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하는 타지 생활
처음 시작하는 독립 생활
처음 시작하는 사회 생활
어느 하나도 쉬운 것 없었고 믿을 것 하나 없이 남자친구 하나 믿고 온 생판 모르는 타지는 나에겐 너무 심적 부담이었다.
여기까지 온 나에게 남자친구는 '완벽한 나의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점점 홀대하기 시작했고
나는 몸도 마음도 점점 망가져가기 시작했으며, 내 하루는 일과 집안일 그리고 마음고생으로 부숴져가고 있었다.
걱정할 엄마에게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일상의 반복으로 지치고 고된 하루가 계속되니
그야말로 난 고립되지 않았으나 고립된 섬같은 아파트에서 미쳐가고 있었다.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베게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고
나를 걱정하는 엄마에게 엄마 나 잘하고 있어 괜찮아 딸 걱정하지 말고 엄마 울지 말고 하고 엄마를 달래며 또 몰래 울었다.
지치고 지쳐 모든걸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찰나 남자친구는 나에게 마지막 기회를 달라 내 잘못을 고치고
너를 위해 더 노력해보겠다 말을 했고 외롭고 힘들어 반려동물을 찾던 내게 회사 앞에서 사랑을 갈구하던
고양이 한마리가 다가왔다.
설득해도해도 강아지 아니면 안되겠다. 고양이는 요물이다 강아지 아니면 나는 정을 줄 수 없을 것 같다 라는
앵무새같은 말만 반복하는 남자친구로 인해 데리고 올 수 없었던 항상 퇴근시간만 되면 나에게 치대던 그녀석은
나흘만에 사모님의 호된 빗자루질에 도망간 후 며칠간 내리던 비 끝에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철이 없던 남자친구는 갓난아이를 낳은 사촌누나네서 잘 살고 있던 푸들 모녀중 딸인 코코를 데리고 오자고 했다.
자꾸 사고를 쳐서 힘들다던 코코가 치던 사고는 자꾸 아가를 핥는 것.
평생 같이 살던 주인 평생 같이 살던 엄마를 떼어놓고 항상 같이 있어주던 주인을 떠나
낮시간 비어있는 내 집으로 오게 될 그 아이의 기분을 상상할 수가 없었다.
왜 데리고 오려고 하지 않느냐는 남자친구를 코코 입장에서 한번만 생각해보라고 설득시키고
나는 앵무새가 키우고 싶다.
내가 집에 왔을 때 집안이 심하게 어지러져 있는게 싫다. 내가 챙기고 내가 보살피겠다. 라는 나에게
새는 싫다 무섭다 강아지 아니면 정 줄수 없다 네가 알아서 키워봐라 하던 남자친구와
다시한번 크게 싸웠다. 바뀌고자 했던 너는 단 하나도 나에게 맞출 생각이 없다.
나는 하나하나 너에게 맞추고자 노력했지만 넌 내가 널 위해 맞춰준다는 사실이 이제 너무나도 당연해졌고
나는 너에게 이제 너무나도 당연한 사람이 되었다며 지쳤다고 하는 나에게 남자친구는 다시한번 기회를 달라고 하였고
그렇게 네가 왔다 달이야.
고속버스 택배로도 받을 수 있다던 네가 너무 고생할까 너를 데리러 직접 2시간거리의 나주까지 달려갔고
낯을 많이 가리던 너를 만났다.
많이 낯을 가려 소리지르고 난리들이던 여러 퀘이커들 중
그나마 횟대에 올라와있는 초록 아이 (용감이라고 별명을 붙여준)를 데리고 오려고 했으나
남자친구는 파란 아이들이 맘에 든다고했고 기왕 올거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해서
달이 네가 내 품으로 오게 됐다.
오는 길 고속도로에서 길을 헤메서 부산까지 갈 뻔도 했지만
블루문 다음날? 이여서 그런지 그날따라 달이 너무 밝았고 그래서 네 이름은 달이가 됐다.
