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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투더코아의 詐欺 列傳]30.여불위열전(呂不韋列傳)(스압)
게시물ID : history_138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투더코아
추천 : 11
조회수 : 87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2/03 14:48:11
 
투더코아의 詐欺 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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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불위열전(呂不韋列傳)
 
고결한 충신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시부를 감상하고 난후에 바로 만나는 사람이 천하 사기꾼이라니..
세상은 과연 그런것인가?
이러하니 전편에 굴.가 열전을 이야기 할때 어부가 그런식으로 비아냥 거렸는 모양이다.
하긴 이 사기열전의 저자 사마천도 전국시대는 술수와 모략이 도도히 흐르던 시기라 하였으니,
천하 대세가 그러하거늘 탄식하면 무엇하겠는가?
아름다운 굴,가 열전을 서술한 바로뒤에 사기꾼 여불위를 이야기한 사마천의 의도가 내심 의심스럽다.
 
이제 다시 천하를 뒤흔든 전국시대 말기의 한 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서쪽 변방의 진나라는 원래 오랑캐 취급을 받던 야만민족이었다.
그러한 진나라가 중원 제후의 반열에 들고 춘추 오패의 한자리를 거들었던 것은 진목공이래 백리해.건숙등
명신을 등용하고 상군과 범수등 능력있는 신하를 등용하여 꾸준히 중원을 경영한 까닭이다.
여불위는 그러한 천년의 진나라의 왕통을 뒤흔들고 마침내 진나라의 마지막 왕을 영(贏)씨에서 여(呂)씨의 자식으로 뒤집었다.
그러나 교묘한 계책이 천지를 뒤집은 후에 결국 스스로 불행한 생을 마쳤으니 한때의 영화를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불살랐음을 한탄할수밖에 없다.
 
여불위는 진나라 공자 자초와 친척같은 관계를 맺어 열국의 선비들이 빛에 빨려들듯이 진나라로 앞다투어 들어가 섬기게 했다.
그래서 여불위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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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무궁(巧計無窮)
 
여불위는 조나라 양책 출신이다.
여불위의 아비는 장삿꾼이었다.
그 아들 여불위 또한 장삿꾼이었다.
두 부자는 전쟁이 만연한 시기에 각국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데 비상한 재주가 있었다.
한마디로 난세전국을 이용하여 거만금의 재산을 축적한 모리배 들이었다.
세상이 어지러워 질수록 그 부자의 재산은 점점 늘었다.
 
잠시 예전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일전에 진나라 진소왕과 조나라 조 혜문왕이 민지땅에서 회담한적이 있었다.
당시에 진소왕이 조혜문왕에게 거문고를 타게 하여 망신을 주려 했다가 오히려 인상여의 기개에 짓눌려
진소왕이 질장구를 쳤던일을 독자들은 기억할것이다.
이때에 진나라의 여러 신하들은 조나라를 칠것을 주청했지만 진소왕은 오히려 조혜문왕과 우호를 맺고
태자 안국군의 아들 이인 을 볼모로 조나라에 보내고 화친한후 본국으로 돌아갔다.
왕손 이인은 누구인가?
진소왕은 원래 여러 아들이 있었다.
진소왕은 50여년간의 긴 시간을 왕위에 있었는데 진소왕 40년에 태자가 먼저 죽고말았다.
그래서 진소왕42년에 둘째아들 안국군을 태자로 삼았다.
정실인 태자비 화양부인은 안국군의 사랑을 받았으나 아들을 낳지 못하였다.
안국군은 20여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서출이었다.
그 20여명의 아들중에 왕손 이인 이라 부르는 아들이 있었다.
왕손이인의 어머니는 하희라 하였는데 하희는 안국군에게 별로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당연히 왕손이인또한 안국군에게 별로 사랑을 받는 아들이 아니었다.
왕손이인은 이러한 여러가지 불리한 조건 때문에 20여명의 아들중에 특히 볼모로 뽑혀서
조나라로 가게 된것이다.
따라서 진나라에서는 그간 왕손이인을 데려올 생각도 안하고 그대로 방치했다.
즉 진소왕도,태자 안국군도 이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사정이 그러하니 이인은 생활이 궁색하여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이인은 외출을 하려해도 수레가 없어 걸어다녔으며 의복은 초라했고 조나라에서 대주는
생활비가 너무 적어서 사람을 사귀려 해도 그렇게 할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개털의 신세랄까.
그러한 때에 진나라가 다시 조나라를 공격하여 장평에서 조나라 군사 40만을 생매장 하고
몇년후에 또다시 조나라 수도 한단성을 포위하였다.
이때는 조혜문왕이 죽고 조효성왕이 즉위해 있던 때였다.
조효성왕은 화가 단단히 나서 조나라에 볼모로 와있던 이인을 죽이려 하였는데
평원군 조승이 간곡히 말려서 그나마 생명을 부지했던 일도 있었다.
 
바로 이러한 때에 여불위가 조나라 수도 한단성 안에 머물고 있었다.
어느날 여불위는 도성 안을 거닐다가 우연히 진나라 왕손 이인을 보았다.
여불위가 본즉 이인은 참으로 귀인의 상이었다.
비록 의복은 초라했고 안색은 우울해 보였지만 그 귀한 기상만큼은 가릴수 없었다.
여불위가 속으로 탄복했다.
"거참 귀한 상이다..참으로 묘하게 생겼구나.."
여불위는 즉시 수소문하여 그가 진나라에서 볼모로 와있는 왕손 이인이란 사람인걸 알았다.
여불위는 속으로 깊이 탄식하고 말했다.
"잘하면 참으로 좋은 밑천이 될것같구나."
여불위는 집으로 돌아가 그 아버지에게 물었다.
"일년내내 땀흘려 농사를 지으면 얼마의 이익을 남길수 있습니까?"
여불위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열배의 이익은 남길수 있다."
"그럼 귀한 재화를 사서 되팔면 얼마의 이익을 나길수 있습니까?"
"줄잡아 백배의 이익은 남길수 있다."
"그렇다면 한사람을 도와 일국의 왕으로 세우고 그 나라 강산을 얻는다면 얼마의 이익을 남길수 있습니까?"
여불위의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대답 하였다.
"참으로 그리 할수 있다면 어찌 그 이익을 천만배라고 할수 있겠느냐?
그 이익을 이루 다 헤아릴수 없다."
아버지에게 이러한 말을 들은 여불위는 며칠후에 이인이 구금되어있는 총대로 찾아갔다.
 
이인이 구금되어있는 총대에는  이인을 감시하는 공손건 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여불위는 우선 그 공손건에게 백금을 풀어 교제를 텄다.
그리하여 여불위는 자주 공손건과 어울렸다.
어느날 여불위가 공손건과 대청에서 술을 마시다가 뜰에 지나가는 왕손 이인을 보게 되었다.
여불위가 시침을 떼고 공손건에게 물었다.
"뜰을 거니는 저 사람은 누구요?"
공손건은 여불위가 참으로 아무것도 모르는줄 알고 이인의 내력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여불위가 말했다.
"마침 둘이 마시기엔 술자리가 적적하니 저사람도 불러서 함께 마십시다."
공손건은 아무 생각없이 여불위가 청하는대로 따랐고,
그리하여 세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세사람이 얼큰하게 취했을 무렵 공손건이 소변을 보러 잠시 자리를 비웠고
그틈을 타서 여불위가 이인에게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젠 진소왕도 늙으셨고 태자 안국군에게는 당신 외에도 20여명의 아들이 있습니다.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당신은 이곳에서 늙어 죽든지 아니면 조나라 왕에게 죽든지 할것입니다.
그래 당신은 여기서 이렇게 일생을 마치려 하십니까?"
이말을 들은 이인은 깜짝 놀랐으나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여불위는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국군은 화양부인을 가장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화양부인에겐 아들이 없습니다.
나중에 안국군이 왕위에 오르면 누구를 태자로 세우겠습니까?"
이인은 마음이 답답했으나 할 말이 없었다.
다시 여불위가 말했다.
"물론 당신은 아닙니다.
당신은 장자도 아니며 안국군의 사랑을 받지도 못하는 수많은 아들중의 한명일뿐입니다.
그 어떤 조건을 따져봐도 당신은 가망이 없습니다."
이인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따지듯이 되물었다.
"누가 그걸 모르오? 그러니 어쩌란 말이오?"
안국군의 총애를 받는 화양부인은 아들이 없고 그럼에도 적사를 세울 힘을 가진 사람역시 화양부인 뿐입니다.
이러한때에 왕손께서는 화양부인에게 효성을 다하여 화양부인의 아들이 되십시오
그나마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 화양부인의 아들이 되지 못하면 모든것은 물거품이 될것이며 다시는 기회가 없을것입니다.
지금 진나라 내에 있는 다른 공자들중 한명이 태자가 된다면 당신은 더이상 돌아가려해야 갈곳이 없을것이니 이곳 조나라에서 죽는것 말고는 길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리 하려한들 나는 이곳 조나라에 묶여 있는 몸이고 진나라에 편지한장 보낼수 없는
형편이오.
또한 내가 그리 하려한들 화양부인이 어찌 나를 아들로 삼으려 하겠소?
여불위가 말하였다.
"저는 장삿꾼입니다.이제 제가 당신에게 천금을 걸어 투자하려 합니다.
모든일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 왕손께서는 저를 믿고 제가 시키는대로만 하십시오."
 
바로그때 마침 공손건이 돌아왔으므로 이인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공손건이 들어와서 웃으며 묻는다.
"두분은 무슨 이야기를 그리 재미나게 하시었소?"
여불위가 웃으며 대답하였다.
"나는 장삿꾼이므로 진나라 왕손에게 진나라에서는 옥이 어떤 가격으로 거래되는지 물었더니
왕손께서 못마땅한지 모른다고 하며 대답을 않으시는군요."
공손건이 껄껄 웃으며 말하였다.
"그냥 술이나 드실 일이지 이런데서까지 장사이야기를 한단 말이오?
그러지 말고 새로 상을 보아 즐겁게 한잔 합시다."
그리하여 세사람은 한참을 더 술마시고 놀다가 헤어졌다.
그후 여불위는 이인과 공손건이 있는 총대에 수시로 드나들며 친하게 지냈고 자연스럽게 왕손이인과
둘이 이야기 할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며 공손건도 특별히 그들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어느날 여불위는 비밀히 왕손이인에게 오백금을 주며 말했다.
"이 돈으로 주변 사람들과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을 매수 하시오."
그날부터 이인은 자기를 감시하고있는 공손건의 부하들에게 황금을 뿌렸다.
과연 황금의 힘은 대단하였다.어느덧 이인을 감시하던 자들은 모두 왕손이인과 한패가 되었다.
여불위는 다시 오백금을 써서 진귀한 보물을 사가지고 진나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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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 수도 함양성에 당도한 여불위는 태자 안국군의 정비인 화양부인을 만나기 위해
먼저 화양부인의 친정언니의 집을 찾아갔다.
여불위는 그 집의 사람들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여불위에게 많은 돈을 받아먹은 그집 사람들은 여불위를 화양부인의 언니와 만나게 해주기위해서
힘을 아끼지 않았다.
"마님 조나라에 볼모로 가있는 왕손이인이 여불위란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그 여불위란 사람이 태자비이신 화양부인께 전할 물건을 가져 왔답니다.
또한 이것은 왕손이인이 마님께 보내는 물건이랍니다."
이렇게 말하며 화려한 함 하나를 바쳤다.
마님이 그 함을 열어보니 황금과 구슬이 가득 들어있었다.
마님이 기뻐하며 분부하였다.
"그 여불위란 사람이 화양부인께 전할 물건을 가져왔다니 내가 한번 만나봐야겠구나.
즉시 이리로 데리고 오너라."
이윽고 여불위가 들어오고 대청에서 마님과 여불위가 만났다.
여불위는 마님에게 왕손이인이 효성이 지극하여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몹시 그리워 하고있으며
또한 이인이 화양부인께 효성을 다하기 위해 예물을 보내었기에 그걸 전하러 왔다고 설명하였다.
마님은 매우 기뻐하며 여불위를 잘 대접하고 그 다음날 궁으로 들어가서 친동생인 화양부인을 만났다.
마님은 여불위에게서 전해받은 함을 화양부인에게 바치고 말했다.
"이것은 조나라에 볼모로 가있는 왕손이인이 화양부인께 바치는 예물입니다.
이인은 부모를 뵙지 못하여 매우 슬퍼하고 있으며 가까이서 모시며 효를 다하지 못함을 크게 괴로워 하고있다고 합니다."
화양부인이 함을 열어보니 역시 진귀한보배가 그득하였다.
화양부인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아..왕손이인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하는가?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리하여 화양부인은 그 심부름온 여불위를 궁으로 들게 하여 직접 만나보게 되었다.
 
천신만고끝에. 또 천금을 뿌려서 겨우 화양부인을 만나게 된 여불위는 화양부인 앞에서
왕손이인의 효심이 극진함을 알렸다.
"왕손이인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조나라에서도 널리 현명한 인물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인은 화양부인을 하늘처럼 생각하시며 항상 가까이서 효도를 다하지 못함을 슬퍼하여 통곡하고
눈물을 흘리십니다."
"이인이 그렇게까지.."
화양부인은 몹시 감동하고 또 기뻐했다.
화양부인은 심부름온 여불위에게 상을 내리고 또한 친 언니인 마님을 시켜 크게 잔치를 벌여
여불위를 대접하도록 하였다.
 
화양부인의 언니인 마님이 잔치를 벌여 여불위의 노고를 치하하는데 여불위가 마님께 넌지시 물어 보았다.
"그런데 마님의 친동생 되시는 화양부인께선 슬하에 자녀를 몇분이나 두셨습니까?"
"화양부인은 안국군의 총애를 받고있으나 불행히도 자녀를 두진 못하였소."
여불위가 목소리를 낮춰 정중한 어조로 마님께 이야기 하였다.
"자고로 용색이 쇠하면 그 사랑도 식는다고 하던데 세월이 지나 애정이 식게 되면 그땐 어찌하려 하신답니까?
"안그래도 화양부인께서도 그일로 걱정이 많으시오."
"그렇다면 이렇게 가만있을것이 아니라 방법을 세워야 겠군요."
"어떤 좋은 방법이 있겠소?"
"화양부인이 후사가 없으니 결코 안심할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럴때 마땅히 태자의 여러아들중에서 효심이 지극한 사람을 골라 화양부인의 양자로 삼으십시오.
그리하면 안국군이 왕이 되었을때는 왕의 부인으로 존중받고 왕이 돌아가시면 그 후사가 왕이 됨으로서
왕의 모후가 되어 최후까지 세력을 잃지 않을것입니다."
마님은 여불위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즉시 궁으로 달려들어갔다.
화양부인 또한 말을 전해듣고는 눈앞이 밝아지고 앞길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화양부인은 즉시로 여불위를 궁으로 불러들여 직접 만나보게 되었다.
"그대가 나의 앞날을 걱정하여 양자를 얻을 일을 거론하였으니 내가 누구를 양자로 삼아야 할지
그 계책을 일러주시오."
여불위가 화양부인에게 이야기 하였다.
"역시 가장 현명하고 효심이 깊은것은 왕손이인입니다.
왕손이인은 덕이 높아서 사방의 칭송을 받고 있으며 또한 자나깨나 부모님생각에 침식을 거를지경입니다.
이토록 현명하고 효심이 깊은 사람을 양자로 들인다면 화양부인께서는 평생토록 귄세와 부귀를
잃지 않을것이니 이것이 바로 만세의 이익을 얻는것입니다."
"이인이 비록 현명하고 효성스럽기는 하지만 그는 장남이 아니니 순서로 보아 태자가 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그것이 남들의 의심을 사지 않는 길입니다.
처음부터 궁내의 왕자들 중에 장손을 양자로 들인다면 모두가 부인을 의심할것입니다.
볼보로 잡혀있는 보잘것 없는 신세인 이인을 양자로 삼는다면 지금은 누구도 그가 태자가 될것이라 생각지 않기때문에 부인의 처지가 오히려 편안해질것입니다."
화양부인은 여불위의 말을 옳게 생각하였다.
화양부인은 태자가 한가한 때를 기다렸다가 단둘이 있게 되었을때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오 부인?"
"이몸이 천행으로 태자를 모시게 되었사오나 불행히도 아들이 없사옵니다.
태자께서 저를 사랑하신다 하여도 만세후에 태자께서 떠나시면 그땐 저는 누굴 의탁하고 살겠습니까?"
"무슨 그런것까지 걱정하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 할수 없는것이니 너무 상심치 마시오."
"첩의 입장은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그러니 허락하신다면 태자의 여러 아들중에 어질고 효성이 지극한자로 양자를 하나 얻어서
소첩의 노후를 의탁하고자 합니다. 태자마마의 의향은 어떠하신지요?"
안국군은 생각에 잠겼다가 곧 웃으며 되물었다.
"그대의 뜻이 그리 나쁘지 않구려.
그러면 누구를 그대의 양자로 삼으면 좋겠소?"
"조나라에 볼모로 가 있는 이인을 주십시오."
안국군은 사뭇 놀라웠다.
"그리 많은 아들중에 하필이면 이인을 달라고 하시오?"
"군의 자식중에 이인의 효성이 가장 지극합니다."
"나는 금시초문이오."
"그가 현명하고 덕이 높아서 그와 교류하는 여러 인사들이 칭찬이 자자합니다."
"이인이 그러하오?"
"그러니 기왕 양자를 주시려거든 이인을 주십사 하고 청하는 것입니다."
"그대가 그리 원한다면 그렇게 하시오."
"군의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세월이 흘러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어찌 하오리까?
그러니 말씀만으로 넘기지 마시고 옥을 갈라 할부를 새겨 증거물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 해 주겠소."
그리하여 태자 안국군은 옥에다가 <적사이인(嫡嗣異人)>의 네글자를 새겨 화양부인에게 주었다.
물론 이것이 결국 이인이 후일에 적사가 되는 증거물이 되었다.
 
