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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를 지나, 중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군대이후 회사에서까지, 세월은 변하고
많은 것들이 함께하고, 사라지던 내 인생의 많은 시간동안
이것만큼은 항상 나와 함께했다.
비염.
나 비염이야~ 하면
여기저기서
나도 / 어 나도 / 나돈데
라는 메아리 비슷한 걸 듣게 되는,
국민질환의 위용을 뽐내는 그 비염.
코? 풀면 되지; 라고 생각하시는 사람이
혹~~~ 시나 있을까봐
이야기를 드리자면,
봄에는 꽃가루와 간질간질한 코에서 주르륵
여름에는 에어컨이 좀 틀어져있다 싶으면 주르륵
가을에는 환절기로 주르륵
겨울엔 감기를 동반한 코막힘으로 주르륵
(코가막혔는데 코가흐르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공부할 때 주르륵
밥먹을 때 주르륵
가만있어도 주르륵
코는이미 헐어서 너덜너덜,
오죽하면 제일 편한 시간이 콧물걱정이 없는
수영장과 목욕탕에서의 시간이었을까.
이렇게 한평생 함께해온 비염을
이제야 한번 치료해보려 병원을 다녀오게 되었다.
큰맘먹고 찾아간 서울의 빌딩숲속 병원은
‘동네 병원과는 다른 퀄리티를 보여주지않을까’ 라는
환상을 충분히 가질만한 위치선점능력을 보여주며,
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먼저 병원에서 CT를 찍고, 여러 알러지 검사를 하며
내 상태를 확인했다.
알러지 검사 중 강아지,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좀 심했고,
그것보다 집 먼지 진드기 알레르기가 너무너무 심했다.
항원 반응검사를한 내 등을 보고 간호사가 멈칫 한 것 같은건 착각이겠지..
(검사 후 심하게반응한 그곳이 3일동안 간지러웠다--;.)
CT를 찍고보니
알고는 있었지만 코 내부가 휘어있는 비중격 만곡증이 있었고,
안에 콧물이 나오는 하비갑개라는 부분이 많이 부어있었다.
그래서 비중격만곡증 수술과
하비갑개 고주파 수술 이 두 개를 하게 됐는데,
먼저 비중격만곡증은 안쪽에 휘어있는 부분을
안에 기구를넣고(!)
뼈를뜯고(!!)
이어붙이고(!!!)
수술을 한다고 했다.
해본 수술이라곤 초등학교 3학년
엄마따라 돈가스먹으러 가본 적 밖에 없는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싶어지는 대목.
그리고 하비갑개는 절제술/고주파수술 이 있는데,
보통 절제술은 예전에 많이 시행했지만, 하비갑개를 제거해버리면
하비갑개의 기능이 나름 있는지라 복구가 불가능한 점,
출혈과 고통(!)이 심한 점
등을 들어 고주파수술을 권하셨다.
뭣보다 재발하면 평생관리 무료로 해주신다고 하니,
의느님의 뜻대로.....!
첫날 검사를 마치고, 수술전날부터 미리 먹는 약을 받아오고,
수술 당일이 되었다.
아침 10시에 내원해서, 미리 수액을 맞고 무통 주사를 맞고,
엉디 주사도 맞고,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병실에서 대기하다보니
11시쯤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다.
수술대에 있던 팔다리 몸 고정 찍찍이를 보니
마치 정신병원 구속구의 그것과
고어영화에서 많이 보던 그것의 이미지가 살짝 스쳐가긴 했지만
‘움직이면... 위험 할테니... ㅎㅎ’ 라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눈이가려지고, 수술등이 켜지고, 국소마취를 맞았다.
내심 프로포폴이나 이런거 놔주지않을까 기대했지만
내 불순한 기대는 콧속으로 깊게 박혀오는 주사바늘로
응징당하는 듯 했다.
코가 얼얼하고 혀가 얼얼해질 때 쯤,
무언가 뚝딱 뚝딱 하신다.
‘**씨(간호사) 머리좀잡아줘요’
‘?’
으적 으적 소리가 난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고
제발 내손 누가좀 잡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히 들었다.
맹맹해서 사실 별 느낌은 안나는데
그 와중에
살짝 마취가 덜 된 부분에 찔끔찔끔 느껴지는 느낌은
그 고통의 크기와 관계없이
날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선생님.. 거긴.. 안돼요.. 하앙)
그리 아프지도 않았건만....
