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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sisa_9915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Ec★
추천 : 14
조회수 : 121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10/26 20:35:57
김수영 시인의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 — -
민초라고 그러지요. 약하고 힘 없이 보여도
풀은 바람보다 먼저 일오나
바람보다 먼저 웃습니다.
촛불은 그런 것입니다.
작은 입김에도 꺼져버리지만
어떤 추위와 바람도 꺼버릴 수 없는
거대한 파도가 되어 몰아칩니다.
바람이 불어도 다시 일어나는 풀처럼
시민들의 촛불은 타올라야할 때 다시 타오릅니다.
자발적인 시민들이 모여서 일으키는 거대한 변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의 물결.
그래서 광화문 집회는 망해도 됩니다.
시민들의 의지를 가로채려 한다면 그 무엇이든지 망해야만 합니다.
설령 광화문 집회가 망할지라도
시민들은 꼭 필요할 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다시 타오를 겁니다.
그것이 지난 겨울 시민들이 보여준 참여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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