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시파...아니 십팔개월을 화려하게 겪어나가고 있는 김진상(여, 1세) 양과 열감기를 삼일째 겪고 집밖에 기어나와 고기를 챠 먹고 있습니다. 아침에 볼펜 무는 거 말렸다고 화가 나서 물어뜯은 상처를 어깨에 견장처럼 얹고 종일 들었다놨다 무리한 허리로 지탱하며 앉았어요. 남편이 삼일째 갇힌 히스테리를 감지하고 애가 깨면 자기가 책임지겠다며 소고기 구워먹고 오라며 절 밖으로 내치지 않았으면 지금쯤 소고기대신 남편을 구워먹었겠죠.
저는 집안일이 참 싫습니다. 기획 재무 경리 재고관리 실무 모두 제가 떠맡은 2인기업의 사원 같아요. 다른 1인은 물론 사장이고요. 기획하다가 뒷베란다의 감자가 얼고 실무 뛰다가 냉장고의 과일이 썩어나가요. 아이가 태어나니 가끔은 모른척했던 요리와 재고관리가 너무 중요한 일상이 되었단 말입니다. 아이가 아프면 종일 치대며 우는 아이를 데리고 목이 부어 암것도 안먹으려 하는 아이에게 뭐라도 물리려고 죽을 끓여야 합니다. 근데 다져서 얼리려다 까먹은 당근이 곤죽이 되어있고. 모 사이트에서 유명한 당근오일 있잖아요, 그거 유명한 후기가 당근 썩은내 난다는 건데요, 전 이번에 알았어요. 당근 썩은냄새가 딱 그 오일 냄새더라고요. 오일냄새가 괜찮다는 분들은 실제 당근 썩은 걸 못 보셔서 그래여... 여튼 당근도 없고 아이가 아플때 유일하게 먹는 순두부는 당연히 없고. 급하게 시엄니!!! 도움!!!! 오신 시엄니께 악을 쓰며 엄마를 팔과 다리로 엄마를 꽉 잡는 아이를 겨우 떼어놓고 장을 보러 갑니다.
나오는 김에 재활용쓰레기를 버리고. 세탁소에 남편 바지 기장을 줄여달라 맡기고. 드디어 장을 보러 발길을 돌려 가뿐한 팔을 흔드는데, 미세먼지 가득하다는 공기가 선선하게 코로 들어오고. 저는 엄마따라 마트에 가는 아이마냥 팔짝팔짝 장을 보러갑니다. 자유라 부를 수 없는 시한부로, 정해진 몇가지 사러가면서, 그냥 옆에있는 오뎅 가격 한번 보는 게 일탈인 그런 시간을 즐기면서요. 집에 가면 아이랑 밥먹이기를 씨름하다 약먹이기를 씨름하다 안자려는 아이를 겨우 눕히고 나오면 엄마가 나가는 걸 알고 뒷통수에 따라 붙는 아이 울음소리를 외면하고 나와 꾸역꾸역 밥을 먹고. 잠시 눈붙이고 있으면 열오른 아이가 자다 깨서 우는 소리에 허청허청 달려갈건데. 열을 재고 나와 해열제를 먹이고 해열제가 듣길 기다리며 어두운 거실에서 조용조용 아이와 놀다가 다시 아이를 눕히고 나와 또 따라붙는 아이 울음소리를 벗삼아 오지않는 잠을 청하면. 또 몇시간 지나지 않아 아이의 울음소리로 아침을 새벽에 시작하겠지만 말이에요.
남편의 떠미는 손길에 나오는 순간도 뭐 그랬어요. 내일 아침도 어차피 새벽에 깰건데... 고기먹으면 소화가 안돼 잘 못 자거든요. 그럼 다시 수면부족으로 아이와 장난하고 스킨십하고 우는 아이를 들었다놨다 해야 하는데... 나와 길가다가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었어요. 늘 가는 골목이지만 늘 조용하고 어두운 골목이 무서워 옷을 여미고 서둘러 움직였던 곳이었어요. 별생각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가로등 두개에 길 하나, 너무 쓸쓸한 거에요. 방금전까지 아이우는 소리땜에 이명이 남은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괜히 눈물이 도는 눈을 들었어요. 밤하늘에 섞이지 못한 가로등의 외로움이 반갑더라고요. 아이낳고는 외로움이 어찌나 비싸게 구는지.
그냥 그랬어요. 외로워서 좋았어요.
출처 |
우설은 외롭지않게 소스를 묻히고 와사비를 발라 밥에 얹어먹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