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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베 사범대 오지 말라는 글 보고나서(긴글주의)
게시물ID : gomin_13895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hkZ
추천 : 10
조회수 : 363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5/03/23 00:51:21
어제 베오베에 사범대 오지 말라는글 보고 완전 공감했어요 
댓글에도 역사교육과 얘기 있길래 써봐요 
저는 교사된지 3년차 접어드는 역사교사예요 
고3 때 역사 좋아해서 수능 선택과목 세계사, 국사, 근현대사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과였던 담샘이 역사교육과 가라고 했을 때 반발했거든요 
티오도 적고 역사과는 희망없다고...
"선생님은 임용시험 안보셨잖아요"라는 싸가지드립을 날릴 정도로...
(지금 생각하니 진짜 부끄러워요)

근데 결론적으로 지방국립대 역사교육과 입학했고 
이때부터 인생반전이 시작됐어요 
대학에서 배우는 역사는 고등학교 때 역사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재밌었고
답사 다니고 사진찍고 문화재 공부하는거 교수님들한테 배우는거 토론하는거 과제하는거
다 진짜 극도로 재미있었어요 대학에서 공부하는게 세상에 이렇게나 재밌다니 싶을 정도로...
저 볼 때 하필 2MB이가 삽질한다고 돈 써가지고 역사과 티오가 전국 50명 쯤으로 반의반토막으로 줄었었어요 
1학년 때부터 임고 준비했는데 갑자기 임고 한 달 남겨두고 티오 뜨니까 완전 절망+분노+불면증 크리 

그리고 재수 결심할 때까지 고민많았어요 
당장 스펙도 없고 자격증은 커녕 태어나서 토익 본적도 없고 
그저 지방국립대 졸업장과 학점뿐. 
선배들 봐도 합격한 사람들과 합격못한 사람들로 갈리고 
학부 때 빛나던 선배들도 합격못하고 삼수 사수 거듭할수록 연락 끊기고 위축되는 모습들...
너무 잘 아니까 그게 현실처럼 느껴졌고 저도 그렇게 될까봐 진짜 두려웠어요 
그래서 고민많이 한게 초등학교 때부터 늘 적성검사하면 보험설계사, 여행가이드가 적성 1위가 나와서
이번에도 떨어지면 그쪽으로 진로 목표 튼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절대 절대 이 직업의 비하가 아닙니다!!!! 성격이 활동적이고 말하는 것을 좋아해서 이 직업이 저와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뜻이어요~
대학내 취업상담센터에서 진지하게 알아도 보고 실제 직군 계신 분과 상담도 하고 어떻게 취업하는지까지 발품팔아 자세히 알아봤었어요)

그랬더니 아예 굶어죽지는 않겠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집이 지원해주시는 편이 아니어서 재수 실패하면 집나갔어야 했거든요
진지하게 고시텔도 알아보고 중간중간 시간강사 보충수업강사 알바 많이 했어요)
그래서 공부 본격적으로 시작한게 이듬해 4월 그리고 그해 10월 1차 시험 이듬해 1월 말 최종합격 

저같은 경우는 장애티오가 넘어온 것도 있었고 제가 잘하던 일본사 문제가 평소 1개만 나오다가 
그해 하필 2개가 나오고 이런 우연이 있었어요 게다가 우연히 봤던 영화가 3차 시험 예시였다던가
시험 직전에 본 역사만화에서 시험 문제가 나왔다던가...저는 진짜 운이 정말 정말 좋은 케이스죠 
저도 물론 남들은 3-4학년 때 준비한다는 시험을 1학년 때부터 남몰래 준비해왔고 노력 많이 했어요 
하지만 운이 없었으면 거머쥐기 힘든 시험이었죠...게다가 그 운이 겨우 재수만에 찾아와서 
진짜 지금도 황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말씀드리고 싶은건 임고는 결국 노력을 아주 많이 하신 분들 중에서(노력없이는 절대 안됨!!!)
운이라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좌우될 여지가 아주 많은 시험이라는 거예요...
문제는 그 운이 언제 트일지는 모르는거죠... 게다가 시험은 수능처럼 1년에 딱 한번....
수능은 점수 맞춰 갈 대학이라도 생길지 모르지만 임고는 1차에 떨어지면 걍 끝.... 진짜 끝....

사범대가는 학생들 특징이 학교 다닐 때 착실하고 모범생이고 공부만 하던 학생이 많은 비율을 차지해요 
장점이기도 하지만 상대적으로 도전적인 성향이 약하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단점도 있죠...
(이 역시 케바케지만 일단은 제가 혼자서 느낀 대~체적인 성향을 말씀드려요)
그래서 더 닥쳐오는 앞날에 대비하는것이 어렵다는 특성도 있어요
그러니 내가 아예 사범대 자체를 안갔다면 내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고민들 분명 할수밖에 없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사범대 말고 교대를 갈걸....그 고민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지만
사범대 오시는 분들 많은 비율이 대부분 초등교육보다는 중등교육에 꿈을 품었기 때문에 오신거지 
점수가 딸려서 교대 못가서 사대온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 "그럴거면 공부 열심히 해서 교대가지 그랬냐?"이건 진짜 속상한 말이예요 
초등은 중등에 비해 경쟁률이 낮아 합격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중등은 자기 전공과목을 가르칠 수 있고 자신만의 전문분야가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요 
또 사춘기 시절 교사에게 위로받고 꿈을 얻었던 사람들이 자신도 그러한 스승이 되고 싶다는 
나름의 포부를 가졌기 때문에 사범대를 선택했을 거예요 
또 반대로 중등의 메리트 대신 초등을 선택하신 분들도 초등학생을 가르친다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끼고 
진로를 선택하신 분들이 많을 거구요 
(제 동생은 중고등학교보다 초등학교에 더 매력을 느껴서 교대 진학했고 지금 초등교사예요)

그런데 문제는 교사되고 나서부터가 또다른 헬의 시작이라는거예요 

교사는 다른 직군과 다른 아주 특별한 점이 있어요 
그건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기간 겪어본 유일한 직업이라는 점이예요 
그것도 자기 인생에서 가장 예민하고 성장과 성숙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말이죠

의사는 아플 때만 만나고 보통 어른이 되기까지 많은 직업을 겪어볼 기회가 많지 않죠
음식점 주인도 그 가게를 가야지만 겪어보게 되겠죠 
자기 부모님 직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른이 되기 전까지 가장 많이 겪는 직업인이 교사인거죠 
게다가 유치원, 학원, 공교육을 받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자기 인생에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거쳐가던가요!!! 
그러니 각자만의 교사상, 교사에게 상처받은 기억, 좋은 교사에게 위안받았던 기억이 다 자리잡아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평판에 오르내리게 되고 높은 도덕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업이예요 
다들 "교사는 이래야한다"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실제 교사가 아니고서는 이 직업이 가지는 고충의 실체를 잘 모르실거예요 
저도 진짜 몰랐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정말 행복하고 교사로서 아이들 앞에 설 수 있어 즐겁고
한 사람의 인생 중 가장 순수하고 밝고 섬세하고 솔직한 시절의 단면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어 감사하고 
정말 지치고 힘들지만 그래도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교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정말 좋아하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고, 이 교과목은 공부할수록 즐겁다면
그래서 그 모든 것을 감수할 용기가 있다면 사범대를 도전하는거죠...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이걸 꼭 본인이 숙지하고 사범대에 가야해요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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