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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의 2인1조 선발작전
게시물ID : baseball_139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생을즐
추천 : 12
조회수 : 73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10/26 12:27:18
이번 코시 삼성 투수 엔트리는 역대 삼성 투수진 중에서도 손에 꼽힐 법한 구성이죠.
물론 확실한 필승카드급 에이스가 없다는게 흠이긴 하지만 준수한 선발급이 매티스, 저마노, 윤성환, 장원삼, 차우찬, 정인욱, 배영수 7명에, 각각의 면면이 국내 최상급 불펜으로만 채워진 안지만, 권오준, 권혁, 정현욱, 오승환의 필승 계투 5명, 그야말로 쟁쟁한 투수들만 모아놨습니다.(자리가 없어 빠진 이우선에게 미안해지네요...)

그러나 단기전에서는 에이스의 부재라는 약점이 자칫 크게 부각될 수도 있는 부분인데요, 류중일 감독은 2주간의 준비기간 동안 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선발급 투수 중 차우찬, 정인욱, 배영수를 롱릴리프로 돌린 뒤 매티스, 저마노, 장원삼의 세 선발 바로 뒤에 붙여 2인 1조식 운영을 하는 것으로 말이죠. 1차전은 변화구 제구와 땅볼유도가 특기인 우완 매티스를 짧게 던지게 한 후 갑자기 좌완 파이어볼러 차우찬을 끄집어 냈습니다. 상대 타자 입장에선 전혀 다른 타입의 선발 두명이 적응할 틈도 주지 않고 달려드는 상황이죠. 2차전에도 이미 좌완 기교파 장원삼과 우완 정통파 정인욱을 한 조로 묶어 예고해 뒀습니다. 역시나 성향이 전혀 다른 두 투수죠. 이 두 투수가 한 타순씩을 맡아주고 나면 필승불펜을 꺼내 마무리 하는 방식인데, 5명이나 되는 필승 불펜이기에 이들도 어제 다 나온게 아니었죠. 정현욱과 권오준은 아껴둔 상태입니다.

아직 등판하지 않은 3차전 선발 저마노와, 미정 상태인 윤성환, 롱릴리프로 활약할 배영수는 비슷한 성향의 투수들이기는 하지만 워낙 쟁쟁한 투수들을 다양하게 보유한 상태라 여유있는 등판 일정으로 이런저런 조합을 맞춰가며 투수진을 운용하면 크게 무리하는 선수 없이도 투수력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즌 내내 보편적이고 전통적인, 상식적인 투수운용을 해왔던 류중일 감독이지만 어째보면 '벌떼식 야구'로 보일수도 있는 이번 한국시리즈의 투수운용도 그 '상식의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 보입니다. 무작정 강한 투수들을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선발과 불펜간 구분을 확실히 준 상태에서 '확실한 에이스의 부재'라는 약점을 '넘쳐나는 선발 자원'이란 장점으로 상쇄시키기 위해 '2인 1조식 선발 전략'을 만들었을 뿐이죠.

시리즈가 거듭될 수록 이런 '선발 투수 짝 맞추기' 배리에이션이 다양해질 것 같기에 이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할 듯 보입니다. 2차전에는 약간의 힘을 비축한 SK의 필승조 투수들이 출동할 것이기에 어제 보다는 좀 더 긴장감 넘치는 경기가 될 듯 하지만 삼성이 압도적 유리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SK도 훌륭한 실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고, 또 불가사의할 정도의 정신력과 근성을 가진 팀이긴 하지만 준PO부터의 피로가 너무 많이 쌓여 있습니다. 삼성타선이 그리 강하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SK투수들의 진정한 적은 삼성 타자들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겠죠. 만에하나 2차전에서 SK 필승조들이 피로에 무너지기라도 한다면 이번 시리즈가 잠실까지 가기 힘든 상황이 날지도 모릅니다.(딱 작년의 삼성이 이 케이스였죠.. 시즌 중의 불펜 피로와 PO 5차전까지의 한점차 대접전으로 인한 막대한 피로감으로 불펜진이 연쇄 붕괴하며 방법이 없었음...)

반대로 SK 투수들(특히 정우람과 박희수)가 지금까지 보여왔던 그 무시무시한 정신력으로 잘 버텨내 2차전을 가져간다고 해도 삼성이 유리한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삼성 투수진의 뎁스를 생각하면 쉽게 대량실점을 허용할 팀이 아니고, 지더라도 근소한 점수차 하에 접전을 벌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태까지 포스트시즌의 피말리는 긴장을 느껴왔던 SK투수진 입장에서는 이런 접전이 거듭될수록, 시리즈가 길어질 수록 더더욱 큰 피로를 느끼게 되겠죠. 반면 삼성은 여전히 12명의 필승조를 여유있게 굴릴 수 있습니다. 투수 소모전 양상으로 시리즈 후반부로 갈수록 삼성에게 더 유리해지는 양상이겠죠.

SK가 우승하기 위한 거의 유일한 방법은 2차전 승리 이후 연승을 하며 피로감을 잊을 만큼의 상승세를 타는 것 뿐입니다. 한계까지 다다른 체력을 상승세 분위기에 힘입은 정신력으로 버텨내며 시리즈를 조기에 끝마치는 거죠. 그게 아니면..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삼성이 점점 더 유리해질겁니다.

어쨌거나.. 2차전도 많이 기대되네요. 양팀 모두 최강자 결정전에 걸맞는 멋진 경기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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