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무살 학생입니다.
저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연스레 남자를 무서워하게 되었고
누구든지, 남자사람이 저에게 관심을 표한다거나 저를 만지면
소름돋고, 무섭고, 불안하고... 그래서,.. 고백도 여러번 거절, 철벽도 굉장히 많이 쳤었어요.
고등학교 다니면서 남자사람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되면서,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남자를 무서워하는게 어느정도 남아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다니던 독서실 총무오빠가
쪽지를 건네주며 관심을 표현했었고(마음에 든다,연락하고 지내고 싶다 뭐 그런..),
저는 공부해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하긴 했지만,
저도 처음부터 그 오빠에게 관심이 있었었고, 이렇게까지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데
싫지 않은것이 처음이어서 제 자신에게도 신기했었습니다.
수능이 끝나면 내가 한번 먼저 연락해봐야겠다 생각만 하고있다가
수능이 끝나고 그 오빠한테 먼저 연락이 왔어요.
수능은 잘봤나요 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이 오빠가 저한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였고, 그렇게 연락을 주고받았고, 저는 또 싫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카톡만 주고받으면서 뻔하고 형식적인 대화가 오고갈 때
이 오빠 지금 나랑 뭐하자는 거지.. 하는 마음이 들어 연락을 끊으려고 했었는데,
그때 끊었어야 했나봐요.
어쩌다 보니 몇번 만나게 되었고, 나름 멋진 외모에 웃는 얼굴도 귀엽고, 키도 크고 눈도 쫙 찢어졌지만
애교도 많고.
1월 1일 새벽에 사귀게 되었는데,
오빠가 길을 가다가 먼저 뽀뽀를 했었어요. (손잡는거나 포옹은 그 전에 다 했었어요...)
저는 너무 놀랐었고, 눈만 동그래지고 몸은 파들파들 떨리고.
근데 오빠는 혀까지 넣어서,
첫뽀뽀, 첫키스까지 해버렸었어요.
사귀지도 않는데....
너무 갑작스러웠고, 사귀지도 않는데 이러면 안된다 싶어서.. 다급하게 '오빠 우리 사귀는거예요..?' 하고 물었더니
'그럼~' 이라고 해줘서
그날부터 사귀게 되었고
오빠가 몸이 안좋아 사람많은 데를 못간다고,
자기는 혼자서도 쉬고싶으면 모텔 많이 가고, 친구들끼리도 돈 아끼려고 방잡고 술을 마신다면서
모텔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곤 했었는데,
정말 추운 날, 오빠가 '추운데 방잡고 얘기할래~?' 하셔서
전 놀라서 뭐라 했지만,
제가 정말 이상한 애라는 듯이 '너 정말 퇴폐적이고 이상한 생각들만 하는구나~? 이야기만 하다 나올거야.전 여자친구하고도 그랬었어.'
라고 말했고
저는 제가 정말 이상한 건가, 오빠는 정말 아무생각이 없나 하면서 순진하게 따라갔었고,
그날은 키스만 하고 나온 터라,
그 후에도 모텔을 아무렇지 않게 몇몇번 갔었고, 결국엔 첫경험까지 해버렸어요.
그 모든 것들이 100일도 안되서 이루어졌고,
저는 지금 차였습니다....
오빠는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고, 몸도 안좋고..돈도 없고..시간도 없던 사람이었어요.
기다려줄 수 있겠냐 하는 뉘앙스의 말을 많이 했었고, 저는 당연히..괜찮다고,오빠만 있으면 된다고
하면서...
거의 항상 제가 먼저 보자고 말을 했었고, 제가 오빠 있는 곳으로 찾아갔고, 돈도 제가 훨 많이썼었어요.
제가 좋아서 한거였지만 그럴수록 오빠는 '어 그래' 하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저한테 해주는 것을 더 줄여가시더라구요.
그때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도 벌고있던 상태였고, 화장도 예쁘게 하고다녀서 이틀에 한두번 꼴로 번호를 따이던 때였어요.
그래도 오빠는 절 좋아해줬고, 오빠 친구들도 소개시켜 주고, 오빠 친구들도 눈이 휘둥그레 져서
얘가 이러는거 낯설어서 죽겠다고, 여자친구 꽤 많이 사귀어봤지만 이런적은 없었다면서
오빠 친구들도 저한테 굉장히 잘해주시고 그랬어요.
지금 저는 재수생이 되었고,
화장은 선크림에 안경, 틴트. 맨날 독서실에 찌들어서 공부만 하는...
아주 초라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오빠는 저를 대하는 태도가 식어갔고,
말싸움도 잦아지고 우리는 서로 맞지 않는다는걸 너무나 확실하게 확인해가고 있었어요.
어른스럽다는 말만 들어오고, 항상 정치,사회,인문,역사,철학 같은것에 엄청난 관심을 두고있던 저에게 오빠는
넌 어려서 뭘 몰라 를 입게 달고 살았고, 저는 매번 충격을 받았었어요.
