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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집앞 길고양이6
게시물ID : animal_35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돌고래돌고돌
추천 : 17
조회수 : 142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1/01/29 13:32:47
담배를 피우며 녀석이 오기를 기다리는데도 녀석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보통 고양이(물론 다른 야생 동물들도 그렇지만)는 사람의 냄새가 벤 새끼는 자기 새끼로

생각하지 않아서 자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거나 물어 죽인다고 알려져 있다.

걱정이 많이 되었다. 물론 나는 녀석들에게 (나비를 포함해서) 손하나 갖다 댄 적이 없지만

혹시 지나다니면서 벤 내 냄새나 하숙집 냄새 때문에 새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그걸로 치면 나비도 피장파장이었다. 녀석도 여기서 오래 살고 나를 보기도 더 많이

봤으니 냄새가 벴으면 녀석이 더 많이 벴을 것이다.

난간에 앉아 새끼들에게 니네 엄마 어디갔어 빨리 찾아와 하며 의미 없는 말을 주고 받을때 

새끼 한마리가 현관 오른쪽 난간쪽으로 뛰어갔다.

(그전에 하숙집의 구조를 설명해야겠다. 우리 하숙집은 일반적인 단독주택인데 2층짜리 건물이다.

나는 그 중 2층에 살고 현관에서 봤을때 왼쪽은 난간으로 둘러서 있고 오른쪽 역시 난간으로 둘러져 있는

데 오른쪽 옆집이 1층집 지붕이 있는 한옥 비슷한 집이라 난간 밑으로 빠져나간 고양이들이 지붕을 타고 

다닐수 있게 되어 있다. 현관앞에는 초록색 페인트칠 된 공간이 있는데 일종의 마당인 셈이다. 단 왼쪽은 

방이 하나 있어서 집의 왼쪽끝으로 가려면 난간을 밟고 게걸음으로 목숨을 걸고 가야 하지만 오른쪽은

뚫려 있어서 나역시도 난간만 넘으면 옆집 지붕으로 갈수 있는 구조다.)

녀석을 따라 얼른 가보았더니 나비가 뭔가 늠름한 포즈로 다 먹은 닭다리 뼈 하나를 물고 의기양양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새끼녀석은 얼른 나비에게 마중을 나갔고 나비는 물어온 닭다리를 새끼 한녀석에게 

양보했다. (당시에는 사진기를 방에 놔둬서 아쉽게 물고오는 모습은 찍지 못했다. 정말 귀여웠는데)

나비가 물고온 닭다리를 다 먹은 녀석들은 옆집 지붕에서 뛰어 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태어난지 2달 조금 덜되었을 녀석들이 겁도 없이 노는걸 보고 걱정도 되었지만 이내 지붕에서 

날아다니는 녀석들을 보며 역시 고양이는 고양이구나 싶었다.

아무튼 나비 가출 에피소드는 싱겁게 끝이 났다.

이제는 녀석들이 밥을 줄때 내가 옆에 있어도 먹는다. 그런데 계속 한 곳에 밥을 몰아주다 보니

먹보 녀석인 눈물자국이 너무 많이 먹어서 나비가 조금밖에 못먹는 것이 맘에 걸렸다. (전에도 말했듯

이 녀석은 새끼들이 다 먹고 나서야 자기가 먹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부러 사료를 세 등분으로 나눠 

줘 보았다. 의도했던 대로 잘 나눠 먹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다면 눈물녀석이 자기꺼 먹다가 다른쪽으로 

가서 또 먹고 또 다른쪽 가서 또먹고 하는 불상사가 있긴 했지만 그 때마다 나비가 자연스래 다른쪽으로 

갔다. 이제야 사이좋게 먹는 모습을 보는구나...

이 때 즈음 해서 녀석들과 튼 것들이 꽤나 많다. 물론 이미 얼굴도 알아보고 가까이 가도 멀리 도망가지

는 않지만 그래도 궁극의 목표인 나비가 내 품에 안겨 꾹꾹이 하기까지는 아직 한참이다. 먼저 녀석들의 

카메라 울렁증이 사라진것 같다. 이제 바로 코앞에서 셔터를 눌러도 지들 할 일을 한다. 50미리 줌으로 찍

기 힘들었는데 잘됐다 싶다. 다음으로 창문을 열어도 도망가지 않게 되었다. 예전에는 창문만 톡톡 치고

눈 마주치는 걸로 만족해야 했었는데 이제는 창문을 열고 말을 걸어도 가만히 있다.

처음에는 창문에 손만대도 도망가는 녀석들을 어떻게 하면 가만 놔둘수 있을까 고민하다 장난감으로 

놀아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가장 싸지만 고양이에게 최고의 효과를 준다는 궁극의 장난감....

운동화 끈이다!

일단 창문을 살짝 열어 운동화 끈만을 살짝 밖에 내놨다. 얼마 지나지않아 새끼녀석들이 장난을 치며 놀

기 시작한다.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은 이 과정을 낚는다고 표현한다.) 오오 이 엄청난 호응!

창문 뒤에 있는 내 얼굴은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그 얌전하던 나비도 낚여서 한참을 놀았다.

아무튼 위에 과정을 창문 여는 너비를 조금씩 넓혀 가면서 반복했더니 요즘은 창문을 두들기든 창문을 

활짝 열든 그 자리에 붙어 있다. (덕분에 요즘은 심심하면 밖에나가 끈으로 새끼들이랑 논다.)

한번은 치킨을 시켜 먹었던 적이 있었다. 축구는 역시 치맥이 진리가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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