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이 한국고서찾기 청춘 바쳐
[경향신문 2006-05-10 18:33]
“36년간의 작업이 이제 끝이 보이는 듯합니다.” 일본인 노학자가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에 걸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유출된 한국 고서 5만여권의 목록을 평생작업 끝에 집대성했다. 일본으로 넘어온 방대한 양의 한국 고서가 일목요연하게 분류된 것은 처음이어서 한국학 연구사의 획기적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주인공은 일본 조선서지학 연구자인 후지모토 유키오(藤本幸夫·65) 도야마(富山)국립대 교수. 그는 최근 ‘일본 현존 조선본 연구’ 중 1차로 1만권 이상의 개인문집 목록을 수록한 ‘집부(集部)’를 발간했다. 집부에는 조선전기 문인이자 정치가인 점필재 김종직(金宗直)이 당나라 때 시인 이하(李賀)의 시를 골라 엮은 이장길집(李長吉集) 1권1책, 세종의 셋째아들인 비해당(匪懈堂) 안평대군이 송나라의 저명한 정치가며 문학가인 반산(半山) 왕안석의 시를 추려낸 비해당선반산정화(匪懈堂選半山精華) 6권2책 등이 있다. 이들은 한국에는 없는 일본 유일본이거나, 동일한 판본 중에 가장 오래된 최고본, 혹은 가장 좋은 판본인 선본(善本)으로 평가된다.
목록에는 고서의 저자와 판본, 각수(刻手·판목을 새긴 사람), 장서인, 종이질, 활자, 간행연도 등 서지학적인 정보가 총망라돼 책의 성격과 내용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후지모토 교수가 한국 고서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67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방한, 한글학회와 서울대 언어학과에서 3년간 연수하면서 규장각 등에서 한국 고서를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70년 귀국한 뒤에는 어학관계 고서 발굴을 시작으로 일생이 소요된 대장정에 발을 디뎠다.
그는 “일본에 건너온 한국 고서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알수 없지만 대략 95% 정도는 찾은 것 같다”며 “책 한권을 확인하는 데 때론 1개월 이상 걸리기도 해 시간이 부족한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36년간의 작업을 회고했다. 실제로 그는 일본 근대화때인 메이지(明治) 시대까지 일본에 있다 영국이나 중국 등에 재유출된 한국 고서를 찾기 위해 대영도서관이나 대만 고궁박물관 등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지금까지 확인된 고서들은 비교적 온전한 형태로 보존돼 있었다”며 “한국, 일본,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 조선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 이들 목록이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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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늘어난다면 분쟁 요소가 줄어들테죠.
이렇게 훌륭한 일본인도 있는 반면,
명분도 못쌓고 돌려받는 것만 해도 억울한 '조선왕조실록'에다가
떡하니 '서울대학교' 도장 찍어 버린 자들이
우리나라 최고 지성이라고 폼 잡는 것도 있는 현실의 서글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