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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 케이스가 매우 멋지다.
검은색 글래스로 적당히 내부가 비쳐보이지만 또 적당히 가려주는 게, 역시 노골적인 것보다 훨씬 만족스럽다.
요새 나오는 메인보드는 무척 화려하지만 노골적으로 나는 이렇게 크고 아름다워요, 나는 이렇게 화려해요를 뽐내지만,
대놓고 그러면 전혀 예쁘지 않다.
역시 적당히 은은하게 비춰보이는 LED를 기대하며, 나는 메인보드를 케이스의 메인보드 나사구멍에 잘 맞췄다.
케이스 후방에는 메인보드 IO 실드를 잘 꼽아주었다. 언젠가 메인보드를 저렴하게 사면서 IO 실드가 없는 것을 사서
그냥 조립한 적이 있는데, 마치 팬티 안 입은 남자의 아랫도리를 보는 것 마냥 민망했다....
전면에 있는 USB 2.0 포트 두개가 작동하지 않는다. 휴대폰 충전을 하려고 USB 케이블을 꼽았지만,
언젠가 침대에서 겪었던 그녀마냥 반응이 없다. 다른 걸 찾아서 꼽아보고, 여러개를 꼽았지만 반응이 없는 걸 봐서는,
케이스에 달린 USB 포트에 이상이 있거나 메인보드에 이상이 있는 게 틀림없다.
컴퓨터에서 메인보드만큼 교체할 때 곤란한 게 없는데,
마치 옷을 다 입고 나서 팬티를 안 입은 걸 깨달은 거 마냥 가장 기본이 되는 부품이 되기 때문이다.
입으로 씨발을 외치면서 나는 다시 케이스를 뜯기 시작했다.
메인보드를 뜯어내기 전에 다른 기능은 이상이 없는 지 조심스럽게 시스템을 점검해본다.
부팅은 잘 되는 걸 보니 CPU는 메인보드에 잘 들어가 있는 것 같고, 램도 오버클럭을 했지만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링스로 CPU를 뜨겁게 달궈봤지만 방안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 빼곤 큰 문제는 없다.
거기에 방금 개인적으로 매우 즐겁게 하고 있는 게임을 몇 개 돌려봤지만 몇 시간 동안 큰 문제는 없었다.
토렌트 사이트에서 영상 몇개를 다운받은 거 역시 잘 되는 걸 봐서는, 역시 USB 포트를 잘못 끼운 것 같다.
어두운 조명 아래서 더듬거리며 연결해서일까.
경험 없는 남녀가 거사를 치룰 때 영 좋지 않은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거사를 치룬다는 이야기도 있다는데, 마치 그꼴처럼...
메인보드 USB연결 포트에 잘못 꼽은 것이었다. 조명을 비춰 정상적인 곳에 다시 꼽으니, USB를 통해 전기가 들어왔다.
다 죽어가던 휴대폰이 다시 활력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마더보드를 뜯어내지 않아도 되니 기분이 좋다.
아까 받아놓은 영상을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