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어떤 큰 이유나 사정이 있었던 건 아니고 당시는 제가 대학에 뜻이 없었습니다.(고등학교 때 많이 놀기도 했구요)
고3 2학기 때 바로 취업을 했었고, 졸업하고는 다시 다른 회사를 다니다가 방위산업체를 들어가 군생활을 마치고..
암튼 저는 수능을 보지 않았습니다.
"수능 그거 안 볼수도 있지 뭐 모두가 다 꼭 대학을 가야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별 생각없이 살았는데 당시 딱 수능일이 되고부터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온통 수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 확 들면서 왠지 모를 소외감과 함께 기분도 착잡해지는 걸 느꼈었습니다.
9시 뉴스부터 시작해서 TV만 틀면 온통 수능 얘기, 거리에서도,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수능 중요하죠. 대학 나오면 좋죠. 대기업 가서 돈 잘 벌고 살려면 대학 가야겠죠.
그런데 그 학생들을 각 개인의 컨디션이나 여러 정황, 상황 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온통 수능일 하루에다 온 초점을 맞춰놓게하고 그 하루에 그 몇년의 시간 동안 노력의 결실을 보게 하려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싶습니다.
언젠가 미국에 사시는 나이 지긋하신 분과 대화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 수능제도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아니 그럼 그 날 몸이 아프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거냐고. 여학생들은 그 날 생리라도 해서 컨디션이 안 좋으면? 집에 갑자기 큰 일이나 문제가 생기면? 등등....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미국은 그런 모든 사정을 다 해결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었다고 말하셨던 거 같습니다.
더구나 그 날에 엄청 큰 의미를 부여해서 수능을 안 보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는 1도 없고...
사실 장황하게 말은 했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수능 본 학생들, 정말 고생했고 이 어려운 제도와 환경 속에서도 잘했다는 칭찬을 해 줌과 동시에 여러가지 이유와 사정으로 수능을 보지 않은(못한) 학생들에 대한 배려도 절대 소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자유게시판이라 편하게 머리 속에 있던 생각들을 옮겨봤습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게 쉽지가 않네요. 오늘도 날씨가 쌀쌀합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