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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4883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헥사폰
추천 : 7
조회수 : 5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1/26 16:02:45
안녕하십니까, 헥사폰입니다.
 
오늘 저는 제가 다니는 대학에서 벌어진 참으로 안타까운 사태에 대해서 언급하려고 합니다.
 
이 내용을 여기에 올리는 이유는, 좀 주제넘은 짓인지 모르겠으나, 사상의 자유에 대해서 여러분 모두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함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제가 직접 본 것은 아니어서 오류의 소지가 다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저희 대학교에서 어떤 교수님이 강의를 하시던 도중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했다고 합니다.
 
교수님의 강의를 수강했던 일부 학생들이 이를 자신들의 부모들에게 말했답니다.
 
교수님이 강의와 관련없는 불편한 발언을 했다고 말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학부모들은 학교 당국에 항의를 했습니다.
 
교수님은 자신의 강의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유감을 말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표하셨습니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사과를 강요했고, 그 분에게 교수 면직을 거론하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수차례에 걸쳐 교원인사위원회(위원장 - 교무처장)에 소환되었고, 
 
그에 대해 두 번에 걸쳐 의견서를 제출하며 소명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교원인사위원회에서 교수님에 대한 징계를 이사회에 요청하기로 결의한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서는 교수님에 대한 교무처장의 일방적인 보고에 근거하여 징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하고 
 
징계에 관한 절차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교당국이 교수님에게 전달한 “징계사유설명서”에는, 
 
교수님께서 강의에 불성실하였으며, 강의 중 정부와 학교 그리고 총장님을 비난했고, 
 
4대강 사업, 천안함 사건, 광우병 문제, 광주 민주화 운동 등과 같은 정치적 소재들을 언급하여 
 
학생들에게 교수의 정치적 견해를 강요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자신이 강의에 불성실하지 않았으며 정치적 소재와 사회적 의제에 대한 언급은 강의의 맥락에서 나누었고
 
정치적 견해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여러분, 저는 거기에 없었으므로 확실하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견해를 강요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까요?

차라리 학생들이 그 자리에 토론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이게 학문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에 있어서 올바른 해결책이 아닐까요?

도대체 왜 학생들은 이를 부모님에게 말씀드렸고,

또 부모님들은 왜 이에 대해서 대학교에 항의한 것이고,

또 대학교에서는 무슨 이유로 교수님을 징계하려 하는 것일까요?

어떤 사람이 자신들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혹시 교수님께서 대화 도중에 누군가를 인격적으로 모독했다거나 허위 사실을 퍼트렸다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겠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잖습니까.
 

그리고 여러분, 제가 또 하나 언급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바로 이 대학이 기독교 재단에 의해 설립되었고,

징계 대상이 되신 교수님도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얼마나 한국 기독교에 있어서 수치스러운 일입니까!

비록 저는 대학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나,

자칫 외부인들이 보기에는 마치 대학을 설립한 기독교 재단이 현 정권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체 이게 "세상을 바꾸자"는 모토를 내세운 대학에 걸맞는 일입니까?

글을 쓰다보니 제가 좀 잘난 체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만,

그래도 부모님이 뼈빠지게 고생하신 덕분에 "먹물깨나 들었다고 하는" 대학생이 될 수 있었던 저로서는

웬지 슬픈 마음을 이기지 못해 이렇게 넋두리를 늘어놓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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