한편 안국군은 속으로 놀라웠다.
이인을 버린자식으로 취급하고 있었는데 염탐꾼을 통하여 수소문 해보니 천하의 빈객들이 하나같이
이인을 칭찬하고 있었다.
안국군은 그때부터 이인이 조나라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비밀히 많은 물품을 보내었다.
 
태자 안국군과 화양부인은 조나라에 있는 이인을 진나라로 데려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국군은 부왕인 진소왕에게 이인을 데려오자고 청했다.
그러나 진소왕은 당시에 위공자 신릉군과 조나라 평원군에게 패전한 일도 있고 하여 조나라에대해
매우 노해 있던 차였기때문에 이 일을 허락하지 않고 말했다.
"지금 이러한때에 한가하게 그게 무슨 얘기냐?
나중에 때가 되면 데려올 터이니 그냥 내버려 두어라!"
하고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다.
그러한 소식이 궁에서 화양부인의 언니인 마님을 거쳐 여불위에게까지 전해졌다.
여불위가 가만히 듣고는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여 한 계책을 생각해 냈다.
여불위는 즉각 여기저기 사람을 풀어 현재 진나라에서 진소왕의 총애를 받는 권세높은 사람이 누구인가
수소문을 했다.
그리하여 그것이 진소왕의 왕후와 그 왕후의 친정동생 양천군 이란것을 알아냈다.
여불위는 또다시 막대한 황금을 풀어 양천군의 수하들에게 뇌물을 먹이고 양천군에게 접근했다.
이리하여 여불위는 쉽사리 양천군의 집으로 초대되어 만날수 있었다.
여불위가 양천군을 만나 인사를 올린후에 환담을 나누다가 대뜸 한마디 하였다.
"대군은 죄가 많아서 오래 못사실 것입니다.
제 말뜻을 알아들으시겠습니까?"
양천군은 깜짝놀라서 여불위에게 되물었다.
"나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씀이오?"
"지금 대군의 권세는 하늘을 찌르고 대군의 집에는 억만금의 재산이 있으며 마굿간엔 준마가 넘쳐나고
후원엔 미인이 가득합니다.
또 대군의 친척들은 전부 귀하게 되어 모두 높은 지위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나라 태자인 안국군은 어떻습니까?
안국군의 문하 사람들은 아무도 권세를 잡지 못하고 그저 구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진나라 대왕은 연세가 매우 높으시니 언제고 대왕의 만세후에 태자 안국군이 왕위에 오르신다면
그대는 지금의 영화를 지킬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말을 들은 양천군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럼 이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제게 한 계책이 있습니다.
제가 대군의 앞날을 태산같이 탄탄하게 만들어 드릴테니 제 말을 들으시겠습니까?"
양천군이 벌떡 일어나서 여불위게게 절을 하고 다시 꿇어앉아 말했다.
"그대의 말을 모두 따를테니 저에게 계책을 일러주십시오."
여불위가 다시 조용히 말했다.
"지금 진왕은 너무 늙으셨습니다.
그래서 만일 진소왕께서 돌아가신다면 태자 안국군이 그 뒤를 계승 할것입니다.
그러나 안국군에겐 후사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안국군과 그 태자비인 화양부인은 여러 아들중에 조나라에 볼모로 가있는 왕손이인을
후사로 생각하고 있는듯 합니다.
이러한때에 대군께서 친 누님인 왕후마마께 간곡히 청하시고 또 왕후마마께서 진소왕께 간곡히 청하시어 왕손 이인을 고국으로 데려오는데 큰 도움을 준다면 안국군은 두분께 매우 고마워 할것입니다.
후일에 안국군이 왕이 되고 왕손이인이 그 적사로서 태자가 되기만 한다면 그 공이 누구의 것이겠습니까?
안국군과 왕손이인은 왕후마마의 덕을 입은것이되고 왕후마마는 결국 대군의 덕을 입는것 아니겠습니까?
대군과 왕후마마는 진나라에 끼친 공으로 영세무궁토록 부귀를 누릴것입니다."
양천군이 다시 여불위에게 절하고 감사했다.
"삼가 선생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이리하여 사태가 다시 진전을 보게 되었다.
왕후는 진소왕에게 가서 왕손 이인을 데려오자고 청했다.
그러나 진소왕은
"좀 기다려 봅시다. 얼마 있으면 조나라가 우리 진나라에 화친을 청할것 같으니
그때에 이인을 데려오도록 해 봅시다."
라고 하며 서두르지 않았다.
 
일이 이정도로 진척을 보게된것도 다 여불위의 힘이었다.
여불위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진나라의 고위층에게 수많은 뇌물을 뿌렸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상당해 졌다.
그래서 마침내 태자 안국군이 여불위를 궁으로 부르게 되었다.
"그대가 우리 왕손이인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니 정말 고맙소.
그런데 나는 이인을 데려와서 적자로 삼고 싶은데 부왕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니 이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선생에게 묘책이 있거든 나를 좀 지도해 주시오."
여불위가 낮으면서도 강한 어조로 대답 하였다.
"태자께서 과연 왕손이인을 적자로 세울 결심을 하셨다면 소신의 집이 비록 넉넉하진 않사오나 천만금의
가산을 기울여 조나라 신하들을 매수하고 왕손이인을 구출해 오겠나이다."
이말을 들은 태자와 화양부인은 너무도 기뻐서 여불위를 치하하고 부탁했다.
"그럼 우리도 황금 삼백일을 줄터이니 가지고 가서 일을 성사시키는데 보태시오."
한편 이런 소식을 들은 왕후마마와 양천군도 여불위에게 황금 백일을 보내어 왔다.
태자 안국군이 여불위에게 다시 부탁 했다.
"그대는 왕손이인의 태부가 되어 이 일에 실수가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시오."
드디어 진나라 왕손의 태부가 된 여불위는 태자에게 하직인사를 하고 그날로 함양성을 떠나 조나라로 돌아갔다.
그는 우선 이인이 머물고 있는 총대로 가서 먼저 공손건에게 엄청난 선물을 주고 환심을 산후에
왕손 이인을 만나 그간의 경과를 말해줬다.
이인은 크게 반가워하며 말했다.
"그대의 힘으로 내가 만일 조나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 은혜를 죽어도 잊지 않을것이오."
여불위는 이인을 위로하고 집으로 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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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불위에게는 수많은 애첩이 있었다.
그중에  조희 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젊고 매우 아름다웠으며 특히 춤과 노래가 뛰어나서
여불위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희가 여불위의 아이를 잉태하게 되었다.
 
어느날 여불위가 자기집에서 주연을 열고 왕손이인을 초대했다.
주연을 즐기다가 여불위가 조희를 불러 춤을 추게 하였다.
조희는 아름답게 치장하고 춤춘후에 왕손이인에게 날아갈듯이 절하고 술을 올려 인사를 했다.
왕손이인이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이인은 여불위에게 술잔을 올려 상수할것을 축원한뒤에 부탁 했다.
"저 여인을 내게 줄수 없겠습니까?"
여불위가 화를내며 말했다.
"나는 좋은 뜻으로 전하를 내집에 초대했고 또 조희를 불러 인사를 시킨것은 전하를 존중하기때문인데
전하께서는 이제 저의 사랑하는 여인까지 달라고 하십니까?"
이인은 심히 부끄러워 황망히 엎드려 사과 했다.
"제가 그동안 심히 외롭게 지내다보니 이제 선생의 은총만 믿고 못할소릴 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실로 취중에 한 미친소리이니 이 죄를 용서 해 주십시오."
그런데 여불위가 일어나서 이인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전하를 위해 집안의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도 그것이 전하를 위해 한 일이기 때문에 아깝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하거늘 그까짓 여자하나를 아껴 전하께 바치지 못할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조희는 아직 나이 어리니 전하를 잘 모실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날이 밝는대로 제가 조희를 잘 설득해서 전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왕손이인은 여불위에게 두번 절하고 감사했다.
 
왕손이인이 돌아가고 그날밤 여불위는 조희의 침소에 들었다.
여불위가 조희에게 말했다.
"진왕의 손자이신 왕손이인께서 너를 사랑하셔서 너를 아내로 삼고 싶어 하신다.
너의 뜻이 어떠하뇨?"
"소첩은 대인을 섬겨 이미 임신까지 한몸인데 어찌 다른 사람을 섬길수 있겠습니까?"
여불위가 다시 대답하였다.
"내 말을 잘 들어라.
네가 나를 평생 섬겨봐야 너는 장삿꾼의 첩일 뿐이다.
그러나 왕손 이인은 언젠가는 진나라의 왕이 될분이다.
네가 그분의 사랑을 받기만 하면 너는 진나라의 왕후가 될것이고 하늘이 도우사 지금 네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라면 그 아이는 장차 진나라의 왕이 될것이다.
그리하면 너와 나는 진나라 왕의 부모가 되는것이니 우리의 부귀영화가 무궁할것이 아니겠느냐?"
조희가 울며 대답했다.
"대인의 계획하심이 그러하시다면 소첩이 어찌 따르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부부의 정을 어찌 쉽게 끊을수 있겠습니까?"
여불위는 조희를 달래고 위로했다.
"네가 만일 나를 잊지 못하겠다면 우리가 진나라를 얻은 후에 다시 부부가 되어 함께 부귀를 누리자.
이또한 좋은일이 아니겠느냐?"
이리하여 여불위와 조희는 깊이 약속하고 한방에서 잠자리에 들어 마지막 정을 나눴다.
 
며칠후 여불위는 조희를 수레에 태워 이인에게 보냈다.
공손건은 이미 여불위에게 수많은 뇌물을 받아먹었기 때문에 그런일에 대해서 조금도 까다롭게 굴지 않고
오히려 이인과 조희가 혼례를 올리는일에 여러가지로 편리를 봐주었다.
 
이인은 조희를 아내로 맞은후 그녀를 지극히 사랑했다.
그들이 결혼한지 한달쯤 뒤에 조희가 자초에게 말했다.
"소첩은 전하의 사랑을 받아 다행히 태기가 있나이다."
조희가 이미 여불위의 아이를 임신하고 자기에게 시집온것을 알리가 없는 이인은 매우 기뻐하였다.
조희가 이인과 혼례를 올린지도 어느덧 8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뱃속의 아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람이 임신을 하면 보통 열달이면 출산을 하는것인데 조희의 뱃속에 든 아기는 산달이 넘었어도
전혀 나올 생각을 않았다.
조희의 뱃속에는 장차 천하를 한손에 거머쥘 제왕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찌 평범한 다른 아기들과 같았겠는가?
결국 열두달만에 조희는 사내아이를 출산했다.
조희가 아기를 출산할때 방안에 서광이 서렸고 수많은 새들이 날아와서 노래했다.
아기는 날때부터 코가 크고 눈이 길고 이마가 단단하고 눈에 광채가 돌고 입속에 이미 이가 많이 났고
목부터 등줄기까지 용의 비늘이 덮여있었다.
이때가 바로 진소왕48년 정월 초하루 였다.
이인이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내 듣건대 천하의 운기를 타고나는 왕자는 날때부터 비범한 징조가 있다 하더니 이 아기를 본즉
과연 골상이 비범하며 또 정월 초하룻날에 태어났으니 나중에 반드시 천하를 다스릴것이다."
이인은 아기가 조희에게서 났으며 정월 초하루에 났으므로 조정 이라고 이름지었다.
이 아이가 자라서 나중에 천하 육국울 통일하고 진 제국을 일으키는 진시황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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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왕 50년 조정이 세살이 되었다.
이때가 바로 진나라가 한단성을 포위하고 한참 공격하던 당시였다.
조나라 궁궐과 백성들이 물끓듯 소란했다.
전세는 날로 급박하고 불리하였다.
조나라에서는 볼모로 와있던 이인을 죽이려 하였다.
그래서 이인은 매우 불안했다.
여불위가 이인을 만나 상의했다.
"살아날 방법을 찾아야 겠소.
여기에 있다간 조나라 왕이 전하를 그냥 두지 않을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조나라를 탈출해야 합니다.
모든 일은 제가 알아서 준비할것이니 전하께서는 떠날 차비를 하고 기다리십시오."
이렇게 말한 여불위는 황금 삼백근을 준비하여 한단성 남문을 지키는 장군에게 찾아갔다.
여불위가 조나라 장군에게 황금 삼백근을 내놓으며 말했다.
"장군께서도 아시겠지만 저희집은 장삿꾼의 가문입니다.
조나라 한단땅에 장사하러 왔다가 이렇게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으니 이제 가족의 생명이라도
건지기 위해 성을 빠져나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저희 가족을 성 밖으로 내보내주시기만 한다면 이 황금을 바치겠습니다."
조나라 장군은 황금을 받고 두말않고 그러기로 허락하였다.
여불위는 성문 주변의 군졸들에게까지 수많은 뇌물을 뿌렸다.
그리고 여불위는 공손건을 찾아 갔다.
여불위는 공손건에게 황금 백근을 주고 말했다.
"전쟁이 날로 심각해지니 저는 가족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동안 많은 신세를 졌으니 어찌 이별의 자리에 주연이 없을수 있겠습니까?"
여불위는 공손건과 함께 술자리를 벌여 밤새도록 술을 권했다.
공손건이 마침내 대취하여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
좌우 졸개들도 여불위가 베푼 술과 음식을 하루종일 진탕 퍼먹고 모두 여기저기 나가떨어져서
잠이들고 말았다.
마침내 여불위는 왕손이인과 조희 그리고 어린아기 조정을 수레에 태워 몰래 총대 밖으로 나와서 한단성 남문으로 달렸다.
여불위는 이인의 가족들을 종놈의 복장으로 갈아입히고 수레뒤를 따라 걷게 했다.
한단성 남문을 지키는 조나라 장수는 여불위의 일행중에 진나라 왕손이인의 가족이 끼어있을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조나라 장수는 곧 성문을 열어주었고 이리하여 여불위의 가족과 진나라 왕손이인의 일가족은
드디어 한단성을 무사히 벗어나게 되었다.
일행은 성문을 빠져나와 곧장 진나라 대영을 향해 달려갔다.
진나라의 보초병들이 여불위의 일행을 발견하고 곧 포위했다.
"이분이 누구신지 아느냐?
이분은 진나라 태자의 아들이신 왕손이인 님이시다.
우리는 한단성을 탈출하여 도망나온것이니 너희는 우리를 진나라 대영으로 속히 안내하여라!"
이리하여 진나라 군사들은 여불위 일행을 진나라 대영으로 인도했다.
진나라 대장 왕홀이 친히 뛰어나와 이인을 맞이 했다.
이때 진소왕은 전쟁을 독려하기 위해 친히 전선뒤 십리밖에 와있었다.
왕홀이 이인의 일행을 수레에 태워 진소왕이 있는 행궁으로 인도했다.
진소왕은 오랫만에 손자인 이인을 만나자 기뻐서 이인을 덥썩 끌어 안고 말했다.
"하늘이 도우사 호랑이 굴에서 무사히 빠져 나왔구나.
태자가 밤낮으로 너를 생각하고 있으니 너는 어서 함양으로 돌아가서 태자를 위로하라."
이리하여 왕손이인은 진나라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수레를 타고
진나라 수도 함양성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진나라 함양에선 왕손이인이 온다는 소식에 안국군과 화양부인이 크게 기뻐하여
성대한 환영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불위는 이인에게 초나라의 복식을 입도록 하였다.
그것은 화양부인이 초나라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인이 드디어 함양궁에 들어가 태자부부를 뵈었다.
이인이 태자부부 앞으로 나아가 공손히 절한후 울면서 귀국인사를 아뢰었다.
"불초소자는 오랫동안 고국을 떠나있어서 그동안 효도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선 불효한 저를 용서하여주시옵소서."
그런데 화양부인이 이인을 바라보니 머리엔 남관을 쓰고 발엔 표석을 신고 몸엔 단포를 입고 허리에 혁대를 두른것이 영락없는 초나라의 복식이었다.
화양부인이 기이하게 생각하여 이인에게 물었다.
왕손은 그간 조나라 한단성에 있었는데 어찌 초나라의 복장을 하고있는가?"
이인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불효자는 자나깨나 인자하신 어머님만을 그리워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초나라 옷을 만들어 입고 늘 어머님에대한 그리운심정을 스스로 위로 하였습니다."
화양부인이 크게 기뻐하며 감탄했다.
"나는 원래 초나라 사람이다.왕손이 그토록 나를 생각하는줄도 모르고 그동안 왕손에게 소홀히 했으니 나의죄가 매우 크구나."
옆에서 보고있던 안국군이 즐거워하며 말했다.
"이토록 기쁜날에 이자리를 기념하기 위하여 내 마땅히 아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하사하겠노라.
지금부터 너의 이름을 자초(子楚)라 하여라."
그리하여 왕손이인은 이때부터 왕손자초라 부르게 되었다.
안국군은 여불위에게 큰 상을 내리고 장차 진소왕이 돌아오면 다시 높은 벼슬과 봉읍을 봉하기로 하고
여불위를 물러가게 하였다.
 
