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므로 없음체.
'집밥을 해먹고 살자'는 모토로
지난 10년 세월을 보냈음.
그런데 혼자 살면 밥 해먹기가 짱 싫을 때가 더 많음.
나는 삼시세끼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직업을 가져서
집밥 해먹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음.
어느 순간부터, 시간 있을 때마다
음식을 만들어서 냉동실에 보관했음.
시켜먹거나, 라면으로 끼니 떼우는 것 싫고 습관 될 것 같아서
나름의 방책을 강구한 것임.
냉장고가 작은 탓에 정리를 하는데 오늘이 그날.
청소하다 보니 냉동실에 뭘 넣어놨는지 포화상태.
그간 만들어 넣고 잊고 있었던 온갖 수제음식이 쏟아졌으니...
(대략 3~4개월 전에 냉동실 한번 뒤집었으니, 그때부터
쌓인 것)
그나마 매일 먹는 밥은 친근했음.
백미에 보리를 적당히 섞어서 벽돌 모양으로 성형하는
작업을 보름마다 한번씩 함. 덕분에 방구 뿡뿡!
등푸른 고등어도 4마리나.
그리고 김치 담글 때 억센 배춧잎 삶아서
얼린 우거지
마늘, 생강, 대파 등등 채소 얼린 건 패쓰.
게임은 지금부터. "얼음장처럼 차가운 이것들은 과연 뭘까?"
소고기 미역국
양질의 미역을 사다가 들기름에 볶볶한 후
고기국물과 함께 장장 2시간을 끓인 소울푸드.
기억난다~ 이것 끓여서 냉면 대접으로 퍼먹으며
산후조리 체험한 것.
이건 음~~ 뭐지? 맞다!!
소고기 미역국 맞먹게 정성들여 끓였던
대파감자탕.
헐~ 호떡 ㅋㅋㅋㅋ
(넘 노릇노릇하게 잘 부쳐서
한참 보면서 감탄했음)
숙취해소용 야채죽도 한덩어리 나왔음.
여기서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하기 시작함.
이건 대체 뭐지?
세상에나~ 칼칼하게 졸인 무조림도 있었던 거임.
햄버거 패티 아님.
한식을 좋아하는 나의 창조적인 결과물.
병아리콩을 푹푹 끓여 으깨고, 갖은 양념을 해서
동그랗게 성형한 '병아리콩 청국장'
그리고 나를 고민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덩어리 3개.
건더기도 없어서 알아내기가 힘들었으니,
알고보니 집에서 팥죽까지 끓여먹었던 나.
놀랍고도 혼란했음.
나의 조그만 냉동실에서는 이외에도
스파게티용 생토마토(끓여서 으깬것)
밥솥으로 만든 막걸리빵
묵은지 쫑쫑 썰어 만든 김치만두가 조금씩 출토됐다는 사실.
참~~ 열심히도 먹고 얼리고 먹고 얼리고 살았다는 생각에
나름 뿌듯했음. 냉동이지만 내가 직접 만든 거니까.
내일부터 하나씩 소진할 계획임.
아침: 미역국
점심: 대파감자탕
간식: 호떡
저녁: 병아리통청국장+무조림
야식: 팥죽 코스로 밟은 예정.
냉동을 너무 봤더니
싱싱한 게 먹고 싶어서
오늘 저녁은
양상추 터질 듯 넣은 토스트로 결정!
케찹이랑 마요네즈 많이 뿌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