가치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를 어리고, 모자라게만 보는 오빠가 미웠었습니다.
제가 생각이 어릴 수도 있지만, 별것 아닌일로 제 눈앞에서 그런말을 쉽게 해버리는 오빠가 야속했고,
제가 오빠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서 새벽까지 잡아두고 저한테 심한말을 하는 오빠가 이해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오빠는 일주일동안 연락도 않다가
화이트데이 날 카톡으로 절 차버렸고, '우리 헤어지자.' '근데 너 다음에 누구를 만나든~' 하면서
저한테
너 그딴식으로 살지마라. 하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헤어지자고만 차갑게 얘기했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
울면서 계속 애원한 끝에 결국 나중에 만나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면대면으로 차이게 되었지만, 막상 제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며 작아져있는 오빠를 보게되자..
미련이 계속 남아 오빠 손만 만지작거리고 얼굴도 만지작거리고 안아달라 졸라서 안고..
저만 좋다면 아는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자네요.
잠자리까지 한 아는 오빠 동생 사이가 어딨어요....
오빠하고 한 잡자리를 후회하게 될 것 같다, 오빠를 어느정도 믿었기에 한거였고,
깊은 마음이 안느껴지더라도, 오래 사귀다 보면 정말 몸과 마음을 맞대고 사랑한다고 서로 말하면서..하게 될 날이 오겠지
하는 마음에 했던 거였는데, 혼전순결 까진 아니더라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후회없는 첫경험을 하고싶었다.
그게 오빠이길 바랬고, 나중에라도 진정한 사랑이라고 느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다.
말하니
자기도 후회한대요.
모텔을 가지 말 걸 그랬대요.
너만 준 것 같냐고, 나도 준거라고.
주지 말 걸 그랬대요.
제가 순결을 오빠한테 줬다는 느낌은 있었기에 그 얘기를 아주잠깐 했더니
저런식으로 말해줬어요.
...
제가 너무 어린 사람을 좋아했었고,
너무 나쁜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던 사람과 어영부영 100일도 안되서 첫 잠자리를 한 것이 후회되고..
제 친구들은 다 처녀인데, 저만... 저를 사랑하지도 않았던 사람과 잠자리를 했으니
제 자신이 더럽게 느껴지고.. 자격지심만 늘고..
처녀 운운하는 인터넷 댓글만 봐도 움찔움찔 하게되요.
피임도 제대로 했었지만 생리가 자꾸 늦어져 테스트기도 사서 엄마몰래 해보기도 하는데,
그땐 헤어졌던 상태였는데..어찌나 서럽던지....... 공부하다 말고 펑펑 울었었어요.
제가 자꾸 미련이 남았다는 식으로 말을 하니까, 오빠가 말하더라구요.
너가 24살이고 내가 28살이면 또 모르는일이다. 사람일은 어찌될 줄 모른다.
그 말이 제 귀에는
초라한 네 옆에는 있기 싫고, 나는 이제 대학 갈 때가 되었으니 놀거 다 놀고 좀더 나은 여자들 좀 만나면서
외로우면 너 한두번 찾으면서 아 나 이렇게 좋아하는 애가 있었지 하면서 보험으로 삼아 위안좀 받다가
나중에 너가 좀 괜찮아 지면 사귀어주는것도 한번 생각 해 봐 줄게
하는걸로 들렸어요.
첫경험 상대라 자꾸 미련이 남고, 그 말에 화가 나면서도
그럼 나중에는 만나주겠다는건가...? 싶기도 한 제가 한심스러워 미칠것같아요....
내가 초라하고 힘들 때 옆에 있어주라고, 내가 오빠를 기다려주듯이 오빠도 나를 기다려주면 안되겠냐니까
아는 오빠로도 널 기다려줄 수 있다. 근데 니가 말한 기다림이라는게, 꼭 남자친구여야 하는거면 난 싫다고.
단호하게 얘기하더라구요.
이제 대학도 가니까(편입했어요)..... 새로운 여자도 만날 생각이고 그런것 같아요. 과팅이다 뭐다도 하고싶어하는것같고
축제도 가고싶어하고(사람 많은데 못간다며...!!!!!!!)
...
학교 합격하기 전까지는 제 사진 카톡 프로필에도 올리고싶어하는 눈치고 그랬는데
합격하고, 단톡도 시작하고 학교도 몇번 가보더니(지금은 바로 휴학계 냈어요. 치료받는다고.)
자기하고 꿈이 같은 애라며 여자하고도 개인톡 시작하고. (아마 저랑 헤어지면 그언니랑 잘되려고 해보겠져..)
나만 더럽혀진 채로 버려지고.. 미련만 남아 눈물만 하염없이 쏟고있네요...
다른 좋은 사람이 오더라도,
그리 사랑하지도 않은 사람이랑 그런걸 했다는것이 평생 죄책감으로 남을 것 같고,
이 죄책감을 덜고 싶어서 오빠를 다시 사랑해보려고 해도,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아요..
나 진짜...더러운년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