많이 덥던 그 날 무서워하던 너를 위해 선풍기도 살짝 틀어주고 걱정이 되 서툴지만 등돌리고 있는 너에게 이유식도 먹여주고
낯은 가리지만 그래도 조금씩 받아먹어 주던 네가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단다
분양처에 하루에 한번씩 '아가가 다리를 들고있어요 아픈거 아닌가요' '아가가 부리 가는 소리를 내요 화난거 아닌가요' 온갖 질문 공세를 하며 귀찮게
하고 혹시 무서워 하지 않을까 손길 하나에도 조심하며 널 대했고
넌 그렇게 사흘만에 나를 보며 밥을 달라고 날갯짓 고갯짓 보여주며 내 품에서 잠들어주었다.
내 일터 컴퓨터 배경화면은 달이 네 사진이 되었고 화날때마다 난 달이 네 사진을 보면서 웃음짓는단다.
아침 일찍 이유식도 뗄 때가 된 네가 나를 보채며 깨워도 바빠 놀아주지 못함이 미안할 뿐 네가 밉지 않고 웃음지어지고
퇴근할 때가 되면 종종거리며 이름부르는 내게 깍! 하며 대답해줄 네 생각에 설레어진단다.
너로 인해 내 하루가 충만하고 너로 인해 일하는 보람도 느낀단다.
이렇게 일하면 이번달엔 달이 장난감도 더 사줄 수 있겠지 맛있는 간식도 더 사줄 수 있겠지
모아서 집도 더 좋은걸로 바꿔줘야지 하고 말야
엄마는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고슴도치도 햄스터도 토끼도 고양이도 강아지도 키워봤지만
단 한번도 엄마의 엄마에게 환영받아본적 없단다
하지만 달아 엄마의 엄마에게 널 데리고 놀러갔을 때
달이 너에게 부담스럽게 들이대시긴 했지만
달아~ 하고 이름불러줘야 네 이름을 알아듣는다며 나를 혼내시거나
출근 전 한참 너를 들여다보고 가시거나
너를 만져주시거나 하신다는건 엄마에겐 너무 행복한 경험이었단다.
그리고 새는 싫다던 네 아빠가 집에오면 네 밥은 챙겼냐고 묻고
앵무새 쇼핑몰을 쇼핑하고
이런 장난감도 있냐고 비싸다고 투덜대면서도
네 발톱트리밍 기계도 주문해주고
밀렛 다먹었다며 너무 잘먹는다고 이거 다시 주문해야겠다고
달이는 나를 더 좋아한다고 우쭐대는 모습을 볼 때도
엄마는 너무 행복해..
우리 달이 사랑해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달아 엄마한테 와줘서 너무 고마워
달이로 인해서 엄마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고 늘 감사해
달이가 엄마한테 와줘서 엄마는 이제 하나도 외롭지 않고 하나도 아프지 않아.
집에가면 김달이가 엄마를 기다려줄거라는 생각에 언제나 가슴뛰고 벅차
하루가 충만하다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구나 싶어
항상 네 걱정 네가 아프지 않았으면 네가 오래 나와 함께 해주었으면 그런 생각들이란다.
저녁에 이유식먹고 엄마 품에서 잠든 네게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시간이 엄마는 하루중에 가장 행복해.
엄마 빤히 보면서 응가하고 도망가도 그러고 나서 옹알이 해주는 네 덕에 웃음짓고
한참을 조용해서 둘러봤더니 어느새 내 발가에 와서 놀고있는 네 덕에 한번 더 웃음짓고
엄마 하루의 마지막이 너와의 잘자라는 인사라서 너무 행복하단다
너에게는 이번 가을 겨울이 첫 추위 일텐데 네가 이번 추위를 잘 나서 건강한 어른 새가 되어서 엄마랑 오래오래 살아주었으면 좋겠어.
엄마 출근해있는 시간동안 혼자 둬서 미안해 그만큼 집에 가서 달이 열심히 챙겨줄게.
우리 달이 아프지 말고 엄마랑 평생 행복하게 살자. 달이 너무 사랑해 ♡
언제나 고맙고 세상에서 우리 달이가 제~~~~일 예쁜 앵무새야 알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