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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기술의 가치
게시물ID : panic_970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NE군
추천 : 15
조회수 : 140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7/12/02 15: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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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님, 자료는 다 정리했습니다."

 "그래, 고생했네. 이제 빛을 볼 날만 남았구먼."

 "고생하셨습니다. 박사님"

 "그래. 내 이제 출발함세."


 
 10년간의 연구 끝에 김박사는 세포의 현재 상태가 기록되어 있는 염색체 코드를 발견했다.
마치 게임의 세이브(Save)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 처럼, 해당 코드를 다른 세포에 집어넣어 불러내는(Load) 것으로 같은 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 세포단위의 기술을 확대적용하면, 복제인간의 생산이 가능해진다. 김박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 그래서 이 기술은 피실험체와 완전히 동일한 형질을 가진 '것'을 만들어 냅니다."

 "복제인간이 가능하다는 말씀이십니까?"

 "네. 이론상으로는 그렇습니다. 동물실험에서도 어느정도 입증되었습니다."

 "동물실험 결과는요?"

 "쥐A 의 귀를 자른채, 해당 코드를 쥐B에게 로드한 경우 멀쩡했던 쥐B의 귀가 떨어져 나갔습니다. 쥐A와 동일한 위치에서 잘린 것 처럼."

 "외형적인 부분만 적용된다는 건가요?"

 "'쥐A의 귀가 잘리기 전, 반복훈련을 통해 특정 미로의 길을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쥐B는 한번도 보지못했던 미로를 기억해냈습니다."

 "그럼 기억도 마찬가지로 옮겨진다는 거군요?"

 "일단 결론은 그렇습니다."

 "쥐가 아무리 작아도 세포는 많을텐데, 시간은 얼마나 걸렸습니까?"

 "각 세포마다 저장된 위치는 동일합니다. 그리고 인근 세포에 대한 정보도 일부 포함되어 있기에 세이브 및 로드 시에 연계되어 
그렇게 많은 시간은 소요되지 않았습니다."

 "... 그래서 얼마나 소요된겁니까?"

 "세이브 하는데 2분, 로드하는데 3분이 소요됩니다."


 
 "실험결과는 인상적이군요. 그럼 이제 다음 연구방향은 어떻게 되죠?"

 "...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 기술을 확대적용하면 복제인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복제인간이라... 복제인간이 왜 필요하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복제인간이 왜 필요하냐니요."

 "실험결과를 보면, 지금의 나와 완전히 똑같은 사람을 하나 더 만들어낼 뿐인데, 그게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

 "아니 김박사님. 생각을 좀 해보세요. 나랑 완전히 같은 사람을 하나 더 만들어봐야 그게 무슨소용입니까.
 지금 내가 앓고 있는 지병들도 다 세포에 기록이 되있는상황 아닙니까?"

 "이론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럼 의료용으로는 전혀 쓸모가 없는 상황이군요. 기껏해야 인체실험만 좀 편해지겠네요. 도의적, 법적 문제는 둘째치고."

 "그래도 복제인간이라는 가치가..."

 "돈이 되지 않는 기술엔 가치가 없습니다. 그 세포에 저장되는 기록, 그걸 수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지금의 나보다 건강해서, 그 장기를 내 보험용으로 쓸 수 있어야 복제인간이지요. 그게 내 행세를 하며 돌아다니면 어떡합니까?
 지병에 관한 기록을 삭제하고, 아참, 기억도 같이 로드가 안되게 해보세요."

 "... 그게 해당 기록에 주변 세포들의 정보에 대한 편린이 같이 기록이 되있어서..."

 "그걸 연구하는게 박사님 아닙니까? 지난 십년동안 저희가 연구비를 뭐 땅파서 댔습니까? 아, 저희 본사가 건설회사니까 땅파서 댄건 맞군요.
 아무튼, 지금처럼 연구비는 계속 지원할테니 해보시죠."

 "애초에 10년을 계약하고..."

 "박.사.님! 박사님이 지금 나오셔서 뭘 어떻게 하시려구요?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파문이 있는데 우리사회 어디에서 받아줄꺼라 보십니까?"

 "저는 맹세코 그런일은 없..."

 "그만하고 나가보시죠. 그래도 저희가 편안히 모셔드리잖습니까. 편안히." 


 허탈했다. 한때 학계에서 명성을 누리던 그였다. 억울한 누명 학계에서 퇴출당하고, 결국 이렇게 기업의 비밀 연구소에 갇혀 연구만 한게 10년이었다. 비밀유지를 위해. 그는 이렇게 연구결과를 보고할 때만 연구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 보고후엔 불러내서 같이 외식이라도 할까 했는데."

 그나마 연구소에서 보고를 핑계로 나올수 있는건 자신뿐이다. 연구소의 두 조수는 10년째 외부와 차단되어있다.  
 한숨을 쉬며 차에 올라탄 김박사는 일순 당황했다. 옆자리에 누군가가 타고있었다.

 "쉿! 일단 가면서 얘기하시죠."

 그러고보니 운전기사도 올때와 다른 사람이다. 조수석에 탄 경호원도 처음보는 얼굴이고.

 "워워. 진정하세요.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남자가 건네는 명함을 받아든 김박사는 한참 명함을 쳐다보았다. 모르는 회사다.

 "처음보시죠? 저희 회사가 생긴지 얼마 안되서요. 하하"

 남자가 멋쩍게 웃었지만, 그게 김박사의 긴장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음... 제가 선생님께 드릴 제안이 하나 있는데... 오늘 보고하러 오신거랑 좀 관련이 있습니다."

 "제 연구결과를 노리시는 겁...."

본능적으로 김박사는 자신의 연구자료가 든 가방을 끌어안았다.

 "복제인간이지요?"

 "...!"

 "괜찮아요. 선생님 연구실에서 오는 길이니까"

 "거길 어떻게 알고..."

 "저희 회장님이, 그래, 십년을 투자했는데 뭘 했는지 좀 알아보라고 해서 말이죠."

 "회장님이라면 아까 제가 보고를..."

 "아아. 더 큰 회장님이 있지요. 아시잖습니까. 그분이 복제인간이다 하니 관심을 가지셨었죠. 연세가 있으시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복제인간은 그런게 아닙니다."

 "아 네네. 선생님 연구소에서 왔다고 했잔습니까. 의료용으로 쓸건 아니더군요."

 "사람을 의료용으로 쓴다니요!"

 "복제인간도 사람입니까? 아무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나랑 완벽히 똑같은 걸 만든다는게 뭔가 머리를 탁 쳤다 이겁니다."

 "그게 무슨...?"

 "자자, 우리 큰회장님께 가보시죠. 뭐 의료용으로 하는 연구는 조수들이 계속하던지 하고. 선생님도 이제 세상에 나오셔야죠."



 

 "김박사는...?"

 "큰회장님께서 데려가셨습니다."

 "음? 그분이 뭐 생각하시는게 있나?"

 "따로 별 말씀은 없으셨습니다."

 "그나저나, 오랫만에 스승님 얼굴 보니 어때? 양비서."

 "... 별 감정 없습니다. 회장님."

 "그래도 자네덕분에 저 유명한 김박사가 우리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잖아. 저렇게 찍소리도 못하고 갇혀서 말이지."

 "... 시키신대로 할 뿐입니다."



몇 년후.




 "여러분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줄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30분! 여러분을 세계 어디든 우리 센터가 있는 곳이라면 단 30분만에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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