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울라 대륙 던전 - 서론
1주년부터 시작한 나름 올드비 유저입니다만(성실하게 안 해서 누렙은 낮습니다... ㅂㄷㅂㄷ), 던전이 그림자 미션에 비해 사장된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미가 없다.
말 그대로 몬스터가 너무 뻔하고, 방의 조합과 패턴이 지루하며, 그 패턴이 길게 이어지는 데다가, 보상은 구립니다.
따라서 유저가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몬스터가 적당히 개성적이어야 하고, 방의 조합과 패턴이 다양해야 하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안 되고, 보상은 충분해야 하죠. 지속 가능한 컨텐츠의 기본입니다.
개발진들은 이 점을 이해를 못하는 것 같아요. 아니면 이해는 했어도 고칠 엄두가 안 났던지... (마비노기가 꽤나 스파게티 코드 상태일 거라는 건 안 봐도 짐작이 갑니다. 유지, 보수 없이 새로운 컨텐츠만 주구장창 추가를 해댔으니 스파게티가 안 생길 리가 있나 ㅂㄷㅂㄷ...)
던전이 활성화가 되던 시절에는 몬스터들이 적당히 강했고, 그에 비해 스펙 인플레이션은 낮은 편이었습니다. 또한 그 당시 기준으로는 보상도 나쁘지 않았죠. (파티 퀘스트, 마족 스크롤 퀘스트 등이 당시엔 건재했습니다. 게다가 그 당시 기준으로 스탬프 인챈트, 리레 석궁, 엘베 옷본 따위는 꽤 좋은 아이템이었죠. 지금은 줘도 안 가져가지만요.) 아무래도 당시에 종결이라고 하는 유저들도 정말 한계까지 몰아붙여야 맥 400을 겨우 찍던 시절이기 때문에, 던전을 돌 때는 유저들이 알아서 다양한 스킬 조합을 사용하고 어그로댐 등 기법을 사용해야 하는... 즉, '유저가 스스로 조합과 패턴을 창출해냈기 때문에' 티가 안 났습니다. 던전의 기본 구조 자체는 재미가 없다는 것이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유저들은 너무 강하고 더 보상이 좋은 곳은 널려 있어요. 그러니 던전은 필연적으로 사장될 수밖에 없는 컨텐츠입니다.
2. 울라 대륙 던전 - 본론
어느 정도 몬스터들의 스펙이 상향이 필요했던 부분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개인적으로는 하급, 중급, 상급에 걸맞는 스펙을 넣었다고 생각해요. 하드모드가 좀 악랄하긴 하지만, 사실 '하드모드' 의 의미는 '어려운 난이도' 라는 뜻이지요. 요새 유저들의 스펙을 보면 '어렵다' 라는 말이 나오려면 그 정도 스펙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여전히 지루하고 보상도 별 거 없다는 점이죠. 개발진은 '몬스터들을 강하게 만들고' '보상을 증가시키는' 두 가지 방향으로 개선을 잡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확률놀음에 의해 뜨는 보상' 을 증가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적어도 던전 클리어 이후 허탈하게 만들지 않을 기본 보상' 정도는 존재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한 명백한 것은 '너무 쉬워서 지루하지는 않게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길어서 지루하지도 않게끔'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층의 수와 방의 수를 어느 정도 줄이는 대신 '던전' 에 걸맞게 '미로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이 가장 적당했다고 봅니다. 길만 늘려둔다고 다가 아닌데... (던전 돌다가 방 수보다 길의 길이가 너무 길어서 졸음이 올 정도였네요.) 인터뷰에서 그림자 미션은 경험치와 골드를 주는 것에 반해 던전은 다른 경험을 주어야 한다고 하던데, 대체 무슨 다른 경험을 주었을까요. 발암?
아마 제가 기획이라면 이렇게 개편했겠죠.
(1) 층의 수는 하급은 짧은 1층, 중급은 긴 1층, 상급은 짧은 1층과 긴 2층 정도의 조합으로 마무리했을 겁니다.
: 던전이라는 컨셉... 즉 '이리저리 길을 잃고 헤매는' 컨셉은 유지하면서 기존의 모양새를 크게 버리지 않고, 너무 지루해서 졸릴 정도는 아닌 적당한 길이가 딱 이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2) 그림자 미션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차별화되는 개성적인 방의 패턴을 추가했을 겁니다.
: 던전 자체가 트랩이 많은 구조이지요, 일반적으로는. 마비노기에서 그것은 '방의 패턴' 으로 구현됩니다. 구슬을 잘못 건드리면 몬스터가 나온다거나 하는 패턴 말이죠. 그림자 미션은 상대적으로 덜 지루한 이유를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만, 왕성 미션과 같은 경우를 보면 그 패턴이 상당히 다양하고 공략 방법도 다양합니다. (가령 악마 같은 유황거미의 중앙방 같이.)
