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연애를 해봤지만 그중에서 가장 아팠던건 공허한 짝사랑이었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이 내 마음같지 않다는 걸 느꼈을 때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나라는 존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깨달았을 때
그 친구와 나의 연애의 목적은 너무도 다르다는 걸 알았을 때.
그렇게 떠나간 지난 인연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길지도 않은 연애였고, 상대가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었고, 제가 환승이별을 당한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아프더라구요.
그 친구는 항상 저에게 미안하다고, 본인을 용서해달라고,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고 울먹이며 말했지만
저는 겉으로는 그 친구를 이해하려 무진 애를 써도, 속으로는 용서가 되지 않았어요.
그 사람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란걸 이미 알고 있었고
나 또한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란걸 알면서도
내 마음을 가지고 논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 제 기억속에서 그 사람을 악마로 만들었어요.
미워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그 사람이 좋아서 제 마음속의 그 사람을 정말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그렇게 그 사람을 미워하고 제발 그 사람을 제 마음속에서 떠나 보낼 수 있도록...그러길 기원하면서요.
그리움, 미련, 집착, 돌아오지 않을 사랑...그런 것보다는 미움이 더 낫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그 사람을 미워하려고 애써도 제 스스로만 상처입을 뿐
제 감정은 생각만큼 정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보았어요.
그 사람이 새로운 인연과 함께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처음에는 앞도 제대로 안보이고 머리 속이 산산히 부숴지는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차분히 들여다보니
그 사람이 새로운 인연 곁에서 참 행복해하고 있다는걸 깨달았어요.
저는 그 사람의 미소를 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어도 잘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인연은 그 사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활짝 웃게 만들고 있었어요.
저는 그 사람의 감정이 고조된 웃음 소리 한번 듣는게 소원이었는데
그 사람은 제가 결코 들어보지 못했던 기쁜 목소리로 새로운 사람과 식사를 하고 있더라구요.
알았어요.
그 사람이 행복하다는 걸.
알 수 밖에 없었어요.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면서도 입으로는 미소지었어요.
그 사람을 생각하면 항상 슬프고 답답하고 제 가슴을 부숴버리고 싶었는데
이별 이후 처음으로 그 사람을 보고 다시 웃었어요.
제가 원하던, 바라던 그 사람의 행복한 모습이 그곳에 있었으니까요.
저와 계속 함께했다면 그 사람은 저렇게 행복하지 못했겠죠.
그 사람이 있을 자리는 제 곁이 아니라, 저 새로운 인연 옆이라는걸 인정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랬더니...
이제 그 사람이 용서가 되요.
계속 사귀었더라도 제 곁에서 불행한 그 사람을 계속 지켜보고 싶지 않았을 거에요.
이별 했을 때 화를 삭혀 누르며 행복하길 바란다고 했었는데
그게 거짓말이었다는 걸 이제 스스로 알아요.
뜻도 모르는 식상한 어구를 그저 따라했을 뿐.
저는 그 말을 가슴으로 알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좀 알 것 같네요.
인연이라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도, 이별이라는 것도.
제 마음 속에는 아직 그 사람이 남아있지만
잠시 덮어두고 싶어요.
나중에 제 마음 속에있는 그 사람을 꺼내어 볼때
원망하고 미워하기보다는 머리 한번 쓰다듬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제 마음이 건장해질 때까지요.
겨울 바람이 차네요.
밥이나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