한편 조나라의 공손건은 어찌 되었는가?
공손건은 대취하였다가 그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서야 눈을 떴다.
좌우 군졸들이 와서 고했다.
"왕손이인의 일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공손건은 즉시 여불위의 집으로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게 하였다.
그러나 여불위의 일가도 모두 떠나고 집이 텅 비어있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다.
며칠후에 공손건은 소문을 들어 여불위와 왕손이인이 진나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공손건은 발을 구르며 탄식했다.
"내가 그 장삿꾼의 계책에 속았구나."
공손건은 한참동안 궁리했으나 별다른 뾰족한 계책이 없었다.
공손건은 조나라 임금에게 자신의 죄를 사죄하는 표장을 써 올리고 칼로 자기 목을 찔러 자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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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왕이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진소왕56년 가을 결국 노환으로 진소왕이 죽었다.
태자 안국군이 왕이 되었으니 그가 곧 진효문왕 이었다.
화양부인이 왕후가 되었으며 자초가 태자가 되었다.
진효문왕은 여불위를 객경에 임명하고 그 공을 치하했다.
진소왕의 장례식이 끝난뒤 며칠후에 진효문왕이 내궁 침실에 들었다.
그런데 참으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그날밤에 진효문왕이 죽은것이었다.
진나라 대신들은 모두가 객경벼슬에 있는 여불위를 의심했다.
이것은 역시 여불위의 짓이었다.
여불위는 진효문왕의 주변 내시들과 궁녀들에게 많은 뇌물을 풀었고
진효문왕의 술에 독을 풀어 왕을 독살한 것이었다.
태자 자초를 빨리 왕위에 세우려고 여불위가 계획한 일이었다.
그러나 진나라 문무백관들과 백성들은 이런 일을 짐작은 하면서도 여불위가 두려워서 아무도
이일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하여 여불위가 모든 대신들과 의논하여 태자 자초를 왕으로 올려 세웠으니
그가 바로 진 장양왕 이었다.
하루아침에 과부가 된 화양부인은 태후가 되고 ,조희는 왕후가 되었으며
실은 여불위의 자식이었던 조정이 태자가 되었다.
태자 조정은 태자가 되면서 어머니의 성인 조 자를 떼버리고 그냥 태자 정' 이라고 일컫게 되었다.
 
이때에 진나라의 승상이었던 채택은 사세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승상의 직을 내려놓고 물러나 버렸다.
그래서 장양왕은 여불위를 승상으로 삼았다.
진장양왕은 여불위를 문신후로 봉했으며 하남의 낙양땅 10만호를 식읍으로 봉하였다.
문신후 여불위는 장양왕의 명을 받아 군사를 거느리고 종주국 주나라를 쳐서 드디어 주왕실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진장양왕 3년에 장양왕이 병들었다.
여불위는 매일같이 궁에 드나들며 날마다 문병했다.
장양왕을 문병하는도중에 여불위는 왕후 조희와 자주 마주쳤다.
두사람은 옛정이 되살아나서 장양왕이 병으로 누워있는중에 왕후의 궁에서 교정했다.
여불위는 그후에 친히 약을 구해다가 장양왕에게 바쳤다.
장양왕은 여불위가 바치는 약을 먹었지만 결국 한달만에 죽고 말았다.
이에 여불위는 태자를 받들어 진나라 왕위에 모셨다.
그가 바로 나중에 진시황제가 되는 진왕 정 이었다.
이때 진왕 정의 나이 열세살 이었다.
장양왕후(조희)는 태후가 되었고
태후의 둘째아들 성교(진장양왕과 조희 사이에 나온 장양왕의 진짜아들.진왕 정의 동생)는 장안군이 되었다.
과부가 된 태후는 전날의 남편 여불위와 때때로 남몰래 사통했다.
그러나 진왕 정은 나이가 어렸으므로 그런 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불위는 나랏일을 도맡고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여불위는 옛 강태공과 견줄만 하다 해서 중부 라고 칭하게 되었고 직위를 더욱 높여 상국으로 삼았다.
진장양왕이 죽은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불위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천하의 제후와 왕들이 조문을 왔고 그들이 보낸 사신들이 함양시내에 넘쳐났다.
거리에 수레와 말들로 한 저자를 이룰정도였다.
장양왕의 장례보다 여불위의 아버지 장례식이 몇배나 성대했다.
여불위의 권세가 얼마나 컸는가 하는 증명이라 할수 있었다.
여불위는 세상에 부러울게 없었다.
그런데 그당시에 전국 사공자라하여 맹상군 신릉군 평원군 춘신군 등이 있어 천하에 이름이 높았다.
그 넷은 집안에 수천의 빈객을 거느리고 천하의 현사를 불러모으는 경쟁을 하고 있던 때였다.
여불위는 진나라가 천하의 강국임에도 자기의 인망이 그 사공자에 미치지 못하는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래서 여불위는 큰 관사를 짓고 부지런히 빈객을 끌어 모았다.
그리하여 어느새 식객이 3000이 넘게 되었다.
여불위는 빈객들을 시켜 저술을 편집하게 하였다.
여러 빈객들이 천하를 다니며 견문한바를 집대성하여26권 20만자가 넘는 대저서를 지어냈다.
이는 천지만물.고금의 모든것을 총 망라한것으로 이 저서를 내놓음으로서
전국 사공자의 명성을 따라잡으려 한 것이었다.
여불위는 이 책의 이름을 여씨춘추'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이 책을 함양성 시장문 앞에 진열하고 천금의 상금을 걸었다.
"천하의 어떤 선비라도 이 책에서 한글자라도 더하거나 뺄수 있다면 천금을 상으로 주겠다."
그만큼 여불위는 이 저서에 자신이 있었고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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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후. 장성한 진왕 정은 키가 8척5촌 이었다.
그는 워낙 영특하고 위대하고 총명하고 탁월했다.
진왕정은 모든일을 오로지 자기 주장대로 했다.
그래서 어머니 왕태후나 여불위도 진왕의 앞에선 꼼짝도 못했다.
여불위는 진왕정이 장성함에 따라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태후와의 관계가 길어짐에 따라 그 일이 진왕에게 발각될까 고민이었다.
그러나 왕태후의 음탕한 욕심은 끝이 없었다.
심심하면 사람을 보내어 여불위를 감천궁으로 불러들여 남의 눈치도 보지않고 음탕한 짓을 벌였다.
여불위는 두려워서 태후를 멀리하고 싶었으나 그럴수도 없었다.
그때 함양성에 노애 라는 사람이 살았다.
노애는 남근이 대단히 크기로 유명했다.
어느날 노애가 점잖은집 유부녀와 간통하다가 잡혀서 관아로 끌려왔다.
여불위는 그를 벌주지 않고 일단 자기집 사인으로 삼아 데리고 있었다.
어느 가을 추수가 끝나고 잔치가 벌어졌을때 여불위는 노애를 불러내어 노애의 남근에
커다란 수레바퀴를 끼우게 하고 빙글빙글 돌리게 하였다.
그러나 노애의 커다란 남근은 조금도 상하거나 다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모두 배를 잡고 웃으며 구경했다.
이 소문이 태후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태후는 여불위에게 그 노애란 사람에 대해서 물었다.
"그자의 양물이 과연 소문대로입니까?"
"곡식을 찧을때 쓰는 절굿공이만 하더이다."
"크다고 꼭 힘까지 센것은 아니지요?"
"그자는 양물에다가 커다란 수레바퀴를 끼우고 돌릴정도로 힘도 대단하더이다.
그러하니 그자의 정력이 얼마나 대단할지 태후께서도 짐작할수 있지 않겠습니까?"
"상국께서는 별 망칙한 말씀을 다하십니다."
"태후와 상국이 사통하는것은 망칙한 일이 아닙니까?"
"저야 원래 상국의 여인이었으니 망칙할것도 없지요."
"그나저나 이 노애란 놈 때문에 여염집 부녀들이 음탕한 생각을 하게되고 미풍양속을 해치니
이놈의 목을 베어버려야 겠습니다."
"양물이 큰죄로 목을 벤다니요? 그런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글쎄요...태후께서 혹 노리개로 곁에 두시겠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놈은 죽여야 마땅합니다."
"그렇다면 한번 보내 보시지요."
"그럼 그놈의 양물을 부형에 처하여 태후께 보내겠습니다."
"부형에 처한 놈을 어디에 쓴단 말이오?"
난 그런놈은 필요 없으니 죽이든 말든 맘대로 하시오."
여불위가 빙긋이 웃으며 이야기 했다.
"부형에 처하지 않은 멀쩡한 사내를 어찌 궁에 들인단 말입니까?
제가 자연히 좋도록 알아서 조치 하겠습니다."
그제야 눈치를 챈 태후는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계책이 참으로 묘하구려."
 
여불위는 집으로 돌아가 노애와 이일을 상의 했다.
그리고 며칠후에 사람을 시켜서 노애의 음죄를 낱낱이 고발하도록 했다.
여불위는 꿇어앉은 노애를 굽어보다가 큰 소리로 판결을 내렸다.
"저런 음탕한 놈을 그대로 둘수 없다.
저놈을 형부로 끌고가서 부형에 처하라."
노애는 형부로 끌려갔다.
그러나 이미 여불위가 손을 써 놓았기때문에 형부 사람들은 미리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다음날 형리들은 노애의 피묻은 커다란 남근을 성문 앞에 내다 걸었다.
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은 노애의 것이 아니고 당나귀의 양물이었다.
이리하여 부형에 처해진 노애는 얼굴에 난 수염을 모두 뽑고 내시로 만들어서
태후가 기거하는 감천궁으로 들여보내 졌다.
태후는 그날밤 노애를 비밀히 침실로 불러 들였다.
노애는 평생의 재주를 다 부려서 태후를 기쁘게 해주었다.
 
태후는 여불위에게 큰 상을 내렸다.
이리하여 여불위는 태후로부터 벗어날수 있게 되었다.
태후는 노애를 몹시 사랑하였다.그래서 태후와 노애는 마치 부부처럼 날마다 한방에서 잤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태후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겁이 난 태후는 한 계책을 마련하였다.
태후는 꾀병을 앓아 자리에 눕고 점쟁이를 불러 점을 치게 했다.
이미 노애에게 뇌물을 받아먹고 입을 맞춘 점쟁이는
"감천궁에 동티가 났으니 거처를 200리 밖의 옹땅으로 옮겨야만 태후의 병이 나을수 있다."
고 점괘를 말하였다.
이러한 말을 들은 진왕 정은 모후를 찾아 뵙고는 치료를 위해 옹땅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하였고
그 이후로 태후와 노애는 옹땅으로 옮겨가서 더욱 기탄없이 음행을 즐겼다.
태후는 옹땅에서 거처하는 동안 아들을 둘이나 낳았다.
태후는 노애에게
"나중에 진왕정이 죽거든 우리의 아들로 진나라의 왕을 삼도록 합시다."
라고 약속했다.
태후는 아들인 진왕 정에게 졸라서 노애에게 많은 토지와 벼슬을 내려주도록 했다.
그래서 노애는 장신후에 봉해졌고 수 없이 많은 봉토를 받았다.
천한 사람이 갑자기 부귀해지니 노애는 안하무인으로 방자하게 행동했다.
좋은 집에 거느리는 일꾼만도 수천명이나 되었다.
이렇게 되니 노애에게 줄을 대려고 찾아오는 빈객이 또한 수천이었고
그에게 바쳐지는 뇌물이 거만금에 이르렀다.
노애의 세력은 나날이 커져서 오히려 문신후 여불위를 능가할 지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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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옛날 진양공이 꿈을 꾸고 백제 를 제사지낸후에 옹땅으로 도읍을 옮겼다.
그래서 진나라의 사당이 모두 옹땅에 있었다.
그후 진목공이 보부인사를 세워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전통은 진나라가 도읍을 함양으로 천도한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
그래서 진왕 정도 해마다 하늘에 제사지낼때가 되면 옹주땅으로 가서 어머니인 왕태후를 뵙고
문안을 드리고 기년궁에 행재 하였다.
그 해 봄에 하늘에 큰 혜성이 나타났다.
태사가 점쳐본즉 국내에 큰 군변이 날 징조였다.
진왕 정이 제사를 지내러 옹주땅으로 행차할때가 가까워서 진왕 정은 매우 불안했다.
그래서 진왕 정은 옹주로 가기전에 만반의 조치를 취했다.
장수 왕전이 함양시가에서 군사를 거느리고 시위행진을 벌였고,
여불위는 진왕 정이 함양을 떠난 후에도 수도를 굳게 지키겠다고 선서하였다.
또 장수 환의는 군사3만을 거느리고 기산밑에 둔쳤다.
진왕정은 옹주에 당도하여 하늘에 제사지내고 모후께 문안하고 큰 잔치를 벌였다.
잔치가 며칠째 계속되어 모든사람들이 들떠서 크게 즐겼다.
 
이때 노애는 매일같이 잔치를 즐기며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며 지냈다.
그날 노애는 중대부 안설 등과 조용한 방을 차지하고 노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애는 이날따라 연거푸 돈을 잃기만 했다.
화가난 노애는 계속 술을 들이키고 돈을 딴 안설은 기분이 좋아서 연신 술을 들이켰다.
많은 돈을 잃은 노애는 판을 엎고 새로 하자고 억지를 부렸다.
그러나 역시 술에 취한 안설은 단호히 거절했다.
노애가 크게 노해 호령하였다.
"네 이놈. 네가 어느 안전이라고 나에게 항거하느냐?"
노애는 손을 들어 번개같이 중대부 안설의 따귀를 후려 갈겼다.
술취한 노애가 점점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
"이놈! 내가 누군줄 알고 감히 대드는것이냐?
나는 진왕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다.
너같은 놈이 감히 죽고싶어 나에게 대드는 것이냐?"
중대부 안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밖으로 달아났다.
안설은 달아나다가 마침 태후의 궁에서 나오던 진왕 정의 행차와 마주쳤다.
안설은 진왕 정 앞에 꿇어 엎드려 울며 청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몸을 죽여주시옵소서."
 
눈치가 빠르고 날카로운 진왕정은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차렸다.
진왕정은 아무말 않고 안설을 기년궁으로 연행했다.
기년궁으로 들어간 진왕정은 그제야 안설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대체 무슨일인지 소상히 말해보라."
안설은 노애에게 맞은것과 노애가 "나는 진왕의 아버지뻘이다" 라고 말한 사실을 고해 바쳤다.
진왕은 안설에게 그동안의 속사정을 모두 고할것을 명하였다.
중대부 안설은 눈물을 흘리며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노애가 실은 고자가 아닌것과 태후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는것까지 모두 고해 바쳤다.
진왕 정은 주위의 한 신하에게 조용히 병부를 주며 말했다.
"기산에 가서 환의 장군에게 이 병부를 보여주고 곧 군사를 거느리고 이 옹주성으로 오라고 하라."
 
