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도 일을 하고 나도 일을 하지. 일이 끝나면 쉬고 싶은 마음을 접고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 굶길수는 없겠구나 싶어 저녁은 물론이고 다음날 도시락까지 싸주었는데 네가 침대에 누워 SNS, 친구들하고 통화하는 모습이 싫었어. '이젠 요리 안 할래.' 라고 땡깡을 부린 건 당신이 맛은 둘째치고 정성을 들여 요리를 해주길 바랐는데 당신은 슈퍼마켓에서 냉동식품을 한 묶음을 사다주었지. ㅎㅎㅎ 연애기간 통틀어 네 도시락 먹은 적이 단 한번도 없어. 야, 일은 너만 하냐. 난 네 밥 챙겨주는 엄마가 아니라 여자친구였는데 점점 엄마가 되어 가는 느낌이었어.
2. 아무리 허례허식 싫어하는 우리고 기념일 안챙기기로 했지만 서로의 생일은 케잌이라도 잘라야 하는 거 아니니. 비싼 명품백, 최신 휴대폰을 바라는 게 아니야. 오는 길에 들려 산 장미꽃 한 송이면 충분했는데 그냥 넘어가더라고. 그래놓고 '내 생일선물은 아이폰X 어때?' 라고 장난스럽게 실실 쪼개던 너. 오만정이 다 떨어지더라.
3. 내가 남자랑만 메세지하고 통화하면 그렇게 보여달라고, 의심이 몸에 사무친 너. 너때문에 난 대학교 남자동기들, 전직장에서 날 살뜰히 챙겨주었던 직장상사들 모두 네 눈앞에서 차단하고 번호 지웠어. 내 여자친구들까지 통화하는 거 다 보여주고, 그런데 난 네 남자친구들하고 너 몇 시간씩 통화하는거 뭐라고 한 적도 없었고 궁금하지도 않았어. 여자들끼리의 대화가 원래 길어지고 서로 들어주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그런 거야. 그걸 이해못하고 빨리 끝내라는 식으로 날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면 기분 더러워.
4. 너 SNS 중독이야. ㅎㅎ 이렇다할 고정 수입도 없으면서 친구들 도와주고 친척들 도와주는 네 모습 얼마나 한심했는지. 내 운동화가 오래되도 난 너 밖에서 기죽을까봐 네 낡은 가방과 운동화 바꿔줬다. 내 운동화가 낡아서 구멍이 나고 닳아갈 때까지 넌 아무 말도 안했어. 돈이 생기면 네 친구들을 위한 제품들을 사주어도 그 길고 긴 주문내역에 나를 위한 건 단 10원도 없었어.
5. 모든 관계의 기본은 대화인데 넌 삐지거나 나한테 맘에 안드는 점이 있으면 한 마디도 안하고 마치 무언시위를 하듯 며칠 동안 입을 열지 않았어. 오죽하면 내가 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봤을 정도인데 넌 그냥 피식 웃기만 해도 다시 아무 말도 안하더라. ㅎㅎㅎ그때 느꼈어. 대화가 안되는 사람하고는 만나면 안되겠구나.
6. 야. 여자가 꼭 먼저 애교부리고 안기라는 법 있니? 여자도 사람이고 일터에서 상처 많이 받아. 남자가 꼴 사납게 먼저 앵앵대는 게 뭐가 어쩌고 저째? 나는 뭐 자존심이 바닥에 있어서 먼저 애교부리고 너 어화둥둥해주니? 난 네가 표현을 더 많이 해주고 해서 좋아서 처음에 만난 건데 그게 다 포장이었나 싶더라. 부디 누구랑도 연애하지 말고 여자들 상처주지 말고 독신주의자로 살길 바래.
7. 차가 없어서 같은 직장 남자 동료와 카풀을 하는데 걔 자꾸 의심하는 네 의심병 진짜 못봐주겠더라. 몇 달 전부터 차 살 돈이 없어서 내가 이러는 게 아니야, 라고 지껄이던 네 변명. 내가 봤을 땐 차 살 돈 없는거 맞는데? 내가 사려다가 느낌이 쎄해서 그냥 안 사고 카풀 한거야. 너 그 의심병 좀 고쳐. 이래가지고 어디 나갈 수나 있겠냐. 지난 연애 기간 동안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 사랑하면 가두는 게 아니라 창문을 열어주고 내보내주는 거야. 다시 돌아올 걸 아니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믿음.
8. 시를 읽고 가끔씩 글을 쓰는 내 습관. 일기장을 쓰고 기록이 일상화된 내 습관에 대해서 네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쓰는 거야? 그런 거 왜 해?' 라고 비웃지마. 그러는 넌? 기록하나 안해서 나한테 만날 물어보잖아. 날 변화시키고 네 입맛대로 바꾸려고 하지마. 그런 거면 차라리 인형을 사던지 돈주고 만나는 애인 대행을 만들어. 아 맞다, 넌 그럴 돈도 없지.
