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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격차'라는 VOGUE 잡지의 글을 보고 재미로 쓴 글
게시물ID : fashion_1388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SKY↑↑
추천 : 19
조회수 : 14914회
댓글수 : 66개
등록시간 : 2015/01/06 22:50:22
이 글을 패게에 써야하나 컴게에 써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패션 기사를 보고 썼으니 패게에 올립니다 ㅋㅋ

태어나서 처음 알게 된 잡지 'VOGUE' 의 어떤 기사를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신경이 상당히 거슬렸습니다.
http://www.vogue.co.kr/content/view_01.asp?menu_id=02030100&c_idx=012004010000232

그 글은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 도 있으니 이해해주자' 라는 내용인데, 그런 사람들을 '패션 격차'라고 지칭하며 조롱거리로 소개하는 점이 맘에 안들어서요...

그래서 저도 직접 글을 썼습니다. 'IT 기술 격차' 라는 글인데, 이 글을 쓴 기자분께 보여주고 무슨 느낌이 드는지 얘기 한 번 듣고 싶네요ㅎㅎ

제 블로그에 쓴 글을 여기에 복붙하겠습니다.



먼저, 이 글은 'VOGUE' 잡지에 실린 'FASHION DIVIDE'란 기사를 읽고 약간 기분이 나빠서 쓴 글임을 밝힙니다.

(http://www.vogue.co.kr/content/view_01.asp?menu_id=02030100&c_idx=012004010000232)


원 기사의 작성자는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도 생각외로 많으니, 그들을 잘 이해해주자' 라는 의도로 글을 썼겠지만 저는 그 글에서 우월의식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면 패션을 잘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 상황에서 말을 더듬는 습관이 있다는 걸 굳이 넣음으로서 약간 모자라게 표현했다거나, '랄프 로렌'을 모르는 걸 비웃는 느낌을 받았다거나..

그래서 제가 느낀 느낌을 되돌려 주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또한 원 기사에서 영어를 자제하고 한국어로 표현하려 노력을 기울인 모습이 보여져서 저도 최대한 한국어를 이용하여 용어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이 글의 대부분은 픽션입니다.


IT Technology DIVIDE


IT 기술 격차

<뭐하고 놀까?> 2015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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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코드와 툴바를 덕지덕지 설치해 놓고 자기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을 비웃는가?

쿼드 에스엘아이로 구성된 지포스 타이탄을 용산에서 구한 잡동사니 초록색 카드인 줄 아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그들 눈에 당신의 컴퓨터는 커다란 장난감에 가깝고, 200만원을 호가하는 데스크탑도 그저 뚱뚱한 본체일 뿐.

컴퓨터 좀 한다는 컴맹들을 대하며 매일 지식의 격차를 실감하는 어느 컴퓨터전공 학부생의 웃지 못할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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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parkoz.com/zboard/view.php?id=gallery&no=23613)

CPU는 인텔의 코어 i7-4770K 3500메가헤르츠@4500메가헤르츠(1000 메가헤르츠 오버클럭). 메인보드는 기가바이트의 GA-Z87X-UD5H. 메모리는 16기가바이트.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사의 지포스 타이탄 듀얼 에스엘아이. 에스에스디는 삼성 840 프로 256기가바이트파워는 잘만 1000와트. 쿨링 방식은 서멀테이크 수냉식. 스피커는 크리에이티브 기가웍스 T40과 로지텍 Z506. 키보드는 기가바이트 오스뮴. 마우스는 레이저 데스에더2013. 통신방식은 로저스 하이브리드 광통신 250. 케이스는 쿨러마스터 코스모스II. 파이널판타지 14 벤치마크 점수 25224점. 3D마크 실행시 시스템 파워 소모량 875와트.


지금도 또렷하다. 3년 전 어느 날, 앱 개발중 오늘 작업할 부분을 마감하고 커밋(업로드 한다고 생각하시면 된다)한 뒤 밤 11시쯤 집에 가려고 가방을 주섬주섬 챙길 때였다. 함께 과제하던 같은 팀원의 선배가 따끈따끈하게 나온 앱을 실행해보더니, 내가 작업한 부분을 보고는 의아한 낯빛으로 다가와 이렇게 말을 거는 것이었다.