새벽녘이 되어 노애는 술에서 깨었다.
주변에 알아보니 안설이 진왕에게 모든것을 고해바쳤다는것이었다.
노애는 크게 놀라 왕태후에게 달려가서 이 사실을 고했다.
"이제 별수 없으니 우리가 먼저 진왕을 쳐야 합니다.
태후께서 도장을 빌려주시면 제가 저희집 사인들과 궁궐 사람들을 모아서 기년궁을 치겠습니다.
장수 환의가 옹주에 당도하면 우리는 모두 끝장입니다."
이래서 태후는 노애에게 도장을 내어 주었고 노애는 그 인장으로 거짓 조서를 꾸몄다.
<기년궁에 도적이 난을 일으켰다.궁중의 모든 사람과 군사들은 노애를 도우라.>
이 거짓 조서에 속은 사람들이 노애를 따라 나섰고 노애는 많은 군사를 이끌고
진왕 정이 있는 기년궁을 포위했다.
이에 진왕 정이 높은 대에 올라서 기년궁 담 밖에 몰려든 군사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은 무슨일로 과인을 포위했느냐?"
"장신후 노애가 기년궁에 도적이 난을 일으켰다고 해서 대왕을 보호하려고 왔습니다."
진왕정이 말했다.
"바로 그 노애란놈이 도적인데 이 궁중에 또 무슨 도적이 있다는 말이냐?"
궁 아래의 군사들이 어쩔줄 몰라서 우왕좌왕할때 대 위의 진왕 정이 크게 외쳤다.
"역적 노애를 사로잡아 바치는자에겐 상으로 백만전을 줄것이며
노애의 목을 벤자에겐 오십만전을 줄것이다."
대 위에서 이러한 명령이 떨어지자 지금껏 노애를 따랐던 군사들이 격분하여 도리어 노애의 사인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백성들까지 몰려와서 노애를 잡기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다.
노애는 사세가 불리해지자 말을 타고 달아났다.
그러나 마침 기년궁을 향해 달려오던 장수 환의와 마주치고 말았다.
노애는 환의의 군사들에게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다.
연후에 군사들은 노애의 일당들을 모조리 잡아들였다.
옥리들은 잡혀온 죄인들을 혹독하게 고문 하였다.
죄인들은 고문에 못이겨 모든것을 다 토설하고 말았다.
진왕정은 직접 태후의 궁으로 들어가서 밀실을 뒤져 왕태후와 노애가 간통해서 낳은 두 아들을 찾아냈다.
왕태후는 가슴이 찢어지는듯 했지만 차마 진왕 정에게 두 아이를 살려달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진왕정은 신하들에게 푸대자루를 가져오게 해서 그 자루에 두 아기를 넣고 몽둥이로 친히 쳐 죽였다.
진왕 정은 태후를 만나보지도 않고 기년궁으로 돌아갔다.
진왕정은 노애를 다섯대의 수레에 묶어 사지를 찢어 죽였다.
또한 노애의 삼족을 멸하고 노애의 일당들까지 모두 잡아 죽였다.
태후는 역양궁에 가두고 군사 300명에게 밤낮으로 지키게 하여 사실상의 감금을 해버렸다.
진왕 정은 노애의 난을 평정하고 함양의 궁으로 돌아왔다.
 
불똥은 여불위에게 떨어지게 생겼다.
여불위는 겁이나서 병이라 핑계하고 궁에 입궐도 하지 않았다.
진왕 정은 모든 신하들에게 여불위의 죄를 물어 그를 죽일것을 명했다.
그러나 조정내의 여러 신하들은 모두 여불위의 일당이나 마찬가지였다.
여불위의 세력은 그만큼 넓고 뿌리깊었다.
신하들은 여불위가 선왕때부터 국가에 공로가 매우크다하여 여불위를 적극 변호했다.
진왕정도 여러 신하들의 중론을 어쩌지 못했다.
그래서 여불위를 주살하지 못하고 다만 상국의 인수를 거두어 그를 파면했다.
시간이 일년쯤 지났다.
진왕 정이 가만히 본즉 아직도 사방의 제후와 빈객들이 여불위에게 줄을 대려고
그의집에 몰려들고 있었다.
진왕 정은 여불위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반란을 일으킬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왕 정은 문신후 여불위에게 한장의 편지를 보냈다.
ㅡ그대는 진나라에 무슨 공이 있길래 십만호의 봉읍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대가 진나라와 무슨 관계가 있어서 감히 과인의 중부라고 일컫는가?
진나라는 그대에게 후하게 대접했거늘 그대는 어째서 노애로 하여금 역모를 일으키게 하였는가?
내 그대를 죽이려 했으나 용서하여 자중하게 하였는데도 그대는 뉘우칠줄 모르고
여러나라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것은 무슨뜻인가?
이런것이 그대에게 관대했던 과인에 대한 보답인가?
이제 그대는 가족을 데리고 촉 땅으로 떠나라.
비 땅에 성을 하나 내줄테니 평생을 나오지 말고 그곳에서 생을 마쳐라.ㅡ
 
여불위는 편지를 읽고 크게 노했다.
"내 집안의 재산을 모조리 탕진하면서 선왕을 도와 왕위에 모셨다.
자기가 누구의 덕에 지금 왕위에 앉아 있는가?
또한 원래 진왕은 태후가 나를 섬겨 잉태 했으니 진왕은 바로 내 자식이다.
그러하거늘 왕은 어찌  나를 이렇게 저버리는가?"
한참후에 여불위는 길이 탄식하였다.
"그렇다. 내 원래 상인의 자식으로 진나라를 가로채려 하였고
남의 아내가 된 여자와 간음 하였고 왕을 둘씩이나 독살 하였고
진나라의 왕통인 영씨의 대를 끊고 나의 자식을 들어 앉혔다.
이러한 나를 하늘이 어찌 용납하리요?
오늘 죽는대도 오히려 늦은것이다."
여불위는 술에 독을 타서 독주를 만들어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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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여불위 열전 말미에 모초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모초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당시에 진왕 정이 어머니인 왕태후를 냉궁에 감금하자 신하들이 간하였다.
"천하에 어머니 없는 자식은 없습니다.
대왕께서는 속히 태후를 함양궁으로 모셔다가 효성을 다하십시오."
그러나 진왕은 화를 내어 호령했다.
"저놈을 몽둥이로 쳐죽여라."
신하는 그 즉시에서 맞아죽고 그 시체는 성문 아래에 버려졌다.
그 시체 옆에는 진왕 정의 포고문이 걸렸다.
<누구고 태후에 관해 간하는자는 모두 이렇게 될것이다.>
그러나 진왕 정의 이렇게 무서운 명령에도 신하들이 계속 간하였다.
그렇지만 진왕 정은 그때마다 간하는 신하들을 몽둥이로 쳐죽였다.
이리하여 진왕 정에게 태후의 일을 간하다가 맞아죽은 신하가 27명에 이르렀다.
진왕 정은 그 27명의 시체를 모두 한곳에 쌓아 놓고 감히 다른 사람이 다시 간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때에 제나라 출신 모초라는 사람이 진나라의 함양성내 한 여관에 묵고 있었다..
모초는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그때 마침 진나라에 와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 쑥덕거리며 진왕이 불효자라고 흉을 보는 것이었다.
모초가 나그네들의 곁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분연히 외쳤다.
"아들이 그 어머니를 가두다니! 이것은 하늘과 땅이 뒤바뀔 일이다.!"
모초는 다음날 아침 일찍 목욕재계하고 궁으로 갔다.
그는 성문 앞의 27구의 시체 앞에 엎드려 큰소리로 외쳤다.
"제나라 나그네 모초가 대왕께 간하고자 여기 왔습니다."
이런 보고를 받은 진왕 정이 내시를 시켜 무슨일로 왔는지 알아보게 하였다.
내시가 나가서 모초에게 말 하였다.
"무슨일로 왕께 간하려 하오?"
"나는 태후의 일로 대왕을 만나러 왔소."
"그대는 저 27구의 시체가 보이지 않소? 어째서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거요?"
"모초가 대답 했다.
"그대는 들어가서 진왕께 내말을 잘 전하시오.
내가 듣건대 하늘에 이십팔수가 있어 그 스물 여덟개의 별이 땅으로 내려오면 정인군자가 된다고 하더이다.
왕께 간하다가 죽은 충신이 이제 27명이니 이십팔수를 채우려면 아직도 한명이 부족하오.
그래서 내가 그 마지막 한명의 수를 채우러 왔소이다."
내시에게 이 말을 전해들은 진왕 정은 불같이 화를 내었다.
"미친놈이 일부러 찾아와서 나의 명을 어기려 하는구나.
궁정 뜰에 가마솥을 대령하여 물을 끓여라. 내 그놈을 산채로 삶아 죽일것이다.
그래도 그놈이 완전한 시체로 27명의 시체에 그 수를 더할수 있는지 두고보자."
이에 내시들이 나가서 모초를 잡아서 궁정 뜰로 끌고왔다.
진왕정이 어서 저놈을 삶아 죽이라고 독촉했다.
그때 모초가 진왕 정에게 절하고 우러러 말했다.
"살아있는자는 죽는것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하고
나라를 다스리는자는 그 나라가 망하는것을 두려워 해선 안됩니다.
대왕께서 천하를 도모하고자 하신다면 이 뜻을 알고자 하지 않으십니까?"
진왕 정이 뜻밖의 말에 약간 음성이 누그러지며 말했다.
"내게 할말이 있으면 한번 해보아라."
모초가 천천히 대답하였다.
"천하가 진나라를 두려워 하는것은 대왕의 위력때문만은 아닙니다.
모든 나라는 대왕이 천하영웅이라는것과 진나라가 충신열사로 가득하단것을 알고있기때문에
진나라를 존중하는것입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수레로 의부(노애)를 찢어 죽였으며 두 동생을 푸대에 넣어 쳐죽였고
어머니를 역양궁에 감금하였습니다.
이러고서어찌 천하를 거느리겠습니까?
신이 죽어 도합 28명을 채운후에 다시 충언을 할 신하가 없을까 걱정입니다.
더이상 간할 충신이 없으면 백성들은 대왕을 비난할것이고 신하들은 대왕이 무서워서 입을 닫을것이니
천하가 대왕을 존경하지 않을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모든 나라가 들고 일어나서 진나라를 칠것은 뻔한 사실입니다.
후세에 진나라가 실패한것은 대왕 때문이라고 할것이니 신은 이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신은 할말을 다 하였으니 청컨대 속히 죽여주십시오."
모초는 벌떡 일어나 옷을 훌훌 벗고 솥 앞으로 걸어갔다.
어느새 진왕 정이 뜰로 뛰어내려와 모초를 끌어않고 소리쳤다.
"속히 저 솥을 치워라."
진왕 정은 모초에게 옷을 입히게 하고 극진히 대접하며 자신의 잘못을 사과 했다.
진왕은 성문 앞의 시신27구를 거두어 좋은 관에 안치하고 나란히 용수산아래에 묻었다.
진왕 정은 그 무덤들을 회충묘 라고 명명했다.
진왕정은 어가를 타고 옹주성으로 태후를 모시러 갔다.
진왕 정은 역양궁에 당도하여 무릎으로 기어 왕태후 앞에 나아가서 절하고 통곡하여 울며 사죄했다.
왕태후 역시 울며 그 아들을 맞이했다.
진왕 정은 왕태후에게 모초를 알현 시키며 소개했다.
"이는 나의 영고숙 이로소이다."
진왕 정은 태후를 모시고 함양성으로 돌아와 크게 잔치를 벌이고 태후의 환궁을 축하했다.
온 백성이 구름처럼 몰려와서 축하하며 진왕 정의 효성을 칭송했다.
진왕 정은 모초를 상경으로 삼고 그를 크게 우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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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은 이 열전의 말미에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여불위와 노애는 존귀하게 되어 봉을 받았고
각기 문신후.장신후에 봉해졌다.
노애는 왕이 자신을 주벌하러 오는걸 알고 화 입을것이 두려워서 반란을 채비했다.
격노한 진왕이 친위대를 보내 노애를 공격했고 노애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달아났다.
왕의 친위대는 끝까지 추격했고 드디어 호치에서 노애를 잡아 목베고 그 일가도 몰살 시켰다.
여불위도 또한 그 사건으로 몰락 하였다.
공자가 말한 문(聞)<걷보기엔 그럴사 하지만 속으로는 부정한 인간> 이라는 뜻은 여불위와 같은사람을 말한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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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여불위의 이야기를 살펴 보았다.
사기 열전의 여불위 편은 그리 자세하거나 길지 않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여불위가 본받을만한 군자는 아니라 할지라도 현명하고 꾀가 많으며
또한 전국시대 말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생각하여 될수있는대로 자세히 설명하려 하였다.
그래서 열전에 보태어 열국지와 그외 많은 문헌을 참고하였고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매우 길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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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가 비록 열후에 봉해지고 크나큰 권세와 부를 거머쥐었지만 그는 스스로의 계략이나 유세로
출세한것이 아니고 다만 양물이 거대하다는 이유 하나로 이룬 권세이니 가히 길게 이야기 할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왕 정은 어린나이에 의지가 뚜렷하고 총명하여 큰 위기를 침착하게 벗어났으니
가히 후세에 길이 이름이 남을만한 충분한 기질을 지녔던것으로 보인다.
글의 말미에 나온 모초는 자신이 죽을것을 알면서도 두려워 하지 않고 스스로 끓는 가마솥을 향해
달려 들었으니 이 또한 충신열사의 기개를 한없이 보여준 군자라 할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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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불위의 생애를 살펴보면 그의 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와 모략으로 일관된다고 볼수있다.
그 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하나도 뜻에 맞아 실천되지 않은것이 없으니
그 총명함은 천하의 기재라고도 할수 있을것 같다.
여불위는 자신의 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남이 죽든 말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
어찌보면 과단성이라고도 할수 있지만 어찌 보면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여태까지 주군처럼 보필했던 자초까지도 속이고 또 독살하기까지 했으니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다만 장양왕은 죽는 그순간까지 여불위를 자신을 위한 충신이라 여겼을 것인데
여불위는 애초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했던 사람이니
사람이 사람을 신뢰할때 어떻게 저 여불위 같은 인물을 가려낼수 있을지 한탄스럽다.
 
또한가지는 여불위가 어떠한 일을 꾸미고 이뤄나갈때 항상 뒤따르는것에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바로 뇌물. 돈이다.
어찌하여 천하의 권세가와 재산가들이. 심지어 왕후나 제후까지 뇌물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지 알수가 없다.
여불위가 황금을 풀어 일을 꾸밀때 그 한번도 실패한적이 없으니 과연 황금의 위력이란 참으로 대단하다.
그러나 깊이 살펴보면 왕손이인을 지키던 공손건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그 황금때문에
자신의 생을 망친것 또한 음미해볼만 하다.
몇회전에 언급했던 조나라 간신 곽개나 초나라 간신 근상등도 황금을 탐하여 자신의 몸을 망쳤거니와
결국 여불위조차도 권세와 황금을 탐하여 천하를 농락하다가 자신의 말로를 비참하게 마쳤으니
진정으로 세상을 사는 의미를 알았던 사람은 노자 장자와 같은 도가의 류 뿐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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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이땅은 전국시대말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못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편에 굴원이 말했던 거세개탁.
온나라가 모두 썩어 문드러졌고 국민들은 천박해졌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회초리를 든다던 한 공기업 사장은
결국 자신의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양심을 버리고 수천명의 근로자에게 회초리를 내리쳤으며
바로 그러한 시간에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청탁을 하러 다녔다.
대기업들은 시민들의 주머니를 털기위해 철도.의료.수도.전기등 모든 공공재를 민영화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하기야 이것이 수천년 이래에 저 중국에서부터 전해져온 전통이라면
이제 날파리와도 같은 시민들의 힘으로 어찌 하루아침에 천하를 바꾸어 낼수 있겠는가?
그저 구세주가 나타나 우리를 구원해주기를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죽을 힘을 다해 나가서 계란으로 바위라도 두들겨야 할지?
답을 알수없는 고민에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며 글을 마무리 한다.
 
*여불위열전(呂不韋列傳)
 
고결한 충신들을 만나고 아름다운 시부를 감상하고 난후에 바로 만나는 사람이 천하 사기꾼이라니..
세상은 과연 그런것인가?
이러하니 전편에 굴.가 열전을 이야기 할때 어부가 그런식으로 비아냥 거렸는 모양이다.
하긴 이 사기열전의 저자 사마천도 전국시대는 술수와 모략이 도도히 흐르던 시기라 하였으니,
천하 대세가 그러하거늘 탄식하면 무엇하겠는가?
아름다운 굴,가 열전을 서술한 바로뒤에 사기꾼 여불위를 이야기한 사마천의 의도가 내심 의심스럽다.
 
