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문대 안나온 중소기업인, 근본적 소양 없다"는 중소벤처부 장관후보자

홍종학 후보자 과거 책에서 강조
학벌·스펙 타파 文정부 정책기조인데…고졸자, 천재라도 첨단기술 못따라가
한국서 좋은 대학 못가면 빌 게이츠 될 수 없어…행복은 성적순, 풍요는 성적순
"교육개혁 강조 차원에서 쓴 글" 해명

 

 

고가의 부동산 증여가 논란이 되고 있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과거 명문대 진학을 절대시하고 고졸자·중소기업인을 폄하하는 듯한 내용의 저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을 겨냥해 "경쟁해 나갈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거나,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에 못들어간다면 빌 게이츠가 될 수 없다"고 하는 등 과연 중기벤처부 장관으로서 적합한지 의문이 들게하는 대목이 상당수 나온다.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 1998년 경원대(현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 재직시절 집필한 '삼수·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는 공부법 소개 책에서 자신의 교육관과 기업관을 밝혔다. 그는 "부모님 학비걱정을 시켜드리지 않기 위해 장학금을 받고 명문대학을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1년의 고통을 참아내 서울대에 갈수만 있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 삼수 사수를 해서라도 서울대에 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복은 성적순"이라고 단언하며 "행복은 물질적 풍요에 따르고 다시 물질적 풍요는 성적순으로 배분된다는 생각이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라는 것은 하얀 거짓말"이라고 적었다.

학벌이 훌륭한 기업가의 조건이라도 되는 듯한 인식도 보여줬다. 그는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학교공부를 등한시하고 컴퓨터와 씨름하는 많은 학생에게 꼭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빌 게이츠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수준을 배우기 위해 명문대 진학이 필수"라며 "혼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고졸자가 천재더라도 첨단기술을 따라갈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글과 컴퓨터의 이찬진 사장이 서울공대 출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명문대 출신, 중소기업 및 중소기업 직원에 대한 인식도 엿보인다. 그는 "명문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성공한 사람들이 자주 보도되는데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하나의 기술을 개발하거나 조그만 중소기업을 운영하는데 성공했는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세계의 천재와 경쟁해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소양이 없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최근 벤처·중소기업계에서 학벌·스펙을 따지기 보다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템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또 블라인드 채용 확대 등 학벌 등으로 차별받지 않게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와도 배치되는 주장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애시당초 학력을 보지 않았다. 능력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하려고 하는 이유와 의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먼저 어떤 사람인지 보고 뽑는 분위기가 조성되야 하는데 중소벤처기업부 후보자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홍 후보자는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본인이나 국가를 위해서도 좋은 일", "꼭 서울대에 가야한다. 한국사회가 바뀔 가능성은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 "적어도 소득은 성적순"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홍 후보자는 27일 레이더P와의 전화통화에서 "20년 전 당시 교육구조가 잘못됐기 때문에 개혁을 해야 한다는 생각했고 그런 차원에서 강조를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홍 후보자는 입장문을 통해 "책에 표현된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을 많은 분께 책의 취지와 이유여하를 떠나 사과드린다"며 "저에 대한 검증과정을 성찰의 기회로 여기고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6일 '2013∼2016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홍 후보자는 19대 국회의원 재직 4년 사이 부동산으로만 재산을 30억원 가량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자의 중학생 딸이 8억원 상당의 상가건물을 외할머니로부터 증여받았고 홍 후보자 부부 역시 장모로부터 17억원 상당 아파트와 상가를 증여받았다. 이 과정에서 적합한 증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