그렇게 공구시간이 끝나고,
하비갑개를 고주파로 지지시는데,
오지어 탄내 비슷한 냄새가 날 때 쯤
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여서
속으로
‘히힣 오징어냄새 데헿 헤헿ㅎㅎ’거리며
불안감을 떨쳐버리려, 스스로 위안하고있었다.
그렇게 2시간 같던 20분~30분정도가 지나고,
솜을 박아넣으며 수술이 끝났다.
‘수술 정말 잘됐어요’
으레 의사들이 하는 멘트인건지
정말 잘돼서 하는 이야기인건지 구분이 잘 되진 않았지만,
어쨌든 잘됐다는 이야기에 마음을 놓고 병실로 향했다.
‘생각보다 아프진 않네?’
‘솜 이틀간 막고있어야된다던데 많이불편하려나’
‘언제쯤 다 낫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면서, 핸드폰게임을 하면서
퇴원시간인 오후 4시까지 버텼다.
코가 막혀있다보니 콧물 핏물이 솜 사이로 새어나오고,
제대로 나오지 못해 눈물로도 새어나와
내가 이 기회에 피눈물도 흘려보는구나 싶었다.
거즈로 막힌 코에 다른거즈를 대서 흘러나오는걸 막고,
휴지를 계속 들고다니며 눈물을 닦으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런 상태가 2~3일정도 지속됐던 것 같다.
2틀동안 코에 솜을 박고있었는데,
바로 전 주에 수술을 했던 친구가 이 때가 제일 불편하고 힘들다고
했었어서 걱정했으나,
1년중 코가막힌날이 굉장히 많았던 나로썬
막힌 코는 여느때의 연속일뿐, 그다지 불편하진 않았다.
이런 나를 보며
그랬던 힘든 세월을 잘 버텼다며 스스로 칭찬했다.
그리고 다다음 날 솜을 빼러갔다.
의사선생님이 콧속깊이 박혀있는 솜을 쑥 빼내는
바로 그 순간,
아, 달라졌구나. 확실히.
알수 있었다.
코가 없어진 것 같았다.
사람 해골을 보면 코에 구멍이 두 개가 딱 뚫려있는
그 모양, 지금 내 코가 그렇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감탄하고있을 때,
역시나 의느님은
‘잘 아물고있어요. 잘 됐네요’ 라시며
날 한번 더 위로하셨고
약을 더 받고 집에 돌아왔다.
솜은 뺐지만, 아직 피가 가끔 나오고 콧물이 나와서
코를 거즈로 덧대고, 휴지를 들고 다녔다.
2~3주정도는 진물같은 콧물이 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서,
간만에 제대로 맛이 느껴지는 밥을 먹고,
아직 흐르는 코를 닦아내며
완벽히 나은 내 코를 상상해보았다.
그렇게 1주일이 더 지나고,
이제는 진물같은 콧물도 많이 나지 않는다.
수술했던 친구는 1주이상도 고생하던데,
난 피도 많이 안나고 너무 금방나아서
스스로가 너무 신기했다.
플라나리아급의 회복력이랄까,
내 몸이 이때를 기다린것만 같았다.
이제는 약은 안먹고, 식염수로 코를 세척하고,
2주에 한번 체크받으러 병원을 가는 수준이다.
가끔 옅게 진물이 배어나오긴하지만
잘 나지 않고, 정말로 ‘일반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1. 얼마나 아픔?
- 수술 끝나고 마취풀릴 퇴원쯔음에 두통이랑 통증이 좀있어서 처방해준 진통제 먹었음.
그리고 솜 뺐을 때 욱신거리고 좀 아파서 그 진통제 또 먹음. 이 두 번 말고는 아픈적이 거의 없었음.
2. 얼마정도 들음?
- 두 개 수술 다해서 160들었고 씨티촬영비, 약값 통원비 해서 170정도? 들은 것 같음. 실비보험이 있어서 150정도 지원받음!
3. 일상생활은 언제 ?
- 춤추고 운동하고 무리할거 아니면 솜 빼고 다음날에도 코 좀 닦아내면서 일상생활 가능.
4. 올 ㅋ 코세움?
- 200더달래 ^^보험 안돼 개 아숩....ㅜㅜㅜ
5. 더궁금한건 댓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