔네요.


결혼할 때부터 시댁 식구들은 엄마가 엄마없는 가난한 집안의 딸이라고 무시했고, 엄마는 내가 시댁에 잘하면 언젠가 내 노력을 알아주고 잘 지낼 수 있겠지 생각하셨대요. 근데 아무리 헌신하고 노력해도 알아주지도 않고, 나중엔 그걸 으레 당연시 여기더라는거죠. (그렇다고 시댁 식구들이 잘사는 집안도 아님. 빚이나 안물려주면 다행인 정도)

살면서 서럽고 화나는 일들도 많았지만.. 결정적으로 엄마가 40대에 추간판 탈출증 때문에 허리 수술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제가 23살이 되던 해, 결혼 23년만에 저희 엄마는 시댁방문종결선언을 하셨어요. 

저도 엄마따라 안간다고 했어요. 엄마가 고생하는걸 옆에서 보며 자랐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저한테 애정이 없으셨거든요. (자식, 손자 생일에 전화 한 통 안하시면서 당신들 대소사는 몇 달 전부터 전화해서 챙기시는 분들이셨으니 ^^;)

그 이후로 N년간 명절, 제사때 아버지와 남동생만 의무적으로 가서 참여했고, 우리집 여자들은 음식만 준비해서 아버지
손에 들려 보내는 정도로 최소한의 도리만 하고있었죠. (어차피 여자들은 음식만 차리고 절은 안하는 집이어서요)


이제 본론으로 넘어와 제사와 차례를 안지내게 된 경유를 말할게요.

저희 집안은 명절 앞두고 누가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면 차례를 안지내는데, 제작년에는 친척 어른이 돌아가셔서, 작년부터는 할머니께서 편찮으셔서 차례를 안지내고 있어요. 

이번 추석을 앞두고 엄마께서 '이제 할아버지도 안계시고 아버지가 장남이니 이제는 우리가 제사랑 차례를 지내야하냐'고 아버지한테 물어봤는데, 아버지는 엄마가 원하면 지내고, 원치않으면 안지내겠다 하셨어요..ㅋㅋ

저랑 제 동생들한테도 의견을 물어보시고는 (다 싫다고 함)
앞으로 제사와 차례를 일체 지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엄마도 시댁 식구들은 이제 완전 남의 식구들이고, 평생을 남보다도 못한 일꾼취급을 받았는데 왜 엄마가 제사를 지내줘야 하나 싶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아버지 혼자서만 큰집 성묘에만 갔다왔는데... 저희 세대는 큰집하고 교류가 없어서 이름조차 모르기 때문에... 아마 저희 집안은 아버지 세대를 마지막으로 제사와 차례, 성묘가 끝날 것 같아요.
전통이 사라지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한 편으로는 시대의 흐름인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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