이제 다시 천하를 뒤흔든 전국시대 말기의 한 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서쪽 변방의 진나라는 원래 오랑캐 취급을 받던 야만민족이었다.
그러한 진나라가 중원 제후의 반열에 들고 춘추 오패의 한자리를 거들었던 것은 진목공이래 백리해.건숙등
명신을 등용하고 상군과 범수등 능력있는 신하를 등용하여 꾸준히 중원을 경영한 까닭이다.
여불위는 그러한 천년의 진나라의 왕통을 뒤흔들고 마침내 진나라의 마지막 왕을 영(贏)씨에서 여(呂)씨의 자식으로 뒤집었다.
그러나 교묘한 계책이 천지를 뒤집은 후에 결국 스스로 불행한 생을 마쳤으니 한때의 영화를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불살랐음을 한탄할수밖에 없다.
 
여불위는 진나라 공자 자초와 친척같은 관계를 맺어 열국의 선비들이 빛에 빨려들듯이 진나라로 앞다투어 들어가 섬기게 했다.
그래서 여불위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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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무궁(巧計無窮)
 
여불위는 조나라 양책 출신이다.
여불위의 아비는 장삿꾼이었다.
그 아들 여불위 또한 장삿꾼이었다.
두 부자는 전쟁이 만연한 시기에 각국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데 비상한 재주가 있었다.
한마디로 난세전국을 이용하여 거만금의 재산을 축적한 모리배 들이었다.
세상이 어지러워 질수록 그 부자의 재산은 점점 늘었다.
 
잠시 예전의 이야기를 해야겠다.
일전에 진나라 진소왕과 조나라 조 혜문왕이 민지땅에서 회담한적이 있었다.
당시에 진소왕이 조혜문왕에게 거문고를 타게 하여 망신을 주려 했다가 오히려 인상여의 기개에 짓눌려
진소왕이 질장구를 쳤던일을 독자들은 기억할것이다.
이때에 진나라의 여러 신하들은 조나라를 칠것을 주청했지만 진소왕은 오히려 조혜문왕과 우호를 맺고
태자 안국군의 아들 이인 을 볼모로 조나라에 보내고 화친한후 본국으로 돌아갔다.
왕손 이인은 누구인가?
진소왕은 원래 여러 아들이 있었다.
진소왕은 50여년간의 긴 시간을 왕위에 있었는데 진소왕 40년에 태자가 먼저 죽고말았다.
그래서 진소왕42년에 둘째아들 안국군을 태자로 삼았다.
정실인 태자비 화양부인은 안국군의 사랑을 받았으나 아들을 낳지 못하였다.
안국군은 20여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모두 서출이었다.
그 20여명의 아들중에 왕손 이인 이라 부르는 아들이 있었다.
왕손이인의 어머니는 하희라 하였는데 하희는 안국군에게 별로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당연히 왕손이인또한 안국군에게 별로 사랑을 받는 아들이 아니었다.
왕손이인은 이러한 여러가지 불리한 조건 때문에 20여명의 아들중에 특히 볼모로 뽑혀서
조나라로 가게 된것이다.
따라서 진나라에서는 그간 왕손이인을 데려올 생각도 안하고 그대로 방치했다.
즉 진소왕도,태자 안국군도 이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사정이 그러하니 이인은 생활이 궁색하여 고생이 말이 아니었다.
이인은 외출을 하려해도 수레가 없어 걸어다녔으며 의복은 초라했고 조나라에서 대주는
생활비가 너무 적어서 사람을 사귀려 해도 그렇게 할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개털의 신세랄까.
그러한 때에 진나라가 다시 조나라를 공격하여 장평에서 조나라 군사 40만을 생매장 하고
몇년후에 또다시 조나라 수도 한단성을 포위하였다.
이때는 조혜문왕이 죽고 조효성왕이 즉위해 있던 때였다.
조효성왕은 화가 단단히 나서 조나라에 볼모로 와있던 이인을 죽이려 하였는데
평원군 조승이 간곡히 말려서 그나마 생명을 부지했던 일도 있었다.
 
바로 이러한 때에 여불위가 조나라 수도 한단성 안에 머물고 있었다.
어느날 여불위는 도성 안을 거닐다가 우연히 진나라 왕손 이인을 보았다.
여불위가 본즉 이인은 참으로 귀인의 상이었다.
비록 의복은 초라했고 안색은 우울해 보였지만 그 귀한 기상만큼은 가릴수 없었다.
여불위가 속으로 탄복했다.
"거참 귀한 상이다..참으로 묘하게 생겼구나.."
여불위는 즉시 수소문하여 그가 진나라에서 볼모로 와있는 왕손 이인이란 사람인걸 알았다.
여불위는 속으로 깊이 탄식하고 말했다.
"잘하면 참으로 좋은 밑천이 될것같구나."
여불위는 집으로 돌아가 그 아버지에게 물었다.
"일년내내 땀흘려 농사를 지으면 얼마의 이익을 남길수 있습니까?"
여불위의 아버지가 대답했다.
"열배의 이익은 남길수 있다."
"그럼 귀한 재화를 사서 되팔면 얼마의 이익을 나길수 있습니까?"
"줄잡아 백배의 이익은 남길수 있다."
"그렇다면 한사람을 도와 일국의 왕으로 세우고 그 나라 강산을 얻는다면 얼마의 이익을 남길수 있습니까?"
여불위의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대답 하였다.
"참으로 그리 할수 있다면 어찌 그 이익을 천만배라고 할수 있겠느냐?
그 이익을 이루 다 헤아릴수 없다."
아버지에게 이러한 말을 들은 여불위는 며칠후에 이인이 구금되어있는 총대로 찾아갔다.
 
이인이 구금되어있는 총대에는  이인을 감시하는 공손건 이란 사람이 있었는데
여불위는 우선 그 공손건에게 백금을 풀어 교제를 텄다.
그리하여 여불위는 자주 공손건과 어울렸다.
어느날 여불위가 공손건과 대청에서 술을 마시다가 뜰에 지나가는 왕손 이인을 보게 되었다.
여불위가 시침을 떼고 공손건에게 물었다.
"뜰을 거니는 저 사람은 누구요?"
공손건은 여불위가 참으로 아무것도 모르는줄 알고 이인의 내력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여불위가 말했다.
"마침 둘이 마시기엔 술자리가 적적하니 저사람도 불러서 함께 마십시다."
공손건은 아무 생각없이 여불위가 청하는대로 따랐고,
그리하여 세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세사람이 얼큰하게 취했을 무렵 공손건이 소변을 보러 잠시 자리를 비웠고
그틈을 타서 여불위가 이인에게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젠 진소왕도 늙으셨고 태자 안국군에게는 당신 외에도 20여명의 아들이 있습니다.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당신은 이곳에서 늙어 죽든지 아니면 조나라 왕에게 죽든지 할것입니다.
그래 당신은 여기서 이렇게 일생을 마치려 하십니까?"
이말을 들은 이인은 깜짝 놀랐으나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여불위는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안국군은 화양부인을 가장 사랑하십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화양부인에겐 아들이 없습니다.
나중에 안국군이 왕위에 오르면 누구를 태자로 세우겠습니까?"
이인은 마음이 답답했으나 할 말이 없었다.
다시 여불위가 말했다.
"물론 당신은 아닙니다.
당신은 장자도 아니며 안국군의 사랑을 받지도 못하는 수많은 아들중의 한명일뿐입니다.
그 어떤 조건을 따져봐도 당신은 가망이 없습니다."
이인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따지듯이 되물었다.
"누가 그걸 모르오? 그러니 어쩌란 말이오?"
안국군의 총애를 받는 화양부인은 아들이 없고 그럼에도 적사를 세울 힘을 가진 사람역시 화양부인 뿐입니다.
이러한때에 왕손께서는 화양부인에게 효성을 다하여 화양부인의 아들이 되십시오
그나마 기회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 화양부인의 아들이 되지 못하면 모든것은 물거품이 될것이며 다시는 기회가 없을것입니다.
지금 진나라 내에 있는 다른 공자들중 한명이 태자가 된다면 당신은 더이상 돌아가려해야 갈곳이 없을것이니 이곳 조나라에서 죽는것 말고는 길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가 그리 하려한들 나는 이곳 조나라에 묶여 있는 몸이고 진나라에 편지한장 보낼수 없는
형편이오.
또한 내가 그리 하려한들 화양부인이 어찌 나를 아들로 삼으려 하겠소?
여불위가 말하였다.
"저는 장삿꾼입니다.이제 제가 당신에게 천금을 걸어 투자하려 합니다.
모든일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 왕손께서는 저를 믿고 제가 시키는대로만 하십시오."
 
바로그때 마침 공손건이 돌아왔으므로 이인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공손건이 들어와서 웃으며 묻는다.
"두분은 무슨 이야기를 그리 재미나게 하시었소?"
여불위가 웃으며 대답하였다.
"나는 장삿꾼이므로 진나라 왕손에게 진나라에서는 옥이 어떤 가격으로 거래되는지 물었더니
왕손께서 못마땅한지 모른다고 하며 대답을 않으시는군요."
공손건이 껄껄 웃으며 말하였다.
"그냥 술이나 드실 일이지 이런데서까지 장사이야기를 한단 말이오?
그러지 말고 새로 상을 보아 즐겁게 한잔 합시다."
그리하여 세사람은 한참을 더 술마시고 놀다가 헤어졌다.
그후 여불위는 이인과 공손건이 있는 총대에 수시로 드나들며 친하게 지냈고 자연스럽게 왕손이인과
둘이 이야기 할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으며 공손건도 특별히 그들을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어느날 여불위는 비밀히 왕손이인에게 오백금을 주며 말했다.
"이 돈으로 주변 사람들과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을 매수 하시오."
그날부터 이인은 자기를 감시하고있는 공손건의 부하들에게 황금을 뿌렸다.
과연 황금의 힘은 대단하였다.어느덧 이인을 감시하던 자들은 모두 왕손이인과 한패가 되었다.
여불위는 다시 오백금을 써서 진귀한 보물을 사가지고 진나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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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 수도 함양성에 당도한 여불위는 태자 안국군의 정비인 화양부인을 만나기 위해
먼저 화양부인의 친정언니의 집을 찾아갔다.
여불위는 그 집의 사람들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여불위에게 많은 돈을 받아먹은 그집 사람들은 여불위를 화양부인의 언니와 만나게 해주기위해서
힘을 아끼지 않았다.
"마님 조나라에 볼모로 가있는 왕손이인이 여불위란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그 여불위란 사람이 태자비이신 화양부인께 전할 물건을 가져 왔답니다.
또한 이것은 왕손이인이 마님께 보내는 물건이랍니다."
이렇게 말하며 화려한 함 하나를 바쳤다.
마님이 그 함을 열어보니 황금과 구슬이 가득 들어있었다.
마님이 기뻐하며 분부하였다.
"그 여불위란 사람이 화양부인께 전할 물건을 가져왔다니 내가 한번 만나봐야겠구나.
즉시 이리로 데리고 오너라."
이윽고 여불위가 들어오고 대청에서 마님과 여불위가 만났다.
여불위는 마님에게 왕손이인이 효성이 지극하여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몹시 그리워 하고있으며
또한 이인이 화양부인께 효성을 다하기 위해 예물을 보내었기에 그걸 전하러 왔다고 설명하였다.
마님은 매우 기뻐하며 여불위를 잘 대접하고 그 다음날 궁으로 들어가서 친동생인 화양부인을 만났다.
마님은 여불위에게서 전해받은 함을 화양부인에게 바치고 말했다.
"이것은 조나라에 볼모로 가있는 왕손이인이 화양부인께 바치는 예물입니다.
이인은 부모를 뵙지 못하여 매우 슬퍼하고 있으며 가까이서 모시며 효를 다하지 못함을 크게 괴로워 하고있다고 합니다."
화양부인이 함을 열어보니 역시 진귀한보배가 그득하였다.
화양부인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아..왕손이인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하는가?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이리하여 화양부인은 그 심부름온 여불위를 궁으로 들게 하여 직접 만나보게 되었다.
 
천신만고끝에. 또 천금을 뿌려서 겨우 화양부인을 만나게 된 여불위는 화양부인 앞에서
왕손이인의 효심이 극진함을 알렸다.
"왕손이인은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그래서 조나라에서도 널리 현명한 인물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인은 화양부인을 하늘처럼 생각하시며 항상 가까이서 효도를 다하지 못함을 슬퍼하여 통곡하고
눈물을 흘리십니다."
"이인이 그렇게까지.."
화양부인은 몹시 감동하고 또 기뻐했다.
화양부인은 심부름온 여불위에게 상을 내리고 또한 친 언니인 마님을 시켜 크게 잔치를 벌여
여불위를 대접하도록 하였다.
 
화양부인의 언니인 마님이 잔치를 벌여 여불위의 노고를 치하하는데 여불위가 마님께 넌지시 물어 보았다.
"그런데 마님의 친동생 되시는 화양부인께선 슬하에 자녀를 몇분이나 두셨습니까?"
"화양부인은 안국군의 총애를 받고있으나 불행히도 자녀를 두진 못하였소."
여불위가 목소리를 낮춰 정중한 어조로 마님께 이야기 하였다.
"자고로 용색이 쇠하면 그 사랑도 식는다고 하던데 세월이 지나 애정이 식게 되면 그땐 어찌하려 하신답니까?
"안그래도 화양부인께서도 그일로 걱정이 많으시오."
"그렇다면 이렇게 가만있을것이 아니라 방법을 세워야 겠군요."
"어떤 좋은 방법이 있겠소?"
"화양부인이 후사가 없으니 결코 안심할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럴때 마땅히 태자의 여러아들중에서 효심이 지극한 사람을 골라 화양부인의 양자로 삼으십시오.
그리하면 안국군이 왕이 되었을때는 왕의 부인으로 존중받고 왕이 돌아가시면 그 후사가 왕이 됨으로서
왕의 모후가 되어 최후까지 세력을 잃지 않을것입니다."
마님은 여불위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즉시 궁으로 달려들어갔다.
화양부인 또한 말을 전해듣고는 눈앞이 밝아지고 앞길이 트이는 느낌이 들었다.
화양부인은 즉시로 여불위를 궁으로 불러들여 직접 만나보게 되었다.
"그대가 나의 앞날을 걱정하여 양자를 얻을 일을 거론하였으니 내가 누구를 양자로 삼아야 할지
그 계책을 일러주시오."
여불위가 화양부인에게 이야기 하였다.
"역시 가장 현명하고 효심이 깊은것은 왕손이인입니다.
왕손이인은 덕이 높아서 사방의 칭송을 받고 있으며 또한 자나깨나 부모님생각에 침식을 거를지경입니다.
이토록 현명하고 효심이 깊은 사람을 양자로 들인다면 화양부인께서는 평생토록 귄세와 부귀를
잃지 않을것이니 이것이 바로 만세의 이익을 얻는것입니다."
"이인이 비록 현명하고 효성스럽기는 하지만 그는 장남이 아니니 순서로 보아 태자가 되기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그것이 남들의 의심을 사지 않는 길입니다.
처음부터 궁내의 왕자들 중에 장손을 양자로 들인다면 모두가 부인을 의심할것입니다.
볼보로 잡혀있는 보잘것 없는 신세인 이인을 양자로 삼는다면 지금은 누구도 그가 태자가 될것이라 생각지 않기때문에 부인의 처지가 오히려 편안해질것입니다."
화양부인은 여불위의 말을 옳게 생각하였다.
화양부인은 태자가 한가한 때를 기다렸다가 단둘이 있게 되었을때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오 부인?"
"이몸이 천행으로 태자를 모시게 되었사오나 불행히도 아들이 없사옵니다.
태자께서 저를 사랑하신다 하여도 만세후에 태자께서 떠나시면 그땐 저는 누굴 의탁하고 살겠습니까?"
"무슨 그런것까지 걱정하오? 그것은 인간의 의지로 할수 없는것이니 너무 상심치 마시오."
"첩의 입장은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그러니 허락하신다면 태자의 여러 아들중에 어질고 효성이 지극한자로 양자를 하나 얻어서
소첩의 노후를 의탁하고자 합니다. 태자마마의 의향은 어떠하신지요?"
안국군은 생각에 잠겼다가 곧 웃으며 되물었다.
"그대의 뜻이 그리 나쁘지 않구려.
그러면 누구를 그대의 양자로 삼으면 좋겠소?"
"조나라에 볼모로 가 있는 이인을 주십시오."
안국군은 사뭇 놀라웠다.
"그리 많은 아들중에 하필이면 이인을 달라고 하시오?"
"군의 자식중에 이인의 효성이 가장 지극합니다."
"나는 금시초문이오."
"그가 현명하고 덕이 높아서 그와 교류하는 여러 인사들이 칭찬이 자자합니다."
"이인이 그러하오?"
"그러니 기왕 양자를 주시려거든 이인을 주십사 하고 청하는 것입니다."
"그대가 그리 원한다면 그렇게 하시오."
"군의 은혜가 하해와 같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세월이 흘러 다른 이야기가 나오면 어찌 하오리까?
그러니 말씀만으로 넘기지 마시고 옥을 갈라 할부를 새겨 증거물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 해 주겠소."
그리하여 태자 안국군은 옥에다가 <적사이인(嫡嗣異人)>의 네글자를 새겨 화양부인에게 주었다.
물론 이것이 결국 이인이 후일에 적사가 되는 증거물이 되었다.
 
