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기자들이 교묘하게 꿍꿍이가 있어서 프레임 짠다고 그러는데 난 좀 생각이 달라. 그런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얘들이 며칠도 지나지 않아 들통 날 이야기들을 떠들겠어? 설령 프레임을 짰다고 해도 고작 이 정도라면 그냥 멍청한 거지.
- 에이... 그래도 기자들 수준이 그렇게 무시할 정돌까.
- 왜? 언론사 취직할 정도면 안 봐도 똑똑할 거 같지? 그것도 다 선입관이라고. 생각해봐. 어떤 분야든 제대로 된 경쟁이 일어나는 곳에 뛰어난 인재가 모이는 법이야. 지금까지 언론이 제대로 된 경쟁을 해왔다고 생각해?
- 음.... 그랬다고는 말 못하겠네.
- 그치? 좋은 기사로 서로 경쟁해본 적이 있어야지. 그냥 언론사 간판 달고서 남들 쉽게 갈 수 없는 곳에 출입하고 사람만나면서 기사 얻었던 거 아냐. 지들끼리도 언론사 차별하고 선배입네 권의의식 쩌는 것들에게 무슨 제대로 된 상식을 기대하고 경쟁을 기대해. 이리저리 관계 잘 맺고 그 사이에서 적절히 지적질하면서 자기 이익이나 챙기는 인간들 중에 대표적인 군상이 바로 지들인데.
- 음.... 그냥 사태파악을 할 기본적인 이해력이 없어서 생긴 일이다 그 말이야?
- 그렇지. 여기에 분수도 모르는 엘리트 의식이 한 몫 하는 거지. 그래도 기자증 목에 걸고 다니면 대접들은 해주니까, 지들이 정말 대단한 존재인양 착각하고 사는 거지. 이런 인간들일수록 형식적 외형이 중요하단 말이야. 매사에 나처럼 잘난 인간을 제대로 대접안하다니 이런 불의가 있나 이런 마인드거든. 지난 정권에서도 질문지 주는 대로 외워주면 그래도 대접은 잘해줬잖아. 그러니 혼밥이니 툭툭이니 이런 것들만 눈에 팍 꽂히는 거지. 얘네들은 웬만큼 대접만 잘해주면 부끄러운 짓도 감수해왔잖아. 행여 고뇌가 있더라도 지식인의 숙명이니 자위하면서.
- 뭐, 약간의 일리는 있네.
- 약간이 아니라 이게 본질이라고. 경쟁을 안 해서 도태된 거. 머리를 안 써서 딱딱하게 굳어져버린 거라고나 할까. 돌머리에다 자존심만 찬 인간만큼 피곤한 족속은 없지.
- 흠..... 경쟁해야 머리를 굴린다 이거지.근데 넌 나한테 왜 그래? 왜 머리를 안써?
-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 예전엔 말 안 해도 이것저것 챙겨주더니, 왜 요즘은 내가 말 안하면 뭘 제대로 하는 게 없니, 넌? 이젠 내게 머리 쓸 필요 없다는 거야? 네 머리도 나에 관한 부분은 딱딱하게 굳어서 돌이 되어버린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