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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입장에서 본 '문재인 케어'
게시물ID : medical_199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사를중심
추천 : 15
조회수 : 1558회
댓글수 : 113개
등록시간 : 2017/12/10 19: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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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일반인에게 어떤 영향이 생기느냐' 입니다. 사실 일반인들은 수가를 인상하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을 정부가 보장한다는데 무슨 손해가 있느냐라고 묻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제가 첫번째 글에서 언급했듯이 심평원의 삭감기준이 대단히 중구난방이고 제멋대로라고 하였지요. 이 삭감의 현장이 단순히 '큰 수술'을 하는 곳에서만 일어나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 입니다.
저희병원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노인분들은 보통 수술하거나, 혹은 노환과 생활습관으로 인해 요로감염이 굉장히 쉽게 일어나는 편입니다. 보통 요로감염을 발견할때에 가장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진료는 '항생제'를 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과 담당의는 '시프로바이'라는 항생제를 처방합니다. 간호사들도 그렇지만 의사들도 보통 자기 진료과 아니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프로바이의 경우에는 아주 일반적으로 요로감염에 쓰인다고 알려진 항생제였고 여태 그래왔기에 시프로바이를 처방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심평원에서 삭감조치 당하게 됩니다. 이유는 시프로바이는 2차 항생제이고, 1차항생제인 '박트림/오그멘틴'이 있는데 그거 놔두고 왜 시프로바이부터 썻냐? 였습니다. 담당의가 열받아 하고 있길레 알게되었지요. 담당의는 "아니 대한민국 사람의 90%가 박트림 내성인데 어떤 의사가 미쳤다고 박트림/오그멘틴 부터 쓰겠냐!!"라고 화를냈지만 심평원은 기준이 그렇다는 말만 되풀이하였습니다
그렇게 요로감염 환자들에게 쓰이는 약은 시프로바이가 아닌 박트림/오그멘틴이 되었죠. 그럼 이 환자들이 제때 나았느냐?하면 역시 아니겠지요?? 1차로 박트림 썻던 분들은 요로감염 기간이 늘어나는게 당연했기에 2차항생제를 다시 쓰게 되었구요. 그 1차를 쓰던 기간동안 요로감염이 심했던 분은 상태가 더 악화되어 3차병원으로 보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럼 심평원의 기준처럼 1차항생제부터 썼으니까 삭감을 안당했겠죠?? 답은 그렇지 않습니다. "너네 신장내과인데 왜 요로감염 환자보냐??" 라는 기가막힌 기준으로 삭감을 당합니다. 아니? 신장내과 환자들의 90%가 노인환자고 노인에게 요로감염 오는건데 이게 왜 삭감기준이냐?? 그럼 어떻게 하냐라고 다시 묻게됩니다만 심평원의 대답은 "비뇨기나 내과에 넘겨"였지요.
 
 
일반적으로 다른과에 대한 협진 요청을 할 시에 협진비용은 환자가 부담하게 됩니다..
결국 2차 항생제를 쓰면 한방에 해결될걸, 학회와 논문에서 그 효과가 완전히 부정당한 1차항생제부터 쓰면서 환자 개인의 발병기간을 컨트롤하는데에 실패하고, 또 협진과 그에 따른 비용발생은 고스란히 환자에게 발생했습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볼까요?
ECMO라는 기계가 있습니다. 심장수술, 혹은 심장이식이 필요할때에 우리 몸에 피가 충분히 돌도록 해주는 '임시인공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계예요. 현재 한 대학병원 흉부외과에서는 심장이식 수슬이 필요할때에 이 ECMO 기계에 필요한 필터를 환자가 직접 구입해오록 합니다. 이 필터의 값은 100~150만원 가량입니다. 이 필터를 구입해오지 않으면 수술조차도 해주지 않습니다. 왜냐? 이 ECMO 기계를 돌리는 비용만해도 약 500만원이 들어갑니다.
 
헌데 ECMO에 대한 심평원의 기준은
"Ecmo를 사용해서 살리면 돈을 병원에 지급해주고, 환자가 사망할 시에는 지급해주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병원에서는 Ecmo 비용처리에 대한 부분을 항상 고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해 고육지책으로 환자에게 일정부분을 더욱더 부담시키는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도 존재합니다. 이게 단순한 '한곳만의' 문제일까요?
지난 5월 '고어사'의 의료용 인조혈관 제품 공급 중단 선언과 메디컬 사업부 철수 선언을 아시는 분이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심평원이 인조혈관에 대한 의료수가를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낮게 측정하면서, 수익을 보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예 공급중단을 선언했는데요. 이 인조혈관은 심장병환아들에게는 정말로 꼭 필요한 재료입니다.
 
