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너와 단절된 후 여러 날이 지나고
시간에 젖어 이제는 추슬렀다고 생각되던 어느날
미안하다며 바빴다고 연락해온 너에게
난 아무렇지 않은 척 가면을 쓴게 바보같다.
오랜만이라고, 잘지냈냐고. 지진났다던데 거긴 괜찮냐고.
짧은 주말 후에 다시 단절될 줄을 알았다면
사실 기다렸다고, 매일 생각났다고. 그래서 매일 너의 인스타 들어가보고 차단되어서 보이지도 않는 프로필 클릭해보곤 했다고. 널 잊으려고 너가 좋아하던 베르베르의 소설에 빠져 지냈다고.
너에게 부담을 주지 않음으로써 내가 얻는게 무엇이었기에
난 널 항상 배려하기만 하는지
배려, 배려, 배려는
너랑 날 사무적으로 만들어가는걸 알면서도
배려만 하는 바보같은 나의 가면 뒤엔
이렇게라도 좋으니 떠나지 말고 곁에 남아주라고 울상짓는
어린 아이가 있어서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