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9살 여자이고

20대 중반 취직 이후로 부자는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한 상태입니다.

자꾸 이런 얘기 올린다는 게 가끔은 조심스럽습니다만

제 관심사가 주로 이쪽으로 집중되다보니, 제가 평소 생각하고 싶은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다음카페나 이런 데도 한두번 올려봤지요.)

저는 대략 대학 입학무렵인 19,20살 즈음에 비혼을 결심했습니다.

그땐 비혼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으니까 독신주의자라해야 맞겠지요.

근데 사실 저는 당시부터 지금까지 독신에 대한 생각은 아주 확고하고 명확하며 집에서도 이젠 인정받고 삽니다만..

독신이나 비혼을 결심하게 된 게 무슨 페미니즘이나 유교.. 뭐 이런 사상 때문에 그런 건 아닙니다.

(한때는 오히려 우리나라 역사나 전통 이런 거에 호의적인 사람이고 관심도 많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페미니즘이라는 것도 사상적으로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처럼 왜곡된 한국식페미니즘은 지지하지 않습니다.)

암튼 제가 저당시 20대 초반부터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독신비혼을 고집하게 된 계기는

내 삶이 너무나 힘들어서였고.. 그래서 순전히 부모의 선택에 의해 내의지 하나없이

이 불공정하고 비합리적이고 부정의한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야한다는 게 너무나 힘들어서였습니다.

그냥 아예 안 태어났더라면 이꼴저꼴 안 봐도 될 텐데.. 하는 느낌.

생각해보면 내자식도 그렇게 나같은 사람 부모로 선택한 것도 아니고 원해서 태어나는 것도 아닌데

순전히 내의지와 내 생각으로 다른 누군가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할 수도 있다는 게 너무나 미안하고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난 내가봐도 내기준에 부모로서 자질과 깜냥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결혼도 안 하고 독신으로 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자질이나 깜냥이라는 건, 단순히 경제적토대만 얘기하는 건 아니고

인격적 자질, 인내심, 자녀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선 내가 먼저 바른 사람이 되어야하는데 그 인격적자질이 너무 부족하다.

적어도 자기는 옆으로 걸으면서 자녀보고는 앞으로 걸으라하는 건 아니지 않나? 뭐 이런 것들요.)

근데 이게 무슨 독박육아니 뭐니 해서 성적대결이나 상대 性에 대한 반감에서 출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근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대략 30대후반 들어서부터

나도나지만 사람 자체에 대한 신뢰가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사람 감정이란 거 말이죠. 너무나 즉흥적이고 비논리적이고 비합리적인 사람감정에 대한 거요.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란, 당연히 저를 포함해서이고요. 제 배우자나 제 자녀도 포함입니다.

(어쩌면 이중에서도 제스스로를 가장 신뢰하지 못하겠네요.)

자식이란 거요.. 저도 자식이지만..

의외로 뿌린 대로 거두는 것도 아니고, 같은 형제자매간에도 제각각이란 느낌이 듭니다.

근데 그 흐름이란 게 특정한 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논리가 있는 것도 아니죠.

각종 뉴스나 신문기사상에 나오는 얘기도 그렇고.. 판이나 미즈냇 아고라 이외 각종 인터넷게시판에서

우리 이웃이 직접 쓴 듯한 각종 경험담에서도 그렇고요..

심지어 저나 우리형제, 친척들을 객관화해봐도 그렇습니다.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어릴때부터 같이 잘 지내던 형제친척들도 진짜 결혼하니까 부모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면서

진짜 가족이 친척되고 친척이 남되네..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무슨 계기가 있어 대판 싸운 것도 아닌데 너무 자연스럽게 말이죠.

무자식이 상팔자고.. 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 이런 게 정말 진심으로 와닿고 남얘기 아니게 느껴진다는 거죠.

정작 실제로는 아무것도 낳아서 경험해본 적도 없으면서요..ㅋㅋ

(남은 몰라도 저랑 제자식은 정말 최악일 것 같네요.. 근데 그런 걸 경험해보고 결정하기엔 그건 너무나 엄청난 선택이라서..)

20대 때는 허물이 100% 내게 있는 듯 여겨져서 자식 안 낳고 혼자 살아야지.. 생각하고

그에 맞춰 노후준비하며 살아왔는데

30대 중후반 넘어가면서는 자식 자체가.. 참 의미없네.. 정말 안 낳고 혼자살기 잘했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지금 생각으로는 비혼으로 혼자늙는 제 노후 모습이나 시집장가간 형제네나 별 차이 없을 것 같기도 해요.

저도 뭐 그다지 화려한 싱글 바라고 비혼독신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냥 다양한 삶의 한 단면일 뿐이고 그런 삶의 연속일 뿐이지..)

이런 얘기 몇번 올려봤는데

이러면 꼭 듣는말이..어차피 결혼 못할 사람이 결혼 안 하는 척 한다. 어차피 넌 매력없는 사람이라서..뭐 이런 얘기였는데

첨에 이런 얘기 들으면 참 서운했는지.. 지금은 그냥 다 인정.

갈수록 예전만큼 서운하진 않습니다.

제 생각이 이상하고 제 성격이 모나서 그럴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갈수록 그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ps

결혼하신분은 결혼후 자기 모습에 대해 만족이든 아니든 다양한 생각이나 경험을 자주 인터넷에 올리잖아요?

그럼 저같은 비혼독신자도 그런 자기 삶에 대해 만족이든 아니든 자기 생각이나 경험을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상대를 이해못하고 비난하는 것만 아니라면요.

상대 性에 대한 적대감이나 결혼에 대한 상대적 우월감으로 비혼을 결정한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