9. 시는 커녕 책 한 권 가까이 하지 않고 밤길을 걸으면서 달 한번 쳐다볼 여유도, 낭만도 없는 네게 질렸어. 주말에 교외로 단 한번도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는 너. 너 때문에 낭만이 사라져가는 내 자신의 모습이 나도 싫더라. 그런 게 밥 먹여주냐는 적이 있었지. 그럼 네 SNS는? 네가 주말 내내 손에서 놓지 못하는 페이스북은 밥 먹여주니? 취미생활 하나 없이 남의 생활이나 보고 댓글달고 좋아요 누르는 네가 불쌍해보이더라. 원래부터 SNS 계정 하나 없던 나지만 널 보고 더 생각이 확고해졌어. SNS는 적어도 내 인생의 낭비구나.
10. 네가 나보다 나이 좀 더 먹었다고 더 잘 안다고 착각하고 훈계하지마. 나이 먹었다고 더 지혜롭다는 편견은 버린 지 오래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책 한권 안 읽는 너하고 비교했을 때 내가 더 아는 게 많고 네가 했던 얘기 다 아는 데 그냥 들어준 거야. 열심히 대학다녀 졸업해서 직장인이 되고 나서도 학자금 갚는 나한테 대학교는 왜 나와? 차라리 그 돈으로 사업을하지. 라고 하던 너. 넌 대학교 안나왔는데 사업 했니? 누군가한테는 돈 낭비지만 난 대학교때 소중한 친구들을 얻었고 공부도 열심히 했어. 네 자격지심으로 내 소중한 경험을 똥 취급하지 말아줘.
11. 네 전 연애들이 다 비참했다고 들었어. 다들 바람나거나 그랬다지. 처음엔 그 여자들이 미친 거 아니야 그랬는데 이젠 이해가 되더라. 난 너랑 있는 동안 외롭고 비참했어. 같이 있는 데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지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누군가 내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면 눈 딱 감고 기대고 싶을 정도로.
12. '네가 헤어지자고 하면 그래. 그렇게 해. 안 말려.' 시발. 이걸 말이라고 하냐? 네가 제정신이야? 내가 잡고 있는 관계였나 싶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그 말때문에 이별을 결심했어. 난 사랑하는 사람에게 절대 그런 말 하지 않을거야. 상식적으로 '내가 더 잘할게. 우리 더 잘하자.' 가 정상아니니?
13. 내 경험 한 번 얘기해줄게. 너랑은 '사랑'이란 걸 했는지 심히 의심스러워서. 예전에 나도 사랑이란 걸 잠깐 했어. 정말 내 모든 걸 주고 싶더라. 통장 잔고는 생각하지 않고 모두 퍼줬던 것 같아. 그래도 안 아깝더라고. 근데 넌 좀 아냐. 지금은 너한테 1만원도 아깝더라고. 내가 왜 미쳤다고 너한테 선물을 해줬는지... 솔직히 세 보니까 연애기간동안 너한테 받은 거 하나도 없더라. 물론 그런 거 바라고 주는 건 아닌데, 그래도 상식적으로 생각은 하잖아. 난 너 기죽을까봐 집세에 생활비까지 내줬는데. ㅎㅎㅎ ㅅㅂ 미쳤지. 넌 그래도 네 자존심 세웠잖아. 생활비 받으면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 정상인데 기분 나빠하는건 대체 무슨 심보야?
14. 야, 공부 좀 해라. 그놈의 아이패드 좀 집어던지고 뭐든 좀 배워. 네가 취직이 어려운 게 100% 나라 탓이니?
15. 마지막으로 우리가 말 안한지 2주 정도 되어가는데 이젠 네 눈 마주치는 것도 어색하고 살 대는 것도 싫어. 밥 먹는 것도 보기 싫다고 하면 무슨 말인지 알지? 사람들은 똥차 가고 벤츠 온다는데, 난 이제 오는 차가 뭔지 하염없이 길을 내다보는 것도 지쳐서 내가 한번 벤츠가 되어보려고. 너 때문에 아예 길을 나서려고 한다. 여자 은근히 무시하는 너때문에 변했어, 고마워^^
16.(추가) 너 하루에 문자 하나도 안하는 거는 좀 심하지 않니? 적어도 어디 간다 하는 건 좀 알려줘. 시발 내가 진짜 니 엄마나 GPS도 아니고 맨날 어디 갔다왔냐고 물어봐야겠냐? 연락 주기가 연애 깊이의 척도는 아닌데 관심의 정도아니니? 좋아하는 사람이 지금 어디있는지 보고하라는 게 아니라 알려달라는 거야. 걱정되잖아, 기다리는 사람. 넌 아니었나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