한편 안국군은 속으로 놀라웠다.
이인을 버린자식으로 취급하고 있었는데 염탐꾼을 통하여 수소문 해보니 천하의 빈객들이 하나같이
이인을 칭찬하고 있었다.
안국군은 그때부터 이인이 조나라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비밀히 많은 물품을 보내었다.
 
태자 안국군과 화양부인은 조나라에 있는 이인을 진나라로 데려와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국군은 부왕인 진소왕에게 이인을 데려오자고 청했다.
그러나 진소왕은 당시에 위공자 신릉군과 조나라 평원군에게 패전한 일도 있고 하여 조나라에대해
매우 노해 있던 차였기때문에 이 일을 허락하지 않고 말했다.
"지금 이러한때에 한가하게 그게 무슨 얘기냐?
나중에 때가 되면 데려올 터이니 그냥 내버려 두어라!"
하고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말았다.
그러한 소식이 궁에서 화양부인의 언니인 마님을 거쳐 여불위에게까지 전해졌다.
여불위가 가만히 듣고는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여 한 계책을 생각해 냈다.
여불위는 즉각 여기저기 사람을 풀어 현재 진나라에서 진소왕의 총애를 받는 권세높은 사람이 누구인가
수소문을 했다.
그리하여 그것이 진소왕의 왕후와 그 왕후의 친정동생 양천군 이란것을 알아냈다.
여불위는 또다시 막대한 황금을 풀어 양천군의 수하들에게 뇌물을 먹이고 양천군에게 접근했다.
이리하여 여불위는 쉽사리 양천군의 집으로 초대되어 만날수 있었다.
여불위가 양천군을 만나 인사를 올린후에 환담을 나누다가 대뜸 한마디 하였다.
"대군은 죄가 많아서 오래 못사실 것입니다.
제 말뜻을 알아들으시겠습니까?"
양천군은 깜짝놀라서 여불위에게 되물었다.
"나에게 무슨 죄가 있단 말씀이오?"
"지금 대군의 권세는 하늘을 찌르고 대군의 집에는 억만금의 재산이 있으며 마굿간엔 준마가 넘쳐나고
후원엔 미인이 가득합니다.
또 대군의 친척들은 전부 귀하게 되어 모두 높은 지위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나라 태자인 안국군은 어떻습니까?
안국군의 문하 사람들은 아무도 권세를 잡지 못하고 그저 구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 진나라 대왕은 연세가 매우 높으시니 언제고 대왕의 만세후에 태자 안국군이 왕위에 오르신다면
그대는 지금의 영화를 지킬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말을 들은 양천군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럼 이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제게 한 계책이 있습니다.
제가 대군의 앞날을 태산같이 탄탄하게 만들어 드릴테니 제 말을 들으시겠습니까?"
양천군이 벌떡 일어나서 여불위게게 절을 하고 다시 꿇어앉아 말했다.
"그대의 말을 모두 따를테니 저에게 계책을 일러주십시오."
여불위가 다시 조용히 말했다.
"지금 진왕은 너무 늙으셨습니다.
그래서 만일 진소왕께서 돌아가신다면 태자 안국군이 그 뒤를 계승 할것입니다.
그러나 안국군에겐 후사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안국군과 그 태자비인 화양부인은 여러 아들중에 조나라에 볼모로 가있는 왕손이인을
후사로 생각하고 있는듯 합니다.
이러한때에 대군께서 친 누님인 왕후마마께 간곡히 청하시고 또 왕후마마께서 진소왕께 간곡히 청하시어 왕손 이인을 고국으로 데려오는데 큰 도움을 준다면 안국군은 두분께 매우 고마워 할것입니다.
후일에 안국군이 왕이 되고 왕손이인이 그 적사로서 태자가 되기만 한다면 그 공이 누구의 것이겠습니까?
안국군과 왕손이인은 왕후마마의 덕을 입은것이되고 왕후마마는 결국 대군의 덕을 입는것 아니겠습니까?
대군과 왕후마마는 진나라에 끼친 공으로 영세무궁토록 부귀를 누릴것입니다."
양천군이 다시 여불위에게 절하고 감사했다.
"삼가 선생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이리하여 사태가 다시 진전을 보게 되었다.
왕후는 진소왕에게 가서 왕손 이인을 데려오자고 청했다.
그러나 진소왕은
"좀 기다려 봅시다. 얼마 있으면 조나라가 우리 진나라에 화친을 청할것 같으니
그때에 이인을 데려오도록 해 봅시다."
라고 하며 서두르지 않았다.
 
일이 이정도로 진척을 보게된것도 다 여불위의 힘이었다.
여불위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진나라의 고위층에게 수많은 뇌물을 뿌렸기 때문에
그 영향력이 상당해 졌다.
그래서 마침내 태자 안국군이 여불위를 궁으로 부르게 되었다.
"그대가 우리 왕손이인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니 정말 고맙소.
그런데 나는 이인을 데려와서 적자로 삼고 싶은데 부왕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니 이일을 어찌하면 좋겠소?
선생에게 묘책이 있거든 나를 좀 지도해 주시오."
여불위가 낮으면서도 강한 어조로 대답 하였다.
"태자께서 과연 왕손이인을 적자로 세울 결심을 하셨다면 소신의 집이 비록 넉넉하진 않사오나 천만금의
가산을 기울여 조나라 신하들을 매수하고 왕손이인을 구출해 오겠나이다."
이말을 들은 태자와 화양부인은 너무도 기뻐서 여불위를 치하하고 부탁했다.
"그럼 우리도 황금 삼백일을 줄터이니 가지고 가서 일을 성사시키는데 보태시오."
한편 이런 소식을 들은 왕후마마와 양천군도 여불위에게 황금 백일을 보내어 왔다.
태자 안국군이 여불위에게 다시 부탁 했다.
"그대는 왕손이인의 태부가 되어 이 일에 실수가 없도록 각별히 조심하시오."
드디어 진나라 왕손의 태부가 된 여불위는 태자에게 하직인사를 하고 그날로 함양성을 떠나 조나라로 돌아갔다.
그는 우선 이인이 머물고 있는 총대로 가서 먼저 공손건에게 엄청난 선물을 주고 환심을 산후에
왕손 이인을 만나 그간의 경과를 말해줬다.
이인은 크게 반가워하며 말했다.
"그대의 힘으로 내가 만일 조나라로 돌아가게 된다면 그 은혜를 죽어도 잊지 않을것이오."
여불위는 이인을 위로하고 집으로 돌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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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불위에게는 수많은 애첩이 있었다.
그중에  조희 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젊고 매우 아름다웠으며 특히 춤과 노래가 뛰어나서
여불위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희가 여불위의 아이를 잉태하게 되었다.
 
어느날 여불위가 자기집에서 주연을 열고 왕손이인을 초대했다.
주연을 즐기다가 여불위가 조희를 불러 춤을 추게 하였다.
조희는 아름답게 치장하고 춤춘후에 왕손이인에게 날아갈듯이 절하고 술을 올려 인사를 했다.
왕손이인이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이인은 여불위에게 술잔을 올려 상수할것을 축원한뒤에 부탁 했다.
"저 여인을 내게 줄수 없겠습니까?"
여불위가 화를내며 말했다.
"나는 좋은 뜻으로 전하를 내집에 초대했고 또 조희를 불러 인사를 시킨것은 전하를 존중하기때문인데
전하께서는 이제 저의 사랑하는 여인까지 달라고 하십니까?"
이인은 심히 부끄러워 황망히 엎드려 사과 했다.
"제가 그동안 심히 외롭게 지내다보니 이제 선생의 은총만 믿고 못할소릴 하고 말았습니다.
이는 실로 취중에 한 미친소리이니 이 죄를 용서 해 주십시오."
그런데 여불위가 일어나서 이인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전하를 위해 집안의 가산을 모두 탕진하고도 그것이 전하를 위해 한 일이기 때문에 아깝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하거늘 그까짓 여자하나를 아껴 전하께 바치지 못할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조희는 아직 나이 어리니 전하를 잘 모실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날이 밝는대로 제가 조희를 잘 설득해서 전하께 보내드리겠습니다."
왕손이인은 여불위에게 두번 절하고 감사했다.
 
왕손이인이 돌아가고 그날밤 여불위는 조희의 침소에 들었다.
여불위가 조희에게 말했다.
"진왕의 손자이신 왕손이인께서 너를 사랑하셔서 너를 아내로 삼고 싶어 하신다.
너의 뜻이 어떠하뇨?"
"소첩은 대인을 섬겨 이미 임신까지 한몸인데 어찌 다른 사람을 섬길수 있겠습니까?"
여불위가 다시 대답하였다.
"내 말을 잘 들어라.
네가 나를 평생 섬겨봐야 너는 장삿꾼의 첩일 뿐이다.
그러나 왕손 이인은 언젠가는 진나라의 왕이 될분이다.
네가 그분의 사랑을 받기만 하면 너는 진나라의 왕후가 될것이고 하늘이 도우사 지금 네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라면 그 아이는 장차 진나라의 왕이 될것이다.
그리하면 너와 나는 진나라 왕의 부모가 되는것이니 우리의 부귀영화가 무궁할것이 아니겠느냐?"
조희가 울며 대답했다.
"대인의 계획하심이 그러하시다면 소첩이 어찌 따르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부부의 정을 어찌 쉽게 끊을수 있겠습니까?"
여불위는 조희를 달래고 위로했다.
"네가 만일 나를 잊지 못하겠다면 우리가 진나라를 얻은 후에 다시 부부가 되어 함께 부귀를 누리자.
이또한 좋은일이 아니겠느냐?"
이리하여 여불위와 조희는 깊이 약속하고 한방에서 잠자리에 들어 마지막 정을 나눴다.
 
며칠후 여불위는 조희를 수레에 태워 이인에게 보냈다.
공손건은 이미 여불위에게 수많은 뇌물을 받아먹었기 때문에 그런일에 대해서 조금도 까다롭게 굴지 않고
오히려 이인과 조희가 혼례를 올리는일에 여러가지로 편리를 봐주었다.
 
이인은 조희를 아내로 맞은후 그녀를 지극히 사랑했다.
그들이 결혼한지 한달쯤 뒤에 조희가 자초에게 말했다.
"소첩은 전하의 사랑을 받아 다행히 태기가 있나이다."
조희가 이미 여불위의 아이를 임신하고 자기에게 시집온것을 알리가 없는 이인은 매우 기뻐하였다.
조희가 이인과 혼례를 올린지도 어느덧 8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뱃속의 아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사람이 임신을 하면 보통 열달이면 출산을 하는것인데 조희의 뱃속에 든 아기는 산달이 넘었어도
전혀 나올 생각을 않았다.
조희의 뱃속에는 장차 천하를 한손에 거머쥘 제왕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찌 평범한 다른 아기들과 같았겠는가?
결국 열두달만에 조희는 사내아이를 출산했다.
조희가 아기를 출산할때 방안에 서광이 서렸고 수많은 새들이 날아와서 노래했다.
아기는 날때부터 코가 크고 눈이 길고 이마가 단단하고 눈에 광채가 돌고 입속에 이미 이가 많이 났고
목부터 등줄기까지 용의 비늘이 덮여있었다.
이때가 바로 진소왕48년 정월 초하루 였다.
이인이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내 듣건대 천하의 운기를 타고나는 왕자는 날때부터 비범한 징조가 있다 하더니 이 아기를 본즉
과연 골상이 비범하며 또 정월 초하룻날에 태어났으니 나중에 반드시 천하를 다스릴것이다."
이인은 아기가 조희에게서 났으며 정월 초하루에 났으므로 조정 이라고 이름지었다.
이 아이가 자라서 나중에 천하 육국울 통일하고 진 제국을 일으키는 진시황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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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왕 50년 조정이 세살이 되었다.
이때가 바로 진나라가 한단성을 포위하고 한참 공격하던 당시였다.
조나라 궁궐과 백성들이 물끓듯 소란했다.
전세는 날로 급박하고 불리하였다.
조나라에서는 볼모로 와있던 이인을 죽이려 하였다.
그래서 이인은 매우 불안했다.
여불위가 이인을 만나 상의했다.
"살아날 방법을 찾아야 겠소.
여기에 있다간 조나라 왕이 전하를 그냥 두지 않을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조나라를 탈출해야 합니다.
모든 일은 제가 알아서 준비할것이니 전하께서는 떠날 차비를 하고 기다리십시오."
이렇게 말한 여불위는 황금 삼백근을 준비하여 한단성 남문을 지키는 장군에게 찾아갔다.
여불위가 조나라 장군에게 황금 삼백근을 내놓으며 말했다.
"장군께서도 아시겠지만 저희집은 장삿꾼의 가문입니다.
조나라 한단땅에 장사하러 왔다가 이렇게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으니 이제 가족의 생명이라도
건지기 위해 성을 빠져나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저희 가족을 성 밖으로 내보내주시기만 한다면 이 황금을 바치겠습니다."
조나라 장군은 황금을 받고 두말않고 그러기로 허락하였다.
여불위는 성문 주변의 군졸들에게까지 수많은 뇌물을 뿌렸다.
그리고 여불위는 공손건을 찾아 갔다.
여불위는 공손건에게 황금 백근을 주고 말했다.
"전쟁이 날로 심각해지니 저는 가족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그동안 많은 신세를 졌으니 어찌 이별의 자리에 주연이 없을수 있겠습니까?"
여불위는 공손건과 함께 술자리를 벌여 밤새도록 술을 권했다.
공손건이 마침내 대취하여 골아 떨어지고 말았다.
좌우 졸개들도 여불위가 베푼 술과 음식을 하루종일 진탕 퍼먹고 모두 여기저기 나가떨어져서
잠이들고 말았다.
마침내 여불위는 왕손이인과 조희 그리고 어린아기 조정을 수레에 태워 몰래 총대 밖으로 나와서 한단성 남문으로 달렸다.
여불위는 이인의 가족들을 종놈의 복장으로 갈아입히고 수레뒤를 따라 걷게 했다.
한단성 남문을 지키는 조나라 장수는 여불위의 일행중에 진나라 왕손이인의 가족이 끼어있을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조나라 장수는 곧 성문을 열어주었고 이리하여 여불위의 가족과 진나라 왕손이인의 일가족은
드디어 한단성을 무사히 벗어나게 되었다.
일행은 성문을 빠져나와 곧장 진나라 대영을 향해 달려갔다.
진나라의 보초병들이 여불위의 일행을 발견하고 곧 포위했다.
"이분이 누구신지 아느냐?
이분은 진나라 태자의 아들이신 왕손이인 님이시다.
우리는 한단성을 탈출하여 도망나온것이니 너희는 우리를 진나라 대영으로 속히 안내하여라!"
이리하여 진나라 군사들은 여불위 일행을 진나라 대영으로 인도했다.
진나라 대장 왕홀이 친히 뛰어나와 이인을 맞이 했다.
이때 진소왕은 전쟁을 독려하기 위해 친히 전선뒤 십리밖에 와있었다.
왕홀이 이인의 일행을 수레에 태워 진소왕이 있는 행궁으로 인도했다.
진소왕은 오랫만에 손자인 이인을 만나자 기뻐서 이인을 덥썩 끌어 안고 말했다.
"하늘이 도우사 호랑이 굴에서 무사히 빠져 나왔구나.
태자가 밤낮으로 너를 생각하고 있으니 너는 어서 함양으로 돌아가서 태자를 위로하라."
이리하여 왕손이인은 진나라 군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수레를 타고
진나라 수도 함양성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진나라 함양에선 왕손이인이 온다는 소식에 안국군과 화양부인이 크게 기뻐하여
성대한 환영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불위는 이인에게 초나라의 복식을 입도록 하였다.
그것은 화양부인이 초나라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인이 드디어 함양궁에 들어가 태자부부를 뵈었다.
이인이 태자부부 앞으로 나아가 공손히 절한후 울면서 귀국인사를 아뢰었다.
"불초소자는 오랫동안 고국을 떠나있어서 그동안 효도를 다하지 못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선 불효한 저를 용서하여주시옵소서."
그런데 화양부인이 이인을 바라보니 머리엔 남관을 쓰고 발엔 표석을 신고 몸엔 단포를 입고 허리에 혁대를 두른것이 영락없는 초나라의 복식이었다.
화양부인이 기이하게 생각하여 이인에게 물었다.
왕손은 그간 조나라 한단성에 있었는데 어찌 초나라의 복장을 하고있는가?"
이인이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불효자는 자나깨나 인자하신 어머님만을 그리워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초나라 옷을 만들어 입고 늘 어머님에대한 그리운심정을 스스로 위로 하였습니다."
화양부인이 크게 기뻐하며 감탄했다.
"나는 원래 초나라 사람이다.왕손이 그토록 나를 생각하는줄도 모르고 그동안 왕손에게 소홀히 했으니 나의죄가 매우 크구나."
옆에서 보고있던 안국군이 즐거워하며 말했다.
"이토록 기쁜날에 이자리를 기념하기 위하여 내 마땅히 아들에게 새로운 이름을 하사하겠노라.
지금부터 너의 이름을 자초(子楚)라 하여라."
그리하여 왕손이인은 이때부터 왕손자초라 부르게 되었다.
안국군은 여불위에게 큰 상을 내리고 장차 진소왕이 돌아오면 다시 높은 벼슬과 봉읍을 봉하기로 하고
여불위를 물러가게 하였다.
 
