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학 졸업 후 갓백수의 삶을 살고 있는 여자사람입니다.
포트폴리오를 만드느라, 요즘은 거의 매일 카페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어요.
저는 익숙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늘 같은 카페, 거의 같은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지요.
매일 똑같고 지루하지만 전 이런 게 정말 좋거든요... 아, 아무튼
제 고민(?)까진 아니긴 하지만 좀 헷갈려서 많은 분들께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 가감 없이 써볼게요.
그날도 여느 때랑 다름없이 카페에서 작업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테라스에 앉아 있던 낯선 외국인이 제 옆 테이블에 앉더라고요.
이 사람을 편의상 A라고 할게요.
A는 저에게 한국어로 문자 보내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한국어를 거의 못하더라고요.
어렵지 않으니 해주었는데, 어쩌다보니까 좀 말을 섞게 되었어요. 영어를 쓰는 게 오랜만이라서 저도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사는 도시가 좀 작은데, 아는 사람도 없고 친구가 필요하다나 뭐라나 계속 그런 소릴 하더라고요.
암튼 대화 중에 무슨 사진 같은 걸 전송 받으려고 카톡 아이디를 교환하게 되었습니다.
음...... 근데 A가 종종 쓸데없는 톡을 보내더라고요. 이상한 내용은 아니고 자기 수업 하는 애들 웃기지 않냐, 지금 XX카페에 왔는데 좋더라, 뭐 이런?
남자친구한테 A에 대해서 말했더니 찜찜해 하기에 첨에는 좀 대답해 주다가 그냥 단답으로 보내거나 씹었어요. 카페에 와도 못본 척 노트북에 코를 박고 있거나 했더니 그 다음부턴 연락 안하더라구요.
근데 그러다가 길에서 떡하니 마주친 거예요. 걍 인사 하고, 별 시답잖은 얘기 하다가, A가 같이 밥을 먹자고 그러더라고요. 자기가 산다면서. 근데 일단 그 자리를 뜨고 싶어서 아~ 그래그래, 안녕 나 이제 갈게~ 이러고 지나갔죠. 그냥 하는 얘긴 줄 알고. 근데 톡이 와서 구체적인 약속을 잡더라고요. 제가 계속 시간이 안 된다고 거절하니까, 자기가 한국어를 못 하는데 서류 작업을 할 일이 있다고 간곡하게 부탁해 왔습니다. 부탁할 데가 없다고, 네가 번역이랑 작성을 도와주면 정당한 페이를 지불하겠다고.
좀 속보이긴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영어 연습도 되는 거 같고 A가 딱히 불쾌하게 군 적도 없으니까 고민 끝에 그러기로 했어요. 페이까지 받을 생각은 없었고요 걍 밥 산다니까 어려운 거 아님 후딱 도와주고 말자! 이런 느낌? 시간 약속을 잡는데 A가 뜬금없이 '이거 데이트 아니다' 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 한 적도 없지만;;; 그쪽에서 확실히 해주니 저도 맘이 편했죠. 그 말 때문에 더 안심이 됐달까. 추파인지 아닌지 좀 헷갈렸는데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약속 날, A가 차를 끌고 나타났습니다. 30분 거리에 있는 음식점에 가자고 그러기에 그냥 주변에서 먹고 말 줄 알았던 제가 '30분??? 밥 먹으러?' 이런 반응을 보였지만 자길 믿으라며 거기까지 갔어요. 뭐 밥 먹고 그냥 대화 나누는데, 계속 잡담만 하고 일 얘기가 없는 거예요. 물어보니까 얼버무리고. 여기서 1차로 아 이건 뭐지... 밥 먹고 나와서 저녁 사줘서 고맙다고 말했더니 어깨를 살짝 껴안으면서 제 머리카락에다 키스를 살짝 하는 거예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한 1분쯤 뒤에 상황 파악되더라고요;;; 차에 탔는데 새삼 묻기도 이상하고 그래서 걍 돌아 왔는데, 이거 뭐죠. 아오 뭐냐고 물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어요ㅠㅠㅠㅠ
아, 저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분명히 밝힌 상태였습니다. 제 질문은요, 그 나라사람들에게 이 정도는 그냥 친구사이에도 가능한 스킨십인가요?
데이트 아니라고 하기도 했고, 나이도 저보다 훨씬 많고(12살이나!), 5년 사귄 남친 있다고 말했으니까... 걍 제가 좀 유난스럽게 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거 좀 헷갈리네요. 만약에 친구로 생각하고 그러는 게 아니면 좀 선을 그어두고 싶어서요.
+아, 그리고 카페에 있으면 자꾸 와서 빵 같은 거 주고, 쿠폰도 주고 그러기도 했어요. 됐다는데도 나 다섯 개나 있어, 너 가져, 이러고 슝 가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