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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와 그의 진정한 청출어람(靑出於藍)
게시물ID : soccer_1391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유머시대
추천 : 11
조회수 : 2079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5/03/19 15:39:59


사진 출처 : http://www.goal.com/



카테고리는 스포츠에 넣어놓고 제목은 리오넬 메시라면서 뭔 소리인가 싶겠지만, 메시보다 2300년 전 쯤에 살았던 중국의 사상가 순자가 한 이야기를 잠깐 들먹이고자 한다. 

"군자가 말하기를, 학문이란 멈출 수 없는 것이다. 푸른색은 쪽에서 취한 것이지만 쪽보다 푸르고, 얼음은 물이 얼은 것이지만 물보다 차다"

여기에서 '푸른색은 쪽에서 취한 것이지만 쪽보다 푸르다' 는 부분이 후에 현재에도 흔히 쓰이는 사자성어인 청출어람이 된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청출어람의 뜻은 '제자가 스승보다 나은' 것을 뜻하는데, 원래 내용은 염료로 쓰이는 식물인 쪽에서 푸른색을 뽑아내었지만 되려 푸른색 그 자체가 색을 추출한 원본인 식물보다 더 파랗다는 것이다. 원 뜻 그대로 비유하자면 애플보다 아이폰이 더 유명하다는 것 쯤 되겠다. 오늘의 주제에 맞추어 또 비유해보자면, "과연 청출어람이라고 과르디올라가 키운 메시가 그 모양이구나" 쯤 되겠다. 


사진 출처 : http://www.fcbarcelona.com/


오늘 새벽에 있었던 바르셀로나와 맨체스터 시티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는 승패가 아닌 조금 다른 부분에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었다. 1차전에서 2-1로 원정 승리를 거둔 바르셀로나는 2차전을 홈인 누캄프에서 치루게 되었는데, 뭐 어떤 팀이나 홈경기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만 누캄프는 10만에 가까운 인원이 수용가능한 '원정팀의 무덤'으로 익히 알려진 구장이다. 각자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기원했겠지만 중립 팬들의 입장에서는 홈팀 바르샤가 특유의 점유율 축구로 맨시티를 어떻게 요리할 것이며, 팀의 중심이자 현시대 최고의 선수인 리오넬 메시가 어떤 묘기를 보여줄 것이냐가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메시는 이번 경기에서 상징적 의미로 청출어람을 해내었다. 


사진 출처 : 방송 캡쳐



메시가 전반 20분경 페르난지뉴에 이어 밀러까지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내는 화려한 개인기를 통해 농락해내자, 카메라는 메시의 전 감독인 과르디올라를 잡아주었다. 이 때 과르디올라는 기상천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만다. 주변 관중들의 표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상기해야 할 점은 과르디올라는 08/09시즌 바르셀로나 부임 이후 뮌헨으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현재의 메시를 있게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사람이며, 메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 그가 지은 처음 보는 경이를 접한 듯한 표정은 단순히 제자의 멋진 플레이에 대한 경탄이 아닌 최고의 축구선수를 보는 한 관중의 그것이었다. 과르디올라가 생각한 상상의 범위를 메시는 오늘 넘어서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후에도 메시는 라키티치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경기 내내 '메시를 막자니 공간이 생기고, 안 막자니 메시에게 골을 먹히는' 전형적인 바르샤를 상대하는 팀의 딜레마를 맨시티에게 그대로 안겨주었다. 경기 중 과르디올라는 '메시는 정말, 정말 잘한다' 며 추켜세웠고, 마침내 경기가 끝나자 바르샤의 감독 엔리케는 '메시는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 선언하였다. 


다시 순자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순자는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에 대응하여 성악설을 주장한 인물이다. 아주 러프하게 표현하자면 맹자가 '인간의 본성은 착하기에 끊임없이 노력하여 그 착한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고 했다면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기에 끊임없이 노력하여 그 본성을 초월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고 주장하였다. 즉 이러한 순자의 사상을 위의 '청출어람'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청출어람의 본뜻은 단순히 제자가 스승을 넘어섰다는 내용에 그치지 않고 노력을 통해 푸른색이 쪽보다 푸르듯이'본질을 초월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내용인 것이다. 




오늘 경기를 통해 느낀 바는, 메시는 스승인 과르디올라의 생각을 넘어선 것 뿐만 아니라, 거창하게 이야기하자면 축구의 본질을 초월해가는 청출어람을 해내어 가고 있다는 것이 감상이다. 위의 사진은 축구를 '메시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디스테파노, 게르트뮐러 등 이름만 들어도 전설의 기운이 풍기는 그들의 기록을 메시는 2015년 현재, 이 순간에도 경신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메시는 진정한 의미의 '청출어람'을 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기록파괴자이자 축구의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는 메시의 경기를 실황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새삼 미소가 지어진다.


덧 : 지인들을 만나서 메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필자는 '메시는 내가 키웠다'고 주장한다. 이유인즉 필자가 소싯적 즐긴 악마의 게임 중 하나인 축구 감독 게임 F모 매니저 게임에서, 유망주였던 메시를(게임상에서는 예명으로 Leo Messi라 했었다) 영입해 득점왕으로 키운 아름다운 인연(!) 이 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메시는 학연, 지연이 아니라 게임연?으로도 연결시키는 새로운 파벌싸움의 원흉일수 도 있겠다. 다 메시가 너무 잘났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오늘 아침 경기를 보고, 특별히 과르디올라의 표정이 인상깊어서 나름대로 리뷰를 작성해 보았습니다.

내용이 좀 주관적이기도 하고 과장이 섞여있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출처 : http://firework5.egloos.com/111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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