개인적으로 추가하고 싶은 패턴이라면 던전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패턴입니다. 가령 들어가면 바닥이 꺼지면서 고립된 공간에 갇히고 트랩이 작동하는데, 트랩을 다 깨고 나서 등장한 4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하면 랜덤하게 던전의 다른 방으로 순간이동하는 패턴도 생각해볼 수 있겠고, 중간 보스방을 만들고 그걸 깼을 때 '특별한 보물상자 열쇠' 를 주는 중간 상자방을 만들어 적당히 중간 보상을 주는 것도 괜찮겠군요. (중간 보스의 패턴도 재밌어야겠죠.) 특히나 후자는 원래 있었던 패턴들의 개선입니다.
또 보스 룸도 쓰잘데기 없이 넓게만 만들지 말고 다양한 트랩을 추가했으면 좋겠습니다. 가령 준비된 구슬 중 하나를 건드리면 랜덤하게 파티원 하나를 잡아가는데, 해당 파티원이 적당한 난이도의 트랩을 클리어하고 나면 보스에게 디버프를 가하는 것도 괜찮겠지요.
제가 언급한 패턴들의 대부분은 '무작정 어렵지만은 않고, 적당한 난이도가 있으면서 보상은 충분한' 형태입니다. 개발자 입장에서 그렇게 추가하기 어려운 패턴도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요. (좀 귀찮긴 하겠네요.)
참 재밌는 게 마비노기는 사도 레이드 같은 건 잘 만들어놓고(혼자는 절대 깰 수 없고 각자의 역할이 중요한 데다 패턴도 적당히 다양해서 재밌습니다. 귀찮긴 해도요.) 이런 개편 작업 같은 건 매번 개판으로 만든단 말이죠.
풀나브론 떡밥도 추가됐으니 누군가의 개입으로 던전의 구조가 뒤흔들린다는 설정으로 패턴을 추가해줬으면 좋겠습니다.
(3) 주력 스킬들은 어느 정도 억제하고 사장된 스킬들이 더 자주 쓰일 수 있게 했을 겁니다.
요새 연금술의 사장이 심각하지요. 상향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쓰이는 곳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 같았으면 비퍼 류의 몬스터를 추가했을 겁니다. 메즈기에 충실한 연금술의 특성에 맞게.
예를 들어 생명의 화로가 불타고 있는데 각 화로의 불을 모두 끄면 일시적으로 보스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패턴을 추가하면 레인 캐스팅이나 프로즌 블래스트, 샌드 버스트가 유용하게 쓰이겠지요. 기존의 아이스 계열 마법으로도 화로를 공격할 수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연금술 스킬을 쓸 경우 그 즉시 불을 끌 수 있다던가요.
또는 특별한 아이템을 드랍시켜 이것을 통해 연금술로 보스에게 디버프를 거는 방식도 괜찮겠습니다. 페카 중급 던전에서 '망자의 고운 재' 를 드랍하게 만드는데, 이 '망자의 고운 재' 를 써서 마스터 리치에게 샌드 버스트를 쓰면 디버프가 끝난 후에도 일시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거나, 혹은 전용 스킬인 지옥불을 쓸 수 없다거나요. 아니면 '차가운 숨결' 을 드랍하게 만들어서 이를 이용해 레인 캐스팅을 쓰면 아래에 있는 파티원의 지옥불 디버프를 해제할 수 있다거나.
플레이에 지나치게 큰 경감 효과는 주지 않으면서 없으면 안 되는 필수요소로 연금술을 사용하게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연금술 랭크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점도 추가해야겠지요.
그리 어렵지 않은 작업으로 추가할 수 있는 연금술 패턴들이 참 많습니다. 적으면 적을 수록 아쉽군요... 페카 던전의 몬스터들 중 흉악한 일부 몬스터들(가스트나 태극고스트 등)이 활력의 힘이 깃들어있는(연금술 스킬에서 불 계열 공격은 스태미나에 비례해서 들어가죠.) 공격에 약하기에 스태미나에 비례하는 플레이머나 히트 버스터를 당하면 일시적으로 방보가 까여서 대미지를 더 크게 받는다거나...
또 변신 마스터리도 실질적으로 쓰는 경우가 거의 없다시피 하죠. 어려운 던전에서 수집한 보스 몬스터로 변신하면 특정 몬스터들이 공포에 질려 마비되거나 도망가게 하거나... 혹은 조련되게 하는 패턴을 넣으면 재밌었을 겁니다.
3. 몽환의 라비 던전
제가 이 글을 적는 본질적인 이유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말로는 단순한 스펙만으로는 깰 수 없는 던전이라 해놓고 단순히 유저들의 패턴을 억제해 버리는 방향으로 기획안을 잡았더군요. 메즈용 음악, 연금술 스킬들이 봉인되고 부활도 제한되는 엿 같은 시스템...
던전의 컨셉이 발암이라는 제 이론을 굳게 확인시켜주는 패치입니다.
저 같았으면 차라리 이런 패턴을 추가했을 겁니다. '몽환' 이라는 컨셉을 유지하게끔요.