한편 조나라의 공손건은 어찌 되었는가?
공손건은 대취하였다가 그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서야 눈을 떴다.
좌우 군졸들이 와서 고했다.
"왕손이인의 일가가 보이지 않습니다."
공손건은 즉시 여불위의 집으로 사람을 보내어 알아보게 하였다.
그러나 여불위의 일가도 모두 떠나고 집이 텅 비어있다는 보고를 받게 되었다.
며칠후에 공손건은 소문을 들어 여불위와 왕손이인이 진나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공손건은 발을 구르며 탄식했다.
"내가 그 장삿꾼의 계책에 속았구나."
공손건은 한참동안 궁리했으나 별다른 뾰족한 계책이 없었다.
공손건은 조나라 임금에게 자신의 죄를 사죄하는 표장을 써 올리고 칼로 자기 목을 찔러 자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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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왕이 이제 7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진소왕56년 가을 결국 노환으로 진소왕이 죽었다.
태자 안국군이 왕이 되었으니 그가 곧 진효문왕 이었다.
화양부인이 왕후가 되었으며 자초가 태자가 되었다.
진효문왕은 여불위를 객경에 임명하고 그 공을 치하했다.
진소왕의 장례식이 끝난뒤 며칠후에 진효문왕이 내궁 침실에 들었다.
그런데 참으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그날밤에 진효문왕이 죽은것이었다.
진나라 대신들은 모두가 객경벼슬에 있는 여불위를 의심했다.
이것은 역시 여불위의 짓이었다.
여불위는 진효문왕의 주변 내시들과 궁녀들에게 많은 뇌물을 풀었고
진효문왕의 술에 독을 풀어 왕을 독살한 것이었다.
태자 자초를 빨리 왕위에 세우려고 여불위가 계획한 일이었다.
그러나 진나라 문무백관들과 백성들은 이런 일을 짐작은 하면서도 여불위가 두려워서 아무도
이일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하여 여불위가 모든 대신들과 의논하여 태자 자초를 왕으로 올려 세웠으니
그가 바로 진 장양왕 이었다.
하루아침에 과부가 된 화양부인은 태후가 되고 ,조희는 왕후가 되었으며
실은 여불위의 자식이었던 조정이 태자가 되었다.
태자 조정은 태자가 되면서 어머니의 성인 조 자를 떼버리고 그냥 태자 정' 이라고 일컫게 되었다.
 
이때에 진나라의 승상이었던 채택은 사세가 심상치 않음을 알고 승상의 직을 내려놓고 물러나 버렸다.
그래서 장양왕은 여불위를 승상으로 삼았다.
진장양왕은 여불위를 문신후로 봉했으며 하남의 낙양땅 10만호를 식읍으로 봉하였다.
문신후 여불위는 장양왕의 명을 받아 군사를 거느리고 종주국 주나라를 쳐서 드디어 주왕실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진장양왕 3년에 장양왕이 병들었다.
여불위는 매일같이 궁에 드나들며 날마다 문병했다.
장양왕을 문병하는도중에 여불위는 왕후 조희와 자주 마주쳤다.
두사람은 옛정이 되살아나서 장양왕이 병으로 누워있는중에 왕후의 궁에서 교정했다.
여불위는 그후에 친히 약을 구해다가 장양왕에게 바쳤다.
장양왕은 여불위가 바치는 약을 먹었지만 결국 한달만에 죽고 말았다.
이에 여불위는 태자를 받들어 진나라 왕위에 모셨다.
그가 바로 나중에 진시황제가 되는 진왕 정 이었다.
이때 진왕 정의 나이 열세살 이었다.
장양왕후(조희)는 태후가 되었고
태후의 둘째아들 성교(진장양왕과 조희 사이에 나온 장양왕의 진짜아들.진왕 정의 동생)는 장안군이 되었다.
과부가 된 태후는 전날의 남편 여불위와 때때로 남몰래 사통했다.
그러나 진왕 정은 나이가 어렸으므로 그런 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여불위는 나랏일을 도맡고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게 되었다.
여불위는 옛 강태공과 견줄만 하다 해서 중부 라고 칭하게 되었고 직위를 더욱 높여 상국으로 삼았다.
진장양왕이 죽은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여불위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천하의 제후와 왕들이 조문을 왔고 그들이 보낸 사신들이 함양시내에 넘쳐났다.
거리에 수레와 말들로 한 저자를 이룰정도였다.
장양왕의 장례보다 여불위의 아버지 장례식이 몇배나 성대했다.
여불위의 권세가 얼마나 컸는가 하는 증명이라 할수 있었다.
여불위는 세상에 부러울게 없었다.
그런데 그당시에 전국 사공자라하여 맹상군 신릉군 평원군 춘신군 등이 있어 천하에 이름이 높았다.
그 넷은 집안에 수천의 빈객을 거느리고 천하의 현사를 불러모으는 경쟁을 하고 있던 때였다.
여불위는 진나라가 천하의 강국임에도 자기의 인망이 그 사공자에 미치지 못하는것을 부끄럽게 생각했다.
그래서 여불위는 큰 관사를 짓고 부지런히 빈객을 끌어 모았다.
그리하여 어느새 식객이 3000이 넘게 되었다.
여불위는 빈객들을 시켜 저술을 편집하게 하였다.
여러 빈객들이 천하를 다니며 견문한바를 집대성하여26권 20만자가 넘는 대저서를 지어냈다.
이는 천지만물.고금의 모든것을 총 망라한것으로 이 저서를 내놓음으로서
전국 사공자의 명성을 따라잡으려 한 것이었다.
여불위는 이 책의 이름을 여씨춘추'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이 책을 함양성 시장문 앞에 진열하고 천금의 상금을 걸었다.
"천하의 어떤 선비라도 이 책에서 한글자라도 더하거나 뺄수 있다면 천금을 상으로 주겠다."
그만큼 여불위는 이 저서에 자신이 있었고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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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후. 장성한 진왕 정은 키가 8척5촌 이었다.
그는 워낙 영특하고 위대하고 총명하고 탁월했다.
진왕정은 모든일을 오로지 자기 주장대로 했다.
그래서 어머니 왕태후나 여불위도 진왕의 앞에선 꼼짝도 못했다.
여불위는 진왕정이 장성함에 따라 큰 걱정거리가 생겼다.
태후와의 관계가 길어짐에 따라 그 일이 진왕에게 발각될까 고민이었다.
그러나 왕태후의 음탕한 욕심은 끝이 없었다.
심심하면 사람을 보내어 여불위를 감천궁으로 불러들여 남의 눈치도 보지않고 음탕한 짓을 벌였다.
여불위는 두려워서 태후를 멀리하고 싶었으나 그럴수도 없었다.
그때 함양성에 노애 라는 사람이 살았다.
노애는 남근이 대단히 크기로 유명했다.
어느날 노애가 점잖은집 유부녀와 간통하다가 잡혀서 관아로 끌려왔다.
여불위는 그를 벌주지 않고 일단 자기집 사인으로 삼아 데리고 있었다.
어느 가을 추수가 끝나고 잔치가 벌어졌을때 여불위는 노애를 불러내어 노애의 남근에
커다란 수레바퀴를 끼우게 하고 빙글빙글 돌리게 하였다.
그러나 노애의 커다란 남근은 조금도 상하거나 다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모두 배를 잡고 웃으며 구경했다.
이 소문이 태후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태후는 여불위에게 그 노애란 사람에 대해서 물었다.
"그자의 양물이 과연 소문대로입니까?"
"곡식을 찧을때 쓰는 절굿공이만 하더이다."
"크다고 꼭 힘까지 센것은 아니지요?"
"그자는 양물에다가 커다란 수레바퀴를 끼우고 돌릴정도로 힘도 대단하더이다.
그러하니 그자의 정력이 얼마나 대단할지 태후께서도 짐작할수 있지 않겠습니까?"
"상국께서는 별 망칙한 말씀을 다하십니다."
"태후와 상국이 사통하는것은 망칙한 일이 아닙니까?"
"저야 원래 상국의 여인이었으니 망칙할것도 없지요."
"그나저나 이 노애란 놈 때문에 여염집 부녀들이 음탕한 생각을 하게되고 미풍양속을 해치니
이놈의 목을 베어버려야 겠습니다."
"양물이 큰죄로 목을 벤다니요? 그런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글쎄요...태후께서 혹 노리개로 곁에 두시겠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놈은 죽여야 마땅합니다."
"그렇다면 한번 보내 보시지요."
"그럼 그놈의 양물을 부형에 처하여 태후께 보내겠습니다."
"부형에 처한 놈을 어디에 쓴단 말이오?"
난 그런놈은 필요 없으니 죽이든 말든 맘대로 하시오."
여불위가 빙긋이 웃으며 이야기 했다.
"부형에 처하지 않은 멀쩡한 사내를 어찌 궁에 들인단 말입니까?
제가 자연히 좋도록 알아서 조치 하겠습니다."
그제야 눈치를 챈 태후는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계책이 참으로 묘하구려."
 
여불위는 집으로 돌아가 노애와 이일을 상의 했다.
그리고 며칠후에 사람을 시켜서 노애의 음죄를 낱낱이 고발하도록 했다.
여불위는 꿇어앉은 노애를 굽어보다가 큰 소리로 판결을 내렸다.
"저런 음탕한 놈을 그대로 둘수 없다.
저놈을 형부로 끌고가서 부형에 처하라."
노애는 형부로 끌려갔다.
그러나 이미 여불위가 손을 써 놓았기때문에 형부 사람들은 미리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다음날 형리들은 노애의 피묻은 커다란 남근을 성문 앞에 내다 걸었다.
그러나 누가 알았겠는가?
그것은 노애의 것이 아니고 당나귀의 양물이었다.
이리하여 부형에 처해진 노애는 얼굴에 난 수염을 모두 뽑고 내시로 만들어서
태후가 기거하는 감천궁으로 들여보내 졌다.
태후는 그날밤 노애를 비밀히 침실로 불러 들였다.
노애는 평생의 재주를 다 부려서 태후를 기쁘게 해주었다.
 
태후는 여불위에게 큰 상을 내렸다.
이리하여 여불위는 태후로부터 벗어날수 있게 되었다.
태후는 노애를 몹시 사랑하였다.그래서 태후와 노애는 마치 부부처럼 날마다 한방에서 잤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태후가 임신을 하게 되었다.
겁이 난 태후는 한 계책을 마련하였다.
태후는 꾀병을 앓아 자리에 눕고 점쟁이를 불러 점을 치게 했다.
이미 노애에게 뇌물을 받아먹고 입을 맞춘 점쟁이는
"감천궁에 동티가 났으니 거처를 200리 밖의 옹땅으로 옮겨야만 태후의 병이 나을수 있다."
고 점괘를 말하였다.
이러한 말을 들은 진왕 정은 모후를 찾아 뵙고는 치료를 위해 옹땅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하였고
그 이후로 태후와 노애는 옹땅으로 옮겨가서 더욱 기탄없이 음행을 즐겼다.
태후는 옹땅에서 거처하는 동안 아들을 둘이나 낳았다.
태후는 노애에게
"나중에 진왕정이 죽거든 우리의 아들로 진나라의 왕을 삼도록 합시다."
라고 약속했다.
태후는 아들인 진왕 정에게 졸라서 노애에게 많은 토지와 벼슬을 내려주도록 했다.
그래서 노애는 장신후에 봉해졌고 수 없이 많은 봉토를 받았다.
천한 사람이 갑자기 부귀해지니 노애는 안하무인으로 방자하게 행동했다.
좋은 집에 거느리는 일꾼만도 수천명이나 되었다.
이렇게 되니 노애에게 줄을 대려고 찾아오는 빈객이 또한 수천이었고
그에게 바쳐지는 뇌물이 거만금에 이르렀다.
노애의 세력은 나날이 커져서 오히려 문신후 여불위를 능가할 지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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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옛날 진양공이 꿈을 꾸고 백제 를 제사지낸후에 옹땅으로 도읍을 옮겼다.
그래서 진나라의 사당이 모두 옹땅에 있었다.
그후 진목공이 보부인사를 세워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는데
이러한 전통은 진나라가 도읍을 함양으로 천도한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
그래서 진왕 정도 해마다 하늘에 제사지낼때가 되면 옹주땅으로 가서 어머니인 왕태후를 뵙고
문안을 드리고 기년궁에 행재 하였다.
그 해 봄에 하늘에 큰 혜성이 나타났다.
태사가 점쳐본즉 국내에 큰 군변이 날 징조였다.
진왕 정이 제사를 지내러 옹주땅으로 행차할때가 가까워서 진왕 정은 매우 불안했다.
그래서 진왕 정은 옹주로 가기전에 만반의 조치를 취했다.
장수 왕전이 함양시가에서 군사를 거느리고 시위행진을 벌였고,
여불위는 진왕 정이 함양을 떠난 후에도 수도를 굳게 지키겠다고 선서하였다.
또 장수 환의는 군사3만을 거느리고 기산밑에 둔쳤다.
진왕정은 옹주에 당도하여 하늘에 제사지내고 모후께 문안하고 큰 잔치를 벌였다.
잔치가 며칠째 계속되어 모든사람들이 들떠서 크게 즐겼다.
 
이때 노애는 매일같이 잔치를 즐기며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며 지냈다.
그날 노애는 중대부 안설 등과 조용한 방을 차지하고 노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애는 이날따라 연거푸 돈을 잃기만 했다.
화가난 노애는 계속 술을 들이키고 돈을 딴 안설은 기분이 좋아서 연신 술을 들이켰다.
많은 돈을 잃은 노애는 판을 엎고 새로 하자고 억지를 부렸다.
그러나 역시 술에 취한 안설은 단호히 거절했다.
노애가 크게 노해 호령하였다.
"네 이놈. 네가 어느 안전이라고 나에게 항거하느냐?"
노애는 손을 들어 번개같이 중대부 안설의 따귀를 후려 갈겼다.
술취한 노애가 점점 이성을 잃고 날뛰었다.
"이놈! 내가 누군줄 알고 감히 대드는것이냐?
나는 진왕의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다.
너같은 놈이 감히 죽고싶어 나에게 대드는 것이냐?"
중대부 안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밖으로 달아났다.
안설은 달아나다가 마침 태후의 궁에서 나오던 진왕 정의 행차와 마주쳤다.
안설은 진왕 정 앞에 꿇어 엎드려 울며 청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몸을 죽여주시옵소서."
 
눈치가 빠르고 날카로운 진왕정은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차렸다.
진왕정은 아무말 않고 안설을 기년궁으로 연행했다.
기년궁으로 들어간 진왕정은 그제야 안설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대체 무슨일인지 소상히 말해보라."
안설은 노애에게 맞은것과 노애가 "나는 진왕의 아버지뻘이다" 라고 말한 사실을 고해 바쳤다.
진왕은 안설에게 그동안의 속사정을 모두 고할것을 명하였다.
중대부 안설은 눈물을 흘리며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노애가 실은 고자가 아닌것과 태후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는것까지 모두 고해 바쳤다.
진왕 정은 주위의 한 신하에게 조용히 병부를 주며 말했다.
"기산에 가서 환의 장군에게 이 병부를 보여주고 곧 군사를 거느리고 이 옹주성으로 오라고 하라."
 
