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글이니 뭐니 하는 소리 듣기 싫어서 익명 풀고 베스트금지 겁니다.
2006년즈음부터 햇수로 10년동안 베프인 친구가 오늘 남반구의 모 나라로 출국했습니다.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하네요.
이 친구, 여태 계속 타인에 의해 생긴 억대의 빚에 시달려 왔는데 그 빚 다 갚고,
재작년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서른이 넘는 나이에 사이버대학을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해 왔는데,
그렇잖아도 꼴초에 술꾼이던 녀석이 건강검진을 받는데 뭔가 이상하대서 CT에 MRI를 받아보니 오른쪽 안구 뒤에 암이 있다더군요.
이 친구가 자신이 병 걸린걸 알게 된게 작년 12월.
이미 늦은 상황이라서 수술을 해서 성공해도 바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더군요.
빚을 정말로 싫어하고, 가족과도 의절한 상태에서 등 비빌 곳이 없는 이 친구는 그 순간 모든걸 포기...
저한테 이 사실을 알린게 올해 2월 중순입니다.
원랜 안 알리고 조용히 해외로 사라지려 했는데,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답니다.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제 자신이 너무 미웠습니다.
병 걸린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제 눈을 쳐다보며 해맑게 웃는 그의 앞에서 차마 울 수도 없었습니다.
분명 무지 아플텐데... 자기도 너무 아프지만 지금은 나 봐서 안 아프다고 하는데...
그렇게 야속한 시간이 지나서 출국날인 오늘(4/10)이 왔습니다.
직장을 조퇴하고 인천공항에 나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얼굴을 봤습니다.
그 자리에는 베프의 베프와, 전 애인이 나와있었습니다.
담담하게 공항 1층 맥도날드에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으면서 "가서 도착하면 연락해"라고밖에 말해주지 못했습니다.
(이 친구는 음식을 거의 들지를 못하더군요... 좀만 먹어도 체한다면서...)
지금, 이 친구는 비행기 안에 있습니다.
11시간짜리 비행에 힘들지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남반구의 모 나라를 선택한 이유는, 젊은 시절 거기에서 워킹홀리데이를 지내면서 세상을 보았더군요.
한국에서 주위에 폐 끼치느니 조용히 자신이 꿈꾸던 곳에 나가서 사라지겠다고 합니다.
워킹홀리데이에서 귀국하고 타인에 의해 억대의 빚이 생겼고 이걸 갚아나가면서도,
다 갚은 뒤 못다한 의상디자인 공부를 마치고 그 나라에 가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고,
드디어 빚 다 갚고 이제 좀 늦은 공부를 하면서 돈 좀 모아볼까 하고 시동 거는 시점이었는데...
미치겠습니다.
이 녀석 병 걸렸단 소식 2월 중순에 처음 듣고 앞에서는 담담했지만,
그 뒤로는 안 사던 로또도 밥값 털어서 사고 있고 이것저것 알아도 봤는데 결국 돌파구는 없더군요.
제발... 제발... 이 녀석에게 "남반구에 갔더니 암이 나았어!" 라면서 연락이 오는 기적이 일어나길...
** 이 영수증 메일은 제가 죽을 때까지 못 지울거 같아요. 아니, 제발 기적이 일어나서 이 영수증 메일을, "그땐 그랬지" 이러면서 지우게 되길!!!