 
다행히 6월에 미국본사 CEO가 손해를 보더라도 공급하겠다는 뜻을 전해오면서 일단락 된바가 있습니다.
이는 결국 기업이 단순히 '대의'가 아닌 '이윤추구'를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움직일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의료용 인조혈관의 수가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보다도 절반가량 낮게 측정되어있습니다. 향후 CEO의 교체로 얼마든지 다시금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기업에 계속해서 '대의'를 요구할 수는 없으니까요.
 
 
http://www.rapport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103695
이 인터뷰는 위의 문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하고 있습니다. 한번 참고하시는 것도 좋을듯 하네요.
다음은 통합간호간병서비스입니다. 통합간호간병서비스의 확대는 문재인 케어의 대표정책이기도 하죠. 물론, 이를 처음 시행한것은 전임정부입니다. 통합간호간병 서비스에 대해 다시한번 설명하자면, '보호자 없는 병원'입니다. 간병인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이 간병의 영역까지 간호사에게 맡김으로써 전문성까지 확보하겠다는 취지이죠.
이미 이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실태는요??
 
 
대부분의 병원은 통합간호간병서비스를 실시할시에 '환자를 선택합니다.' 이게 무슨의미냐 하면 환자의 성격, 환자의 중증상태를 고려하여 간병하기 '쉬운' 환자들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즉, 중증정도가 심하거나, 환자의 캐릭터 자체가 심하게 나쁘거나 하는 경우에는 통합간호간병서비스 병동에 보내질 않습니다. 왜냐? 그렇지 않으면 안그래도 그만두는 간호사들의 이탈이 더더욱 가속화 되니까요. 간호나 간병의 영역과는 상관없이 '물떠와라, 커피타라, 쓰레기 버려라'라는 쓸데없는 요구만 하는 환자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이에 대해 항의하면 '내 돈내고 병원왔는데 이런것도 못시키냐'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통합간호간병서비스 병동에 지원하려 하지도 않으며, 설사 지원하더라도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 상황에서는요.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운영하거나, 혹은 위에 말한것 처럼 '환자를 선별'하여 운영하게 되는 것입니다. 간호사들이 머가 바빠서 저런 요구도 못들어주느냐 하실수도 있어요.
 
 
헌데 간호사는 평소에 오더를 확인하고, 급한 약일 경우 올려달라고 약국에 전화해야하며 또 오더가 잘못됬을 경우 닥터와 상의하기위해 다시 전화해야하고, 약이 준비되었으면 약을 타와야하고 또 환자에게 약을 드리기 전에 약이 제대로 됬는지 확인하며, 최종 투여전에 복용법과 부작용 등을 확인해 정확한 시간에 가져다 줘야 합니다. 끝일까요? 이게 다되면 이제 이 모든 과정을 기록에 남겨야 합니다. 간호사들이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이유입니다.
 
 
간호사를 증원하여 통합간호간병서비스 센터에 더 많이 고용해봤자 소용없습니다. 다들 그만두는걸요. 제가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병원은 고용을 하기위한 돈을 지출할 여건이 어려운 상태인데다가 간호사들은 특유의 업무환경으로 인해 평균 5년 안에 그만두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지금의 병원은 간호사 인건비도 부담되고, 일할 간호사도 없다고 하소연하며 시류에 편승한 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의 의료인으로의 격상과 '간호사로의 승격'요구를 줄기차게 해오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통합간호간병서비스에 간호조무사를 적극 활용하라!라고 말하고 있지요. 이 것이 일반인들에게 아무런 영향이 없다하신다면 할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다시 묻고 싶습니다.
병원에서 주사 맞을때, 여러번 맞는 거 싫으실테고 IV 주사시 한방에 잘놓는 경력간호사를 원하실테고, 의사의 실수로 발생할 수 있는 의료행위에 대해 거부하고 함께 의논할수 있는 Step을 원하실테고, 그리고 자신이 겪고있는 질병에 대한 설명과 부적응증에 대해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간호할 수 있는 전문적인 간호사에게 병원에서 치료받고 싶은거 아니신가요??
여기까지이네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걸 다 적으려면 또 한세월이고, 너무 길어질 것 같습니다.
 