새벽녘이 되어 노애는 술에서 깨었다.
주변에 알아보니 안설이 진왕에게 모든것을 고해바쳤다는것이었다.
노애는 크게 놀라 왕태후에게 달려가서 이 사실을 고했다.
"이제 별수 없으니 우리가 먼저 진왕을 쳐야 합니다.
태후께서 도장을 빌려주시면 제가 저희집 사인들과 궁궐 사람들을 모아서 기년궁을 치겠습니다.
장수 환의가 옹주에 당도하면 우리는 모두 끝장입니다."
이래서 태후는 노애에게 도장을 내어 주었고 노애는 그 인장으로 거짓 조서를 꾸몄다.
<기년궁에 도적이 난을 일으켰다.궁중의 모든 사람과 군사들은 노애를 도우라.>
이 거짓 조서에 속은 사람들이 노애를 따라 나섰고 노애는 많은 군사를 이끌고
진왕 정이 있는 기년궁을 포위했다.
이에 진왕 정이 높은 대에 올라서 기년궁 담 밖에 몰려든 군사들을 향해 말했다.
"너희들은 무슨일로 과인을 포위했느냐?"
"장신후 노애가 기년궁에 도적이 난을 일으켰다고 해서 대왕을 보호하려고 왔습니다."
진왕정이 말했다.
"바로 그 노애란놈이 도적인데 이 궁중에 또 무슨 도적이 있다는 말이냐?"
궁 아래의 군사들이 어쩔줄 몰라서 우왕좌왕할때 대 위의 진왕 정이 크게 외쳤다.
"역적 노애를 사로잡아 바치는자에겐 상으로 백만전을 줄것이며
노애의 목을 벤자에겐 오십만전을 줄것이다."
대 위에서 이러한 명령이 떨어지자 지금껏 노애를 따랐던 군사들이 격분하여 도리어 노애의 사인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백성들까지 몰려와서 노애를 잡기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다.
노애는 사세가 불리해지자 말을 타고 달아났다.
그러나 마침 기년궁을 향해 달려오던 장수 환의와 마주치고 말았다.
노애는 환의의 군사들에게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다.
연후에 군사들은 노애의 일당들을 모조리 잡아들였다.
옥리들은 잡혀온 죄인들을 혹독하게 고문 하였다.
죄인들은 고문에 못이겨 모든것을 다 토설하고 말았다.
진왕정은 직접 태후의 궁으로 들어가서 밀실을 뒤져 왕태후와 노애가 간통해서 낳은 두 아들을 찾아냈다.
왕태후는 가슴이 찢어지는듯 했지만 차마 진왕 정에게 두 아이를 살려달라는 말도 하지 못했다.
진왕정은 신하들에게 푸대자루를 가져오게 해서 그 자루에 두 아기를 넣고 몽둥이로 친히 쳐 죽였다.
진왕 정은 태후를 만나보지도 않고 기년궁으로 돌아갔다.
진왕정은 노애를 다섯대의 수레에 묶어 사지를 찢어 죽였다.
또한 노애의 삼족을 멸하고 노애의 일당들까지 모두 잡아 죽였다.
태후는 역양궁에 가두고 군사 300명에게 밤낮으로 지키게 하여 사실상의 감금을 해버렸다.
진왕 정은 노애의 난을 평정하고 함양의 궁으로 돌아왔다.
 
불똥은 여불위에게 떨어지게 생겼다.
여불위는 겁이나서 병이라 핑계하고 궁에 입궐도 하지 않았다.
진왕 정은 모든 신하들에게 여불위의 죄를 물어 그를 죽일것을 명했다.
그러나 조정내의 여러 신하들은 모두 여불위의 일당이나 마찬가지였다.
여불위의 세력은 그만큼 넓고 뿌리깊었다.
신하들은 여불위가 선왕때부터 국가에 공로가 매우크다하여 여불위를 적극 변호했다.
진왕정도 여러 신하들의 중론을 어쩌지 못했다.
그래서 여불위를 주살하지 못하고 다만 상국의 인수를 거두어 그를 파면했다.
시간이 일년쯤 지났다.
진왕 정이 가만히 본즉 아직도 사방의 제후와 빈객들이 여불위에게 줄을 대려고
그의집에 몰려들고 있었다.
진왕 정은 여불위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반란을 일으킬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진왕 정은 문신후 여불위에게 한장의 편지를 보냈다.
ㅡ그대는 진나라에 무슨 공이 있길래 십만호의 봉읍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대가 진나라와 무슨 관계가 있어서 감히 과인의 중부라고 일컫는가?
진나라는 그대에게 후하게 대접했거늘 그대는 어째서 노애로 하여금 역모를 일으키게 하였는가?
내 그대를 죽이려 했으나 용서하여 자중하게 하였는데도 그대는 뉘우칠줄 모르고
여러나라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것은 무슨뜻인가?
이런것이 그대에게 관대했던 과인에 대한 보답인가?
이제 그대는 가족을 데리고 촉 땅으로 떠나라.
비 땅에 성을 하나 내줄테니 평생을 나오지 말고 그곳에서 생을 마쳐라.ㅡ
 
여불위는 편지를 읽고 크게 노했다.
"내 집안의 재산을 모조리 탕진하면서 선왕을 도와 왕위에 모셨다.
자기가 누구의 덕에 지금 왕위에 앉아 있는가?
또한 원래 진왕은 태후가 나를 섬겨 잉태 했으니 진왕은 바로 내 자식이다.
그러하거늘 왕은 어찌  나를 이렇게 저버리는가?"
한참후에 여불위는 길이 탄식하였다.
"그렇다. 내 원래 상인의 자식으로 진나라를 가로채려 하였고
남의 아내가 된 여자와 간음 하였고 왕을 둘씩이나 독살 하였고
진나라의 왕통인 영씨의 대를 끊고 나의 자식을 들어 앉혔다.
이러한 나를 하늘이 어찌 용납하리요?
오늘 죽는대도 오히려 늦은것이다."
여불위는 술에 독을 타서 독주를 만들어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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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열전 여불위 열전 말미에 모초라는 사람이 등장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모초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당시에 진왕 정이 어머니인 왕태후를 냉궁에 감금하자 신하들이 간하였다.
"천하에 어머니 없는 자식은 없습니다.
대왕께서는 속히 태후를 함양궁으로 모셔다가 효성을 다하십시오."
그러나 진왕은 화를 내어 호령했다.
"저놈을 몽둥이로 쳐죽여라."
신하는 그 즉시에서 맞아죽고 그 시체는 성문 아래에 버려졌다.
그 시체 옆에는 진왕 정의 포고문이 걸렸다.
<누구고 태후에 관해 간하는자는 모두 이렇게 될것이다.>
그러나 진왕 정의 이렇게 무서운 명령에도 신하들이 계속 간하였다.
그렇지만 진왕 정은 그때마다 간하는 신하들을 몽둥이로 쳐죽였다.
이리하여 진왕 정에게 태후의 일을 간하다가 맞아죽은 신하가 27명에 이르렀다.
진왕 정은 그 27명의 시체를 모두 한곳에 쌓아 놓고 감히 다른 사람이 다시 간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때에 제나라 출신 모초라는 사람이 진나라의 함양성내 한 여관에 묵고 있었다..
모초는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그때 마침 진나라에 와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 쑥덕거리며 진왕이 불효자라고 흉을 보는 것이었다.
모초가 나그네들의 곁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분연히 외쳤다.
"아들이 그 어머니를 가두다니! 이것은 하늘과 땅이 뒤바뀔 일이다.!"
모초는 다음날 아침 일찍 목욕재계하고 궁으로 갔다.
그는 성문 앞의 27구의 시체 앞에 엎드려 큰소리로 외쳤다.
"제나라 나그네 모초가 대왕께 간하고자 여기 왔습니다."
이런 보고를 받은 진왕 정이 내시를 시켜 무슨일로 왔는지 알아보게 하였다.
내시가 나가서 모초에게 말 하였다.
"무슨일로 왕께 간하려 하오?"
"나는 태후의 일로 대왕을 만나러 왔소."
"그대는 저 27구의 시체가 보이지 않소? 어째서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거요?"
"모초가 대답 했다.
"그대는 들어가서 진왕께 내말을 잘 전하시오.
내가 듣건대 하늘에 이십팔수가 있어 그 스물 여덟개의 별이 땅으로 내려오면 정인군자가 된다고 하더이다.
왕께 간하다가 죽은 충신이 이제 27명이니 이십팔수를 채우려면 아직도 한명이 부족하오.
그래서 내가 그 마지막 한명의 수를 채우러 왔소이다."
내시에게 이 말을 전해들은 진왕 정은 불같이 화를 내었다.
"미친놈이 일부러 찾아와서 나의 명을 어기려 하는구나.
궁정 뜰에 가마솥을 대령하여 물을 끓여라. 내 그놈을 산채로 삶아 죽일것이다.
그래도 그놈이 완전한 시체로 27명의 시체에 그 수를 더할수 있는지 두고보자."
이에 내시들이 나가서 모초를 잡아서 궁정 뜰로 끌고왔다.
진왕정이 어서 저놈을 삶아 죽이라고 독촉했다.
그때 모초가 진왕 정에게 절하고 우러러 말했다.
"살아있는자는 죽는것을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하고
나라를 다스리는자는 그 나라가 망하는것을 두려워 해선 안됩니다.
대왕께서 천하를 도모하고자 하신다면 이 뜻을 알고자 하지 않으십니까?"
진왕 정이 뜻밖의 말에 약간 음성이 누그러지며 말했다.
"내게 할말이 있으면 한번 해보아라."
모초가 천천히 대답하였다.
"천하가 진나라를 두려워 하는것은 대왕의 위력때문만은 아닙니다.
모든 나라는 대왕이 천하영웅이라는것과 진나라가 충신열사로 가득하단것을 알고있기때문에
진나라를 존중하는것입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수레로 의부(노애)를 찢어 죽였으며 두 동생을 푸대에 넣어 쳐죽였고
어머니를 역양궁에 감금하였습니다.
이러고서어찌 천하를 거느리겠습니까?
신이 죽어 도합 28명을 채운후에 다시 충언을 할 신하가 없을까 걱정입니다.
더이상 간할 충신이 없으면 백성들은 대왕을 비난할것이고 신하들은 대왕이 무서워서 입을 닫을것이니
천하가 대왕을 존경하지 않을것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모든 나라가 들고 일어나서 진나라를 칠것은 뻔한 사실입니다.
후세에 진나라가 실패한것은 대왕 때문이라고 할것이니 신은 이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신은 할말을 다 하였으니 청컨대 속히 죽여주십시오."
모초는 벌떡 일어나 옷을 훌훌 벗고 솥 앞으로 걸어갔다.
어느새 진왕 정이 뜰로 뛰어내려와 모초를 끌어않고 소리쳤다.
"속히 저 솥을 치워라."
진왕 정은 모초에게 옷을 입히게 하고 극진히 대접하며 자신의 잘못을 사과 했다.
진왕은 성문 앞의 시신27구를 거두어 좋은 관에 안치하고 나란히 용수산아래에 묻었다.
진왕 정은 그 무덤들을 회충묘 라고 명명했다.
진왕정은 어가를 타고 옹주성으로 태후를 모시러 갔다.
진왕 정은 역양궁에 당도하여 무릎으로 기어 왕태후 앞에 나아가서 절하고 통곡하여 울며 사죄했다.
왕태후 역시 울며 그 아들을 맞이했다.
진왕 정은 왕태후에게 모초를 알현 시키며 소개했다.
"이는 나의 영고숙 이로소이다."
진왕 정은 태후를 모시고 함양성으로 돌아와 크게 잔치를 벌이고 태후의 환궁을 축하했다.
온 백성이 구름처럼 몰려와서 축하하며 진왕 정의 효성을 칭송했다.
진왕 정은 모초를 상경으로 삼고 그를 크게 우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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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은 이 열전의 말미에 다음과 같이 평하였다.
 
여불위와 노애는 존귀하게 되어 봉을 받았고
각기 문신후.장신후에 봉해졌다.
노애는 왕이 자신을 주벌하러 오는걸 알고 화 입을것이 두려워서 반란을 채비했다.
격노한 진왕이 친위대를 보내 노애를 공격했고 노애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달아났다.
왕의 친위대는 끝까지 추격했고 드디어 호치에서 노애를 잡아 목베고 그 일가도 몰살 시켰다.
여불위도 또한 그 사건으로 몰락 하였다.
공자가 말한 문(聞)<걷보기엔 그럴사 하지만 속으로는 부정한 인간> 이라는 뜻은 여불위와 같은사람을 말한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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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여불위의 이야기를 살펴 보았다.
사기 열전의 여불위 편은 그리 자세하거나 길지 않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여불위가 본받을만한 군자는 아니라 할지라도 현명하고 꾀가 많으며
또한 전국시대 말기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라고 생각하여 될수있는대로 자세히 설명하려 하였다.
그래서 열전에 보태어 열국지와 그외 많은 문헌을 참고하였고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매우 길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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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애가 비록 열후에 봉해지고 크나큰 권세와 부를 거머쥐었지만 그는 스스로의 계략이나 유세로
출세한것이 아니고 다만 양물이 거대하다는 이유 하나로 이룬 권세이니 가히 길게 이야기 할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진왕 정은 어린나이에 의지가 뚜렷하고 총명하여 큰 위기를 침착하게 벗어났으니
가히 후세에 길이 이름이 남을만한 충분한 기질을 지녔던것으로 보인다.
글의 말미에 나온 모초는 자신이 죽을것을 알면서도 두려워 하지 않고 스스로 끓는 가마솥을 향해
달려 들었으니 이 또한 충신열사의 기개를 한없이 보여준 군자라 할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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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불위의 생애를 살펴보면 그의 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와 모략으로 일관된다고 볼수있다.
그 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하나도 뜻에 맞아 실천되지 않은것이 없으니
그 총명함은 천하의 기재라고도 할수 있을것 같다.
여불위는 자신의 계략을 성공시키기 위해 남이 죽든 말든 전혀 상관하지 않는,
어찌보면 과단성이라고도 할수 있지만 어찌 보면 기회주의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여태까지 주군처럼 보필했던 자초까지도 속이고 또 독살하기까지 했으니
더 말해서 무엇 하겠는가.
다만 장양왕은 죽는 그순간까지 여불위를 자신을 위한 충신이라 여겼을 것인데
여불위는 애초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했던 사람이니
사람이 사람을 신뢰할때 어떻게 저 여불위 같은 인물을 가려낼수 있을지 한탄스럽다.
 
또한가지는 여불위가 어떠한 일을 꾸미고 이뤄나갈때 항상 뒤따르는것에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바로 뇌물. 돈이다.
어찌하여 천하의 권세가와 재산가들이. 심지어 왕후나 제후까지 뇌물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자신을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지 알수가 없다.
여불위가 황금을 풀어 일을 꾸밀때 그 한번도 실패한적이 없으니 과연 황금의 위력이란 참으로 대단하다.
그러나 깊이 살펴보면 왕손이인을 지키던 공손건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그 황금때문에
자신의 생을 망친것 또한 음미해볼만 하다.
몇회전에 언급했던 조나라 간신 곽개나 초나라 간신 근상등도 황금을 탐하여 자신의 몸을 망쳤거니와
결국 여불위조차도 권세와 황금을 탐하여 천하를 농락하다가 자신의 말로를 비참하게 마쳤으니
진정으로 세상을 사는 의미를 알았던 사람은 노자 장자와 같은 도가의 류 뿐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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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이땅은 전국시대말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못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편에 굴원이 말했던 거세개탁.
온나라가 모두 썩어 문드러졌고 국민들은 천박해졌다.
어머니의 마음으로 회초리를 든다던 한 공기업 사장은
결국 자신의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양심을 버리고 수천명의 근로자에게 회초리를 내리쳤으며
바로 그러한 시간에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기 위해 청탁을 하러 다녔다.
대기업들은 시민들의 주머니를 털기위해 철도.의료.수도.전기등 모든 공공재를 민영화 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하기야 이것이 수천년 이래에 저 중국에서부터 전해져온 전통이라면
이제 날파리와도 같은 시민들의 힘으로 어찌 하루아침에 천하를 바꾸어 낼수 있겠는가?
그저 구세주가 나타나 우리를 구원해주기를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죽을 힘을 다해 나가서 계란으로 바위라도 두들겨야 할지?
답을 알수없는 고민에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며 글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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