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차이 나는 커플이에요...
사귄지 막 두달 넘었지만 이렇다할 추억거리가 별로 없고
크리스마스때도 오빠 바빠서 홀로 보내고 카톡 답장도 단답으로 오고
요즘 연락도 안되고 그래서 오빤 이제 나한테 관심이 없나보구나...
하긴 내가 오빠한테 좀 못되게 했지...이제 우린 끝인가보구나 하구....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어서 오빠 만나기 전에 핫초코 두잔을 사서 오빠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어요...
오빠 차타구 단둘이 있는데 만나자마자 한 말이...
"잘지냈어?? 그동안 뭐했어??"
순간 울컥하구 만감이 교차하더라구요... 순간 제폰에 벨이 울려서 보니
제가 정말 잘 따르는 의사선생님.... 곧 며칠뒤면 또 치료 받으러 가는데
그분은 저희 가족과도 친하구 저한텐 아빠다음으로 잘 따르는 분이거든요...
마음을 가다듬고 오빠 허락받고 전화받는데....
오빠한테 그동안 안보여줬던 제 평소 말투와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게 됐어요..
선생님 잘 지내셨냐고 곧 치료받으러 가는데 벌써부터 선생님이랑 사모님이랑 뵐 생각하니깐
너무 좋다고... 애교썪인 예의바른 말투로 대화를 나누는데 옆에 오빠가 웃더라구요...
치료받으러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운동도 더 열심히 해서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는 얘길
끝으로 전화를 끊고 옆에서 계속 웃는 오빠보고 오빠한테 평소 대하던 모습이랑 다르지 않냐니깐
다르대요... 그래서 제가 말했어요... 이게 내 평소 모습이라고...
오빤 그렇냐고 하시면서 저보구 착하대요...
같이 핫초코 마시면서 또 정적이 흐르니깐 이때가 타이밍이다 싶어서
크리스마스때 주지 못했던 선물을 줬어요...
오빠 스키장에서 일해서 입술 건조하지 말라고 립밤을 준비했었는데요...
제가 그동안 오빠한테 해준게 없어서 이걸 준비했다고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라는
생각으로 줬는데 오빠가 저보구 니가 나한테 뭘 못해줬냐고 되려 감동을 받으시는 거에요...
기분은 좋았지만 오빠한테 이거 제발 버리지는 말라고 농담조로 얘기했는데
이걸 왜 버리냐고 이 귀한걸 이러시더라구요
....그리고 혼잣말로 귀여운것...이라고 하셨어요...
전 정말 오빠랑 그날 헤어질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다했는데...
그래서 전 오빠한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했어요..
마지막 만남이라 생각하고 하고싶었던 말을 했어요
ADHD가뭔지 아냐고 물었는데 모른다길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라고 하니깐 그새 알아듣더라구요...
학창시절에 너무 힘들었다 ...오빠랑 같이 있으면 막 쓸데없는 소리 하지 않냐
가끔 철없는 행동하진 않냐 물었더니...오빤 그걸 눈치 못챘대요.. 제가 그런적 없었대요..
물론 다 고쳐져서 괜찮아졌다.. 근데 가끔 술마시면 그때 행동이 나온다...
이런 얘길 했어요..
그말을 들은 오빠는 자기랑 같이 있을 땐 그렇게 안보였다..
그리고 지금 괜찮아졌다니 그럼 된거 아니냐 지금이 중요한 거다...걱정하지 마라..오빠 그런거 신경 안쓴다...
그리고 술 이젠 마시지 마라.. 돈도 아껴쓰고 치료 잘 받고...
오빠도 앞으로 더 바빠질 꺼 같다.. 화장품 그만 사구...
이왕 치료받는거 일찍 받구 일찍와라 화장품 이제 사지 말구...
밥 꼭 잘 챙겨 먹어라...등등 좋은 얘기를 해줬어요..
그리고 저보구 진짜 착하다는 말도 해줬구....
그러면서 제손 잡아주고 머리 쓰다듬어주고.. 따뜻한 스킨쉽도 있었어요...
그러다가 오빠가 흥분했는지 오랜만에 차안에서 불타는 사랑을 나눴구요...
그리고 집까지 바래다 줬는데.....상황이 더 좋게 되버린거에요...
저희 커플을 비관적으로 본 친구들도 상황이 좋게 됐다고 이제 잘하라고 할 정도로..
근데 오빠는 제가 치료 받으러 타지에 지낼 동안 기다려줄지 의문이에요...
제가 사는 집까지 바래다주면서 머리 쓰다듬어주고 치료 꼭 잘 받고 와라고 했을땐..
오빠 눈빛을 보면 절 싫어하는건 분명히 아니었어요..
하지만 전 오빠마음을 몰라요...그래서 정말 불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