"오유남 씨, 이거 안돼!"(이 분은 패션은 끝내주지만 에러가 난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습관이 있다.) "네? 안된다고요?" 안된다니. 뭐가 안 되냐고 물어보면 분명 설명하지 못할 걸 알기에 가서 상황을 살펴봤다. 3초쯤 난 고개를 갸우뚱했고, 잠시 후엔 진심으로 당황했다. "아, 동영상 업로드요?" 그날 난 앱에 '이미지 업로드'에 대한 것을 만들었다. 워낙 이미지 업로드 기능이 급한 때였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온통 앱에 이미지 업로드 기능이 없다고 했다. 난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그 부분을 작업했고, 테스트 케이스도 여러번 돌려보았다. 이미지 업로드 방법 각각에 대해 설명도 써 줬다. 한창 앱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을 20대 여자 앱 디자이너는 내가 작업한 부분을 보고 신이 나서 업로드 버튼에 'upload' 이라는 아이콘을 귀엽게 붙여 놓았고, 나 역시 그 아이콘이 재밌다고 생각하고 그저 넘겼다. 


<안드로이드 개발자>라면, 이미지 업로드와 동영상 업로드 구현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기사로 새삼 길게 설명해 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업로드 버튼을 본 우리 회사 같은팀 선배는 이걸 '동영상도 업로드 되는 기능' 이라고 이해한 것이다.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는 나를 보며 이 선배는 이런 말을 한 번 더 날렸다. "배터리가 없어서 업로드가 안되나?" 난 말을 잇지 못했다. 배터리가 없어서 업로드가 안된다니. "아뇨, 선배. 이미지 업로드 기능이 급해서 우선 이미지만 업로드 할 수 있게 만든거에요!" 내 대답에 선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미지 업로드와 동영상 업로드가 다르다는걸 사람들이 다들 아나?" "알죠. JPEG 압축 방식이나 MPEG 코덱은 모르더라도 요즘 이미지와 동영상 확장자가 다른 정도는 다 알잖아요." "누가 알지?" "인터넷에서 많이 나오고 짤방에도 많이 쓰이는 걸요." "글쎄, 난 처음 알았는데."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걸 모르다니, 선배가 특이하신 거에요.'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저 멀리 이번엔 기획팀 남자 선배 두 명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며 씩씩거리며 오는 것이었다. "야, 네가 개발자냐?" "왜요. 뭐가 잘못됐나요?" "이미지 업로드 하는데 이미지 편집 기능이 없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어떻게 이런 걸 앱에 담을 수가 있지?" "..."


결국 난 그날 밤 이미지 편집 기능을 만들고 레이아웃을 고쳤다. upload라고 적힌 아이콘 밑에 '지금은 이미지만 가능'이라고 한글로 적고 뜻도 달았다. 큰 것을 깨달은 밤이었다. 이 기능을 '이미지 동영상 업로드 다 된다'라고 생각한 선배들은 모두 대한민국 평균의 삶을 사는 이른바 '보통 남자'였고, 아마도 앱 유저의 대부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IT 기술 용어란 게 이들에겐 이토록 외계어처럼 들리는구나! 난 이날 밤 정말 뜻밖에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개발자로 앱을 만든 지 3년, 그동안 겪었던 많은 일들을 종합해볼 때, 난 이젠 담담한 얼굴로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절반 이상(어쩌면 80~90%쯤)의 사람은 왜 자신의 컴퓨터에 툴바가 깔리는 지 모르고, 최신식 조립 컴퓨터를 보며 종종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그리고 난 이걸 혼자 이렇게 이름 붙여 부른다. 'IT 테크놀로지 디바이드(IT 기술 격차)'라고 말이다.


