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암환자 가족으로 산다는 것.
게시물ID : gomin_13910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hankyoubro
추천 : 12
조회수 : 1684회
댓글수 : 39개
등록시간 : 2015/03/24 21:04:29
고게는 두번째네요.
방금 고게에 첫번째 글을 쓰는 중이었는데.
보호자 침대에 찌그러져 아크로바틱한 포즈로 마우스와 자판을 왔다갔다 하며
나름 정중하고 진지하게 넋두리 중이었는데.. 하............
 
그냥. 암환자 가족으로 산다는거. 암환자 껌딱지 보호자로 산다는거. 힘들어서. 넋두리 하러 왔어요.
완치후 5년이 지나면 재발걱정은 없다는 혈액암이 었는데.
5년 6개월만에 재발하고. 거기다 백혈병까지 병명을 하나 더 얻었어요.
재발사실을 알고 다시 치료하면 된다고 으쌰으쌰 해서 하던 공부며 일을 다 멈추고 치료에 전념중입니다.
6년전 치료 받았던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않은 병원에 다시 와 치료를 받으며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걸 느낍니다.
환자 본인인 동생이 더 힘들겠지요.
그치만 가끔은 제 자신에 대한 불안과 피로로 죄책감에 시달려요.
 
어제는 동생이 골수검사를 했어요.
혈액암 환자에겐 골수검사란 두렵지만 익숙한 그런 검사입니다.
성인들은 보통 수면마취를 하지않고 부분마취만 한채 뼈를 뚫는 고통을 참아가며 하지요.
제 동생은 어릴때부터 항암치료를 해서 항상 수면마취를 하고 골수검사를 했어요.
아이들은 고통을 참기 힘든 검사이기도 하고 검사후 두시간이상 지혈을 위해 검사부위에 모래주머니를 붙이고 누워 있어야하는데
아이들은 가만히 있는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잖아요.
뭐 그런 이유로 늘 수면마취를 하고 검사를 해왔는데..
오전에 한다던 골수검사 소식이 없어 아랫층에 운동하러 나간사이에 빨리 올라오라고 전화가 와서 병동으로 가니
이전이야 어찌됐든 성인병동은 누구나 부분마취만하고 검사를 한다며
동의서에 보호자 서명도 안된상태로 환자는 그 사실을 알지도 못한채 처치실로 옮겨졌어요.
수면마취를 하고 검사받고싶다고 동생이 이야기 해서 그 말을 전달하려고 이야기를 꺼내는데
말을 자르며 이 병동에서는 누구나. 정신지체이신 분들도 부분마취만 하고 하는데
특별히 ㅇㅇㅇ 님만 진통제 미리 드리고 검사할께요. 그러더군요.
그러곤 다시한번 더 강조하며 성인병동에서는 누구도 수면마취로 검사하지않는데 ㅇㅇㅇ님은 특별히 진통제 드리는 거라고.
같은날  오전에 회진때 환자가 원하면 수면마취하고 검사할 수 있다고 교수님과 항암전문간호사 선생님께 이야기 들었다고 말을 해도 수면마취 자체가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
마취제 많이 써봐야 좋을거 없다고 하더군요.
불과 두달전 1월에는 소아병동에서 수면마취하고 골수검사 잘만 했는데.......
그때는 그럼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요구하지도 않은 소아병동의 관행에 따라 수면마취를 하고 한건지...  
 
제가 보기에 병동에 간호사 선생님들 모두가 숨쉴 틈 없이 바쁘고 수면마취를 하려면 처치실에 혈압이며 맥박을 체크하는 기계를 셋팅시키고
마취제를 처방받고 약국에 내려가 약을 받아 올라오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하기에 시간이 너무 없기에 원래 이 병동에서 하던 방식이 이러니
여기에 따라달라고 하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더군요.
더 이야기를 하다가 안되면 상황을 중지시키고 항암전문간호사를 불러달라 이대로는 할 수 없다. 교수님과 이야기하겠다 교수님이 분명 환자가 원하면 수면마취하고 검사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교수님과 이야기하게 해 달라 할 수 있는 일인데
동생은 이미 처치실 침대에 엎드려진채 엉덩이까지 바지를 내리고 이와 같은 실갱이가 오고갔어요.
젊은 여자인턴선생님앞에 엉덩이 내놓고 있는 스무살 까까머리 마음을 생각하니 그것도 또 화가나
당장에 내 동생 허리에 주사기를 들이댈 사람이 바로 그 의사이고 그 의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내 동생에게 좋을게 없다는 판단하에.
네. 그럼 안아프게 잘 해주세요.
하고는 이미 불안과 공포로 엎드려진채 우느라 대답도 못하는 동생을 두고 처치실을 나왔어요.
당연히 처치가 끝나면 의사선생님이 와서 전에 하던 곳을 뚫었다. 뚫지못했다. 어렵게 뽑았다. 쉽게 나왔다.
몇시간 지혈해야한다. 한군데 뚫었다 양쪽 뚫었다. 이런 이야기를 해줘야하는데 의사선생님은 이미 자리를 뜨고 안계시더라구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얼굴이 뻘개져서 나오는 동생을 보니 마음이 무너지더라구요.
 