 
3번의 글을 적으면서 느낀점이 많았습니다. 저 스스로도 이것저것 찾아보고 공부하며 느낀 것은 결국 이 모든걸 고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건보료의 인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치만 힘들다는 거 알고 있습니다. 국민 감정이 그렇고 또 인간의 본성이 또 그리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해결은 우리가 얻는 근본적인 소득이 많아 건보료를 인상해도 딱히 반감이 가지 않을 상황이겠지요..
저는 이번 3개의 글을 작성하면서 단순한 의료수가 많이 아닌, '간호수가'에 대해서도, 그리고 간호계의 현실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솔직히 지난 2번의 글도 그런 이유가 있었습니다만 사람들은 '간호'보다는 '수가'와 '의사'에 대해 관심이 더 많더군요..
누군가 그렇게 말하더군요. '그럼 의사 인건비 줄이고 간호사 인건비 늘리면 안되냐?'라고.. 글쎄요. 그게 옳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더 잘아실겁니다. 언젠가는 '간호사 인건비 줄이고 간호조무사 인건비 늘리면 안되냐?'라는 글이 올라올지도 모르겠네요. (이미 현재진행형인가.....). 솔직한 심정으로는 의료수가고 나발이고 간호수가만이라도 생기면 바랄게 없겠습니다. 누군가는 더러우면 때려쳐라고 하시는데, 네. 저 때리칠겁니다. 이 일 별로 하고픈 생각이 없어요. 다만 제 와이프도 간호사이고, 그리고 저 정도면 '편한 곳'에서 근무하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긴글을 3번이나 작성할 수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임상에서 더 위험하고 더 힘든곳에서 일할 간호사분들 아무도 그분들에게 관심한번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구요.
 
 
저희도 그저 사람답게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 막연히 내가 하는 일이니까, 그 싫은 보호자나 환자분들 돌아서면 괜히 또 어디 잘못될까바, 나 아니면 누가 하겠나 싶은 그럼 맘에만 기대는건 더이상 벅차니까요
문재인 케어가 정말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결국 '수가'의 문제와 '인력유출'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은 무조건적으로 필요합니다. 단순히 여태 해온 의료정책처럼 '땜빵형식'이 아니라요..
 
 
 
[여기서 부터는 펌글이 아닌 저, 글쓴이]
문제인 케어에 반대하는 의사들에 대해 굉장히 공격적인 분위기지만
 
그것은 협회의 이상한... 표현방식이지 의사들이 반대하니 국민에게 좋은? 정책이군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단기적으론 굉장히 파급효과가 크며 국민들을 위한 정책은 맞습니다만 글쎄요.. 언제까지 유지될런지.
 
간호사들이 크게 문케어에 대해 생각이 없어보일지 몰라도 속으론 다 생각하고 있을겁니다.
 
애초에 우리나라처럼 모든 오더권, 그에 따른 수가(물론 원가보전도 안되는 수가긴하지만)도 닥터로부터 나오는 구조에서
 
저런 수가에 대한 근본적인 중재없이 시행하면 그냥 죽으라는 말밖에 더 안됩니다.
 
심지어 한국간호사들은 간호수가도 없습니다. 이런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장난치는것도 아니고 지원금? 그돈이 간호사한테로 가나?
 
성심병원,서울대36만원 등 의 사건
 
말마따나 당장 거리로 나와 시위해도 이상할것 없는 대우인데
 
단합은 둘째치고 당장 해당 파트 간호사 20%만 안나와도 그 병동, 파트는 아작이나요... 말그대로 마비입니다. 마비
 
약이고 오더고 검사고 간호고 나발이고 지금도 허덕이는데 그냥 근거기반이고 지식이고...
 
이런 답답한 상황인데 간호협회(의료인 직능단체중 유일하게 직선제가 아닌^^)는 삽질하고 있고
 
저도 문지지자로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겠다 하지만 도저히 보건분야에서는 도무지 갈피를 못잡는거 같습니다.
 
후.... 이러저러하게 두서없이 써내렸는데 문케어가 보기에는 굉장히 좋은것 같아보입니다. 실제로도 좋은 취지이고 좋은정책이구요
 
또한 의료계에 쌓인 모든 문제들이 대통령한번 바뀌었다고 단번에 해결되지도 않을 거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압니다.
 
지금 의협의 행태가 아니꼽긴 하지만.. 현장의 일선에서 오늘내일 하는 사람들의 문제와는 또 별개입니다.
 
현재 인력구조와 수가로 볼땐 그렇게 긍정적으로 바라볼 순 없다는 것만 알아주세요.
 
 
 
 
:
출처 https://www.facebook.com/activenursing/posts/1564835833595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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