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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의 세월호 참사'라고 하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기억하시는지요?
사망자만 200명이 넘고 피해자는 1,0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밝혀진' 피해자 수는 이 정도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체적으로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받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고
다른 합병증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신 분들의 원인이
정확히 가습기 살균제 때문인지
알 수 없습니다
구의역 스크린 도어 19살 김군이
원래 받아야 할 돈은 240만원이지만
실제 받은 돈은 130만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밥 먹을 시간조차 없이 열심히 일했던 김군의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누군가 훔치듯이 빼았아 갔습니다
김군이 받았던 130만원
그 피 같은 돈을
아끼고 아껴 한 달에 100만원 모은다고 하고
그렇게 12달 1년을 모으면 1,200만원
10년을 모으면 1억 2천입니다
10년을 안 먹고 안 쓰고 모은 소중한 돈
1억 2천으로
그 돈으로 내 집 마련할 수 있습니까?
정당하게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이 땅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갈 수 있습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는 소박한 소망조차 이루기 힘든 시대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손자 손녀가 안겨주는 기쁨을 빼앗아 갔습니다
연애 취업 결혼 출산 인간관계 꿈 희망
모든 것을 누군가가 빼앗아 갔습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듯이
우리 사회의 정의를 농락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절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비참한 선택을 하게끔 만들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김군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돈을
누군가 훔쳐갔듯이
우리 사회의 정의 또한 누군가에게 농락당했습니다
이 땅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피해를 입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피해는 우리 사회 모든 곳에 퍼져
우리를 절망에 빠지게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절망하지 말고 분노해야 합니다
한낱 미물인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고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에게 덤벼드는 법입니다
사람을 개 돼지 취급하는 그들을 향해
우리는 분노해야 합니다
더이상 절망하고 아파하지 말고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가보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거리다 병신 되면 못 가리'
120년 전 갑오년 을미년 병신년을 빗대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하던 말입니다
그동안 이 땅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고
절망 속에서 희망의 꽃을 틔워낸
중심에는 항상 깨어있는 우리가 있었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더욱 빛나고
겨울 추위가 매서우면 매서울수록 매화꽃은 더욱 향기롭습니다
현실은 비록 어둡고 매섭지만
우리는 함께 희망을 향해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