 
지못미.
지켜주지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이때쓴느구나. 싶더군요.
간호하겠다고 하던일 팽겨치과 와서 온갖정보 찾아다니고 약이름 검색해가며 똑똑한 보호자가 되어보겠노라
껌딱지 보호자로 열심히 간호해보겠노라 했는데.
참.
무능한 보호자 덕에 제 동생은 골수채취용 굵은 바늘이 살을 뚫고 그 바늘이 뼈에 닿고
그 뼈를 뚫고 젤리형 골수를 뽑아내려고 바늘을 좌우로 흔들어 척추전체가 다 빠져나가는 고통을 겪으며..
또 한번 항암치료의 수많은 고통중 하나를 말그대로 뼛속까지 당하고. 나왔어요.  
항암치료를 하며 그간 받은 고통이 얼마나 많고 앞으로 참아내야 할 고통들이 얼마나 많은데
뼈를 뚫는 고통까지 참으라니요.
모든 성인이 누구나 다 하니 이제부터 참아보라니요.
화가 납니다. 제가 더 소리높여 환자의 권리를 외쳤어야 하는데.
 
골수검사를 한 어젯 밤.
처음으로 저는 동생을 병원에 혼자 재우고 집에가서 자고 오늘 새벽에 병원에 왔어요.
종일 바쁜 의료진들에게 필요한것을 요구하고 기다리다 지쳐. 집에서 쿨쿨 잤습니다.
처음 일을 쉬기로 결정할때.
그래 내동생이 있어야 내가 있지.
다시 살기위해 귀한 시간 함께 열심히 치료받아보자며 동생을 지키겠노라 마음억었는데...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도망갈 수 없는 동생. 그 동생을 두고 나도 절대 도망가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는데..
집에 쉬러 가면서도 미안해 눈물이 핑돌더라구요.
 
그런데 참 웃긴게요..
동생에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들수록...
그럼 나는. 내인생은..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내 삶은 무엇인가.
치료가 길어질 것이고 나가서 돈을 버는게 더 효율적인것은 아닌가..
 
 
 
동생은 항암제를 맞으며 짱구를 보고 히죽거리고 있어요.
(스무살에 짱구보는 사람 제동생만 그런거 아니죠? 에이. 다들 가끔 채널돌리다 짱구나오면 반가워하잖아요. 그리고 잠시 짱구보잖아요다들!)
동생이 웃으면 제일 행복해요.
동생이 뭐 먹고싶다고 해서 준비하러 사러나갈때 가장 힘이나요.
동생이 누나. 라고 부를때 제일 설렙니다.
 
그런데 그냥 참 몸이 지치고 정신이 피곤해요.
내삶은 없어진지 오래구요...
 
 
이제는 그만 마무리 하고 이번항암 마치고 나가 서 쓸 가발을 검색해야해요.
지역의 가발가게를 검색하고 후기들 검색하고 스타일도 검색하고. 뭐.
항암환자 가발 괜찮은거 아시면 좀 알려주세요....
 
기승전가발이 되어버렸네요.
 
그리고 이 긴긴 시간이 끝날 수 있게 제발 조혈모세포 기증 좀 부탁드려요.
조혈모세포기증방법 어렵지 않아요. 요즘 절대 골수로 채취안해요.
조혈모이식만 받으면 살 수 있는 환자들 너무너무 많은데 병원에서 독한 항암치료 받으며 서서히 죽어가고 있어요.
이전에 쓴 글 링크 걸게요.
시간이 되시면 같이 읽어주세요...
http://todayhumor.com/?medical_13943
넋두리로 시작해서 가발정보 구걸에 이어 조혈모세포기증 부탁드리며 이만 물러갑니다. 가발정보 검색하러...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들 건강하세요.
 
 
 
 
하. 두시간째 노트북에 매달려있는데 왜 자꾸 닉네임에 공백이 있다고 하는지. 에잇.
어쩧수없이 익명으로 올려봐요. 올라가랏 얍
 
 
 
* 밤에 동생 몰래 글 쓰느라 앞뒤도 안맞고 오탈자도 많을것같아 다시 들어왔는데 많은분의 응원글 보고
눈물도 찔끔거리고 힘도 얻었어요!
감사합니다. 
 
