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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의식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봐요.
게시물ID : freeboard_16793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eunzehn
추천 : 10
조회수 : 362회
댓글수 : 50개
등록시간 : 2017/12/17 14:51:11

일단 가뜩이나 혼파망인 자게에 혼돈을 더 끼얹는데에 대한 사과의 말씀 먼저 올리구요,


저는 시게, 군게, 멘붕게 등 다양한 게시판을 드나듭니다만 보면 유독 시게에 강하게 흐르는 정서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고인에 대한 일종의 부채의식입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모든, 말 그대로 '모든' 정책과 행동을 찬양하고 떠받드는 것 또한

노통이 낮은 지지율로 임기를 마친 후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점에 대한 트라우마로부터 비롯된 행위죠.


이렇게 얘기하면 의아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친노무현 정서는 오유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나는 성향인데 왜 시게만의 광신의 영역에까지 발을 들이는가?

뭐 일단 기본적으로는 '시사'게시판 유저들이니만큼 정치에 관심이 더 많다, 가 일차적인 배경이 되겠습니다만

직접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좀 더 어두운 영역을 들춰봐야 합니다.

마침 근래에 꽤 좋은 예시가 있으니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작년 봄 이후로 문화계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소위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나타났다는 점 알고들 계실겁니다.

거의 원죄론 수준으로 남성을 매도하며 남성의 회개와 (여성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는게 특징인데요,

이 밖에도 이런 양반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좀 미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과거에 성범죄 내지는 여성혐오성 발언의 경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한데,

그들이 남성을 '가해자'로 후려치는 이유가 자신들의 죄와 그에 따른 부채의식에 있다는 점입니다.

본인들의 각종 비행에 대한 속죄의 일환으로 본인들이 속한 성별 전체를 통째로 팔아먹는거죠.


그럼 지금껏 오유에서 문제를 일으켜온 시게 유저들의 성향을 한번 봅시다.

일단 사상적으로는 진보 중에서도 상당히 좌측에 치우쳐있습니다. 맑스 스타일의 계급론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지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소위 '진보'계열 정권이라고는 하지만 맑시스트 내지는 운동권과는 꽤 거리가 있었습니다.

애초에 한총련이 끝장난게 국민의 정부 시절이었고, 참여정부는 한미FTA로 운동권의 공적이 되었습니다.

즉 현재 문재인을 신처럼 떠받드는 무리 중 상당수는 참여정부 당시 노통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아예 머리끝까지 시뻘건 팔뚝질하던 분들은 지금쯤 대부분 즈엉이나 노동당에서 쿵쾅거리고 있을테니

'노무현이 대통령 됐다길래 기대했는데 정책이 영 시원찮네. 에잉 ㅉㅉ 무능한 작자같으니' 

대충 이정도가 시게분들의 당시 스탠스에 가까웠을 겁니다.

실제로 한경오를 비롯한 진보언론이 당시 노무현에게 붙인 딱지가 '무능'이었으니까요.


그런데 2007년에 이명박이 당선되고 4대강을 비롯한 해괴한 정책들을 밀어붙이자

노무현의 '무능'을 비난하던 사람들은 비로소 구관이 명관이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참여정부 대한 재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죠.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상흔을 남겼지만

특히나 이전까지 그를 비난하고 외면했던 이들에게 크나큰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자신들이 비록 간접적이라고는 하나 그의 죽음에 기여하는 그림이 나와버린데다가

노통이 고인이 되어버림으로 인해 그 죄(?)를 씻을 기회조차 박탈당했으니까요.


이렇게 마음 한편의 찝찝함과 부채의식에 시달린지 8년, 마침내 '노무현의 절친' 문재인이 청와대에 입성합니다.

이들에게 있어서 문재인의 당선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닌, 8년만에 찾아온 '속죄'의 기회였습니다.

지금 오유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분들을 보면 정치인의 열성 지지자치고도 태도가 상당히 특이한데,

무려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어린아이처럼 '보호'하려고 하는 스탠스를 지속적으로 보입니다.

이게 단적으로 드러나는게 '우리이니 하고싶은거 다 해'라는 유행어 아닌 유행어입니다.

이분들은 문통을 행정부의 수장이자 국가원수인 '대통령'으로 보고있지 않습니다.

너무하도 친애하는, 하지만 나의 잘못으로 떠나보냈던 친구가 남긴 자식 정도로 여기지요.


당연한 얘기지만 마인드가 이런 식이니 애초에 정책토론이 성립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입니다.

문재인케어 관련 논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분들은 해당 안건이나 정책을 논할만한 이해도 자체가 없습니다.

그저 누가 내새끼를 건드리니 튀어나와서 물어뜯는거죠. 그들이 자처하는 허니배저(꿀오소리)처럼.

이런 행동과 그 밑바탕에 깔린 심리는 참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큰집 들어가있는 전직 대통령 팬덤과 흡사합니다.

그쪽도 결국 '육여사'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영애'를 싸고 도는 집단이니까요.


저는 솔직히 참여정부 당시에는 거시정치에 별 관심이 없었고, 딱히 대통령을 비난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부 시게유저들의 트라우마에 공감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 이해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이해의 한계는 딱 당사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정하는 지점까지입니다.

노무현에 대한 부채의식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비판하지 않겠다.

뭐 잘하는 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또한 개인의 선택이니 존중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이게 개인의 선을 넘어 타인에 대한 강요로까지 이어진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하물며 정부를 비판한다 해서 알바니, '작전세력'이니 하며 매도하는건 말할 필요도 없겠죠.

지금은 아예 '비판적 지지'라는 말 자체를 비난이자 욕설로 써먹더군요?

본인들이 아파서 눈감고 사는것까지는 뭐라 할 생각 없습니다만

남의 눈 찌르면서 돌아다니는 행위는 좀 삼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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