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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그만둔 기념으로 쓰는 진상 학부모들 이야기
게시물ID : gomin_13932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2tja
추천 : 11
조회수 : 3998회
댓글수 : 109개
등록시간 : 2015/03/27 14:19:42


사실 그만둔건 2월 말이었지만 지금까지 쉬다보니까 심심하고 할게 없네요.. 하소연이나 할 요량으로 써볼게요

이 글이 고게에 안 맞는다는건 알고있지만 학부모님들 중에 오유하는 분들이 있을까봐 익명이 있는 고게로ㅜㅜ 죄송해요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 준비를 시작하는데 사실 나는 유치원보다 보육시설에 좀 더 로망이 있었음. 좀 더 어린 애들이라서...

유치원 정교사, 보육교사 자격증 둘 다 있었는데 아직 젊다는 핑계로 하고싶은거 해보고싶다고 모두의 만류에도 그냥 가정시설 어린이집 취직함

실제로 실습때 한 반에 26명 되는 7살 아이들 보는것도 너무 힘들었고.. 어쨌든 3살 친구들 9명 있는 반을 맡게 됨


1. 먹는걸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음. 점심 시간이나 간식 시간만 되면 자기까 누가 뺏어먹는 것도 아닌데 허겁지겁 다 먹고

다른 친구들꺼나 내것도 넘봄ㅜㅜ 내꺼야 주면되지만 친구들것까지 뺏으려고 하니 곤란...

근데 어머님은 그 친구가 집에서 밥을 너무 안 먹어서 고민이라는거임. 아침, 저녁 다 안먹는다고.. 알고보니 어린이집에서 먹는게 유일한 끼니 해결..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엄청 잘먹는다고 하니까 무슨 소리냐면서 나를 안 믿음.. 마치 내가 거짓말하는 사람인것처럼 여기심...

심지어는 "우리 애 안 먹는거 저도 아니까 선생님 거짓말 하지 마세요~ 저도 다 이해해요~" 이런 말까지ㅜㅜ

그러다 어느날 각 가정에서 도시락을 싸올 일이 있었는데 그 친구 도시락 보고 기절....

다른 친구들은 햄에 소시지에 계란말이, 김같은거부터 콩으로 하트까지 엄마가 그리고 난리가 났는데 그 친구 밥...

보리밥..김치.. 오이지.. 오징어젓갈..무말랭이... 반찬이 모두 빨갰음... 친구가 울면서 안 먹는다는거임. 자기 밥 싫다고 어린이집 밥 달라고..

집에서도 이런 반찬 먹냐니까 그렇다고 함. 나중에 어머님 만났을때 도시락 반찬이 아이한테 너무 자극적인 것 같다고.. 백김치나 계란요리같은거

아님 가끔 햄반찬 같은거 해주시면 잘 먹을거라고 했더니 요리 못해서 시댁이나 친정에서 가져오신다고 함..

나한테는 앞으로 노력해보겠다고 하셨으나 그 친구는 결국 1년 내내 어린이집 밥으로 모든 끼니를 때웠음ㅜㅜ


2. 어린이집이 나라의 지원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소풍이나 현장학습 같은거 갈 땐 부모님들이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돈도 있음

우리 어린이집도 한 달에 두세번 정도 현장학습을 가는 편이었는데 어머님이 돈을 안내심....

아무리 이건 사비로 부담하셔야하는 거라고 말씀을 드려도 쌩.... 아예 묵묵 부답... 문자도 씹으시고 전화는 안 받음...

결국 원장선생님이 다 부담함... 그러면서 학기말에 사진 인쇄해서 나눠드릴땐 1등으로 찾아가시던 어머님....


3. 거짓말 안하고 5일 내내 똑같은 옷을 입고 오는 친구가 있었음. 속옷부터 겉옷까지 다... 일주일 내내 똑같은 옷임 물론 씻지도 않음

한창 뛰어다니는 애들이다보니 냄새도 나고 머리도 엉키고ㅜㅜ 친구들이 쟤 냄새난다고 하면서 같이 안 놀길래

안되겠다 싶어서 예비옷으로 갈아입히고 꼬질꼬질한 옷 다 빨아서 말리고 어머님에게 옷 드리면서 친구 좀 샤워만이라도 해달라고 은근슬쩍 말함

담날 오셔서 하시는 말... "그런데 선생님 애 손톱은 안 깎아주셨네요.. 손톱도 좀 깎아주시지..."


4. 다른 친구들 다 집에가고 여자친구 두명이서 자유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 애가 다른 애한테 "야이 미친새끼야!" 이러는거임

진짜 살면서 가장 큰 쇼크... 3살짜리 입에서 욕이라니... 너무 놀라서 당장 그러면 안된다고 훈육하고

어머님 왔을 때 상담 좀 해야겠다 싶어서 교실로 모셔서 진지하게 혹시 가정에서 험한 말 쓰지 않냐고 여쭤봄...

