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첫 연애를 했다. 표현과 스킨십에 적극적인 여자아이였다. 수업시간 맨 앞자리에 앉아 선생님이 보는 앞에서도 국어책으로 얼굴을 가리고 내게 뽀뽀를 하던 아이였다. 주말만 되면 집으로 가서 자기 아버지께 인사하러 가자고 하던 아이였다. 나는 그대로 따라갔다간 얘랑 정말 결혼이라도 해야할까 두려워 절대 가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을 사귀다 5학년이 되었는데, 우린 서로 헤어지자는 말도 없이 멀어졌다. 학교를 오가다 만나도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 눈이 마주쳐 어색하게 인사한게 그 아이와 나의 그 후 마지막 마주침이었다.
난 그게 너무 이상했다. 헤어지자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 그 나이대에는 다 그런 것이었을까?
그 후에 난 여러 번의 짝사랑을 경험했지만 고백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고백하는지 몰랐고, 내 외모가 이 사람의 마음을 얻을 만큼 멋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학교에 와서 처음 외모에 대한 공격을 받았다. 졸업선배까지 모인 남자들만의 회식자리에서, 졸업 선배가 너는 외모에 신경을 좀 써야겠다는 말이 시작이었다. 오티 술자리에서 나랑 짝이 된 여자아이가 울면서 다른 사람과 하게 해달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후배들 앞에서 다른 선배가 "너는 다른 학교에서 애인구하기는 힘들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충격을 받았다. 집에 돌아와 펑펑우는 날이 많았다. 사람이 못생기면 대접도 못 받는구나하는 생각을 그 때 했다.
안경을 벗고 렌즈를 샀다. 보세 가게를 들락날락하며 철마다 옷만 사러 다녔다. 옷을 볼 줄 모르니 마네킹이 입은 그대로 옷을 다 벗겨 샀다.
나는 그대로였지만, 나를 꾸미는 포장지는 달라졌다. 썸을 타기 시작했다. 번호를 따가는 사람, 밥을 같이 먹자는 사람, 친구를 통해 날 좋아한다고 전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썸을 이어간 적이 없다. 난 못났으니까. 그리고 연애를 어떻게 하는지 몰랐으니까. 누군가 내게 다가와 적극적으로 리드하는 연애밖에 한 적이 없었다. 내가 먼저 연락하고 다가가고 고백하는 연애를 난 몰랐다.
마지막 썸은 내가 생각해도 쓰레기 같았다. 머리를 했다며 사진을 보내온 여자에게 술김에 넌 뭘 해도 예쁘다고 했다. 왜 그런 말을 하냐기에 "그러니까 니가 멍청이야"라고 해버렸다. 그러고는 다음에 얘기하자고 말해버렸다.
그 아이의 프로핑 배경에 이런 글귀가 달렸다. "다가가면 멀어질까 다가가지 못했다." 확신했다. 고백하면, 끝이구나. 무서웠다. 그래서 그 아이를 만났을 때, 되지도 않는 이상한 변명을 하며 대답을 회피했다. 그리고 그 아이와는 멀어졌다.
나를 감싸는 포장지는 이제 꽤 봐줄만하게 멋있어졌다. 어딜가도 외모에 대해 칭찬을 들으면 들었지 눈치를 받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못난이투성이다.
이런 내가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나는 언제 누군가를 사랑하고, 안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난 아직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