(1) 메즈기 반사
누가 그랬습니다. 못 쓰게 만들지 말고 그걸 써도 어렵게 만드는 게 진정한 어려움이다...
도플갱어의 진화체인 미러링 팬텀을 만들고 바닥이 거울로 이루어진 통로(디자인적으로도 굉장히 아름답겠네요.)에 유저들이 진입하면 컷신과 함께 팬텀들이 유저들로 변신해서 땅에서 스멀스멀 나옵니다. (유령 컨셉을 살렸습니다.) 유저에게 환각을 걸어서 서로 공격이 가능하게끔(광역기 억제) 만들고, 미러링 팬텀들에게 자장가나 프로즌 블래스트, 샌드 버스트 등을 쓰면 해당되는 유저에게도 동시에 메즈가 걸리게끔 만들죠. 단, 리젠되는 위습들을 잡아 나오는 섬광탄을 사용하면 대미지와 함께 일시적으로 도플갱어 상태를 해제시킬 수 있게 됩니다. 방보도 깎이구요.
이렇게 하면 메즈기가 반사되니 함부로 쓸 순 없으면서, 적당한 타이밍에 적절한 메즈를 거는 협응이 중요시됐을 겁니다.
(2) 다크 레인 캐스팅
팬텀들은 기본적으로 어둠에 강하기 때문에, 방에 어둠이 깔려 있고 비가 내립니다. 기존의 레인 캐스팅이 통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물론 이들은 기존의 팬텀들이 갖고 있던 어둠에 의해 강화되는 특성을 살려 팬텀을 더 강력하게 만들죠. 이 때 섬광탄을 쓰면 팬텀의 인식이 일시적으로 해제되면서 잠시 동안 이 다크 레인 캐스팅이 걷히고, 타이밍을 맞춰 유저가 레인 캐스팅을 사용하면 기존의 레인 캐스팅의 효과를 쓸 수 있게 됩니다.
(3) 영혼의 냄새
서큐버스는 정기나 영혼을 빨아먹는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특성을 살려, 서큐버스는 나오의 영혼석이나 풍선 등을 써서 부활하면 차오르는 생기(기본적으로 전체 회복입니다.)의 냄새를 맡습니다. 이 경우 다른 유저에 대한 인식을 모두 중단하고 주변의 서큐버스들이 전부 부활하는 유저를 인식하게 됩니다.
이를 이용해 어그로댐을 만들 수도 있겠네요. 부활도 억제하게끔 만들 수 있고 말이죠.
(4) 샌드 버스트
샌드 버스트로 디버프를 걸면 팬텀의 포효를 막을 수 있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5) 서큐버스 퀸의 소환 패턴
환상의 코러스와 함께 현혹의 연주를 사용할 경우 서큐버스 퀸이 밀레시안에게 역으로 현혹되면서 3분 동안 소환 패턴이 중지되고 방어와 보호가 감소되는 디버프를 겁니다. 단, 디버프 지속 시간이 끝날 경우 '배신의 장미' 버프가 걸리며, 30초 동안 그 어떤 공격도 서큐버스 퀸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다 죽어버린 현혹의 연주를 살려보고자 넣어봅니다.
제가 적은 패턴들 모두 그렇게 추가하기 어렵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 전략이 요구되는 플레이를 갖추고 있습니다.
4. 종합적인 보상 개선안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패턴을 뚫었으니 보상도 당연히 그에 걸맞아야 할 겁니다.
우선 던전의 끝에 있는 상자에서 보상이 나오는 그 미친 시스템은 당장 집어치우고, 기본적으로 보스 룸을 클리어하면 미션 경험치를 줘야 합니다. 아니면 보스의 경험치를 소형 레이드 보스 정도로 상향하든지 말입니다.
그리고 꼭 이리아 대륙만 탐험도 아니니 보스 룸에 있는 보스를 스케치하거나 보스에게서 떨궈지는 신체 일부를 가져가면 대량의 탐험 경험치를 주는 정도의 부가 보상도 있으면 좋을 겁니다. 명목 상으로는 '울라 대륙의 이변을 감지한 탐험성애자 알렉시나' 정도면 딱 좋겠군요.
부수적으로 중간 보스들이 인챈트 스크롤이나 아이템을 드랍하는 것도 좀 추가해주십시오. 그리고 도면 같은 것도 넣어주시고. 블랙스미스 제작템이나 목공 제작템 좀 늘려주시고. (맨날 좋은 건 다 힐웬 공학이나 매직크래프트... 이것들 왜 이리 사장됐습니까 요새 -_-;;;)
5. 결론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까요.
던전 개편은 결국 이벤트를 통해 강제로 던전이 활성화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만, 아마 이벤트가 끝나면 또 다시 사장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 모로 불운한 던전이지요.
당장 알반에서 나오는 보상이 그리 낮지 않으니 상대적으로 쉬운 알반을 뺑이치는 게 더 나아보이거든요. 던전 도느니 그냥 나온 돈으로 재료 사면 되지요. 도는 수요는 꾸준히 있는데.
결론은.
일해라 마비노기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