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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집앞 길고양이5
게시물ID : animal_35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돌고래돌고돌
추천 : 23
조회수 : 1444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1/27 20:58:33
아 그래 생각났다! 니가 걔였구나!

내가 여기로 이사오기 전 살았던 하숙집에서 통학을 하던 길에 이상한 녀석을 하나 만났었다.

전에 한번 말했듯이 나는 덩치크고 목소리 저음의 냄새나는 남자라 (헐크?) 웬만한 길고양이는 조금만 

가까이 가더라도 얼른 자리를 피하는 편이다. 그런데 딱 한 녀석 나를 피하지 않는 녀석이 요놈이었다.

하도 신기해서 당시 매일 소지하고 다니던 카메라로 멀리서 찍고 가까이서 찍고 했었다.

혹시나 해서 손을 갔다대 봤는데 그제서야 얼른 자리를 떠버렸다. 

잘 살고 있었구나.... 그런데 여기는 그전 하숙집과 거리가 꽤 거리가 있는 편이었다. 한 60미터 쯤?

게다가 고양이들이 워낙 많아서 여기까지 녀석의 구역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시 볼 생각도 못했다.) 연이란게 참... 스처 지나간 사람도 다시 한번 봐야겠구나...

반가운 마음에 녀석에게도 사료를 주려고 사료부대를 들고 나갔는데 문쪽으로 가자마자 

내빼버렸는지 문을 열고나서는 녀석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갈만한 건물 외곽 구석으로 가보니 사람이 갈수 없는 곳에 몸을 낮추고 나를 처다보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사료 한웅큼을 놓고 갔다. 다음날 흔적없이 사라진 사료를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이후 한번 더 얼굴을 비추는것을 보고 나서는 지금껏 얼굴을 보지 못했다.)

아무튼 이리저리 시간이 지나다보니 그래도 점점 요녀석들이 내 얼굴을 익히는게 느껴졌다.

전에는 신발장 위에 도도하게 앉아서 내가 사료부대를 가져오는 것을 보던 나비가

이제 내가 아침에 문을 열고 나오면 창문으로 광경을 보고 있다가 현관쪽으로 가면

폴짝 뛰어 현관 앞에서 마중까지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너무 가까이 가면 얼른 날라 버렸지만)

요즘들어 새삼 느끼는 거지만 난 요 쪼그만 녀석들과 연애하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뭔지 모르게

점점 진도가 나가는 느낌이다. 전에는 먹을걸 던져줘도 경계하던 녀석이 이제 내가 준 음식을 먹고

내 앞에 새끼들이 노다니는 걸 보여주고 사료 먹는 모습을 내가 눈앞에서 볼 수 있도록 허락해 주고

남편까지 보여주더니 이제는 내 얼굴을 보고 마중까지 나온다. 이래서 고양이를 키우나 보다. 이래서

고양이를 요물이라 하나보다. 

이러다보니 오늘도 또 욕심이 생겼다. 그래 이번에는 내 눈앞에서 사료 먹는 모습을 봐야지....

사료를 부어주고 일부러 그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꼼짝하지 않았다. 혹시 몰라서 (위협으로 여길까봐) 

손은 무릎위에 두고 최대한 자세를 낮춰 잡았다. 녀석들은 내 행동에 놀라는 듯 했다.

원래 숨어있던 난간쪽에 세마리가 엉켜 당황한 듯이 숨어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일초 이초 지나고

새끼들중 가장 까불거리는 녀석이 먼저 앞장서서 내 무릎 앞으로 멈칫 멈칫 다가왔다.

추운 날씨에 발이 시리고 무릎이 저려왔지만 혹시나 놀라서 다시 도망가면 말짱 황이 될것 같아 꾹

참았다. 그렇게 슬금슬금 오던 녀석은 내 바로 코 앞에서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만한 거리에서 밥을 먹고 있는 녀석의 뒤통수는 정말 콩알만했다. 

뒤에 있던 나비는 조금 으르릉 거리다가 자기도 와서 같이 먹었다. 나머지 새끼 한마리는 마지막으로

엄마를 따라 달려들었다. 이제야 내가 밥 주는 느낌이 나는구나.....

그러고보니 요 두 녀석의 성격이 정말 다르다. 같은 배에서 나왔다는걸 생김새로 밖에 알수 없을 정도로.

나는 이 녀석들을 눈물자국 있는 넘과 없는 넘으로 구분하는데 (생김새는 한녀석은 오른쪽 눈쪽 털이

검고 나머지는 왼쪽 눈쪽이 검은데 이걸로 구분하기는 너무 헷갈린다.) 눈물 있는 녀석이 더 활발하고

먹을거에 집착한다. 나머지 녀석은 엄마쟁이라 겁도 많고 엄마가 일단 먼저 하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눈물녀석은 밥을 줘도 일단 지가 먼저 먹고 다른 녀석이 먹으려고 하면 먹으면서도 냥냥냥 하며

으르렁 댄다. (으르렁 댈 상황이고 지딴에도 그러는거 같은데 듣기에는 냥냥냥.)

까 뒤집어 보진 않았지만 눈물이 수컷 보통이 암컷 같다.

아무튼 이제 드디어 안면을 제대로 트고 밥주는 것도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문

쪽에 붙어서 밥먹는 녀석들에게 들리도록 창문을 두드려 보았다. 이번에는 한번 쓱 보더니 다시 밥을 

먹었다.(예전에는 두들기면 내 얼굴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난간 옆으로 숨었었다.)

용기를 내서 아예 창문을 열어 보았다. 이번에는 밥 먹던 걸 멈추고 숨었다. 아 이거 너무 나갔구나.

이거 진짜 완전 연애하는 기분이네..... 가시나 도도하기는..... 쩝.....

아무튼 이렇게 이리지리 시간이 지나고 어느날.

담배 피러 밖에 나가봤더니 새끼 두마리만 뒹굴고 놀다가 화들짝 놀라 숨어버렸다. 어미인 나비가 보이지

않았다. 보통 나비가 있고 새끼가 없거나 나비와 새끼 둘 다 없거나였는데 새끼들만 남기고 나비가 사라진

건 처음이라 걱정이 되었다. 난간 옆을 이리저리 훑어봤는데 아무대도 없었다.

설마 이거 독립시킨건가...?  그 정도로 큰 녀석은 아닌데......

담배를 피우며 녀석을 기다리는데 2개째 피워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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