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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들 풀빵 좋아함?
게시물ID : cook_1390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리에나
추천 : 15
조회수 : 1394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5/02/10 18:33:21
난 좋아함

요샌 사실 길거리에 포장마차 자체가 씨가 말라가긴 함

카니까 맨날 길에 파는거 생각나서 찾아보면 없음

나도 앎 나이 적게 먹은건 아님

세금도둑도 카고. 길거리 미관상 나쁘다 카기도 카고.

죄 사라지고 난 얼마 뒤엔 아물아물 생기기 시작했지만 난 동성로 한복판에 까득 차있던 포장마차들이 죄 사라졌을 때의 충격을 아직 잊을 수가 없음.

각설하고.

길에 가다보면 포장마차는 참 매력적이었음.

특히 겨울엔 환장할 수밖에 없었음.

목욕탕에서 벌겋게 익어서 더운김 뿜으며 나오면 입구 바로 앞에는 붕어빵이랑 물오뎅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었음.

엄마는 안에서 구운계란이나 빠나나 우유를 사주진 않았지만 목욕탕 갔다오면 셋이서 나란히 오뎅을 한개씩 먹고 집에 가는 것엔 관대했음. 그 오뎅통엔 게딱지며 양파며 둥둥. 종이컵에 담아가려다 쓰레기 생긴다고 그냥 한모금 더 마시고 집에 가자는 엄마 말에 나는 뜨거운걸 참고 홀딱 마시고 집으로 가곤 했음.

풀빵은 또 어땠는가 떠올려보는게 어떤가 싶음.

천원이면 다섯개나 주던, 안식게 할려고 품에 콕 꼴아박고 잰 걸음으로 가게 만들던 어린 내 손바닥만하던 붕어빵은 아빠가 퇴근길에 사오면 납쭉해져 종이 냄새가 났지만 그래도 달콤한 팥은 언제나 즐거웠음.

엄마는 좋아했지만 난 국화빵엔 정이 가지 않았음. 어째선지 안에 밀가루가 덜 익은 기분이 들어 웩웩거리기일쑤. 지금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음.

난 국화빵 팔던 포장마차에서 팔던 오방떡을 더 좋아했음. 그렇게 포장마차 흔하던 때에도 왠지 흰앙금을 넣은 가게는 없었을 뿐더러, 오방떡은 그 집에서만 팔았음. 크기가 크고 두터워서 가격은 자기혼자 세개 천원이었지만 난 그 모양이랑 흰앙금이 좋았음. 이름이 왜 오방떡이냐는 질문에 엄마는 대답을 못해줬었음.

호두과자? 언제나 옳지않음? 앎. 학교 문방구에서 한알 이백원 해서 팔던 낱개포장 된 호두과자조차도 들큰한 그 맛이 좋았음. 나이먹어 진짜 호두가 든 호두과자를 먹었을 때는 우왕ㅋ우왕ㅋ우왕ㅋ우왕ㅋ뿅갈뻔ㅋ난 호두과자도 붕어빵마냥 모양이 똥그래서 호두과잔줄ㅋ

하지만 우리 풀빵계엔 세기의 이단아가 있음........땅콩빵이라고........다른애들이 모냥새로 승부할 때 지혼자 손톱꼽재기만큼이나마 진짜로 볶은 땅콩을 뱃속에 숨기고 있던 그놈 말하는거임. 난 그게 참 좋았음. 그걸 사면 종이봉투에 넣을 때 와그르륵 소리가 날 만큼 많이 담아주면, 집에 갈 때 두어개 꺼내 오작오작 씹어먹는 거임. 난 갓구운 땅콩빵보다 노점 거기 앞의 철판에서 한바퀴 굴려서 식힌게 좋았음. 왜, 식으면 와★작★와★작하고 씹히는 맛이 좋았음. 게다가 꽤 쏠쏠히 씹히던 땅콩의 고소함. 아. 존나좋아.

계란빵? 계란빵은 울동네엔 없었음. 그 이름을 처음 안것은 내가 중학생 때였음. 도서관에 있던 책에서 나왔었는데, 제목도 기억남.옥탑방 고양이 정도쯤 되는 책이었고 동거하고 결혼하는과정이 쓰여있었음. 전반전 후반전 연장전. 꽤 야했고, 글쎄, 야했음. 헤헤. 근데 거기서, 오빠 나 계란빵 먹고픔 사오셈 하고 투닥투닥싸우는 장면을 봤음. 난 그게 뭔지 몰라서 엄마한테 물어봤더니 계란이 한알 통으로 들어간 풀빵이라고 가르쳐줬음. 난 그게 삶은 계란인줄 알았지비. 아니데......대학와서 가슴설레며 처음 산 계란빵은 오방떡 비슷하게 생겼었음....실몽ㅋ 캐도 맛만 좋드라.

오늘 퇴근하면서 땅콩빵호두과자 포장마차에 감. 난 원래부터 택시기사며 포장마차며 주절주절 얘기를 잘 거는 편임. 가끔 주머니에 먹을 거 있으믄 슬쩍 찌르고 튀기도 하고? 여기도 다를바 없어서, 아저씨가 오랜만에 왔다고 반겨주심.  하긴 20분 넘게 기다려서 포장마차 과자 사가는 사람은 드물지 않을까 싶음. ...사실 여러번 그랫음. 여기꺼 잘안남아있음...아저씨가 땅콩빵을 진짜 바작바작하게 구워주심...마의졍;ㅅ;

헤헤. 바빴어여. 아저씨 땅콩빵이천원어치만여. 하고 기다리고 있을라니 아저씨는, 오랜만에 왔으니 호두과자 한개는 서비스라며  쪼끔만 사서 가는 내 종이봉투에 호두과자 한알을 넣어서 주셨음. 고맙습니다 하고 돌아서서 냉큼 입에 집어넣음. 빠작빠작. 봉투는 따숩고, 날씨는 춥고, 이거 하나로 난 즐겁고. 담엔 주머니에 박카스라도 한병 꽂아놀까 싶음. 그래서 자랑할라고 사진올림ㅋ보임? 지혼자 똥그란 저거?ㅋ마싯듬ㅋ이힝힣.

님들도 나가서 풀빵 사먹으셈. 날씨 따뜻해지면 언제 또 사먹고 팔고 그카겠노 싶지않음? 생각해보셈. 날 따수워지면 장사 금방 접는다카이ㅋ뭐하노 퍼떡 뛰가가 한개씩 들고오고 그캐라 여러분아ㅋ 낸 이제 이거 먹으러 감. 빠이빠이.

이거는 내꺼데이 안줄꺼이까 사무러가라 훠이훠이

안녀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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