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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 입덕을 눈 앞에 둔 40대 중년의 고백 ㅋㅋ (페북펌)
게시물ID : star_4307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냥냥짱맨
추천 : 48
조회수 : 1506회
댓글수 : 25개
등록시간 : 2017/12/09 20:26:46
제 친형 페북글 올려봐요~

-----스똬뜨-----

우리 딸은 아미 4기.
아미는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이름.
‘방탄’이라 ‘아미’라는데, 방탄인데 방패가 무슨 소용… 이라고 말했다가
레이저 지짐 당함.

시작하면 끝장보는 성격이라 걱정도 됐지만 이것도 경험이라 생각되어 그냥 냅둠.
암튼 어떻게 발견?발굴?했는지 뜨기 전부터 꽂혀서
경기도 구석진 동네에 문익점 목화씨 뿌리듯 전파시킴.
모르긴 해도 친구 부모님들 잠자리 대화에서 종종 씹힐거라 확신함.

울 딸은 일년이 훌쩍 지나도 방탄에 대한 애정이 사그라들기는커녕
본격적인 덕질 단계로 레벨업 되어감. 
작년인가? 30대후반 아이돌 연구가인 친동생한테 정보수집을 의뢰했으나 이미 해박한 상태여서 바로 키노트 당함.
대성할 넘들이라고, 보통 아이돌하고는 다르다고, 얘들이 흙수저들인데.. 어쩌고.. 각자 체널을 가지고 소통도 열심히 한다고.. 저쩌고.. 키워진 아이돌하고는 확연히 다르다고 함. 암튼 한시간 넘게 설교 들음. 
더 싫어짐.

암튼 열라 응원하는 척하면서 얘기도 들어주고 앨범도 사주고 브로마이드도 받아다 주고 함.
아참.. 내가 인터넷으로 긁어주면 현금을 받고 아빠 카드깡 시켜주는 시스템임.
굿즈는 주로 푸마에서 파는데 신발 사준적 있음.
굳이 새 신발 안 산다고 아직 멀쩡하다고 하길래 기특했는데 
푸마에서 방탄에디션 나오자마자 바로 백화점으로 끌려감 - 계획된 일이었음.
집에 딸 친구들이 자주 놀러오는 편인데 현관을 보면 전부 같은 신발임.
내가 봤을때 요것들.. 신발이 분명 몇 번은 섞였을꺼임.

한 달 전인가? 방탄 콘서트 예매로 이 바닥이 좀 시끌했음.
예매가 열리는 날, 지 오빠도 붕신?분신? 힙합 콘서트 티켓팅이 같은 날 열림.
아들은 피시방가서 예매하기로하고 우리(우리?ㅋㅋ)는 민폐 끼쳐가며 티켓팅 요정께 부탁했음.
티켓팅은 아미4기에게만 선예매 자격이 주어지는 터라 한 아이디로만 가능함.
고덕 돔 수용인원과 아미4기 수가 비슷해서 별걱정안했으나 엄청난 착오였던 걸 깨닫게 됨.
얘네들이 티켓팅 연습한다고 몇일 전 한국시리즈에서 분탕질쳐서 서버를 다운시킨 애들인데 완전 우습게 봄.
티켓팅 요정님도 좋은 자리 경쟁에 밀렸음. 이 분께 정말 미안했음.
이때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도 처음 알게됨.
어쨌거나 그날 새벽까지 눈비벼가며 취소된 자리 주우려다 실패하고
깨끗이 잊기로 했음.

그 후로 집안이 우울해짐.
집에서 짜증 내는 건 금지이지만 사안이 사안인만큼 그냥 봐줌.
더군다나 지 오빠는 스탠딩구역으로 티켓팅 성공했다고 희열에 차있었음.
그래도 MMA(멜론뮤직어워드) 티켓팅도있고
방탄이 여기저기서 상도 많이 타고 해서 기분 좋게 넘어가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나랑 엄마를 모아놓고 
본인이 이번 시험에 전 과목 100점 맞을 테니
소원을 들어달라고 함.
기가 차다는 듯 엄마가 뭐냐고 물어봄.
푸마에서 출시된 롱패딩을 사달라는 거임. 물론 방탄에디션.
웬일로 아내가 알았다고 끄덕끄덕 함.
(사실 초등교사인 아내는 딸의 실력을 잘 아는터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를.. 그 희박한 가능성을 애초부터 꽤뚫어보고 있었음)

며칠 동안 되도 않는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함.
문제집을 열권정도 사더니 꾸역꾸역 12시 넘어서까지 풀어 제낌.
얼마나 하기 싫은걸 하는지 자세만봐도 딱 알 수 있음.
일단 볼을 책상바닥에 탁 붙이고 의자는 뒤로 쫙 빼서 살짝 걸터 앉은 후 문제집을 90도 각으로 얼굴 우측에 세워놓고 세상 젤 지루한 표정으로 문제를 풀고있음.
방탄이 더 미워짐.