우선 글이 참 일방적으로 환자입장이라 의료계 종사자 분들이 혹시나 글을 보고 언짢으실까 싶어 마음이 쓰이네요.
소아병동에서 성인병동으로 옮기고 처음으로 어제는 항암교육이 있어서 항암전문 간호사 선생님과
긴 이야기를 나누면서 골수검사 이야기도 함께 했어요.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현재 있는 병동(원래 가야하는 혈액병동에 병상이 없어 다른 병동에서 치료중)이 워낙 환자들의 검사가 많아
낮에는 정말 너무 바쁜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날 그 인턴선생님은 종일 병동에 흩어져 있는 환자들 찾아다니며 골수만 뽑으러 다녀서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지만 환자가 하지 않겠다하면 환자말이 우선이니 앞으로 그런일이 생기면 상황을 중지시키고 항암전문간호사를 불러달라고 요구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의료진 분들 정말 너무너무너무 바쁘고 그 바쁜것이 개인을 위한것이 아니라 환자들을 위해 처치하고 시술하고 연구하고 공부하느라 바쁘단걸 압니다.
그렇기에 더 우기지 못한 것도 있었어요. 실제로 제가 봐도 병동 내 모든 의료진들이 너무 바빠 울상이었거든요.
울상이 불만에 가득찬 울상이 아니라 정말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일이 계속 밀려들어 다 못해내서 울고싶은 지경의 울상이어서 저도 마음이 아파 
제 동생이 골수검사 할 때 수면마취 하고 검사받고 싶어한다는 말을 미리 할 틈도 없었어요.
미리 말을 했다면 저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결론도 얻었어요.
모쪼록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신 의료계 종사자 분들. 환자 보호자와 이런 트러블이 있으면 의료진 분들도 사람이기에
감정이 상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실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고 의료계 종사자 분들 마음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몇년째 온가족 병수발 하는 사람으로써 정말 애쓰시는거 알고 감사한 마음 가지고 있어요.
바쁘게 돌아가는 시스템의 문제 또한 없지 않고 그것이 우리가 바꾸기 쉽지않다는것을 알기에 더 안타깝고 감사합니다.
 
오늘 회진때 이식담당 의사선생님께서 이번주 안에 이식을 결정해야한다고 하셔서 상황이 좀 급박해 졌어요.
새롭게 기증신청을 하는 분들 중에 공여자를 찾을 수 있기는 한데 피를 뽑고 3일정도 지나야 결과를 알 수 있기에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기증자를 찾아 정밀검사를 해야하는 처치예요.
이 글을 읽고계신 여러분들.
한시라도 빨리 이 글이 널리널리 퍼지고 많이들 기증신청 빨리 해주셔서 기적적으로 동생이
맞는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찾아 이식 받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앞서 쓴 글에 단 링크 맨 아래에 보면 조혈모 세포 기증에 관한 포스팅을 누군가 링크해주셔서 양해구하고 긁어왔어요.
급하고 안타까운마음에 기증신청했다가 가족의 반대로 기증거절하시는 분들이 많대요.
한번만 알아봐 주시고 가족들과 상의후에 기증신청 부탁드려요.
저희도 처음에 검사해 볼수있는 부분일치자 분들이 많았고 최근에 4분이 더 나타났는데 2분은 거절을 하신 상태이고 2분은 연락이 안된다네요..
 
아래에 달린 댓글들 모두 읽어보고 또 읽어봤어요.
지금은 항암치료중이라 좌욕준비시키고 먹고싶은것 준비해 나르고 당장에 필요한 항구토제나 부작용 완화제 검색하고 찾고 중간중간 쪽잠자고 하느라 이렇게 한꺼번에 글에 덧붙여 쓰지만
모두모두 감사해요. 귀한시간 내어 경험 나눠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한번도 동생이 안나을거란 생각을 해본적이 없어요.
반드시 나을거란걸 알기에 뭐 절망적인 생각은 해본적이 없지만 같이 치료받언 아이들 공여자 기다리다가 하늘나라 가는걸 자꾸 보니 불안한 마음이 들긴 해요. ㅠㅠ
그래도 나을겁니다. 그리고 웃으며 추억할 날이 올거예요.
나중에 저도 님들과 같은 댓글을 달며 응원할 날이 오겠죠.
긴글 읽어주시고 시간과 긴 이야기를 공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아무도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웃으며 지냅시다.
화이팅!!!!!! 
집에 돌아가 일일히 감사인사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에서말한 조혈모세포이식 관련 포스팅 링크걸고 갑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관련 포스팅입니다.

http://blog.naver.com/blood_info/220239706088

http://blog.naver.com/blood_info/90191601689
이건 제가 의료게시판에 처음으로 쓴 도움요청 글이구요..
http://todayhumor.com/?medical_13943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다들 즐겁고 건간한 날 되세요.
바이짜이찌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