개발자로서 제일 답답할 땐 학회에서 유명한 사람을 만났고, 싸인도 받아왔는데도 친구들이 이를 잘 몰라줄 때였다. 언젠가 리눅스의 최초 커널 개발자이며 깃을 개발하고 지금은 리눅스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인 리누스 토발즈의 싸인을 받고 돌아왔을 때 난 진심으로 고민했다. 이 남자에 대해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역시나 친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그게 누군데?" 난 한참을 고민하다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이게 리눅스계의 빌게이츠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친구들의 눈이 가늘어졌다. "아, 그 정도는 되는 사람이야?"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최근엔 엔비디아의 CEO인 젠슨 황의 싸인을 받아오고 돌아와선 이렇게 설명해야 했다. "누군데 걘 또." "그러니까요, 아, IT계의... 이경규... 정도 됨. 요즘엔 유재석까지 올라섰다고 해야 하나."(글쓴이 주* 이 부분은 도저히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없어서 그냥 썼습니다.) "아, 유명한 애구나." 어떤 친구는 스티브 워즈니악이 누군지 알지 못했다(이 친구는 IT에는 관심이 없는데 아이폰, 아이패드, 맥을 잘 쓴다). "어느 정도 비중의 인물인데?" 이번엔 평소보다 오래 고민해서 대답했다. "그러니까, IT계의... 스티브 잡스쯤 됨ㅇㅇ" "아 그 정도였어?" 대화는 이렇게 끝났다.


이분들이 그닥 IT 기술에 관심 없는 친구들이라서 그런 것 아니냐고? 글쎄, 난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언젠가 'ㅇㅇ회사'의 그래픽 엔지니어 ㅁㅁ와 인터뷰를 할 때였다. 일본어 통역을 하던 IT 개발자 출신의 30대 남자 통역사 분이 갑자기 이렇게 통역을 했다. "엔비디아사에서 새로운 커피를 2014년에 도입한다네요" 응? 갑자기 왠 뚱딴지처럼 커피? 5초쯤 머뭇거리다 난 물었다. "혹시 맥스웰 아닐까요?" "네?" 통역사는 잠시 후 벌개진 얼굴로 "네, 그, 그 아키텍쳐가 맞답니다"라고 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ㅁㅁ가 "언리얼 엔진 2 쓸 때는 픽쉘 세이더 가지고 퍼픽셀 라이팅과 멀티패스 노말맵핑쓰고 했었지요 하하" 고 말했던 모양이다. 통역사는 그 순간 그야말로 '멘붕'을 겪은 듯했다. "아, 언리얼 엔진2 쓸 때 그러니까 픽사? 암튼 그거랑, 픽셀 기록? 암튼 그거, 평범한 멀티패스 지도? 암튼 그런 기술을 썼다네요." "아..., 네." 더 듣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었다. 차마 그분에게 화를 낼 순 없었다. 난 이날 속으로만 '고생하시네요'라고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용어만 그런 게 아니다. 실제 IT 기술과 이를 이해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디바이드'는 여전히 존재한다. 개발자가 구로, 판교에 비해 적게 상주하는, 그야말로 개발자의 성지인 용산에선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던 평범한 기업의 사람들은 '내껀 500기간데 왜이렇게 느려?'에 머물러 있다.(5400알피엠 하드디스크 500기가바이트이기 때문에, 이 하드 생산 업체에겐 죄송합니다). 여전히 용산 사람들은 에스에스디에 그래픽카드 에스엘아이에 익숙하고, 여기에서 벗어나면 종종 당황(느려서 답답)해 한다.


언젠가 블랙프라이데이에 싸게 '득템'한 3테라바이트 외장 하드에 우분투와 윈도7 브이엠웨어 이미지를 넣고 등교한 날이었다. 어딜 가도 사람들이 말을 걸어왔다. "너 지금 컴퓨터전공이라고 시위하는 거냐? 지금 용량 많다고 우기고 싶은 거야?" 그 이후 난 다신 외장 하드를 들고 학교에 가지 않았다. 플레이스테이션2 에뮬레이터에 풀 하드웨어 가속과 각종 그래픽 핵을 적용하고 간신히 60프레임으로 철권을 한 날, 한 동기는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야, 고전 게임이네." 네트워크 상태를 ipconfig라는 프로그램으로 보지만, 이 때문에 당황했던 때도 많다. 언젠가 학교 카페에서 와이파이가 안 잡혀서 ipconfig를 보고 있었다. 누군가가 물어왔다. "그거, 설마 해킹 프로그램이냐?" "네에?" 적응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날 새삼 어질어질했다. 당황하는 나를 보며 그는 조용히 한마디를 덧붙였다. "내 노트북은 해킹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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