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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박준
게시물ID : readers_140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라트리스테
추천 : 7
조회수 : 796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7/15 13:02:26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박준
 
 
이상한 뜻이 없는 나의 생계는 간결할 수 있다 오늘 저녁부터 바람이 차가워진다거나 내일은
비가 올 거라 말해주는 사람을 새로 사귀어야 했다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이의 자서전을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익숙한 문자들이 손목
을 잡고 내 일기로 데려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
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는 문
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집)/박준(시인) 저 문학동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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