드디어 시험 첫날.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엄청 시무룩해져 있는 거임.
그 당시 나는 너무 바쁜 상태라 그날이 시험날인 것도 몰랐음.
‘왜 그래? 우리딸. 배고파?’
‘아니… 패딩이 날아갔어 ㅠ’
그때야 이해하고 막 웃다가.. 그 분위기 아닌 것 같아서 한참을 위로해 줌.

엄마도 퇴근하고 돌아와서 매우 무뚝뚝하게 그럴 줄 알았다고 함.(피도 눈물도 없음)
내가 그래도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자. 수학은 워낙에 못하는 과목 아니냐… 그래도 이정도면 선방했다. 옆에서 발연기를 막 하고 있는데
암튼 약속은 약속이니까 일단 나머지 하는거 봐서 생각해보겠다고 함.

잠시후 '나 알바 할꺼야!' 딸이 승질을 내면서 포효함.(처음 있는 일)
둘다 잠시 벙쪄있다가 아내와 이건 아니다 싶다는 싸인을 텔레파시로 교환함.

그날 양쪽으로 먼지 털리게 혼남.
보통 한명이 혼내면 남은 한명이 감싸는 식인데
처음으로 두명한테 동시에 혼 쏙 빠지게 훈계 들음.
그러던 중 아들은 막 하교 후 집에 들어와 헤드폰끼고 고개 앞뒤로 흔들며 냉장고로 가던중 봉변당함.(불쌍한 우리 아들)

이날 이후로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진지하게 들어봄.
공연 영상도 많이 많이 봄.
나는 기획사 아이돌 노래는 굳이 듣지않는데 
이유는 대중 음악에 꼭 있어야할 두 가지가 없어서임.
‘자유’와 ‘쏘울’임.
그래서 잘생기고 예쁜 학생들이 뭐 하는 짓인지 나로서는 참 애처롭게 느껴짐.
그런데 방탄은 다름. 많이 다름. 둘 다 있음. 그래서 멋있음.
노래도 정말 좋음. 봄날, DNA, 피땀눈물… 훌륭한 노래 많음.
역시 ‘우리 딸’ 무릎을 침.
이해하려고 시도도 안한 내가 매우 꼰대스럽다고 느껴짐.
방탄 노래를 들으며 그 동안 딸이 덕질한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감.

1. 각종 순위 프로그램 문자투표에 열 내던 모습
2. 핸드폰 배터리가 부풀 정도로 찾던 방탄의 영상과 노래들
3. 엑소엘(아미의 천적)의 만행에 분노하던 모습들
4. 애써 모은 돈으로 앨범을 사고 친구 생일 선물도 방탄굿즈로 고르던 모습들
5. 정국이(멤버)의 일거수 일투족에 따라 바뀌는 카톡의 프사, 상태메시지들
6. 아빠! 내가 직접 아는 사람이 아닌데 이렇게 좋아하기는 처음이라던 고백.

어디쯤에서 제동을 걸어야 하나?
방탄의 ‘봄날’을 틀어놓고 이런 고민을 하다가…
순간 뒤통수를 갈기는 소름 돋는 반전의 기분을 느낌.
.
.

1. 지난 대선 마음졸이고, 내년 지선을 벌써 신경쓰는 나의 모습
2. 핸드폰을 큰 놈으로 바꿀정도로 찾아보던 재인이형의 모습과 기사들
3. 각종 적폐와 신 적폐들의 만행에 못쓰는 정치글까지 쓰고있는 모습
4. 돈벌이와는 아무상관없는 이니굿즈를 만들며 너무 행복해하던 밤
5.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에 따라 바뀌는 나의 프로필
6. 누군가를 이토록 존경하고 좋아하는게 처음이라는 사실...
.
.

딸. 아빠가 정말 미안해!
그리고
우리 방탄소년단. 랩몬, 지민이, 슈가, 진, 제이홉, 뷔,
그리고 우리 딸이 젤로 좋아하는 정국이.
너무 고마워~
너희가 계속 잘 되길 바랄게~

<끝>

아 씨 자야되는데 ㅠ

정국이.jpg

출처 https://www.facebook.com/artisticdaddy/posts/1222588764552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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