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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게시물ID : humorbest_13869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7
조회수 : 1098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2/24 13:54:45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2/22 21:48:57

사진 출처 : http://sandryoko.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id5a_CleefU





1.jpg

신동엽담배 연기처럼

 

 

 

들길에 떠 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멀리 놓고

나는 바라보기만

했었네

 

들길에 떠 가는

담배 연기처럼

내 그리움은 흩어져 갔네

 

위해주고 싶은 가족들은

많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멀리 놓고 생각만 하다

말았네

 

못다 한

이 안창에의 속상한

두레박질이여

 

사랑해 주고 싶은 사람들은

많이 있었지만

하늘은 너무 빨리

나를 손짓했네

 

언제이던가

이 들길 지나갈 길손이여

 

그대의 소매 속

향기로운 바람 드나들거든

아파 못다 한

어느 사내의 숨결이라고

가벼운 눈인사나

보내다오







2.jpg

유안진배꼽에 손이 갈 때

 

 

 

생각할 게 있으면

가슴에 손을 얹는 이

이마를 짚거나 뒷머리를 긁는 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는 이

엉덩이를 꼬집는 이도 있지만

나는 배꼽에 손이 간다

 

낯선 이들하고도 아무리 가족호칭으로 불러도

한 가족이 될 수 없고

한 가족끼리도 타인처럼 사니까

진실은 천륜의 그루터기에서 나온다 싶어서

어머니와 이어졌던 흉터만 믿고 싶어서

출생시의 목청은 정직하니까

배꼽의 말은 손으로만 들리니까

 

이만하면 배부르다

이만하면 따뜻하다

너무 생각 말거라

두 손바닥에다 거듭 일러준다

내 손 아닌 어머니의 손이 된다







3.jpg

김윤현청도 가는 길

 

 

 

삶이란 결국 피할 수 없는 싸움인가

막걸리에다 수북이 씹히는 콩

꿈도 꾸지 못했던 한약재

이건 내 즐거운 식단이 아니다

나는 이제 풀을 기대할 수 없나

분수에 맞지 않게 배불리 먹고

소화시킨 건 근육 같은 전의(戰意)

세상이 받아 주면

싸움도 죄가 되지 않는 곳으로

뿔을 단단히 세우고 뚜벅뚜벅 걷는다

상대를 무너뜨려야 내가 온전해지는 세상

지고 나면 길고 긴 밤이 온다

무너뜨리는 상대도 알고 보면

내일 또는 먼 훗날의 내가 아닌가

청도로 가는 길목마다 수북이 돋아난 적개심

무엇을 위하여 싸워야 하나







4.jpg

조은언젠가는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







5.jpg

정호승밥값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을 하러 지옥에 가면

비로소 제가 인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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