왜 그러냐고 묻길래 ㅇㅇ이가 친구한테 욕을했다고 하니까 정색하시면서 우리집은 욕 절대 안한다고 하시더니 혹시 어린이집에서 그러는거 아니냐고

오히려 나한테 뭐라고 하시는거임. 요즘 젊은 선생님들 욕 많이 하지 않냐면서... 그래서 애써 웃으면서 저희 원은 안그래요~ 이러고 있는데

상담 기다리던 친구가 엄마한테 "저번에 엄마가 아빠한테 그랬자나~ 미친 새끼라고~" 라고 천진난만하게 말함 ㅜㅜ....

어머님 급 뻘쭘... 내가 언제 그랬어! 라고 정색하시긴 했는데 이미 내 표정... 죄송하다고 말하곤 후다닥 집에 가심...


5. 8살짜리 언니가 있던 친구가 있었음. 어머님이 어느날 8살 언니를 데려오더니 그 친구가 다니던 학원이 이사를 가서 시간이 뜬다면서..

1시간 정도 어린이집에 있으면 안되냐고 묻는거임...... ????????? 당연이 곤란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어차피 공짜 보육시설인데 좀 부탁한다고.....

그 8살 친구 일주일 내내 어린이집 간식 두 배로 먹고(정해진 식비 예산이 있고 그에 맞게 사오는거기때문에 초과되면 다른 친구들이 못 먹음 ㅜㅜ)

 다른 친구들 놀때 가서 장난감 뺏고... 어린이집 물 다 흐림.... 결국 원장쌤이 부탁부탁 설득설득 하고나서야 데려가심...


6. 아침에 친구들 맞이하는데 어머님이 어머님 친구랑 같이 오심... 어머님 친구분 손에는 웬 남자 아이가...

오랜만에 다른 지역에서 올라온 자기 친구인데 두분 놀 동안 어머님 친구 애기 좀 봐달라고.....

?????? 데자뷰..... 곤란하다고 말하니 또 똑같은 패턴... 공짜이고 다같은 보육시설인데 왜 안돼냐....

얼떨결에 신입생 하나 더 받아서 놀아줌... 밥도 내 밥 먹고 내 간식 다 먹고... 난 하루종일 쪼가리로 때움...


7. 그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터지고나서 우리 어린이집도 술렁술렁했음. 부모님들도 많이 걱정하셔서 우리가 통신문도 보내드리고

늘 하던 훈육인 타임아웃이나 생각하는 의자도 무슨 폭력이라고 하길래 못함... 훈육이랑 폭력도 구문 못하는 몽충이들....

어쨌든 그러던 중 요리시간에 한 친구가 옷을 버려서 다른 옷으로 갈아입히려고 옷을 벗겼는데 뭔가 떨어짐 보니까 초소형 녹음기였음....

진짜 솔직히 이땐 정말 눈물났음. 그래서 녹음기 꺼놓고 옷 갈아입히고 퇴원시간에 어머님에게 녹음기 드리면서

어머님이 걱정하시는 부분은 너무 잘 안다고. 그런데 이렇게 말씀도 안하고 이런걸 친구 몸에 달아서 보내시면 솔직히 저도 여기 벗어나면

평범한 사람인데 좋지만은 않다고. 감시당하는 기분이라고. 차라리 의심이 드는 부분을 저에게 말씀해주시거나 그래달라고 했더니

몰랐다면서.. 아이 아빠가 붙인 것 같다고 하셨음. 그리고 그 담날 등원 시간에 아버님이 찾아와서 나한테 고래고래 소리지르심..

뭔가 찔리는게 있으니까 그런거 아니냐고 내가 우리애 몸에 녹음기 붙여서 보낸다는데 왜 참견이냐고 하시면서 뭐라뭐라 하셨는데

그때 안 울려고 손바닥 꼬집은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음ㅜㅜ 그때 생각나면 아직도 눈물남...


8. 어린이집에서 일하고나서 카톡사진 못 바꿈 ㅜㅜ 셀카 올리면 선생님 실물이랑 정말 다르시네요^^ 호호 이렇게 카톡 옴...

놀러간 사진 보내면 어디 다녀오셨냐고, 얼마 들었냐고 카톡 옴... 결국 내 플사는 주구장창 꽃 사진....

아 맞다 우리반 애들이랑 찍은 사진 올렸을땐 자기 아이 못생기게 나왔다고 바꿔달라고 한 어머님도 있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밤에 갑자기 '애가 열이나는데 어떻게 해야되요 선생님?' 하고 카톡.... 아니 열이 나면 병원을 가세요 어머니.....




생각해보면 진짜 많은 일이 있었는데 스압이 될까봐 못 적겠음 ㅜㅜ

근데 진짜 저런 서러운 일이 많았어도 애들은 정말 예쁨 정~~~~말정말정말 예쁨

요즘 슈퍼맨이 돌아왔다 누구누구 하면서 너무 귀엽다~~ 막 이러는데 나는 그 기쁨과 귀여움을 매일매일 100배는 느꼈던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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