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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짜피 묻힐걸 알고있으니 쓰는 글#3.(긴글주의)
게시물ID : freeboard_16798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얼굴이아파요
추천 : 1
조회수 : 22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12/17 23:28:53
친구들과의 만남, 그사람에 대한 이야기들, 자랑들로
늦게까지 놀다가 역시나 늦게 눈을 뜬 일요일아침.

매일 아침 6시면 울리는 출근알람을 뒤로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가 눈을뜨니 그녀의 카톡이 도착해있었다.
'좋은아침~'
두번째 데이트를 위해 아침부터 부산을떨며 샤워를 하고
무슨옷을 입을까 고민을 하다가..한동안 사본적이 없던
겨울옷을 둘러보며 쇼핑몰 사이트에서 옷을 사야겠다고
다짐하며 준비를 했다.
마지막으로 언제 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코엑스몰.
늦은 점심을 함께하기로 약속하고 
아침도 먹지 않은채 길을 나섰다.

 어제부터 골라놓은 식당위치를 다시한번 찾아보다가
만나서 길을 헤메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세번이나 가는길을 연습하다가 문득 목도리를 파는 한 작은 가게가 보였다. 오늘 만나면 목도리를 받을 수 있을까, 있다가 집 가는길에 또 춥겠다 등등의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목도리를 계산하고 있는 내모습.
 오늘도 역시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네 모습에 한시간이나 일찍와서 헤메이던 기억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어떻게 먹었는지 모를 점심을 뒤로하고, 영화시간을 기다리며 그 앞에서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반짝이는 눈빛이 너무 아름다워서 간혹 할 말을 잊기도 했다.
 영화는 나쁘지 않았다. 적당히 볼만했고, 적당히 재미있었다. 다만 집중해서 보는 네 얼굴을 보느라 스토리가 잘 기억나진 않았지만..

  가볍게 저녁을 먹고 줄게있다며 지난번 가져간 내 목도리를 꺼내줄때, 미리 준비했단 목도리를 꺼내기도 전에 또 다른 목도리를 하고있는 모습에 살짝 당황했다. 어찌하면 좋을까..잠시 걸으며 생각하던중에 보인 빨간 코에 아무말없이 목도리를 꺼내어 펼쳐둘러주었고, 우린 잠시 말없이 걸었다.
바람은 적당히 차가웠고, 목에 두른 목도리는 따뜻했고, 반짝이던 네 눈은 자꾸 기억날만큼 이쁜 겨울 어느날의 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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