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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의 소원
게시물ID : humordata_17245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과즙
추천 : 6
조회수 : 152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10/18 23: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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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충청도 A군의 한 타조 농장, 그 곳에는 자신의 조상들이 살았던 곳과는 아주 동떨어진 곳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한 타조 무리가 있다. 이 곳 타조들은 도살되어 고기가 되거나, 동물원으로 가서 구경거리가 되거나, 또 다른 농장으로 갈 것이다. 운동장 반 개 남짓한 넓이에 살고 있는 이 녀석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는 듯이, 자기 날개에 머리를 묻고 자고 있거나, 큰 눈을 껌뻑거리며 멍하니 서있기만 한.

 그런 무리들 가운데, 작년 한여름 알에서 깨어나온 한 젊은 타조는 이 좁은 농장을 뛰어다니고 있다. 마치 자신의 조상으로부터 받은 DNA에 새겨진 질주 본능을 발현하듯이. 이 젊은 타조는 병아리 시절부터, 농장 주변의 도로에서 달리는 작은 쇳덩이들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심장이 뛰어오곤 했다. 그리고, 그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발을 구르곤 했다.

 이런 모습을 다른 타조들은 그저 멍하니,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무언가의 눈빛처럼 바라보고만 있거나, 관심조차도 주지 않은 체 앉아 햇빛만을 즐기고 있다. 농장주인 역시 이 젊은 타조가 뛰어다니는 것을 보며 탐탁지 않게 여긴다. 그저 먹인 사료가 고깃값으로 바뀌길 바라는 농장주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혹여나 병이 들어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지 조금은 걱정하는 눈빛이다.

 이런 주변의 눈빛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젊은 타조는 그저 뜀박질만을 반복하고 있다. 아프리카 초원에 맞춰진 발을 모래만이 가득한 농장 땅에서 구르다 보니, 발과 발톱은 갈라지고 성한 곳이 없다. 하지만 이 젊은 타조는 그저 달리는 것이 즐거운지 아랑곳하지 않고 농장을 맴돈다.

 뜀박질만을 반복하던 어느 날, 농장주인은 상처투성이고 야윈 이 젊은 타조를 어딘가로 보내기로 결심하고 녀석을 트럭에 싣는다. 그저 뛰는 것만을 낙으로 삼아왔던 젊은 타조는 좁은 철창에 갇힌 채, 트럭에 실리는 것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어쩌리, 결국 젊은 타조는 자신이 태어났던 농장을 벗어나 정체 모를 곳으로 실려가고 있다.

 그렇게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타조를 실은 트럭은 고속도로 위를 질주 하고 있다. 저항에 지친 젊은 타조는 좁은 트럭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 때, 어려서부터 듣던 그 소리, 바람을 가르는 높고 날카로운, 마치 비명과도 같은 그 소리를 듣고 정신을 번쩍 차린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발을 구른다. 이내 철창은 뜯겨져 나가고, 타조는 도로 한복판에 구른다. 도로 위에 얹어진 젊은 타조는 생전 처음 보는 길고 긴 도로이지만, 왜인지 모르게 너무 편안하다. 무섭게 달리는 쇳덩이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또 달리기 시작한다.

 좁은 농장을 달리던 것과는 다르게, 이곳은 아무리 달려도 멈춰야 할 벽이 없다. 비록 딱딱하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지만, 젊은 타조는 너무나도 행복하다. 하지만 즐겁게 달리는 것도 잠시, 귀를 찌르는 사이렌소리와 함께 도착한 사람들 무리가 이 녀석을 에워싼다. 젊은 타조는 더 이상 달릴 수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고는 도로 구석에서 그물망 만을 기다리고 있다. 비록 사람들 손에 잡히게 되었지만, 그는 자신의 짧은 삶 동안 평생의 소원이었던 끝없는 달림을 이루어 행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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